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7/16

오늘 할아버지 할머니 모시고 강화도로 하루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여유있게 해안도로 드라이브 하며 도착한 전등사.

전등사에 오르는 길에 아름드리 나무들이 내뿜는 향과 젖은 땅의 냄새가 정말 상쾌했습니다.
채윤이와 현승이 아빠 손을 양쪽에서 잡고서는
사찰의 여기 저기 구경하고,
곱게 핀 수국도 보고,
전등사 사찰에 얽힌 전설도 듣고 세 사람의 풍경과 만들어 내는 그림이 참 이뻤습니다.

그런데...
대웅전 앞에서 부처님 상을 들여다 보면서 채윤이 하는 말,
"아빠 우리 신발 벗고 들어가서 같이 절하자"
당황한 아빠.
"음...(머뭇 머뭇) 채윤아! 아빠는 기독교거든...."
라는 허접한 대답을 던지고는 황당~해서 서 있고.

김채윤! 뭣이냐?
너, 에큐메니컬리즘이냐?

'푸름이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초오래~  (0) 2007.07.14
정신차려!  (0) 2007.07.14
햇님이 뜨는 날  (0) 2007.07.14
채윤이를 웃기는 방법  (0) 2007.07.14
내 생각엔 여보(엄마 글)  (0) 2007.07.14


작사 작곡 김채윤.
복음송인지 동욘지?
'하나님의 소원을 가득 받아서'는 대체 무신 뜻일까?
2005/07/09

'푸름이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신차려!  (0) 2007.07.14
종교 다원주의  (0) 2007.07.14
채윤이를 웃기는 방법  (0) 2007.07.14
내 생각엔 여보(엄마 글)  (0) 2007.07.14
채윤과 갈등이 시작되다(아빠 글)  (0) 2007.07.14
2005/06/29

아무 말이나 하다가...
갑자기

방구,
똥,
두 개를 합해서 똥빵구,
똥꼬,
응가

이런 말을 하면 웃겻서 뒤집어 진다.

'채윤아! 맛있어? 무슨 맛이야?'하면
'방구 맛!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아이고~ 웃겨라.....방구 맛...으흐흐흐흐'

프로이드의 발달단계 중 '항문기'가 몇 살 때였더라?
지금이 항문긴가?

'푸름이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종교 다원주의  (0) 2007.07.14
햇님이 뜨는 날  (0) 2007.07.14
내 생각엔 여보(엄마 글)  (0) 2007.07.14
채윤과 갈등이 시작되다(아빠 글)  (0) 2007.07.14
너무 빠른 기도응답  (0) 2007.07.14


2005/06/07

사실 엄마인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해.

1. 너무 자주 본말이 전도되는 것 같아
채윤이게 인라인을 사 주고 가르치는 이유는 즐거우라는 것인데 불과 서 너 번 타면서 그 본질을 어디가고 잘 타게 하는 것이 중요한 목표가 된 것은 아닌지?
사실 내가 너무 자주 하는 실수거든. 아침마다 채윤이랑 옷 고르는 문제에서도 그렇고....
더디 배워도 채윤이가 즐거움과 흥미를 잃지 않게 하도록 합시다.

2. 당신이 진정 걱정되는 것이 '자기 훈련'의 문제라면...
나도 좀 걱정이 되기는 해. 채윤이가 너무 인내심이 없는 것은 아닌지? 조금만 지루하고 조금만 힘들어도 포기하려는 성향(이건 날 닮은 것 같아.ㅜㅜ)
최근에 읽는 책에서 얻은 통찰인데, 사실 우리도 '자기 절제' 여전히 잘 못하잖아. 이건 우리가 평생을 두고 이뤄나가는 숙제인 것 같아. 채윤이가 온전한 그리스도인으로 자라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덕목 중 하나인데... 기도하면서 가르칩시다. 사실 가르친다기 보다는 우리가 먼저 더 열심히 '자기 절제'의 모습을 보여 줍시다.

