하루하루 가는 것이 아까운 나날이었다.
붙들어두고 싶은 시간들이지만 붙든다고 붙들어지는 시간이 아님을 알기에
안타까움에 동동거리진 않았다.


다름 아닌 저 빛깔들 말이다.
검도록 진한 가지의 색, 보드라워 찢어질 듯 엷은 색의 이파리들.
온갖 자연을 통틀어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것들이다.
1년에 딱 한 번,
잠깐 내 곁을 스쳐지나 듯 사라지는....


멈춰 서지 못하여 제대로 눈 맞추지 못했다.
눈도 제대로 맞추지 못한 걸 카메라에 담아 무엇하랴 싶어 사진도 한 장 찍지 않았다.
이러다 그냥 보내겠다, 싶어 안타까웠지만 담담하기로 했다.


집 가까이 선유도 공원이 있었고
내리던 비가 멈추고 파란 하늘이 얼굴을 내밀기 시작하였다.
잡고 함께 걸어주는 그가 있고
주일에 한 번 허락되는 안식의 시간이 와 있었다.


맘껏 눈도 맞추고 충분히 눈을 맞췄다.
고개를 들어 오래 바라보았고, 그 아래 오래 서 있었고, 거기서 길게 호흡했다.
이제 사진 한 장 박아두는 것 민망하지 않게 되었다.


내가, 정말 사랑하는 것들이다.

잎의 줄기 사이사이로 엽록소가 꽉 찬 듯 보이는 한여름의 청록이 아니라,
이제 막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한 초록으로 성글어서 투명한 연두.


열 개의 세포에 열 개의 엽록소로 꽉 채워진 듯한 완고함에 지쳤다.
연하고 성글어,
얇고 투명하여 찢어질 듯 상처받기 쉬운 4월의 새순을 그냥 보내지 않아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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