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마감을 코 앞에 두고 연일 폭블(폭풍 블로그질 : 해송님을 위한 친절한 설명첨부☞☜ )이다.
이 주일 정도를 같은 사진을 띄워놓고 댓글에 댓글도 안달아지는 날이 있는가 하면,
꼭 원고 쓸 게 있거나, 강의 준비할 게 있으면 그러~케 포스팅 꺼리가 막 떠올라.


일하고 들어와 출출한 오후 네 시.
김치전에 인도네시아 토라자 커피 한 잔.


김치전에 부드러운 찌개두부 으깨넣고 계란 듬뿍 넣으면 완전 대박 찰지고 맛있음.
실은 조금 전에 혼자 두 장 부쳐 먹었음.
이러구 저녁 못 먹어.ㅠㅠㅠㅠ


카페하면 사이드 메뉴를 붕어빵, 김치전, 떡볶이.... 이런 걸로 해볼까?
카페 분위기 망친다고들 하겠지만 일단 맛을 보면 생각이 달라질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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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참 대단하고나.
안 어울리는 간식이 없고나.
커피와 함께 하니 축처져 누워있는 피쉬브레드조차 럭셔리하고나.


내 올해는 꼭 커피를 제대로 배워주마.
누가 뭐래도 배워주마.



아~!! 기가막힌 맛이야!

그건 천번의 키스보다 멋지고, 마스카트의 술보다 달콤하다.

혼례식은 못올릴 망정, 바깥 출입은 못할 망정, 커피만은 끊을 수가 없구나~!!

                                                                               - 바흐, 커피 칸타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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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내 베란다에서 따거운 햇살 받아 쑥쑥 자라던 초록이들이 춥다고 자기들좀 어떻게
해달라네요. 2000원 짜리 주먹만 하던 아이들이 자라 분갈이 하고 또 분갈이 하면서 갯수도
많이 늘어나서 대식구가 됐어요. 집안에 어디 들여놓은 마땅한 공간이 없어서 고심하던 중.


커피장에 있던 식구들이 서로들 엉덩이를 붙이고 앉더니 공간을 내주며 함께 살자고 하네요.
결국 착한 커피장을 칭찬하며 거실 쪽으로 더 옮겨주었습니다. 
그랬더니 추운 겨울 실내는 더 푸르러졌고 나우웬 카페는 더 한결 더 아기자기해졌습니다.






오후2시가 되어 현승이 들이닥치고 채윤이 들이닥치면서 주변에 블럭 쪼가리가 깔리고,
만화책이 널부러지고, 과자봉지 흩날리기 전까지는 바로 카페 간판 달아도 좋을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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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은 개학.
엄마는 방학.
진짜 오랫만에 한가한 월요일이어서 카페 투어에 나서다.

양수리 고당 커피.
그러니까 말하자면 나는 '커피 중독'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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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나루에는 <커피나루>라는 카페가 있었습니다.
주택가 초등학교 앞에 떡허니 자리잡은 커피집입니다.
충무로에 있는 <가배나루>랑 이름이 비슷하고 여기 저기 블로그에서 인기도 많아서 '혹시 분점인가?'하는 생각도 잠시 하게 됐지만 전혀 그렇진 않았습니다.






카페에 앉으면 익숙한 골목이 눈에 들어올 뿐이기에 카페에 앉았다가 보다는 카페와 집의 중간 정도 되는 공간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조금 색다른 편안합이 있습니다.






독일식이라는데 KFC나 파파이스에서 파는 비스킷에 딸기쨈을 발라 먹는 것, 아니면 베이글이나 샌드위치가 먹을만해 보였습니다. 조금 지켜보니 장신대 올라가는 길목을 막고 신학생들에게 '브런치를 먹어라'고 꼬시는 거였더군요.ㅎㅎㅎ






특이한 점은 주민으로 뵈는 할머니 한 분이 오셔서 베이글과 아메리카노를 시켜서 혼자 드셨는데 '오늘은 좀 늦게 나오셨네요' 하고 인사하는 걸 보니 매일 오시는 분 같이 보였습니다. 사실 이 할머니는 우리가 카페를 찾고 있을 때 어느 집 대문을 열고 나오셔서 우리보다 몇 걸음 뒤에 걸어오셨던 분이지요.
또 밖에서도 할아버지 한 분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켜서 혼자 드셨어요. 이 할아버니는 주민인지, 아차산을 찾으신 등산객인지 알 수 없습니다.
아무튼, 그 할머니를 뵈니 '동네 카페란게 이런 거구나' 싶습니다.






여긴 테이크아웃을 훨씬 더 많이들 해가는구나 싶네요. 주택가 안의 주택을 개조한 카펜데.... 히야, 대박나셨드라구요. 장사는 목이 좋아야 하는데 이런 데서 카페가 이렇게 될줄이야..... 카페에 앉아서 바로 forest님께 문자를 했지요.
'언니, 1층 전세좀 주세요. 카페하게요.ㅎㅎㅎ' 하구요. 답문 '반갑긴 한데 도대체 장사안목이 있는거유? 이런 곳에 뜬금없는 카페라니' 이러며 홈플러스 근처에 있는 털보님&forest님 댁 1층에 카페를 열었다 닫았다 했습니다.






카페에 앉아 있을 때는 '주택개조'라는 생각만 했는데 나오다 보니깐 이렇더라구요. 그러니깐 커다란 주택의 옆구리 쫌 터서 낸 카페더란 말입니다. 살림집이 바로 여기고... 이거 진짜 괜차~안타!


새로 시작한 일이 있습니다. 거기서 '두렵지는 않나요?' 하는 말에 '두렵긴한데...괜찮아요. 저는 언제라도 그만둘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했더니 '그게 에녀그램 7번의 뒷문이죠! 7번들은 뒷문이 없으면 죽죠'라는 말에 공감을 했습니다.
음... 7번들에게 뒷문이란 '언제든 도망갈 구멍이 있어. 힘들어지면 튀면 되는거야. 힘들게 버틸 일은 없는거야. 적당한 순간에 치고 빠지면 돼'
그렇습니다. 그 뒷문으로 나가야 마냐는 다른 문제이지만 7번들은(아니 어쩌면 7번이 아닌 10번, 11번, 165번....등 어떤 사람이라도 ㅋㅋㅋㅋ) 고통스런 현실을 감내하는 방식으로 '뒷문'이라는 '환상'을 붙들고 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게 페에 대한 꿈은 '뒷문'과도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 카페를 하고 싶은 것 반, 언제든 모든 일은 그만둘 수 있어. 카페를 하면 돼. 라고 나를 달래는 뒷문으로 붙들고 있는 거 반. 카페는 그렇습니다.
그 뒷문을 꼭 열고 나가야 하는 건 아닙니다. 그저, 뒷문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끔 탁한 공기에 숨이 쉬어지지 않을 때 코를 내밀고 호흡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니까요. 언젠가 뒷문을 열고 나갈 일이 있다면 그게 도망치는 일은 아니었으면 싶습니다. 도망치는 곳에서는 또 뒷문을 달아두게 마련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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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에 한 번씩 인터넷 서점의 신간을 뒤지는데, '카페' 것두 '북카페'라는 말에 솔깃. 게다가 그런 주제가  홍성사에서 나온 책이라니 더 솔깃하여 '우리 지금 만나. 아, 당장 만나' 하고 일일배송으로 받아 읽은 책이다. <우리 동네 북카페, 아프리카 당나귀>


69년생의 약간 피터팬증후군 냄새가 나는 이 책의 저자이며 카페 <아당>의 주인장. 커피, 책, 젊은 사람, 좋아하는 것도 나랑 비슷하네! 근데 이 사람은 이미 카페도 하고, 게다가 책까지 냈네? 완전 부럽다 못해 질투가 나서 심기 불편해졌다.
부럽다못해 질투까지 났으니 이건 기냥 진것도 아니고 참패!






