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올리고당 안 섞고 100% 꿀로만 레몬청을 만들었다. 요리에 쓰고 남은 레몬이니 몇 개 되지 않아 양이 적으니 아끼지 않고 꿀을 투하했다. 손바닥 만한 작은 병에 담아 필라테스 선생님에게 가져다주었다. 참 고마운 젊은이다. 채윤이 나이나 되었을까? 자기 일을 사랑하고, 즐거워하는 것이 참 예쁘다. 강사로서 열심히 배우는 것 같다. 배운 것을 또 바로 학생들에게 시전 한다. 운동의 의미와 순간 쓰이는 근육과 호흡의 방식을 알려주려 애를 애를 쓴다. 그 열정이 목소리에 담겼다 싶었는데, 성대결절이 와서 수업을 못 한 적도 있다. 성대결절에 결국 성대파열... 그리고 수술, 그리고 한 달 묵언수행. 내 젊은 날을 떠올리게 한다. 

 

"좋은 사람을 좋아하자!" 하며 사는 게 모토인지라. 이 선생님을 좋아하며 감사하고 있다. 신비로운 것이 사람 마음이라, 선생님도 나를 참 좋아해준다. 무슨 선생님이 나이 든 엄마 같은 학생에게 비싼 필라복을 선물하고, 자기 입을 티를 사며 한 장 더 사서 건네기도 한다. 나도 지지 않는다. 무엇이든 주고 싶다. 안 그래도 즐거운 운동이 더 즐겁다. 즐겁게 운동했더니 태생이 몸치이고 운동신경이라고는 100m 21초 수준인데, 학원의 에이스가 되고 있다. (학원으로 방송 출연 섭외 요청 왔는데 뽑혔었음. 당연히 거절함. 마침 CBS에서 녹화하고 방송 기다리고 있던 즈음이었는데, 방금 기독교방송에서 눈물 글썽 간증하던 여자가, 다른 채널에서 레깅스 입고 필라테스 하고 있을 생각 하니... 가관이다... 싶었음)

 

이 선생님이 나에게만 친절하지 않아서 참 좋다. 모든 회원들에게 친절하고 진심이어서 보기 좋다. 좋은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좋은 생존 기술이다. 아침 기도 마치고 어제 놓친 카톡 답신 보내려 창을 열었다가 이 선생님과 주고받은 메시지에 마음이 좋아졌다. 의례적인 인사일 수도 있지만, 곱씹으며 크게 은혜 받았다. 누구에겐 좋은 사람, 누구에겐 찌르고 상처 주는 사람이기도 하다. 한 사람에게도 어떤 때는 좋은 사람, 어떤 때는 나쁜 사람이기도 하다. 좋은 엄마였다가 나쁜 엄마이기도. 좋은 아내였다가 악처가 되기도. '그래도 어딘가 누구에게는 좋은 사람이지...' 싶어서 은총의 메시지가 되었다.   

 

강사들끼리도 신실님 넘 좋다고 칭찬한답니다.
항상 여유로우시고 밝게 웃으시고 저도 신실님처럼 우아하게 나이 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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