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고(또?ㅋㅋㅋ), 그 첫날이었던 지난 주 월요일.
장소는 충정로 근처. 충정로, 하면 뭐다? 가배나루다!
네 식구가 함께 외출했다가 우르르 충정로 가배나루로 몰려갔습니다.
남편과 아이들은 테이크아웃 해서 집으로 가고 혼자 남아 시간을 보냈습니다.
새로운 시작에 대한 설렘과 막연한 염려,
그리고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슬픔 같은 기쁨, 기쁨 같은 슬픔이 밀려왔습니다.
저녁이라 카페는 조금 한가했습니다.
커피 한 잔을 정말 맛있게 마셨고 리필을 부탁하기에는 시간이 애매했습니다.
그럭저럭 시간이 다 되어 일어서려고 읽던 책을 챙겨 넣고 화장실에 다녀왔습니다.
그 순간 사장님이 에스프레소잔에 진저라떼를 건네주십니다.
아무 생각없이 한 모금 머금었는데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정신이 번쩍 들도록 치유적인 맛이었습니다.
두어 시간 카페 앉아서 책을 읽는둥 마는둥 기쁨 같은 슬픔에 헤매던 마음을 어루만지는 듯한 자극적이고도 부드러운 신비로운 맛이었습니다.
그것을 얻어 마신 나도 행복하지만 타인에게 그런 행복감을 선사할 수 있는 사장님이
진짜 행복한 분입니다.
그리고 이틀 후에는 부천에서 계시는 노(老) 상담 선생님께 놀러가게 되었습니다.
커피를 특별히 좋아하시진 않지만 드립도구를 싸가지고 갔습니다.
전에 한 번 가져가서 내려드렸는데 뭐 귀찮게 이런 걸 가지고 왔냐고 하셨었습니다.
커피를 내려드렸더니 '아, 다르구나. 정말 다르구나!' 감탄을 하시며 드셨지요.
다시 감동 드릴 기회를 놓칠 수 없습죠.
햇살이 가득한 거실에 커피향 흘려놓고 돌아왔습니다.
만남이 아쉬웠는지 커피향과 함께 휴대폰까지 흘리고 와서 다음 날 다시 가야 했지요.
밤새 꿈을 꾸었고,
휴대폰 찾으러 가서 짧은 수다 끝에 꿈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예기치 않은 기쁨이었습니다.
참, 커피는 참! 사람들을 참!
'Cafe Nouwen'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물장수 인심 (8) | 2015.01.07 |
---|---|
커피 볶기 딱 좋은 날 (2) | 2014.12.21 |
월요일 아침, 커피 한 잔에 담긴 것들 (6) | 2013.10.21 |
취향 그 이상 (2) | 2013.08.31 |
마녀 배달부 키키가 가을을 가져왔다 (6) | 2013.08.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