남편이 쉬는 월요일엔 카페 순례를 하기로 했다. 지난 주 가배나루에서의 감동이 잊혀질 즈음 새로운 월요일이 되어 안양에 있는 북카페 <아프리카 당나귀>를 찾았다.


어린이집이 있던 자리라서 지하실 까지 사용하고 있는 넓은 공간이 참 좋았다. 아파트 안에 있는데 아파트 정원을 끼고 있어서 뒤쪽의 풍경은 자연 속에 있는 듯 하였다. 초록색 원목 책꽂이도 맘에 들었다. 손글씨로 진솔하게 쓴 메뉴판이나, 메뉴판 앞에 '가훈:1인 1주문' 하는 식의 애교는 카페 곳곳에 가득했다.  중간에 없어진 메뉴는 과감하게 X표 하고 그 위에 '찾는 분이 없어서 안해요^^' 하면서....이런 진솔한 애교가 어떤 이들에게는 사람냄새나는 편안함을 줄 것이고, 나처럼 이미 혼자 라이벌 의식 충천한 사람에게는 '이 메뉴판 초면에 너무 들이댄다' 면서 말도 안되는 트집꺼리를 주기도....ㅋㅋㅋ 






드립커피 같은 건 없고, 에스프레소 메뉴들이 있었는데.... 커피는 그저 어디든 가서 마실 수 있는 진솔하고 편안한 ㅋㅋㅋ 커피였다.
다만 신수가 훤한 아르바이트 총각이 착하고 친정절하게 내준다는 거, 그거 좋았다.






음, 그니깐 북카페였는데..... 그린톤의 원목 책꽂이에 꽂혀있는 책들은 대충 저랬다.
분류는 거의 안하셨고, 어린이 책 어른 책 함께 대동단결하여 어우러져 있었고.
아마도 집에 꽂혀 있던 책들을 그대로 옮겨 놓으신듯 했다.






한 때는 '로렌스 크랩'이라고 번역되기도 했던 나의 래리 크랩님의 책도 발견했다.
으흐흐흐흐흐.......래리크랩님이 수호지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계셨다.






여기는 창 밖에 정원 같은 것을 마주하고 있는 주인님의 책상. 제대로 된 깨끗한 책들은 저 쪽에 몇 권 꽂혀 있었다.ㅋㅋ 쥔께서 방금 인터넷도 하고, 큐티도 하고, 글도 쓰다가 나가신 흔적이 역력했다. 책을 통해서 만난 이 카페의 사장님은 갑작스런 남편의 죽음을 맞아 당황하고, 방황하고, 인생이 무너져내리는 경험을 하기도 했지만, 혼자서 청소년인 아들을 키우면서 적잖이 버겁기도 하겠지만 행복해 보였다.
행복하게 카페를 하는 분이다. 그 행복이 그 분 안에 있는 예수 그리스도 때문이라면 카페를 하든 안하든 행복할 것이다.






한구석에 저렇게 신경 써서 만들어 놓은 책꽂이와 그 앞의 초록 소파. 저 예쁜 책꽂이와 소파를 보면서 그런 상상을 해본다.

아주 예쁘고 감각있게 만들어진 각 분야의 신간들이 잘 정리되어 한 손에 커피 든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면 말이다. 그 신간들은 교보문고에 깔리는 그 날 바로 저 책꽂이에 깔리는 거다. 그래서 우연히 커피를 마시러 들렀던 책을 좋아하는 손님이 '어? 내가 기다리던 이 책이 나왔네' 하면서 저 소파에 앉아 책을 펼쳐 든다. 한참을 책에 빠져 있다가 고개를 드니 밖은 이미 어둠이 내리고 있다. (이 손님은 그러는 동안 이미 두 세 번의 리필커피를-물론 첫 잔과 다름없이 신선하고 맛있는 커피를- 마셨을 것이다. )

ㅇ젠 가야지 가야지 하면서도 책을 손에서 내려놓지 못하던 고객님께서 일어나신다. 책에 빠져 있느라 침침해진 눈을 다시 맑게뜨며 '제가 좋아하는 저자예요. 책이 나온줄 몰랐는데.... 어우, 감사합니다. 커피도 몇 잔을 마셨나 모르겠네요. 잘 마셨습니다' 한다.카페를 나가는 손님은 신선한 커피의 향, 필연처럼 만난 책 한 권, 커피잔에 가득 담긴 책을 좋아하는 사장의 공감과 위로에 자신도 모르게 영혼의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그 콧노래가 사장의 영혼에 메아리를 일으켜 사장 역시 고된 일과로 무거워진 몸이 한결 가벼워진다.

그리고 이렇게 중얼거린다.  '역시, 커피와 책과 사람은 사랑하지 않을 수 없어. 이것 없이 무슨 재미로 살아? 아침에 카페 너무 힘들다고 그만둬야겠다고 남편에게 투덜거렸던 건 취소해야겠어' 라며 휴대폰을 돌린다. 0.1.0.8.8.2.9.0.5.0.*


ㅅ ㅅ ㅆ ㄱ ㅇ ㄷ!  ㅋㅋㅋㅋㅋ



 





목사님이 운영하는카페래~
라는 정보 하나만을 가지고 이런 저런 경로로 정보를 수집해서 찾아간 충정로에 있는
<가배나루> 또는 <커피나루> 이야기 입니다.





목사님이 운영하신다는데 막상 가보니 목사님이 아니라 도사님이 운영하시는게 아닐까 하는 분위기였어요. 커피 내려주시는 분들이 한결 같이 현승이가 좋아하는 털보아저씨 동생 쯤으로 보이는 분들이었거든요.
환상 속으로 그리기는, 목사님이 클래식컬한 분위기의 완전 금연을 표방하는 클래식컬한 카페를 운영하면서 주일에는 예배를 드리는 공간으로 쓰지는 않을까? 하는 거였지요. 일단 전~혀, 그런 분위기 아니었구요. 막상 가보니 책에서 봤던 카페네요.


 




딱 점심시간에 도착을 했더니 주변의 종근당 직원들인지, 회사원 것두 여직원들이 홀을 가득 메우고 있었습니다. 아, 너무 시끄러워서 실망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이층은 조용하다 싶어 올라가보니 흡연석이라서 너구리를 잡고 있었구요. 어쩔 수 없이 바리스타님들 일하는 것이 한 눈에 뵈는 자리에 마주하고 앉았는데.... 이것이 행운일 줄이야.
기냥 바로 코 앞에서 드립을 해주시네요. 홀을 가득 메우신 회사원들께서는 거의 에스프레소 관계된 커피를 드셔서 바쁘신 중에도 핸드드립 하신 핸드가 남아있으셨던 거지요.






