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기도 피정에 들어간다.
기도 피정 떠나는 마음은 늘 무겁게 가볍다.
설레면서도 벌써 지루하다.
외롭고, 무엇인가 그리워서 조금 슬프다.

오늘은 좀 다르다.
오랜 시간 홀로 가 앉아 기도하던 곳에 벗들을 인솔해서 간다.
덜 외롭고, 덜 무겁고, 덜 슬프다.

며칠 머물 짐을 싸는 일보다
남겨두고 가는 일상을 미리 챙기는 일이 더 분주하다.
이제는 각자 알아서 잘 챙겨 먹는 식구들이지만, 두고 떠나는 내 마음은 또 다르다.
소고기 뭇국을 마음 담아 끓였다.
펄펄 끓는 국은 벌써 드리는 기도이다.
기도하는 엄마, 기도하는 아내의 공석을 기쁘게 감당해주는 가족들에게 남기는 감사의 편지이다.

그리고 이제 떠난다.
침묵과 고독 속에서 애인 만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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