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음터의 사랑하는 벗들이 기도 피정에 가 있다. 그 피정이 시작되었다는 포스팅을 페이스북에서 보고 '좋아요'를 누르며 잠시 기도했다. 기도를 마치고 베란다 쪽에서 뭔가가 부르는 느낌이 들어 고개를 들었다. 커다란 쌍무지개가 펼쳐져 있다. 이렇게 선명한, '대놓고 무지개'는 처음 보는 것 같다. 무지개는 약속이다. 피정에 간 벗들의 기도와 삶을 지켜주시겠다는 약속.
공동체에 관한 꿈이 있고, 고민이 많은 오랜 친구가 오랜 고민 끝에 우리 교회에 등록을 했다. 나를 알고, 남편을 알고, 우리의 기나긴 인생 여정을 알고, 목회자가 되어 살아온 나날들을 아는 친구이다. 감사와 염려가 교차하여 알 수 없는 마음이었는데... 무지개가 떴다. 약속이다. 친구의 길을, 친구의 가정을, 교회를 섬기는 우리 가정을 지켜주시겠다는 약속.
유학 준비를 해야 하는데, 알바도 해야 하고... 갑자기 어른이 되어 생의 무게를 져버린 채윤이의 마음이 무겁게 내려 앉았다. 내 가난한 젊은 날의 막막함이 생각나고, 그때의 나보다 더 강하고 성숙한 딸이 대견하지만 가엾고 안쓰럽다. 어린 날의 나를 안아주듯, 한참을 안아주었다. "내가 안고 있듯 성령님, 이 아이를 안아주세요. 저와 이 아이를 함께 안아주세요." 마음으로 기도하며 그냥 안아주었다.
이 또렷한 무지개가 떴을 때는 비가 오는 중이었다.
비가 온전히 그치고 화창하게 갠 하늘이 아니었다.
약속이다.
흐리고 비오는 날에도 사랑의 약속을 잊지 말자는, 그런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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