핸드드립 커피를 종이컵에 마시다뉘.... 이건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 지난 번 강릉의 하슬러 카페에 갔을 때는 다시 들고 가서 '잔에 주세요' 해서 마셨었는데요. 워낙 바빠 보이고 커피햐이며 때깔이 너무 좋아서 그런 저런 컴플레인을 할 새가 없었습니다.
하~ 커피맛 예술! 예술! 예술!
가만보니 커피만 예술이 아니라 바뤼스타님들이 모두 알티스트 같이 생기셨어요. 이 분들이 커피를 가지고 예술을 하시는구나..... 하고 종이컵에 담긴 코스타리카를 마시고 있는데 '아, 테이크 아웃이 아니셨어요. 그러면 잔에 드릴껄. 이따 한 잔 더 드세요' 하시는데 '이거 리필을 해준다는 건지, 리필은 그냥 에스쁘레소 뽑아서 아메리카노로 주시겠지?' 했어요.






종근당 여직원들 죄 빠져나가시고 조용해졌을 때 한 잔 더 드릴까요? 하시면서 처음과 똑같이 어마어마한 양의 원두를 한 잔 분량으로 담으시고 드립을 해주셨습니다. 우와, 진짜 이렇게 원두를 소비하면 원가나 나오려나? 싶은 마음에 살짝 미안해졌습니다. <설득의 심리학>에 따르면 사람을 이렇게 미안하게 만드는 건 결국 다음에 또 오게 하고, 블로그에 포스팅을 해도 이렇게 긍정적인 글을 쓰게 만드는 거지요. ㅎㅎㅎ








사실 카페의 분위기나 의자(난 왜 이리 의자에 집착하지?) 등이 제 분위기는 아니지만, 알트에 가까운 커피맛과 첫잔과 다름없는 정성의 리필커피에 감동받아 나왔습니다. 처음에 가지고 갔던 환상은 카페에 들어서는 순간 잊었고요. 너무 시끄럽고(이건 손님 탓이니깐), 조금 산만한 분위기, 그리고 정리는 잘 안된 주방....ㅋㅋㅋㅋ 이런 것도 다 오케, 오케이, 오케!






'내 비록 커피 그 이상의 카페를 꿈꾸지만 됐다. 됐어. 이 정도의 커피맛이면 난 반드시 또 오고야 만다' 라며 나왔습니다.  테라스에 놓인 의자에 '마음을 여는 가배나루 커피공장' 이 문구를 보면서 '맞아. 내 맘을 열었어. 커피 맛있고, 인심 넉넉한데 맘이 열리지. 열리고 말고..... 좀 지저분하면 어때?(아래 사진에서 제 뒤에 있는 가방들이 바뤼스타님 가방들. 기냥 대충 가방 떤져 놓고 커피 내리고 그래도 누가 뭐라지 않고...ㅋㅋㅋ) 커피가 맛있는데...'했지요.






커피도 커피고, 함께 결정해야할 일도 있어서 맘 먹고 집을 나선건데 커피에 취하신 건지 제이퓌께서 도통 혼수상태를 면하지 못하시네요. 조금 아쉽게 자리를 박차고 나왔습니다. 충정로에서 광화문까지 걸으면서 약간 정신줄 정비하시고, 서울광장과 광화문 광장을 지나며 '우리 마음의 대통령'과의 추억을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그립더군요.ㅜㅜ


집에 와서 검색을 해보니 가배나루가 더 맘에 들어졌습니다. 이번에도 또 검색을 해서 들어간 곳이 박원순님의 블로그였어요.ㅋㅋㅋ 박원순님이 직접 인터뷰를 하셨더라구요. 그러니까 소문이 그냥 소문은 아니었어요. 사장님(본인은 사장이라고 불리기를 싫어하시더군요)이 신학을 하신 분이 맞고요. 이 분이 노골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철학이 있는 분이셨어요. 분점을 내지 않는 이유, 1년이면 전직원이 한 번씩 베낭 메고 해외로 여행을 나가는 이유, 아낌없이 퍼주는 이유.... 들을 읽으면서 내가 감동한 것이 단지 커피 때문만은 아니었구나. 싶었습니다.


카페라면 맛있는 커피를 팔아야 하고,
맛있는 커피에 마음을 담다보면 말로 하지 못하는 커피 내리는 사람의 마음은 어떻게든 전해지게 되어있다니까요.


또 가야지. ㅎㅎㅎ




몸이 참 정직하다. 마음의 진도에 맞춰 사느라 못 돌봐줬다 싶으면 어김없이 신호를 보내온다. 지난 주에 명절을 앞두고 일주일에 네 번 손님을 치뤘더니(한 번은 밖에서 식사를 하긴 했지만) 입안에 염증이 심해서 잠을 설칠 정도로 통증이 심했다.
(이 지점에서 지나친 찬사와 긍휼히 여겨주심은 모두 정중히 사양하겠습니다.ㅎㅎㅎ)


암튼, 어젯밤 한낱 입안의 염증 따위가 치통과 머리 전체를 욱신욱신하게 하는 두통까지 유발하는 바람에 잠을 설치고 아침부터 병원을 찾았다. 두 아이가 성경학교 가 있는터라 혼자 여유있는 시간? 콜! 하고 책도 챙겼다.


병원에서 의사의 표현대로 염증 부위를 지지고 나서 정말 눈물나게 아파서 도대체 어디가 아픈 지도 가늠이 안 되는 상태로 카페를 찾았다.





집 근처에 교회에서 운영하는 카펜데 몇 번 갔다가 일찍 문을 닫거나, 휴업인 날이라서 헛걸음을 했던 곳이다.  본격적으로 집에서 커피를 한 이후로 진짜 밖에서 사 마시는 커피가 어찌나 아까운지...  그래도 여긴 교회에서 하는 커피가 싼 곳이니깐 괜찮아 하는 맘으로 갔다.


오픈 시간은 10시로 되어있고 내가 간 시간은 11시가 훨 넘었는데 막 청소기를 돌리고 있네. 그럴 수 있지. 에스프레소 한 잔을 주문했다. 주문을 받으신 집.사.님! 바로 집사님이셨다. 전혀 카페와는 상관없게 생기신 여전도회 집사님. 주문을 받으신 집사님의 표정에 당황한 빛이 살짝 감돌더니 메뉴판 같이 생긴 것을 들여다보시곤 어설픈 손놀림으로 커피를 갈아 내리고, 에스프레소 기계에 떡 허니 머그잔을 갖다 대고 내리신다. 아~ 웬지 불안 불안.... 다행히 자동머신이라 적당한 시간 후에 기계는 멈췄다. 그리곤 이 집싸님! 바로 머그컵을 들여다 보시곤 다시 아까 그 메뉴판 같은 걸 번갈아 보시곤...
'다 된건가?' 하면서 날 보시네.
'그런 거 같은데요' 했더니 바로 머그잔 째로 나한테 내미는 거.ㅠㅠㅠㅠ
'저....... 자.....잔이........ 에스프레소  잔이 따로 있는 거 아닌가요?'
'아! 쪼그만 잔이 있는 것 같은데...' 이러면서 싱크대를 막 뒤지시더니
결국 못 찾으시고 '제가 오늘 처음이라서요'







