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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사람139

너 자신이 되어 연애 예전 교회의 제자들과 톡으로 통화로 알콩달콩 하는 것을 본 채윤이가 어느 날, "나도 사몬님 있었으면 좋겠다... 엄마 말고 사몬님..." 했다. 언니들이 그렇게 따르며 얘기 나누고 싶어 하는 사모님이 아무 때나 사용할 수 있는 '내 엄마'라는 자부심이라더니. 엄마 아닌 "내 사모님"을 가지고 싶다고 했다. 나를 부르는 많은 호칭 중, 한때 내게 가장 복잡하고 무거운 짐을 지웠던 것이 '사모님'이다. (지금은 상당히 가볍고 괜찮다.) 그 이름이 준 무게로 가장 어려웠을 때조차도 청년들이 "사모님!" 하고 불러주면 참 좋고 따뜻했다. 아니, 그 덕분에 그 무거운 시간을 건너왔는지 모르겠다. (그때 그 아이들은 '사' 빼고 '모님'이라 불렀었지.) 우리 교회 청년들이 올해 10년 만에 처음으로 단독 수련회.. 2025. 9. 7.
목사라서 햄볶...겠 주일 예배 마치고 은준이가 제 엄마에게 케이크 상자를 내밀다 나와 눈이 딱 마주쳤다. 드릉드릉하는 내 장난기 어택을 벌써 읽어 버리고는 "아, 사모님 꺼도 만들었어요. 목사님한테 드렸으니까 이따 같이 드세요."라고 했다. (우리 은준이는 교회에서 나와 가장 깊이, 오래 눈 맞춘 벗이겠구나 싶네. 나도 새신자, 은준이도 새신자였던 그 시절, 아직 걷지도 못했던 아기 은준이가 그 뻘줌하고 추웠던 주일 점심시간에 나와 눈을 맞추고 내 장난을 받아주었었지.) 여름성경학교 활동 작품으로 만든 타르트이다. 토요일 일정 마치고 예배실에 텐트 치고 파자마 파티를 하는 건 얼마나 재밌었을까? 주일 아침 그 부숭부숭한 얼굴들이라니! ♥ 타르트 상자에 쓴 글자, 글씨들은 또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그런데… 사모님 얘기는 하나.. 2025. 7. 27.
daily blessings 간밤의 꿈이 기억나지 않지만, 눈을 뜨며 차오르는 기도가 그 연장인 것을 안다. "당신이 여기, 제 마음 안에 계심을 알아요. 찾아 헤매지 않고 발견하게 해주세요. 오늘 하루 어떤 시간을 보내든 저를 다그치지 않고, 불안해 하지 않고, 딱 오늘 분량의 걱정만 하면 좋겠어요." 기도하며 아침을 맞았다. 아침 기도를 마치고 잠시 시를 읽는 아침, 시를 읽고 성심당 튀김소보로로 식사를 하는 아침은 기도의 응답이었다. 같은 시집이지만, 온기가 다르다. 늦게 내 손에 들어온 한 권은 따뜻하기 그지 없고, 내가 특별한 사람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 자존감이 올라간다. 어젯밤 늦은 시간 "한 개는 사모님 갖다 드리래."라며 남편이 들고 들어온 튀김소보로를 데우면서 맛있는 빵을 나눠 먹을 한 사람, 소소한 기억 속 한 .. 2025. 7. 24.
젊음도 사랑도 소중했구나 병원에 갔다가 돌아왔는데. 정문 근처의 연보라색 수국이 자꾸 윙크를 해서 오전 산책을 하게 되었다. 수국 옆에 엉겅퀴 같이 생긴 애가 있어서 "이름이 모니?" 했더니 "리아트리스"란다. 이러고 놀고 있는데. 저쪽에서 주황색 원피스를 입은 엄마가 아기를 앞으로 안고 살살 걷고 있는 것이다. 너무 예뻐서 슬쩍 사진에 담았다. 목발에 의지해 천천히 걷는 내 속도와 그의 걷는 속도가 비슷하다. 가만 보니 꽃이 보이면 그 앞에서 가만히 서 있는 것이다. 너무나 예쁘고 마음이 뭉클했다. 모두 어린이집에 가 있는 시간. 지금 상가 빠바와 메가커피에는 어린이집 보낸 엄마들로 바글바글이다. 저 엄마는 아직 24시간 독박 육아 중이구나. 그 와중에 아기를 안고 산책을 나왔네. 아기에게 꽃을 보여주며 뭐라 말하고 있을까?.. 2025. 7. 1.
지상에서 가장 안전한... 브런치 아침 기도를 마치고 휴대폰의 비행기 모드를 해제한 순간이었다. 전화벨이 울렸다. 친구 선.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다. 아직 8시가 되지 않은 시간. 우리 엄마... 아니고, 선의 아버지? 시부모님? 아닌데... 다 돌아가셨는데... 그 짧은 순간에 이미 치른 여러 번의 장례식을 다시 치렀다. 이 시간에 전화할 친구가 아닌데, 보통일이 아니다 싶었다. 아닌 게 아니라 보통 일이 아닌 일이 일어났다. 새내기 직장인 딸내미를 태우고 올라와 내려가는 길인데 신갈 IC 근처에서 차가 꽉 막혀 있다는 것이다. 차 돌려! 우리 집에서 멀지 않아! 빨리 차 돌려! 브런치 먹으러 가자! 보정동 카페 거리에 브런치 맛집들이 많은데... 이른 시간이라 스타벅스 밖에 없다. 아, 우리 동네 스벅 두뜨에서 선과 만나 브런치에 모.. 2024. 10. 29.