3. 자신의 약점을 인식하기 전에 즐거움을 가르치고 싶어.
채윤이가 그림이 얼마나 안 되는 애였는지 당신 알지? 예진이 그림 그린 것 보고 우리가 놀란 적 있었잖아. 헌데 채윤이가 그림 그릴 때마다 열심히 칭찬하고 이런 저런 미술 도구 접하게 해주고 때론 같이 그림 그리면서 놀아주니 요즘 많이 나아졌잖아.
일단 자신이 그림을 잘 못 그린다는 생각을 안 하잖아. 그러니 자유롭게 그리고, 그러니 즐겁고...
나 학교 다닐 때 체육시간이 스트레스 너무 많이 받았어. 일단 '나는 못한다'는 인식을 하기 시작하면 진짜 뭐든 안 되거든. 채윤이 앞에서 운동 신경 없다는 얘기 너무 자주 하지 말고, 운동 신경 없어도 즐겁게 운동할 수 있다는 것 먼저 가르칩시다.
나 요즘 베드민턴 치는 거 봐. 예전에 학교 다닐 때 처럼 열등감에 싸여 있다면 그 조차 안됐을거야. 내가 30이 넘어서 운동하길 좋아한다는 걸 알았다니까. 운동을 못하면 좋아할 수도 없는 줄 알았어. 당신이 운동 잘 하니까 당신의 미션이야. 채윤이가 자신의 운동신경에 상관 없이 운동을 즐길줄 알게 도와줘.

-----------------------------------------------
글 괜히 썼지? 내가 이렇게 쎄게 나올 줄 몰랐지? ^^

'푸름이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햇님이 뜨는 날  (0) 2007.07.14
채윤이를 웃기는 방법  (0) 2007.07.14
채윤과 갈등이 시작되다(아빠 글)  (0) 2007.07.14
너무 빠른 기도응답  (0) 2007.07.14
사람의 사랑은 항상 목마른 거야  (0) 2007.07.14

2005/06/03

채윤이는 6살인데 그네를 혼자 못탄다.
그래서 채윤이 그네 탈 때마다 밀어줘야 한다. (어쩔 땐 행복하기도 하지만, 어쩔 땐 귀찮아 죽겠다)
그러다보니 다른 애들이랑 막 비교를 했다.
"누구누구는 다 그네 혼자 타는데 넌 아직도 혼자 못타냐?"
운동신경을 죄다 엄말 닮았나 보다. ㅜ..ㅜ

채윤이에게 인라인스케이트를 사줬다.
애들이니까 금새 배우려니 했다.
4번째 채윤이를 데리고 연습하러 나갔는데...그네 타는 거랑 똑같다.
혼자 열심히 배우려고는 하지 않고 내내 아빠 손만 잡고 있을려고나 한다.
힘들고 귀찮고 짜증이 머리 끝까지 올라왔다.
신발 갈아신고 집에 가겠다는 걸 그냥 끌고, 업고 해서 집으로 들어오니...
채윤이는 울고불고 신발 안갈아신겼다고 하고,
난 화가 나서 그랬다고 하고,
정말정말 화가 났다.

엄마의 중재로 채윤이와 단둘이 조곤조곤 대화를 나눴다.
채윤이는 진.실.로. 울먹이며
"아빠~ 왜 내가 신발 갈아신을려고 했는데 왜~ 안해줬어요? 네? 흑흑.."
"채윤이 니가 열.심.히 배우려고 하지 않고 자꾸 아빠한테만 매달리고 짜증내고 해서 화가 나서 그랬어"
"아빠 다음엔 정말 열심히 할게요. 아빠가 하라는대로 열심히 배울게요 흑흑~"
"아빠도 다음엔 아빠 맘대로 채윤일 그냥 업고 가지 않을게"

생각만큼 기대만큼 채윤이가 하지 않을 때, 그 때 어떻게 해야 할까?
나만 마음에 금이 간 건 아닐까?

아침에 출근하는 내게 채윤이 와서 조용히 속삭이며..
"아빠 오늘은 힘들어서 인라인 못탈것 같아요"
"아냐, 아빠가 잘 도와줄테니까 이 따 밤에 꼭 타자. 응?"

담백한 채윤인줄 알았는데, 채윤이도 맘이 많이 상했나보다..
어쩌나... '여보! 당신이 좀 도와줘야 겠어..'

'푸름이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채윤이를 웃기는 방법  (0) 2007.07.14
내 생각엔 여보(엄마 글)  (0) 2007.07.14
너무 빠른 기도응답  (0) 2007.07.14
사람의 사랑은 항상 목마른 거야  (0) 2007.07.14
하나님 사랑의 메신저  (0) 2007.07.14
2005/06/03

어제밤 아빠랑 인라인 연습하고 들어와서는 신발 문제로 한바탕 울고 난 채윤이.
씻고 재우려고 누웠는데 머리가 뜨끈뜨근 합니다.
열을 재보기 38.5도.