결국 쟁반도 없이 커다란 머그잔에 바닥에 깔린 에스프레소 커피를 들고 자리를 잡았다. 자리에 앉으니 갑자기 열이 막 올라오면서 입 안에 통증이 최고조에 이른다. 아까 돌리던 청소기는 계속 돌아가고.... 그 사이 이 교회 사모님이시면서 바리스타이신 분으로 추정되는 분이 등장하셨다(이 교회 담임목사님 사모님이 커피와 지역사회 영혼들을 사랑하시와 카페를 직접 관리하신단 얘기를 들은 적 있다) 사모님과 집사님 두 분이 에스프레소 잔에 관한 얘기를 하시는 걸 들었고, '따로 있지' 하는 얘기도 들었지만 머그잔에 에스프레소 홀짝거리는 내게는 관심조차 보이지 않으셨다. 여전히 청소기는 계속 돌아갔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일단 치료받은 입 안이 너무 아팠고, 돈 천원에 커피 한 잔 주고는 손님 대접도 안해주는 게 서러워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물론  청소기 소리는 너무 시끄러웠고 .... 아마 몸이 힘들어서 좀 감정이 복받쳤을 것이다. 암튼 책이 한 줄도 읽혀지지 않았다. 다 마시지도 못한 에스프레소 담긴 머.그.잔.을 집사님과 사모님 두 분 앞에 조용히 갖다 놨다. 사모님은 집사님께 카페모카 만드는 법을 설명하고 있었다. '그 위에다 계피 가루를......'  너무 열심히 배우고 가르치시는 관계로 입안의 통증으로 눈물나게 아픈 어떤 여자가, 기분좋게 싸고 맛있는 커피 한 잔을 하면서 독서를 하고 가려던 여자가 아픔에 서러움까지 안고 카페 밖으로 나가는 것에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아주 의례적으로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이런 말 한 마디라도 뒤통수에서 들려왔으면 싶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대로 집으로 돌아올 순 없었다. 물론 집에는 최고의 커피가 있지만 그래도 그건 아니다. 소비자가 되기로 결심한 날이 아니던가? 던킨으로 갔다. 들어서자마자 '어서 오세요. 던킨 도넛입니다' 아, 이 존중받는 느낌!!!!!!!!
주문을 하려는데 앞에 주문하시는 분이 패밀리 팩인지 뭔지 하이튼 20개 정도의 도넛을 고르고 있었다. 어렵고도 어려운 도넛 이름을 긴장된 상태로 읽어 주문하느라 시간이 보통 걸리는 게 아니었다. 정서상태가 불안한지라 짜증이 밀려오기 시작했고, 내 차례가 됐을 때는 폭발 직전이었는데 '오래 기다리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하는 젊은 알바의 한 마디에 맘이 확 녹아 내린다.








커피와 도넛 하나 가격으로 4100원을 치뤘다. 아~ 4100원 너무 싸다. 내가 지금 산 친절과 여유와 신선한 커피의 가치는 41000원 이어도 족하다. 책도 줄줄줄 읽힌다. <로맨틱 러브에 대한 융 심리학적 이해>가 어찌나 감미롭게 읽히는지 말이다.
내가 던킨의 친절함이 내 주머니의 돈을 겨냥한 것임을 모를 리 있는가? 친절한 알바씨 주문의 끝에 마지막으로 묻는 감미로운 이 한 마디 '더 필요한 건 없으시구요?' 이 말에 담긴 의미를 내가 모르겠는가?



말하자면 차라리 육적인 인간을 육적으로 대해야 한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거다. 첫 번째 갔던 카페를 어디선가 기사에서 본 적이 있다. '쉼과 휴식의 문화공간..... 지역사회에 봉사..... 선교의 새로운 패러다임.....' 이런 얘기들이 나왔을 거다. 이 카페는 어찌나 지역사회를 섬기고 돈에는 관심이 없는지 투명한 자선함이 있을 뿐이었다. 잔돈 거슬러주는 것도 없고 그저 그 통에 1000원을 넣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내 식대로 오버를 하자면 그러니깐 이거다.
'카페를 하는 우리는 당신의 돈 따위는 관심이 없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싼 가격에 이만한 공간을 제공하는 것은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왜 이렇게 이윤도 남기지 않고 봉사를 하겠습니까. 바로 여러분들의 영혼을 사랑하고 영혼을 겨냥하기 때문입니다. 돈이요? 그런 물질적이고 육적인 것에 우린 관심없습니다. 우리가 조금 손해를 보고 운영을 하더라도 당신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다면, 그래서 당신의 영혼이 구원 받는다면 더 큰 기쁨이 없겠습니다.



그런데 어쩐다.
커피는 영적으로 마시는 것이 아니라 육적으로 마시는 것이니......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영적인 커피, 그 커피에 위로 받지 못한 몸과 마음과 영혼이 자본주의의 최전선에 있는 육적커피 던킨에 위로를 받은 날이다. 진통제의 효과가 나타날 시점이었는지 던킨 커피 한 잔을 다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입 안의 통증이 잊혀질 정도로 미미해져 있었다.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자뻑 9단의 영적 바리스타님의 눈에는 보이지 않던 사람이
지역사회에서 돈을 버는 육적 알바님의 눈에는 사람으로 보였음에 틀림없다.
사람은 육적이기도 하고 영적이기도 한 존재이지만 오늘 난 육적인 존재로서 커피를 마시고 싶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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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부터 일종의 리뷰 내지는 하나님 놀이를 하나 시작하려고 합니다.

자주는 아니지만 카페를 다니면서 '아쉽다. 이건 아닌데.... 요거만 고치면 장사 되겠는데' 하는 식의 뒷담화는 좀 하는 편인데 그걸 좀 포스팅 꺼리로 삼아보기로 했습니다. 카페 나우웬의 그림을 그리는 일기장 같은 게시판 하나 만들었습니다.
남의 카페 내는데 도와준 것도 없으면서 만인이 와서 보는 블로그에 감놔라 배놔라 하면서 씹는 하나님 놀이는 재미도 있고 리스크도 좀 떠안게 되안게 되어있지요. 
하이튼, 그래도 겸손함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며 하나님 놀이 시작입니다.


2010년 카페 뒷담화로 새로운 출발!






카페 주인인 바리스타 임종명씨에 관한 건 책에서 읽었고,

얼마 전 새싹 문화비평가인 모양의 블로그에서 임씨가 한다는 카페 바이림에 관한 포스팅을 봤다. 신천역에 있다는 얘기도 어디서 본 것 같아서 가까우니 한 번 가봐야지 싶다가 새해 첫 날 남편과의 데이트 코스로 선정하게 되었다.


가서 마실거니까 싶어서 집에서 한 잔 더 하고 싶은 커피를 참고 희망찬 발걸음으로 카페 바이림을 찾았다.