기대 없는 기대, 다시 희망 어제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있었습니다. 3년 전 작가님의 신작 낭독회를 듣고 그날, 두근거리는 감동에 적었던 일기를 찾아보았습니다. 수천 개의 바늘이 온 몸을 찌르는 것 같은 아픔은 본래 그곳에 사랑이 있었기 때문에 오는 것이라고. 그래서 지금, 함께 있는 이들과 나는 그 사랑을 향해 기꺼이 걷겠노라 적혀 있었습니다. 그때의 마음이 오늘 소장님께 드리고픈 감사의 마음과 닮아 있어 적어봅니다. 여름과 가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4. 10. 11. 참나무 교사회 미로 드림 2024. 10. 13.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왜 이리 마음에 힘이 들어가질 않고 자꾸 푹푹 꺼지는가 했다. 밥도 뭣도 하기 싫고, 장도 보지 않고, 꾸역꾸역 최소한의 일만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고보니 해마다 엄마가 우리집에 와 지내시던 7말8초 동생 휴가 기간이다. 늘 마음 어느 구석에서 맴도는 그리움과 슬픔이 새롭게 불러 일으켜지는 이유였구나 싶다. 그것만도 아닌데... 가만히 귀기울이니 어떤 노래 또한 마음에서 오토리버스로 재생되고 있다. 눈 앞에 떠오는 친구의 모습.... 무궁화 꽃을 피우는 아이... 가자 천리길 굽이굽이 쳐가자... 내가 아주 어릴 때였나 우리집에 살던 백구... 김민기 님을 그냥 떠나보낼 수 없는 슬픔이던 것 같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기사에서 강론 하나를 접했다. 아름다운 강론이라 깊이 위로가 된다. 읽다 .. 2024. 7. 31.
R.I.P 중3 때, 인생 선생님 두 분을 만났는데 영어 선생님과 국어 선생님이었다. 영어 선생님은 "작은 연못"을, 국어 선생님은 "아침 이슬"을 가르쳐주셨다. 두 선생님 덕에 김민기와 김남주 시인을 먼저 알고, 먼저 의식화되어 대학에 들어갔다. 의식화는 되었지만, 패배의식으로 무기력한 대학 시절을 보냈다. 운동하는 친구들, 선배들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집에서 혼자 기타 치며 김민기의 노래만 불렀던 기억이 난다. 멜로디와 가사가 내 마음에 새겨졌다. 아무것도 안 하고 노래만 불렀지만, 마음에 새겨진 노래들이 나의 무엇을 형성했다. 슬픈 날이다. 슬퍼만 하지 말고 고마워해야지... 그의 노래를 들으며 추모한다. 많은 노래 중 이 유난히 마음을 울린다.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아름다운 사람(김민기) 어두운 비 내려오면 .. 2024. 7. 22.
기억한다는 것, 마음에 담는다는 것 남편이 사랑꾼이었던 적이 있었다. 그러니까 사귀기 직전, 썸이 한창이던 여름이었다. JP 포함 교회 청년 몇 명이 지리산 종주를 했다. 그 멤버에는 내 베프 둘이 끼어 있었고, 나는 시간도 안 되었지만 하루 등산도 아니고 지리산 종주라니,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이었다. 가장 친한 내 친구들과 썸남이 가는 산행에 끼지 못하는 마음이 어땠을꼬? 아쉬움을 뿜뿜 했을 것이다. 그때 (인생에서 아주 잠깐 사랑꾼이었던) JP가 했던 말이다. 누나도 같이 지리산 가시는 거잖아요. 제 마음에 담아서 가니까 같이 가시는 거예요. (이 달달한 세레나데를 평생 들을 줄 알고 결혼했긔) 그런데 나는 그 말을 안다. 어떤 사람을 마음에 담는 것, 사람이 마음에 담기는 것을 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흔한 일이다. 눈에 보이지.. 2024. 7. 5.
당신을 향한 축복 오늘 아침 연구소 카페에서 드리는 '읽는 기도'를 옮겨 놓는다. 당신을 위해 이렇게 축복하고 싶다.  라르쉬 데이브레이크 공동체에 담임 목회자로 부임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을 때였다. 누군가에게 '당신은 하나님 사랑하시는 자녀'라고 축복할 기회가 있었다. 강렬한 경험이었다. 기도회를 시작하기 직전에 공동체 식구인 재닛이 내게 말했다. "헨리, 제게 축복해 주실래요?" 나는 엄지손가락으로 그녀의 이마에 성호를 그으며 그녀의 부탁에 약간은 반사적으로 반응했다. "아니요, 그건 효과 없어요. 진짜 축복을 받고 싶어요!" 재닛이 말했다. 내 반응이 적절치 못했다는 것을 불현듯 깨닫고 재닛에게 말했다. "아, 미안합니다. 모두 함께 모이는 기도 시간에 진짜  축복을 해 들릴게요." 재닛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2024. 6.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