해열제를 먹일까 하다가 '오르면 먹이지' 하고 채윤이를 꼬옥 안고 기도해주고 재웠습니다.
'하나님! 우리 채윤이 열이 빨리 떨어지고 아프지 않아서 내일 유치원도 가고, 달크로즈도 할 수 있게 해 주세요...'

아침에 일어나 머리를 만져보니 열이 하나도 없습니다.
채윤이에게 '채윤아! 하나님이 엄마 기도를 아주 빨리 들어 주셨어. 어젯 밤에 엄마가 기도했잖아. 우리 채윤이 열이 하나도 안 나네~'
했더니...
'맞아! 엄마! 하나님이 기도를 들어주셨어....나는 하나님 목소리를 듣지는 못했지만...'

하나님은 우리 목소리를 들으시는데 우리는 하나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는 얘기?^^

믿음은 그런거야. 채윤아!
'주 모습 내 눈에 안 보이고, 그 음성 내 귀에 안 들려도
내 영혼 날마다 주를 만나 신령한 말씀 늘 배우도다'
*^^*
2005/06/01

어제 저녁 할아버지께서 친목계 가셔서 한 잔 하시고는,
식구들을 죄다 버스정류장으로 호출하셔서 횟집으로 끌고 가셨다.
이미 약주를 상당히 하신 상태였는데 거기다 또 하셨으니 말씀이 많아지시는 것은 당연.
말씀이 많아지시면 실수가 생기시는 것이 당연.

주로 하시는 실수는 그것이다.
대놓고 현승이 이뻐하시기. 거기까지만 하셔도 좋은데 꼭 채윤이가 이제는 안 이쁘다는 말씀을 잊지 않으신다. 그저 채윤이 귀, 현승이 귀를 막고 싶지만....
그래도 우리 채윤이 삐지지 않고 열심히 간장 찍어서 회를 먹어댈 뿐이다.

아침에 유치원 데려다 주면서 물었다.
'채윤아! 할아버지가 현승이 많이 이뻐하시는 것 같지?'
'응'
'채윤이는?'
'나도 이뻐하시지~'
'누굴 더 이뻐하시는 것 같애?'
'현승이'
'그래서 채윤이 마음이 어때?'
'속상해'
'속상해? 많이 속상해?'
'아니~ 조금 속상해'

못 알아듣는 아이도 아니고 직면하고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의도적으로 물어본 것이다. 그래도 채윤이가 솔직하게 말하고, 엄마가 걱정하는 것 만큼 상처 받는 것 같지는 않아서 다행이었다.

채윤이에게 말했다.
'채윤아! 사람들은 누구든지 다 그래. 어떤 사람들은 채윤이를 많이 좋아하고 더 사랑할수도 있지만 어떤 사람들은 채윤이를 많이 안 사랑할 수도 있어. 그렇지만 괜찮은거야. 알지? 모든 사람이 다 채윤이를 좋아하고 사랑할 수는 없어. 그래도 괜찮은 거야. 채윤이가 좋아하는 친구가 다른 친구를 더 좋아할 수도 있어. 그래도 괜찮은거야. 엄마는 채윤이 정말 많이 사랑해.'
'엄마는 채윤이가 잘못하고 말 안 들을 때도 사랑하지?'
'그럼, 언제든지 사랑해'

하고는 하나님 사랑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다. 사람들이 주는 인정과 사랑은 기대할수록 목마른 것이라고...하나님만이 목마르지 않은, 풍성한 사랑을 주실 수 있다고..이 말은 아꼈다. 나중에 더 절실할 때 해주려고.

진심으로 채윤이가 사람들의 인정과 사랑이 없으면 흔들리고 외로워하는 연약한 사람이 되지 않았음 좋겠다. 하나님의 사랑의 깊음과 넓음을 조금씩 조금씩 깨달아가고 확신해 가고, 그 안에서 흔들리지 않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었음 좋겠다.

할아버지가 편애를 하셔도 이젠 많이 속상하지 않다. 어차피 언제든, 어디서든 겪을 수 있는 상황이니까..채윤이가 잘 받아들이고 그것에 연연하지 않는 훈련의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푸름이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채윤과 갈등이 시작되다(아빠 글)  (0) 2007.07.14
너무 빠른 기도응답  (0) 2007.07.14
하나님 사랑의 메신저  (0) 2007.07.14
심봉사 글 눈 뜨다  (0) 2007.07.14
아픈 것 같은 아이  (0) 2007.07.14
2005/05/24

말도 잘 듣고,
이쁜 짓만 하는 채윤이.