일단...
가기 전에 내 맘 속에 그렸던 바리스타 임의 카페는?
갓 로스팅한 신선한 커피향이 버선 발로 나와 내 후각을 맞이하고,
그 담에는 비티지하고 시크하고 스탈리시한 인테리어가 내 맘과 입을 자극해 감탄사를 연발케 한다.
그리고 마지막엔 감동의 커피!!!!
신선한 커피를 장인정신의 핸드드립으로 내린 찐한 커피.
그 한 잔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커피향에 휩싸이게 만드는 것으로 일단의 내 기대에 감동적인 마무리 방점을 찍어줄 것이다.
그런 후에는 흥분됐던 몸과 맘의 안정을 찾고 남편과 약간의 수다를 떨다가 연한 커피로 리필을 받아 마시면서 각자 독서를 하다가 기분좋게 리프레쉬되어 다음을 기약하면 카페문을 나서는 것이다.






환상 속의 카페 바이림은 그러했고....

잠실 신천역 3번 출구 태평양 약국 골목, 라인부동산 옆 카페 바이림은....


버선발로 마중나온 커피향은 당연히 없었다. 
으아.... 내게는 일종의 결벽증 같은 것이 있다. 아무리 스타일리시한 카페라 해도 나는 플라스틱 의자는 용서할 수 없다. 조금만 움직이면 바닥에 대고 벅벅 비명을 지르는 쇠다리의 플라스틱 의자. ㅠㅜ  감각적으로 이쁜 올리브 그린색 의자라도 플라스틱이라면 용서는 없다.

인테리어에 신경을 많이 쓴 카페니깐 다 생각이 있겠지만서도,
좁은 공간을 최대로 활용하려면 어쩔 수 없을지 몰라도
카페에 가는 내겐 의자가 중요하다. 커피 본연의 의미와 맞아떨어지는 좀 더 따뜻하고 안락한 의자 말이다.(나는 스타벅스나 커피빈식 커피집을 간 게 아니었거든ㅠㅜ)



그러나 무참히 깨진 최.대.의 환상은 모든 커피는 에스프레소였고, 핸드드립 커피니 뭐니 이런 건 없으시다는 거였다. 그걸 확인한 순간 완전 기분 나빠지신 남편께서는 아예 커피를 안 마실 작정으로 메뉴를 고르지도 않으실려 하신다.

아, 물론 그 외의 비버리지가 훌륭하다는 평은 여러 블로그에서 봤다. 그런데 우린 커피를 마시러 간 거였다. 맛있는 커피를.... 바리스타 임창명씨의 이름에 걸맞는 맛있는 커피 말이다.ㅠㅜㅜㅠㅠㅠㅜㅠ


사이드 메뉴인 와플, 그 외의 마실 것들은 정말 환상에 가까운 게 맞는 것 같았다. 에스프레소 마끼야도와 아메리카노, 그리고 카푸치노와플을 시켰는데 무슨 스테이크가 나오는 줄 알았다. 개인 접시에 나이프와 포크까지.
이건 취향의 차이이거나 많이 뒤떨어진 탓이라고 보는 게 좋겠다. 커피 때문에 삐진 마음 스테이크를 방불케 하는 와플, 감동의 맛이라는 무알콜 칵테일 이런 것에라도 살짝 풀어줬어야 하는 걸.... 화해하지 못하고 말았다.
와플하면 대학원 시절 학교 앞에서 먹었던 막 구워 사과쨈 바른 청순한 놈을 테이크아웃 해서 운전 중에 먹는 맛이 젤인다. 화려한 옷을 입을 와플들과 좀 친해져야 하는가? 그게 진정 카페인의 자세인가?  이건 바이림이 준 숙제다.
스테이크를 먹듯 와플을 먹고 커피를 입에 털어 넣고 나서 집에서 내린 내 커피가 간절해진 즈음에 저 조명이 눈에 들어왔다.


조명 이쁘구나. ㅠㅠㅠㅠㅠㅠㅠ

조명과 와플 사이드메뉴 이외에도
칭찬꺼리는 사실 많다.
알바인데도 주인 못지않은 책임감과 친절한 아가씨. 착한 커피 가격, 무엇보다 임시가 공정무역 커피인 아름다운 커피에 열심히 관여하고 있다는 것등 말이다.
게다가 쥔장 임씨가 모델 뺨치는 외모의 소유자라니....ㅎㅎㅎ
오늘의 실망에 관한 모든 책임은 부풀려진 내 기대와 환상이었음도 인정!





장래 카페 '바이정'의 쥔장 정신실의 생각!

내가 카페를 한다면

난 가장 맛있는 커피로 사람들을 불러모을 것이다.
커피맛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꾸준히 좋은 커피를 대접해서 입맛을 바꿔놓을 것이다.
원두 몇 개를 헹군 듯한 뜨거운 물을 아메리카노랍시고 내놓지 않을 것이다.

혹 테이블 한 두 개를 덜 놓게 될지언정 가장 예쁘고도 가장 편안한 의자를 준비할 것이다.
잠깐이라도 편하게 앉아 대화하고 책 보고 다이어리를 끄적일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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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주 전인가?
청년부의 정현이가 인사동에서 졸업작품전을 했답니다.
덕분에 백만년 만에 인사동 나들이도 하고 풋풋한 작품감상도 하고요.

보시는 작품은....
아, 작품이라고해서 전면 검정색의 알흠다운 신의 작품을 보시지 마시고요...ㅋㅋㅋㅋ
액자에든 작품을 말하는 것입니다. 막 이래.
커피를 부어서 그린 작품이라네요.
그 말에 사진 한 장 남기지 않을 수 없어서 '정작가님' 버젼으로 찍었습니다.

비록 남의 작품 앞에서 똥폼을 잡기는 했지만...
저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커피를 코피 나도록 잘 배워서 커피로 작품을 만들겠습니다.

그저 지금은 커피교실 하나 수강하지 않았고,
몇 권 읽은 책으로 어설픈 핸드드립, 어설픈 로스팅을 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예술같은 커피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영성카페 내지는 헨리 나웬의 저서를 모두 접할 수 있는 북카페를 꿈꾸는 거라면,
뭐 수준급의 커피까지 필요하겠냐고 하신다면 저는 수준급의 커피를 제공할 수 없다면
그 때 까지는 영성카페를 하지 않겠다고 말하겠습니다.

영성카페니깐,
은혜로 하는 까페니깐,
적당히 분위기만 되는 카페가 아니라...

카페는 영성카페든 세속카페(ㅋㅋㅋ)든 커피로 말해야 합니다.

사무실에서 카피를 하며 사무보조를 하는 게 직업인 사람은 일단은 빠르고 깨끗한 복사물로 자신의 소명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헨리나웬이든 영성이든 에니어그램이든 뭣을 컨셉으로 하든간에 카페는 커피로 말해야 합니다.

커피든, 카피든 코피나게 노력하고 자신의 일을 사랑할 때 나도 행복하고 남도 행복하게 만들 겁니다. 커피로 예술을 만드는 그 날 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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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엄밀하게 말하면 '[펌] 커피잔 속의 사랑'이라고 제목을 달아야 맞습니다.그야말로 펌글이기 때문입니다.
털보님의 글터에서 가져왔습니다.저는 개인적으로 '펌글'을 매우 꺼려합니다.
퍼다가 펼쳐놓고 읽을만한 좋은 글들이 정말 많지만 일단 제 자신 제목 앞에 [펌] 이라는 말이 있는 글은 정성들여 읽지를 않거든요. 작정을 하는 건 아닌게 안 읽게 되더라구요.
그런 선호성의 문제로 펌글 임에도 마치 제가 쓴 글처럼 털보님께서 블로그에 다신 제목 그대로를 붙였습니다.


