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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삭의 우물

벼랑 끝에 선 사람들

larinari 2018.05.27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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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제외한 SNS는 일체 연을 끊는 것으로 마음을 먹었는데 그리 되지는 않는다. 조선일보나 동아일보 같은 뉴스를 가장한 소설을 필터링 하여 뉴스 모아보기를 할 방법은 SNS이다. 페이스북에는 진심을 다해 운영하는 페이지가 있어서 들락거려야 하기에 오롯이 붙들고 있다. 이왕 이렇게 된 것 여기서 모든 '모아 보기'를 하고 있다.  뉴스를 보고, 마음에 드는 논객들의 포스팅을 공부 삼아 읽는다. 이렇다 보니, 친구된 사람들의 실시간 일상과 생각을 보는 게 민망하여 거의 언팔 해놓은 상태이다. ('관음증' 결벽증이 있다.) 그러니까 뉴스 몰아보기로 페북을 하는데, 트럼프가 북미회담 보이콧 하던 순간부터 거의 페북 중독자가 되었다. 심장이 내려 앉았다. 1분에 한 번씩 페북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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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저녁이 지나고 혜안 있는 평론가들의 논평을 듣다 보니 다면적인 시각이 생겼다. 내가 안다고 하는 트럼프, 내가 읽었다고 하는 국제정세는 대한민국 경기도 성남 사는 여자 사람 일인의 시각이구나, 싶었다. 그리 철렁할 일은 아닐지도...... 라고 자위하는 시점에서 '두 번째 남북 정상회담'이란 제목의 뉴스를 봤다. 뭐? 뭐....... 뭐라고? '우리 지금 만나, 당장 만나' 하는 식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만났단다. 정말 믿어지지 않아 눈물이 났다. 김정은-트럼프 대화가 판이 깨졌다는 소식에 내려앉은 마음으론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뉴스였.......는데, 세상에 사실이었다. 이니와 으니가 포옹을 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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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어케 만난 거야? 궁금증에 다리 달달 떨며 페북 새로고침을 하고 또 하는 사이, 주일 오전 10시에 기자회견을 한단다. (사실 주일 10시는 남편 김종필로 충만한 시간이다. 주일 1부 예배를 마치고 허벅지 찌르며 고통스런 시간 보낼 남편을 위해 기도하는 숭고한 시간이다.) 실시간으로 문 대통령 기자회견을 보다 확인한 또 하나의 속보, 6월 12일 예정된 북미 회담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며 이를 위해 미국 실무진이 28일 싱가포르로 출국한단다. 이건 놀랍지도 않다. 아니, 설령 북미회담이 이대로 결렬된다 해도 더는 나락으로 떨어지지도, 허튼 희망을 품지도 않겠다, 이 유치원생 또는 장사꾼 트럼프 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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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안하지만 조금은 복잡한 심정으로 주일 예배에 갔다. 우리 교회에선 처음 시도하는 찬양예배였다. 한동안 주일 예배에 가면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흘러 민망핸는데, 이젠 그러지 않는다. 몇 곡의 찬양이 흘러가고 '하나님은 우리의 피난처가 되시니 환란 중에 우리의 힘과 도움이시라' 따라 부르는데 싱어로 서신 집사님과 눈이 딱 마주친다. 평일에 교회에 가면 늘 혼자 기도하시는 분이다. 그 시간을 통해서만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집사님의 사정을 잘 알고 있다. 고장난 수도꼭지가 다시 말썽을 피운다. 가방에 휴지도 없는데 줄줄줄, 줄줄줄. 찬양 대신 집사님을 위해서 기도한다. 피난처 되신 주님, 저 집사님을,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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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의 행복론>이라는 제목의 설교는 행복에 관한 얘기가 아니었다. '마음이 가난한 자'를 주제로 하는데 다른 말로는 '벼랑 끝에 몰린 자'란다. 그런 사람이 예수님의 법칙으론 행복한 자란다. 왜냐하면 하나님 나라의 문 앞에 섰단다. 다시 눈물이 났다. 예배 마치고 집에 와서 집사님과 카톡을 주고 받았다. 그런데 왜 꼭 하나님의 나라가 벼랑 끝에서만 만나지는 것인지, 궁금하다고 하셨다. (저도 궁금해요, 집사님! ㅜㅜ) 집사님과의 톡을 마치고 생각했다. 