조용히 혼자 그림 그리며 놀기도 하고,
아침에 옷 입을 때 제법 타협도 잘 하고,
유치원도 즐겁게 가고,
먹는 것도 덜 먹고...ㅎㅎ
아침에 일어나면 시키지 않아도 쪼르르르 할아버지 앞에 달려가 손을 배꼽에 모으고
'안녕히 주무셨어요?'

엄마 아빠의 간절한 기도 응답주시는 주님!
한평생 채윤이를 위해서 기도하겠습니다.

'푸름이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너무 빠른 기도응답  (0) 2007.07.14
사람의 사랑은 항상 목마른 거야  (0) 2007.07.14
심봉사 글 눈 뜨다  (0) 2007.07.14
아픈 것 같은 아이  (0) 2007.07.14
엄마의 참회록  (0) 2007.07.14
2005/05/19

아까 저녁에.
컴터를 부팅만 해 놨는데 김채윤이 자주 하는 야휴 꾸러기의 옷입히기가 열려 있었습니다.
지 아빠가 해주는 것도 못봤는데 이상타 하면서 채윤일 불러 물었습니다.

'채윤아! 이거 니가 열었어?'
했더니 지가 혼자 한 거랍니다. 도저희 믿어지지가 않아 갸우뚱거리고 있는 사이 김채윤 하는 말.
'엄마! 나 이제 글씨를 다 알게 된 것 같애. 여기 글씨 보고 내가 했어' 합니다.
위에 메뉴바에 아닌거 아니라 '야후'가 있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채윤이의 말을 믿었습니다.
'어쩐지 니가 늦된다 했다. 말하고 노래하는 수준으로 보면 벌써 글을 읽었어야 하는데...역시 우리 딸 천재성이 있어. 어느 날 갑자기 니가 확 깨칠줄 알았다.' 심장이 두근거렸습니다. 흥분이 됐습니다.

'그래~ 채윤아. 여기 뭐라고 써있는데?' 하면서 '야후'를 가리켰습니다.

김채윤양 의기양양하게...
'옷입!'
'옷입?'
'응....헤헤헤헤...옷입히기!'

그저 김채윤이 아는 건.

'옷입히기'는 네 글자.
'야후'는 두 글자.
라는 것 뿐이었습니다.

저 여우한테 또 속았네...

'푸름이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람의 사랑은 항상 목마른 거야  (0) 2007.07.14
하나님 사랑의 메신저  (0) 2007.07.14
아픈 것 같은 아이  (0) 2007.07.14
엄마의 참회록  (0) 2007.07.14
사범님과 사모님  (0) 2007.07.14
2005/05/18

어제 퇴근해서 보니 김채윤 자고 있었다.
저녁 먹는데 일어나더니 김채윤 답지 않게 밥을 안 먹겠단다.
그러더니 '엄마! 나 몸이 아픈 것 같애' 하길래,
따뜻한 물에 꿀을 넣어서 타줬더니 동화 속에 나오는 아기곰처럼 꿀차를 마셨다.
그리고 나서 괜찮은 듯 까불고 놀다가 잘 시간이 되었다.

김현승 벌써 잠 들었고, 아빠 베개가 머리에 닿자마자 잠들어버렸고, 한 두 마디 얘기를 나누다 엄마까지 잠이 들어 버렸다. 얼마나 잤나? 훌쩍거리는 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잠을 깨보니 김채윤이 등을 돌리고 누워서 훌쩍거리고 있다.
'왜 그래? 채윤아~' 하니
'엄마 아빠는 나를 재워주지도 않고. 엄마 아빠가 나를 안 재워 주니까 내가 너무 슬프잖아'
'그래? 엄마가 잠이 들어버렸네. 뭐했어 채윤이?'
'혼자 책 봤어. 그런데 내가 아프잖아. 아프면 엄마 아빠가 돌봐줘야지. 아픈애를 재워주지도 않냐? 훌쩍 훌쩍....'

