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 참 좋아하는데

지난 주에 '닭한마리' 하면서 고기랑 같이 먹는 용도로 부추 한 단을 샀는데

먹어도 먹어도 반은 남아서 난감한데

볶음밥에도 넣고, 제육덮밥 토핑으로도 올리고 그러는데

아직도 한 주먹이 남아 있는데

현승이는 반찬에 부추만 보며 으으으으으 하는데


마침 비가 오는데

하루 종일 집에 있는데

수험생 채윤이가 들어와 먹을 것을 찾는데

냉장고에는 부추 밖에 없는데

에라, 그냥 밀가루 반죽에 부추 때려넣고 부추전을 부치는데

애들이 냄새 좋다고 난리 부르스를 추는데


막상 전을 보더니 오징어 없다고 타박을 하는데

일단 한 번 잡솨봐, 꼬셔 봤는데

일단 한 입 처드시더니 맛있다며 막 드시는데

한 장 부치고, 두 장 부치고, 세 장까지 부쳤는데

아, 막 기분이 좋고 그러는데

나는 이렇게 즉흥적으로 폭발하는 창의성 참 좋아하는데


여름 피정 마지막 날 혼자 시간 보내려 간 남편에게 인증샷 찍어 보냈는데

맛있겠다고 유혹을 막 받는데

남편 페북까지 침투해서 부추전 사진 올리는데

오랜만에 개그감각 살아나 성경개그 혼자 던지고 좋아서 킥킥거리는데


난 이런 게 왜 이렇게 재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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