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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글 모음/내 맘에 한 노래 있어

내 어머니 성경책

larinari 2018.07.22 08:54


내 맘에 한 노래 있어 20

 

 

믿지 않는 가정에서 혼자 신앙생활 하는 청년들에게 가정예배에 대한 로망을 자주 듣는다. 결혼 하여 아이를 낳고, 가족이 둘러 앉아 예배드리는 장면을 상상만 해도 좋다는 것이다. 모태신앙이며 특히 부모님의 믿음이 열정적인 경우는 조금 다른 것 같다. 그 누구도 아닌 내가 그렇다. 내게 가정예배는 고통스러운 기억이다. 저녁 먹고 숙제도 다 하고 마음 편히 TV에 빠져들 시간이면 영락없이 들리는 소리, ‘성경 찬송 가져와라.’ 매일 밤 새롭게 귀찮고 짜증나고 지겨운 것이 가정예배였다. 교회 저녁 예배가 있는 수요일과 주일은 해방의 시간이었다. “고귀한 시간, ‘낭비예배”(마르바 던의 책 제목이기도 하다)를 고통스럽게 허비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랬으니 어머니의 성경책은 나를 괴롭게 하는 율법책에 지나지 않았다.

 

귀하고 귀하다 우리 어머니가 들려주시던

재미있게 듣던 말 이 책 중에 있으니 이 성경 심히 사랑합니다

 

솔직히 어머니가 내게 들려주신 하나님 이야기는 기쁜 소식, 복음보다는 고된 소식에 가까웠다. 주일에 교회 가는 것은 월요일에 학교 가는 것처럼 당연한 것이었고, 주일성수라는 미명하에 일체의 매매 행위는 금지였다. 과자 하나도 사먹을 수 없었다. 꼭 필요한 학교 준비물도 주일에는 살 수 없었다. 교만하지 마라, 친구를 미워하지 마라, 동생을 사랑해라, 주일 성수해라, 순종해라. 지켜야할 목록은 한이 없는데다 하나님은 불꽃같은 눈으로 나를 지켜보신다니 고된 복음일 수밖에. 부모님을 통해 소개받는 하나님은 내가 지은 죄를 깨알 같이 적고 있는 까다로운 기록관 같은 분, 잠복근무 하며 죄 짓기를 기다리다 걸려 넘어지는 순간 잡았다, 요놈!’ 하는 경찰관 같은 분이었다. 철이 들고 사유가 깊어지며 나의 하나님을 새롭게 만나가게 되었다. 왜곡된 하나님 이미지가 변하기도 했지만 어릴 적 새겨진 하나님 상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는다. 그로 인해 사랑의 하나님께 온전히 안기고 내어맡기지 못하는 나를 발견할 때는 가정예배며 부모님의 종교교육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나의 사랑하는 책 비록 헤어졌으나 어머님의 무릎 위에 앉아서

재미있게 듣던 말 그때 일을 지금도 내가 잊지 않고 기억합니다.

 

이 찬송의 가사처럼 어머니에게 전해들은 하나님이 그립고 아름답고 재밌는 분이었다면 어땠을까. 가정예배가 기다려지고 자발적으로 함께 하고 싶은 시간이었다면. 그 예배에서 읽는 성경 말씀이 달고 오묘하였다면. 텔레비전 연속극보다 더 재미있어서 읽고 또 읽고 싶은 책이었다면 어땠을까. 내 젊은 날 하나님은 내가 뭔가를 해드려야 보상으로 복을 주시는 분이었고, 예배는 그 중 가장 큰 의무조항이었다. 고된 소식에 부응하여 늘 뭔가를 해야만 하는, 지킬 것투성이의 무거운 짐을 지고 신앙생활 했다. 이런 유산을 남긴 어머니의 헤어진 성경책은 내게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책이다.

 

여기서 끝이었으면 가계를 흐르는 슬픈 하나님 이야기가 되었을 텐데 다행히 그렇지 않다. 사춘기, 청년시절을 지나며 어머니가 소개한 하나님을 의심하며 신앙은 자라게 된다. 뭘 모르던 때는 불꽃같은 눈으로 지켜보시는 하나님 두려워 무작정 순종했는데, 교회 봉사 열심히 해야 좋은 배우자도 주시고 직장도 열어주실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님을 깨달아 가며 그분과의 관계가 깊어지는 것이다. 이루어지지 않는 기도제목, 이해할 수 없는 고난 같은 것이 하나님의 심통이 아니라는 것, 그분과 나의 생각이 동급이 아니라는 것을 배워가게 되었다. 부모님으로부터 소개받은 하나님 이미지가 걸림돌인 줄 알았는데 거기 걸려 넘어져 코가 깨지고 무릎 까지면서 사랑의 하나님을 만나게 되었으니 그것은 디딤돌이었다.