진짜 많이 아픈 것 같지는 않았는데 암튼 몸은 안 좋았는 듯.
아픈 애를 재워주지도 않은 건 좀 미안한 일인 것 같았다.
미안한 마음에 품에 안고 기도해 주고 등 긁어 주고 잘 뫼셨다

'푸름이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나님 사랑의 메신저  (0) 2007.07.14
심봉사 글 눈 뜨다  (0) 2007.07.14
엄마의 참회록  (0) 2007.07.14
사범님과 사모님  (0) 2007.07.14
일편단심 민들레  (0) 2007.07.14
2005/04/19

1. 유치원 면담 갔다 오다.
작년에 선생님 면담에서 그저 잘한다 잘한다 얘기만 들어서 이번에는 좀 맘 먹고 갔었다. 채윤이가 유치원에서 잘 못하는 점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들어야겠다고.
예상했던 얘기들이었다. 이해력이나 언어표현이 좀 빠른 아이가 가진 단점들이 유치원 생활에서 드러나고 있었다. 그러려니 하고 면담을 마쳤다. 약간 속이 상하기는 했다. 채윤이가 말만 잘했지 아직 만 네 살 밖에 안 먹은 아이인데...선생님은 말이 빠르다고 정서적으로도 어른이 되기를 바라시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2. 너무 결점만 듣고 왔나?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이 눌리기 시작했다. 면담 내용들이 그대로 살아서 귀에 쟁쟁하면서...선생님이 말한 내용 중 가장 마음에 걸리는 것은. 김채윤이 좀 못난(유치원에서 말을 안 듣거나 말썽꾸러기로 알려진) 아이들을 무시한다는 것이다. 그 애들이 아무리 인사를 해도 받아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속에서 끓기 시작한다. 지 에미 애비가 무엇에 목숨 걸고 사는 사람들인데...죽으나 사나 약한쪽 편들기로 결심하고 사는 사람들인데...지가 뭐라고 사람을 무시해! 김채윤이 얄밉기 시작한다. 집에서도 이제는 잘못하는 것만 보이고, 김채윤이 조금만 잘못하고 고집을 부려도 화가 불같이 나면서 감정절제가 안된다.
너무 결점만 듣고 왔나 싶다.

3. 이성을 잃어가는 엄마
점점 채윤이와 정상적인 의사소통이 안된다. 채윤이가 조금만 내 말을 안 들어도 그저 문제아 같아 보인다. 이제껏 채윤이를 대하면서 흥분한 상태에서 혼내고 때려본 적이 거의 없는데...며칠 동안 채윤이에게는 무조건 흥분 상태다. 한편 채윤이가 가엾기도 하다.
채윤이에게 물었다. '채윤아! 전선하는 인사를 잘 한다며?' '그런데 전선하가 아침에 채윤이한테 여러 번 인사하는데 안 받어준 적 있어?' '응! 전선하랑 김윤주랑 이언빈이랑...인사하는데 다 안 받아줬어' '왜애?' '속상해서' '뭐가 속상했는데?' '엄마한테 엉덩이 맞아서...'

그러고보니!!!
채윤이가 여섯 살 햇살반이 되고나서 기분 좋게 유치원에 보낸 날이 없다. 여섯 살 되면 혼자 유치원 가기로 했었는데 죽어도 엄마랑 가겠다고 버팅기는 바람에 구박하고 협박하고 결국 데리고 나가서 말 한마디 친절하게 안 하고 유치원에 들여보낸 날이 대부분이었던 것이다.
맞다! 그거다!! 내가 미쳤나봐. 그게 뭐 그리 중요하다고...채윤이 유치원 내 손으로 보내주고 싶어서 풀타임도 그만 뒀으면서...내가 미쳤나봐!!
게다가 저녁에는 강의 준비하네 치료 준비하네 하면서 채윤이랑 눈 마주치고 앉아서 놀아준 적도 언제였던가 싶다.

4. 멘토, 김인아를 만나다.
이럴 때는 김인아를 만나서 고해성사를 해야한다. 양육에 대해, 엄마의 삶에 대해, 그리스도인의 삶에 대해 늘 같은 생각을 가진 김인아를 짬을 내서 만났다. 그리고 고해성사하듯 지난 며칠을 고백했다.
'그랬겠네. 아침에 매일 그러고 가는데 유치원 가서 어떻게 잘 지내...' '언니! 그래서 부모도 자식과 함께 성장해가야 한다고 하나봐. 하다못해 남편과도 깊은 대화 없이 한 달이 지나면 어떻게든 문제가 생기는 것처럼...자녀와도 마찬가지 같애. 가만놔두면 현상유지가 되는 게 아니라 떨어지고 말아! 그런 것 같애'
맞아! 어느 새 좋은 엄마 되겠다는 기도도 잊고 노력도 잊었어.

