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한 판과 고기 한 팩으로 장조림을 했다.

아이들은 또 싸울 것이다.

누가 고기를 더 많이 먹느냐, 고기를 골라 먹지 마라, 며 싸울 것이다.


지난 번에는 계란을 가지고 싸웠다.

야, 한 끼에 계란 하나만 먹어! 

아, 왜애~ 누나는 지난 번에 두 개 먹었잖아.

내가 언제~에? 

다 봤거든! 


고기가 맛있거나 계란이 맛있어서가 아니다.

단지 무엇을 더 많이 먹고 싶어서도 아니다.

누나보다, 동생보다 적게 먹는 것이 견딜 수 없다는 것이고.

계란과 고기 중 더 결핍된 자원이 무엇이냐의 문제이다.


오래 전 어느 날, 깎은 복숭아를 놓고 협상하던 남매 모습이 떠오른다.

야, 어차피 싸워야 하니까 그냥 처음부터 나눠놓고 먹자.

그래, 알았어. 

크기와 갯수 맞춰 나누고, 홀수라서 남은 하나는 반으로 정확히 잘라 나눴다.

어차피 싸울 싸움이니까.

어차피 남매니까.


계란을 까면서 남편에게 말했다. 

얘네들 이번엔 분명히 고기가 가지고 싸울 거야.

어차피 싸울 싸움이야.


남편이 말했다.

존재론적인 싸움이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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