저는 이 글이 무지 맘에 듭니다.

모든 걸 말줄임에 넣어서 표현한다면 완전.........대봑...........^^b
이 정도?

먼저 사랑에 대해서 건져올리신 통찰이 너무 맘에 듭니다.

사랑은 그렇게 일렁거리며 들어와서 결국 마음자리 깊은 곳에 깔리듯 내려앉고, 비로소 그 때 진짜 사랑이 된다는 것.

수상소감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 상은 앞으로 잘하라고 주신 것으로 알고 더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라는 식상한 표현을 자주 듣게 되는데요.... 저는 모 수상소감은 아니지만 그런 결심을 다시 되새기게 됩니다.

앞으로 언제나 사랑으로 밥 차리고 사랑으로 커피를 내려 먹이우고 마시우라는 메세지로 주신 글로 받으려고 합니다. 밥상을 차려 식구들과 사랑하는 이들을 먹이는 일, 커피를 내려 커피와 함께 마음을 나누는 일에 항상 사랑은 기본으로 깐다. 사랑 빼고 상을 차린다든지 사랑빼고 커피를 내리는 불행한 엄마나 아내는 되지 말자. 이렇게요.
아름다운 글 감사합니다. 꾸벅!





Photo by Kim Dong Won
2009년 11월 21일 명일동에서

처음에 커피잔 속에선
분명 커피밖에 보이질 않았다.
때문에 나는 커피의 맛에 탐닉했다.
하지만 난 커피 전문가도 아니고
커피를 즐겨 마시는 사람도 아니다.
그러니 난 이 커피는 어떻고,
또 저 커피는 어떻고를
분명한 선으로 갈라
커피의 맛을 품평해줄 입장이 못된다.
그렇긴 해도 또 나는
내가 마셔본 몇몇 커피집들의 커피맛을
기억 속에서 일깨우고
그 맛들을 내 마음대로 줄 세운 뒤
지금 마시고 있는 커피의 맛을
그 줄의 맨앞으로 세우고는
그 맛에 대한 마음의 느낌을
“음, 맛있는데요”라는 말에 얹어 건네는 재주는 있다.
그렇게 커피는 맛이 있었다.
커피의 맛과 함께
커피잔도 좀 독특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대부분의 커피잔은 반듯하게 원을 그리며 무릎을 포개고
얌전하게 앉아있게 마련인데
이 번의 커피잔은 마치 파도처럼 일렁이고 있었다.
한 모금 마신 뒤, 나는 “커피가 입속으로 물결치며 들어오는 느낌이예요”라고 했다.

그리고 나서 나는 천천히 커피를 마셨다.
커피는 천천히 줄어들며
우리들이 나누는 얘기와 함께
내 몸 속으로 흘러들었다.
커피잔이 거의 바닥을 드러냈을 때쯤
나는 커피잔을 입으로 가져가다
그 바닥에 어른거리는 무엇인가를 보고 말았다.
그건 사랑이었다.
분명 처음에 커피잔 속에서 본 것은
커피밖에 없었는데
그 커피의 아래쪽에
아주 엷게 사랑이 깔려있었다.
그 사랑, 옆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던
나의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그 집의 그 커피잔 속에서 커피는
처음에는 커피잔의 굴곡을 따라 일렁이며
마치 파도처럼 우리의 입 속으로 밀려들다
나중에는 작은 원으로 축소되어
바닥에 얌전하게 앉은 자세로 홀로 고여있었다.
그러다 내가 잔을 기울여 입으로 가져가자
분명한 사랑의 문양을 그렸다.
하긴 사랑이란게 그렇긴 하다.
누군가를 향한 마음의 동요로 시작되어 파도처럼 밀려가다
나홀로 내 속에 쌓아두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가져다주기도 하고
그러다 다시 마음을 기울여 누구에겐가로 흘러가게 되는 것이긴 하니까.
그리고 그 때쯤 사랑이 마음의 동요가 아니라 드디어 사랑이 되는 법이니까.
사실 그 집 여자가 남편과 함께,
또 아이들과 함께 엮어가는 삶이 참 아름다워 보였다.
다 이유가 있었다.
그 집은 커피 한잔의 밑에도 사랑이 엷게 깔린 집이다.
그 집 커피, 맛있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09년 11월 21일 명일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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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전에 '음악이 사람보다 나아' 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음악과 단 둘이 있으면 여느 사람과 있을 때보다 위로가 되고 안식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건 어릴 때의 독백이다.
이젠 어떤 경우에도 그런 식의 표현은 하지 않는다.
그건 음악에 대한 애정이 아니라 사람에게 넌덜머리 난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거라는 걸 인정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실은 '음악이 아니라 사람이 누군가 내곁에 좀 있어줘봐바'라는 절절한 외침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게되었기 때문이다.
그 순간 음악은 사람의 대용물로 내게 이용당하고 있었던 거지.
내가 정신줄만 제대로 챙기고 있다면 사람은 꽃보다 아름답고, 음악보다 편안하고, 커피보다 향기롭다.




헌데 오늘은 '커피가 사람보다 낫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러면서 사람보다 나은 커피를 달달달 볶아봤다.

불현듯 커피가 사람보다 낫다고 생각낫다라고 생각하게 된 건,
낮잠으로 심하게 피로를 푼 탓에 잠이 썩 오지 않는 밤에 '커피를 볶을까?' 하는 생각에 미치자 덤덤하던
거실과 주방이 살짝 밝아지면 내겐 아드레날린이 분비되고 있음을 느낀 순간이었다.
이런 시간 누가 나랑 이렇게 액티비티하게 놀아줄 것인가? 이런 시간 커피를 볶는 일이 활력이 된다니 말이다. 이런 날 커피는 사람보다 낫네.




아이커피 로스터를 득템한 이후로 가장 많은 양의 커피 로스팅을 했다.
커피를 볶을 때마다 커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이 저것이었다.
그린빈이라고 불리는 생두가 우리가 아는 커피색이 되어가는 과정. 불과 20여 분 동안의 변화다.
내게는 너무도 경이로운 색의 향연이다.

취미 : 음악감상, 독서
내게 음악과 독서는 취미가 아닌데.... 거의 삶인데....
도대체 취미란게 뭐지?  내게는 딱히 취미라고 말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문득 '커피랑 놀기'가
내 취미다. 커피 볶고, 커피 내리고, 커피 마시고.... 요게 내 요즘 취미다! 이거다. 이런 게 취미군하~

안 한다고 죽을 일은 아니고,
그렇다고 누가 시켜서 하는 일도 아니고,
그렇지만 할 때마다 살짝 스트레스 해소랄지, 미세한 아드레날린의 분비와 일정 정도의 부정적 감정을 날려주는
작용까지.... 아하, 요게 요게 이게 취미구나.
내 취미 : 커피 볶기, 핸드드립 하기, 커피 마시기.





커피 볶는 일이 스트레스를 날려준다면 그 정점은 바로 위의 과정이다.
커피가 거의 다 볶아졌을 때 '크랙(정확히 2차 크랙)'의 순간인데 뻥, 뻥 하는 저 소리가 들리시는가?
뻥!뻥! 하면서 커피를 감싸고 있던 채프(껍질)이 떨어져 나가는 순간이다.
이 짧은 순간 들리는 뻥뻥 소리가 내게 가장 기쁨이 되는 순간임을 알았다.