5. 남편과의 결론
채윤이를 잘 키운다고 머리를 맞대고 노력해왔지만 우리 맘대로 되지 않는다. 남편이 말했다. '그래서 결국 기도로 키워야 하나봐. 우리 힘으로 안 되는 것들 어떻게 하겠어? 아이들 위해서 기도해야지'

6. 목장모임에서 회개기도
채윤이가 함께 있으면서 자신의 얘기를 하니까 엄청 예민하게 신경 쓰기는 했지만 나눔시간에 내 잘못(죄)를 고백했고 기도 시간에 회개했다. 부모로서 채윤이와 영혼의 대화를 하지 않은 '직무유기'에 대해서....

7. 주일예배에서 은혜를 주시다
주일 예배 시작마다 합심기도를 하는데 늘 세 번째 기도제목은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기도제목을 가지고 기도하십시오' 이것이다. 채윤이를 놓고 기도하는데 뜨거운 눈물이 비오듯 흘렀다. 채윤이가 요사이 보이는 단점보다 비교도 할 수 없는 악한 것들을 가진 나를 사랑하시는 하나님. 날 사랑하신 그 사랑으로 채윤이를 사랑하겠다고 했었는데 그 작은 일로 채윤이를 마음으로부터 밀어내려 한 내 자신을 생각하면서...
예배 시간 내내 채윤이를 품고 예배를 드렸다. 그리고 부른 찬송이 411장. '내가 연약할수록 더욱 귀히 여기사 높은 보좌 위에서 낮은 나를 보시네' 그렇다. 채윤이가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울 때가 아니라 흠이 보이고 연약함이 보일 때 더 사랑받아야할 때다. 하나님께서 나를 그렇게 사랑하셨다. 어쩌면 이제 진짜로 부모로서 자라가야할 시간이 온 것인지 모르겠다. 이러다가 10대가 되고 사춘기가 되면 더 어려운 순간이 많을 것이다. 내가 부모로서의 성장을 위해서 더 몸부림 쳐야할 시간이 온 것이다.

8. 다시 시작
아침에 즐겁게 유치원에 데려다주는 것부터 다시 시작했다. 함께 손을 잡고 가면서 막 터지려는 꽃봉오리도 오래 들여다 보고, 민들레도 들여다 보고, 쑥을 뜯어 비벼서 향내도 맡아보고...
이러면 내가 먼저 행복해지는 것을 말이다. 바보. 정신실.

'푸름이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심봉사 글 눈 뜨다  (0) 2007.07.14
아픈 것 같은 아이  (0) 2007.07.14
사범님과 사모님  (0) 2007.07.14
일편단심 민들레  (0) 2007.07.14
1년이 지난 후에  (0) 2007.07.14

2005/04/08

오늘은 채윤이가 유치원에서 태권도 하는 날.
유치원 전체 아이들이 근처 태권도장으로 가서 수업을 하나보다.

유치원 갔다 온 채윤이가 뜬금 없이.
'엄마! 그런데에~ 사범님이야 사모님이야? 태권도에서 가르쳐주는 선생님말야'
'사범님!'
'아~ 그렇구나....그럼, 김낙춘목사님에~ 그...그 여보 있잖아. 김낙춘목사님 여보 말야.
그 여보는 사범님이야 사모님이야?'
'그 여보는 사모님이다. 왜?'
'아~ 그렇구나...사모님..'

'푸름이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픈 것 같은 아이  (0) 2007.07.14
엄마의 참회록  (0) 2007.07.14
일편단심 민들레  (0) 2007.07.14
1년이 지난 후에  (0) 2007.07.14
1년 전에 이랬던 채윤이가  (0) 2007.07.14
채윤이 유치원 엄마들이 채윤이에게..
'채윤아! 너 희성이랑 다른 반 됐어도 아직도 희성이 좋아? 희성이랑 결혼 할거야?'

김채윤 비장하게 하는 말.
'저는요...유치부에 결혼할 사람이 따로 있거든요...

2005/04/01

'푸름이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엄마의 참회록  (0) 2007.07.14
사범님과 사모님  (0) 2007.07.14
1년이 지난 후에  (0) 2007.07.14
1년 전에 이랬던 채윤이가  (0) 2007.07.14
채윤이가 삐지면 정말 정말 삐지면  (0) 2007.07.14
예수님의 고난이나 부활에 대해서 좀 더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있어야 하지 않냐는 말이다.