하나님 나라는 모르겠고, 내가 지금 이곳에 있어야 하는 이유는 벼랑 끝에 서신 이분과 함께 서 있는 이것 외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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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에게 들은 어떤 사람의 이야기이다. 4.27 남북정상회담을 마치고 몹시 속상해 하는 사람이 있더라는 것이다. 태극기 할머니도, 자한당 환자도 아니다. 젊은 시절 학생운동에 몸을 바친 사람이란다. 문통과 김정일 위원장이 만들어낸 진정성 가득한 이미지, 이에 공감하고 눈물 흘리는 사람들에게 마음을 포개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이유인즉, 학생운동으로 내 개인의 영달을 포기할 때 당신들은 무엇을 했냐는 것이다. 저 평화를 위해서 내가 포기한 것이 얼마나 많은데 그것은 알아주지도 않고 문통만 높이고 하하호호 즐거워하고 감동 하냐는 것이다. 아, 극과 극은 통하는구나! 생각했다. '자아'로 충만한 사람들에게 공동체의 평화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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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하면 네거티브는 안 하려 한다. 누군가를 깍아내리는 글과 말을 내놓은 후엔 반드시 내가 두 배로 추락한다는 것을 숱하게 경험했기 때문이다. 페북에 위의 단문을 올렸다. 피리를 불어도 춤추지 않고, 곡을 해도 함께 울지 않는 자들. 아니 그 자연스러운 감정의 흐름을 거스르려 애쓰는 자한당으로 대표되는 인간군상을 보면서 분노 너머의 연민이 치밀어 올랐기 때문이다. 벼랑 끝에 있으나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나는 충분하지, 나는 이만하면 됐지, 내가 가진 게 얼만데, 내가 그동안 쌓은 업적이 얼만데' 하는 족속들이 한심해서이다. 저만 망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활활 타오르는 거짓 애국심이 제 나라, 제 민족을 화염에 내어줄 것을 모르는 어리석음이 한심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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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 충분한 인간들, 뭐 하나 부족한 것 없는 인간들. 바리새인처럼 '나처럼만 해라, 이 세리와 창녀와 죄인들아' 하면서 자아가 이룬 업적에 취해 마음의 여백을 갖지 못한 인간들아! 너의 거짓과 위선을 세상이 다 안다. 네 혼자 취해 자만심 뿜뿜하는 그것들이 얼마나 위태로운지는 네 긴장된 몸과 경직된 표정이 다 드러내고 있음이다. 너희들이 스스로 만든 지옥에 사는 것은 어쩔 수 없으나. 제발, 제발, 네가 진 책임 있는 자리가 민족과 공동체의 평화를 위협하지 않기를 기도하고 기도할 뿐이다. 자아의 숲이 빽빽하여 타인의 관점이 들어올 자리가 없는 사람들, 바리새인처럼 의로움 충만이지만 자기와 자기 집단 외의 사람을 받아들일 여백 없는 사람들. 자아의 감옥에 갇힌 끼리끼리 순결한 행복이 가엾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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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생, 산의 정상에서 떵떵거렸다고 느낀 적이 없다. 어쩌면 늘 벼랑 끝이었다. 내 자신 벼랑 끝에 섰다고 인정했을 때 들이닥치는 하늘의 위로와 생명이 있었다. 가난하고 무력하고 오해에 휩싸이는 벼랑 끝의 삶이 즐겁지 않으나 여기가 하나님 나라임을 희미하게 깨닫는다. 전쟁을 일으키는 사람은 늘 '나로 충분하다' 하는 교만의 사람들이었으니 전쟁의 불쏘시개가 아니라 평화의 나라 쓰레기로 살고 싶다. 벼랑 끝 사람들과 손에 손 맞잡고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 내게 하늘의 멜로디를 일깨우는 분이다. 벼랑 끝에 섰는 내 사람들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김여정 남매를 위해 기도하겠다.  벼랑 끝에 선 누추하지만 고귀한 인생에 마음을 포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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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 프로필사진 mary 2018.05.28 14:44 신고 저 홍머시기 /배머시기 등은 대체 머리속에 뭘 넣고 다니는건지, 정말 나라의 평화가 불편한 정도가 아니라
    아주 싫은 인간들 아냐? 평화를 이루겠다고 이리 애쓰는데 응원은 고사하고 말같지도 않은 소리들만 씨부리고 있네
    하는 생각에 한대씩 패주고 싶은 심정인데.. 이렇게 정리된 글 읽으니 좀 낫네. 에휴~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8.05.29 07:43 신고 자기 반성, 자기 성찰 능력은 1도 보유하지 못한 것 같아요. 자기 중독자라는 진단이 딱인 것 같은데. 내가 주인공 되지 않는 한, 평화도 뭣도 필요없다. 내가 높임받을 수만 있다면 전쟁도 좋다, 하는 사람들이잖아요. 으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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