암튼 색깔의 변화를 거쳐 뻥뻥 소리가 나는 2차 크랙이 진행된다면 이제 달달 볶아대는 일은 마쳐도
되는 시점인 것이다. 볶기를 마쳤다면 아주 빨리 원두를 꺼내서 식혀주는 것이 관건이다.
이 과정에서 게으름을 피우면 남은 열 때문에 적당히 잘 볶아진 순간적으로 지나친 볶음정도가 되더라는
것을 실패를 통해서 배웠다. (위 사진은 커피 볶는 내솥을 꺼낸 후의 로스터, 그리고 급속냉각ㅎㅎㅎ 과정이다)






원두커피를 것두 신선한 원두커피 마시기를 원하는 분이라면 그라인더, 즉 커피 갈기에 쓰는 저 놈을
꼭 장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바이다. 원두를 사면서 '갈아주세요' 해서 200g 정도를 한꺼번에 갈아오는 건
비싼 원두를 싼맛으로 마시는 아주 좋은 방법이 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원두는 마시기 직전에 분쇄하는
것이 필수다. 원두의 향이 가장 아름다울 때는 그라인더에 넣고 드르륵 드르륵 가는 그 순간이다. 
저걸 장만하기가 거시기 하다면 마늘을 갈던 커터기를 사용하더라도 마시기 직전에 갈아주는 것이 신선한
원두에 대한 예의라고 이 연사 소리를 높여 주장한다.











베란에 밖에 내어 놓은 원두가 충분히 냉각이 되었을 것이다.
원두는 볶은 후에 3일 정도 숙성시킨 후에 마시는 것이 좋다.
볶아서 첫날, 다음 날, 그리고 그 다음 날 맛을 비교하며 마셔봤더니
왜 '숙성'이라는 말을 사용하는지 알 것 같았다.
볶은 지 3일 후부터 마시면 오케이고 가장 맛있을 때는 7일 후라는데....
아직 7일 까지 숙성시켜 마셔보질 못했다. 오늘 볶은 놈들은 기필고 생후
7일이 되었을 때 마셔줘봐야겠다.


이 나이에, 잠 안오는 날 함께 놀아줄 친구를 만난 게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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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 보나 저로 보나 지난 집보다 한참 못하지만 왠지 이 집은 정겹습니다.
안 되는 구조에 집에 있던 모든 것들을 동원해서 으아, 저의 주방은 카페를 겸하게 되었습니다.(그건 내 생각이고...ㅋㅋㅋ) 그리고 팬들의 성원에 야메로 볶은 나웬 카페의 원두를 출시합니다!


1인 고객이신 피리님은 아침 저녁으로 아주 거만하게 '커피 한 잔!' 하며 주문을 하시고, 야매 바리스타인 저 자신도 하루에 몇 잔씩 마시게 되니 하루 종일 하는 일이라곤 커피 드립만 하는 것 같습니다. 이러느니 진짜 카페를 하겠습니다.


집에 놀러 오시는 분들께 '이게 볶기 전 생두다. 몰랐지' 하면서 보여드리면서 대부분 '와~ ' 하면서 놀라십니다. 그걸 보면서 전 살짝 일종의 지적인 우월의식에 취해보기도 합니다.
ㅋㅋㅋ


우리 커피 볶는 로봇 알투디투!
기능은 단순한 놈이 알고보면 까칠해서 같은 원산지, 같은 양의 커피를 갖고도 태웠다 덜 익혔다 하면서 제 속을 다시 태우고 있습죠. 그래도 볼 때 마다 감사하고 감사한 알투디투 입니다.


알투디투가 사라락 사라락 돌려가며 원두를 볶아내면 급속냉각을 시켜야하는데...
우리집 급속냉각 기계는 그 성능 죽입니다.
일단 꺼내서 막 부채질을 해서 껍질을 날려준 후에 베란다 밖으로 내놓으면 완전 급속냉각!


요즘엔 그 어떤 조리기구보다 많이 사용하고 있는 핸드드립 친구들.
벌쎠 드립서버의 윗부분이 금이 가는 사태가 발생하는 등 열심히 연습하는 티를 내고 있습죠.

여기서 잠깐 카페 둘러보기!


거실의 책꽂이에서 홀로 빠져나와 한 때는 옷을 담는 것으로, 한 때는 아이들 장난감 수납장으로 쓰이던 것이 이제 지 자리를 찾은 것 같습니다. 허접하다면 허접하지만 나름 고민과 여러 시행착오 끝이 저렇게 자리잡은 커피장... 보기만 해도 므흣! 입니다.


모 저 깜짝 놀라는 포인트 벽지 위에 딱히 어울리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모 도배를 할 수는 없으니 말이죠. 커피장 옆에 배경과 전혀 조화를 못 이뤄내는 스티커, 것두 뭔가 아귀가 딱 맞아 떨어지지 않는 주인의 삶을 닮은 듯하여 좋은데요..


이번 이사후 우리의 뜨거운 감자였던 그릇장!
이렇게 놔 보고 저렇게 놔보다가 결국 현관에 사람 들어오는 곳에 등을 대고 돌아섰습니다.
그래서 그 등판을 어떻게 좀 해보려고 많은 생각 끝에 가장 저렴한 방식으로 어설프게 등판이 아닌 척, 그렇다고 정면도 아닌 모양새가 되었답니다.

모, 카페 나우웬의 컨셉이라고 한다면 음.... 부조화? 어설픔? 내지는 어설픈 부조화?ㅋ


명성교회 십자가 두 개가 떡 하고 자리잡은 베란다 밖을 바라보면서 커피 한 잔과 함께 거룩한 독서, 거룩한 글쓰기, 침묵의 기도.... 예수원이나 은성수도원 갈 필요가 없네요.


미혼의 청년들에게 '모든 게 다 준비됐는데 남자만 없네. 이제 남자만 있으면 시집 가면 되겠네' 하고 농담을 할 때가 있습니다. 가만 생각해보면 남자만 있고 그 외에 준비된 것이 없으면 그것처럼 안타까운 일이 없습니다. 아무 준비없이 그저 남자만 있어서 결혼하는 것처럼 위험한 일도 없구요. 그러니 다른 준비 다 되고 남자만 없는 것이 앞날을 위해서 큰 축복일지도 모르지요.

제가 카페를 하네 마네 농담반 진담반 떠들고 있습니다. 사실 카페는 돈만 있으면 하게 되는 것이데.... 생각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저는 다른 준비는 다 됐는데 돈만 없는 상태가 오랠수록 진짜 제대로 카페를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어서 행복합니다.
어설픈 카페를 집안에 들여놓고 1인 고객을 정성으로 모시는 날이 오래고, 우리 거실과 내 마음에 심겨진 씨앗 하나가 싹이 나고 자라는 날이 올 수도 있을거란 생각을 하죠. 설령 이게 끝이라 해도 오늘 행복하면 되는 것 이니까요.

