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맞는 돋보기가 없어서 ‘읽기’를 포기하신지 오래다. 

94세 우리 엄마. 

‘저녁 먹었응게 예배 드리야지. 같이 드릴려? 안 혀? 그려’ 

하고 가.정.예배 드리러 들어가셨다. 


설거지 하고 살짝 문 열어보니 돋보기 끼고 찬송가 펴놓고 부르고 계신다. 

어? 엄마, 보여? 

아니이, 잘 안 보이는디 그냥 감이루 보고 불러. 23장 맞지?” 17장 펴놓고 부르신다. 

만 입이 내게 있으면 그 입 다 가지고 내 구주 주신 은총을 늘 찬송하리라.


내가 확인한 바, 엄마의 가정예배는 쉬지 않고 50년 째다. 

어렸을 적엔 그렇게 우리를 닦달하던 시간이다. 

아주 그냥 저녁마다 정말 고달픈 시간! 

식구들 다 떨어져 나갔는데 원망도 그 무엇도 없이 혼자 여전히 지키는 가정예배 시간이다.


동생 식구가 휴가를 가서 아기가 된 엄마 돌보러 친정에 왔다. 

저녁 먹고 앉아 1000번도 더 들었던 몇 개 남지 않은 인생 에피소드 레퍼토리를 꾹 참고 들어드렸다. 

그리고 엄만 예배를 드리러 들어간다. 

저런 엄마 팔아서 쓴 원고를 넘기곤 온 날이다. ㅠㅠ 그

래서인가. 더욱 마음이 저릿하고, 지난 세월이 미안하고..... 같이 있어도 벌써 그리운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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