오늘 채윤이가 유치원에서 홍릉으로 야외학습을 갔다왔다.
어제 채윤이에게 '채윤아! 내일 견학 가지? 어디루 간대?'
'응. 이름은 잘 생각이 안 나구...예수님이 이렇게 하구(차렷 자세를 하며) 누워 계시는 데 거기루 간대'
'뭐? 누가 그래?'
'응~ 햇살반 선생님이'
'예수님이 누워있는 곳이래?'
'그건 교회에서 그랬어! 아~ 어딘지 알았다. 무좀!'
^^;;; '혹시 무덤아냐?'

얘가 왜 이리 정신이 왔다 갔다 하는 것처럼 보여지냐 하면? 추정해 보건데...
지난 주일은 부활주일. 유치부에서 예수님이 돌아가신 얘기. 무덤에 계신 얘기. 거기서 살아나신 얘기를 들었을 것이다.
공교롭게도 유치원에서 견학 가는 곳은 '홍릉'으로 왕의 무덤. 유치원 선생님이 '무덤' 얘기를 하시자 곧장 교회에서 들은 내용과 짬뽕 시키면서 '아! 예수님의 무덤을 배웠더니 그 무덤을 보러 가는구나'하고 결론을 내린 것 같다. 그러면서 결정적으로 무덤은 또 무좀으로 외워버렸다.

암튼, 그렇게 견학을 갔다 온 오늘. 퇴근하면서 통화를 했다.
'엄마! 주먹밥이 너무너무 맛있었어. 과일도...엄마! 감사합니다...그런데에....어쩌구 저쩌구....'
한참을 떠들어 대다가,
'채윤아! 엄마 곧 들어가니까 이제 그만 끊어. 집에 가서 얘기하자'했더니만
'아니~ 엄마 내가 한 가지만 더 말할 게 있는데 혹시 들어줄 수 있어?'
'얘기해봐'
'그런데에~ 안타까운 일이 있어. 오늘 거기 무덤에 갔는데 하나님이 누워 계셨던 그 돌 문으로 막힌 그 무덤 있잖아. 그거는 못 봤어'
'채윤아! 우리 나라에는 그런 무덤 없어. 그리고 오늘 간 데는 예수님 무덤이 없어....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엄마 설명이 길어질 것 같으니까..
'아~ 그렇구나! 엄마 끊어~'


2005/03/30

'푸름이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범님과 사모님  (0) 2007.07.14
일편단심 민들레  (0) 2007.07.14
1년 전에 이랬던 채윤이가  (0) 2007.07.14
채윤이가 삐지면 정말 정말 삐지면  (0) 2007.07.14
그건 영빈네 차가 아니야  (0) 2007.07.14


2005/03/30

엄마! 예수님이 그물에 잡힌 거 그려줘.
허걱. 엄마는 그런 거 본 적 없는데....채윤이가 그리면 안 돼?
응. 예수님이 그물에 잡혀서 이런데(십자가를 그리며) 올라갔대~애.
엄마 예수님이 되게 아펐겠지?.
응.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왜 아프셨는데?
어........ 십자가에서 뚝 떨어졌대. 예수님이 아펐겠지?
쩝....응..
근데~ 예수님이 이젠 다 나아서 벌떡 이러나셨대~애.
('고난은 몰라도 이 녀석이 부활을 아는구나' 안심하면서) 오! 그래? 어떻게 다 나으셨지?
음....왜 낫냐면.... 약을 디게 많이 먹었대~애.
허걱!
그래서 하늘로 올라가셨대~애.
(다시 감동한 엄마)그래? 하늘로 어떻게 올라가셨는데?
음.... 우주선 타고!

그러니까 채윤이의 신앙고백을 정리하자면....
예수님은 그물에 잡히셔서 십자가에서 뚝 떨어져서 돌아가셨다가 약을 디게
많이 드시고 부활하셔서
우주선을 타고 승천하였다?
주여!!!!!

'푸름이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편단심 민들레  (0) 2007.07.14
1년이 지난 후에  (0) 2007.07.14
채윤이가 삐지면 정말 정말 삐지면  (0) 2007.07.14
그건 영빈네 차가 아니야  (0) 2007.07.14
베니그런스  (0) 2007.07.14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