 

예수 세상 계실 때 많은 고난 당하고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신 일

어머니가 읽으며 눈물 많이 흘린 것 지금까지 내가 기억합니다

 

우리 어머니는 성경 이야기를 재밌게 들려주시는 법은 잘 몰랐다. 그저 읽으라 했고, 기도하라 했다. 다만 예수님의 십자가 대목에선 언제 어디서나 곧바로 목이 메어 울먹이곤 하셨다. 내 어릴 적에도 그러시더니 노인이 된 지금도 여전히 그러하신다. , 이 순진한 십자가 사랑이 엄마의 힘이구나. 기복적 신앙이라고, 왜곡된 신앙교육에 해로운 신학이라고 무시할 것이 아니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오늘 이렇게 믿음에 서 있는 것은 저 순진한 사랑과 기도 때문이구나. 수십 년 동안 일 년 일독을 지켜 온 어머니의 성경책은 나달나달 헤어져있다. 철없이 반항하고 방황하던 시절에 비하면 어머니의 낡은 성경책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 한결 찬송 가사에 가까워져있다. 귀하고 귀한 성경책이다. 내게도 다른 선택이 없다. 시시때때로 성경 말씀 읽으며 주의 뜻을 따라 사는 일 외에는.


4 Comments
  • 프로필사진 2018.07.24 16:14 비밀댓글입니다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8.07.26 09:55 신고 이렇게 우리는 배워가는 것 같아요. 오늘도 역시 지금 여기의 사랑에 충실하는 님과 제가 되기를 기도하며 시작하는 아침입니다.
  • 프로필사진 이슬여왕 2018.08.06 11:53 신고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슬여왕이라고해요
    한주동안 어떻게 지내셨는지
    항상 궁금해서요
    님은 혹시 교회를 다니곳 있는지 궁금하네요
    저는 주일날에 교회를 가서 예배를 드리고 오고 그래여
    저는 어릴때부터 부모님하고 같이 교회를 다니고 그랬어요
    지금도 교회를 가고 있어요
  • 프로필사진 파수꾼 2018.08.26 06:28 신고 주일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이 찬송이 떠올라서 검색하다 들어오게 되었는데 너무 공감되는 말씀이네요 성경은 달고 오묘한 생명의 말씀이죠 제가 얼마전 어려움에 처해 믿음을 시험당할때 저를 지켜준 생명의 말씀임을 뼈저리게 느끼고 달고 달게 느끼며 거의 매일 읽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맨 처음 서술하신 것처럼 어려서부터 가정예배나 말씀생활을 해오신분들이 너무나도 부러웠답니다 하지만 그런 분들은 대체로 모태신앙이시기 때문에 본인이 선택하지 않은
    일이라 괴로워하시는걸 많이 보아왔습니다 허나 저는 제가 선택했다기보다 선택받은 입장이어서 주님께서 주일성수니 십일조니 말씀생활까지 몸소 하나씩하나씩 알려주시는데 그럴때마다 감사드립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약한 사람이라 지키기가 어렵게 느껴질때 괴롭기도 하고 갈등도 생기는데 하나님은 선하셔서 저를 항상 선으로 이끄시네요 할렐루야! 찬양받기 합당하신 주님을 찬송하며 주일을 시작할까합니다 그리고 제가 요즘 느끼는 게 있어서 꼭 말씀드리고 싶은것이 있는데 말씀생활과 함께 기도생활이 매우 중요하다는 겁니다 글내용으로 보아 기도생활을 열심히 하실것으로 예상되지만 특히나 요즘같이 동성애가 만연해지고 법적으로 인정받으려하는 타락한 시대에서 크리스찬으로서 깨어기도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을 주십니다 왜냐하면 법제도화되면 미국처럼 한국도 크리스찬들에게 고난의 시대가 열릴것이라는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죠 아 얼마나 추악하고 타락한 시대인지 일일이 말씀드릴수는 없지만 그 추악한 민낮을 저는 보았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때가 가까워왔다걸 소름끼치도록 느끼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호의호식하며 잠들어 있는 크리스찬들이 깨어 기도해야합니다 과학은 크리스찬들의 목숨을 앗아갈만큼 발달하였습니다 지금도 물론 사단은 과학으로 인해 우리들의 믿음을 시험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과학을 통해서 소름끼칠 정도로 믿음을 깨뜨리려 할 것입니다 하지만 삶의 모든 전반에서 마지막이 가까왔다는 생각으로 우울함이 들때 주님이 주신 말씀은 디모데후서 3장 말씀과 함께 두려워 말라 깨어 기도하라 였습니다 아무쪼록 믿음의 가정에서 자란 님께서도 혹시나 시대적으로 생명의 위협이 느껴질만큼 어려운 시험이 들었을때 기도와 말씀, 찬양으로 승리하시길 바랍니다 또 그럴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은혜받는 주일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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