제가 볶은 원두 팝니다.
저 기계를 거저 받았으니 볶은 원두도 거저 나눠야 맞지만 저렴하게 생두값을 같이 감당하며 나누는 것에 좋을 것 같아요.
갓 볶은 원두 맛은 알아버리신 분들, 그렇다고 100g에 7000원하는 갓 볶은 원두를 누리시기에는 죄책감이 드시는 분들(^^)께 150g을 5000원에 볶아드리겠습다. 원두를 가져가 시음해보신 고개들께서 스타벅스보다 낫다...모 이러십디다. 


카페 나우웬 이야기.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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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나우웬의 갓 볶은 원두가 출시되었습니다!!!!
아름다운 커피에서 네팔의 농부들과 직접 공정거래를 하는 생두를 사서 볶았습니다.
이게 웬말이냐고요?


내 마음에 커피콩을 한 알 심고 물을 주고 양지 바른 곳에 두어 볕을 쪼이던 어느 날,
커피관련 책을 일곱 권째 읽던 중 드디어 가정용 로스터기가 손에 들어왔습니다. 카페로 한 걸음씩 발을 떼는데 동업자가 생겨 함께 발을 뗐으니 두 발을 뗀 것이라 믿어요. ㅎㅎ


물론 현실은 다르고 냉혹했습니다. 저 기계만 있으면, 그 비싼 원두 값을 80% 이상 줄이게 된다는 기쁨과 더불어 은근 더 기대됐던 것이 있었습죠. 아, 커피를 로스팅 할 때 집 안 가득 퍼질 커피향.... 생각만 해도 쥑인다. 막상 그게 아니더라는 거죠. 막상 커피를 볶아보니 날콩 볶는 비릿한 냄새로 저의 로망을 완전히 깨주었습니다.


게다가 어설피 볶은 첫 커피는 남편 말대로 '커피 차' 같다는 말이 적절할 정도로 후각으로 느껴지는 향이 없었어요. ㅜㅜ  지난 주 어느 날 밤은 식구들 모두 잠든 사이 우리 주방은 완전 부리부리 박사님의 연구실이었습니다. 연기는 자욱하고 제 머리는 산발이고, 바닥에 흩어져있는 커피콩과 원두 가루들.... 그대로 밤을 새면 내 얼굴에 수염이 덥수룩해질 것 같은 분위기.


커피가 막 로스팅 해서는 향이 나지 않고 3,4일이 지나서 숙성이 되야만 고유의 향이 진해진다는 것도 알았고 맛도 7일 정도가 되어야 제일 좋다는 것도 이제 알게되었습니다.
요즘 로스팅의 정도를 다르게 해서 각각의 맛 비교하기, 원산지가 다른 생두를 비교해서 맛보기 등으로 완전 카페인 과다섭취. 그래서 잠은 완전 없어지고... 덕분에 새벽기도 다니기 아주 기냥 수월하고 있습니다.


채윤이가 그려 준 카페 나우웬 그림이예요. 자세히 보면 카페에 있을 건 다 있습니다. 채윤이 그림처럼 언젠가 엄마가 저러구 '영성카페 나우웬'을 차릴 날이 올까요? 쉼을 찾는 사람들에게 커피 한 잔과 나우웬의 깊은 영성을 선물로 건내는 날 말이죠.


누나 그리는 것 보고 현승이가 따라 그린 건데... 엄마가 머리를 저러구 있으면 손님이 도대체 올랑가 모르겠네요. 간판도 까페가 아니라 화장실이 두드러지니...  지나가다 화장실 급한 사람만 왔다 가겠다.ㅜㅜ

암튼, 제 마음에 커피콩 한 알이 심겨졌습니다. 커피콩 한 알이 자라서 무엇이 될까요? 커피콩이 마음에서 자라갈수록 헨리 나누웬과의 만남도 깊어지는 요즘인데... 그저 지금처럼 우리집 주방에서 거실에서 나누는 커피와 삶의 많은 이야기만으로도 행복하구요. 언젠가 이 공간이 아주 멋진 카페로 그대로 옮겨진다면 것두 정말 멋진 일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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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커피를 좋아한 건 고3 때부터다. 야자 끝나고 집에 와서 공부하기 전 잠 깨는 용으로 마시기 시작했는데.... 어느 새 커피 맛을 알아버린 것. 어쩌면 나는 커피를 좋아할 운명이었는지도 모른다.ㅎㅎㅎ 어릴 적에 수요예배나 주일저녁 예배를 마친 후면 교회 장로님과 몇몇 분이 꼭 우리 집(우리집은 목사관으로 교회당에서 몇 걸음 내려오는 곳에 있었다) 으로 내려오셔서 꼭 커피를 한 잔 씩 하시면 밤 깊도록 얘기를 나누셨다. 그 때마다 엄마가 애들이 커피 마시면 머리 나빠진다고 코코아를 주시기도 하셨다. 헌데 세상 그 어느 누구가 손에 쥐어진 것을 귀하게 여기겠는가? 우리 몫으로 주는 코코아는 별 맛이 없고 아버지가 다 드시고 남긴 커피잔 바닥에 동그란 모양으로 남아 있는 한 방울. 그걸 핥아먹는 맛은 어디 비할 수가 없었다. 아, 난 그 때 커피맛을 알아버린 것이다.

커피를 무지 좋아하지만 커피에 진정한 관심과 애정을 가지게 된 건 올 초다. 익히 아는 얘기지만 남편이 청년부 사역을 시작하면서 3부 예배 전 본당 뒤 쪽에 커피 메이커 두 대 놓고 작은 카페를 시작하면서 부터다. 내게 커피는 좋은 사람하고 만나서 음악과 함께 마시면 좋은 그 정도의 기호품이 지나지 않았다. 남편과 함께 어떻게 하면 청년들의 살아있는 예배를 도울 수 있을까? 를 고민하다 생각한 것이 커피다. 커피를 준비해서 사랑과 함께 나누는 것이다. 밖에서 마시는 별다방 콩다방 보다 훨씬 더 신선한 원두로 내린 커피로 아이들을 유혹해서 예배에 일찍 나오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예배 전 본당 안에 커피향이 가득 차게 하는 것이다. 커피향이 가득 차 듯 성령의 임재가 가득한 예배당을 아이들이 느끼게 해주자는 것이다.

그렇게 시작되었다. 점점 커피에 대해서 더 알고 싶고, 단지 커피가 아니라 커피를 사이에 두는 영적이 만남에 대해서 교집합을 찾기 시작했다. 어떤 분야든 40 권의 책을 읽으면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된단다. 그리고 어떤 분야에 일만 시간을 쏟으면 또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된단다. 그래서 목표를 정했다. 커피에 관한 책을 40권을 읽자. 바리스타 교육을 받을까 생각도 했지만 일단 교육비가 너무 비싸서 도전할 수가 없다. 이제 다섯 권 째의 커피 관련 책을 읽오 있다. 그 사이에, 아니다. 그 사이가 아니다. 윤미가 싱가폴 가면서 남기고 간 에스프레소 머신이 나로 하여금 커피에 조금씩 더 발을 깊게 담구게 했다.

다섯 권 읽었을 뿐인데 남편이 '당신 벌써 커피 전문가 같애. 커피 맛이 달라' 하고 칭찬인지 인정인지 격려인지 모를 기분좋은 소리를 해준다. 내 생각에도 불과 3개월 정도 지났는데 원두의 종류, 원산지, 유명한 카페, 각 나라의 커피 등 정보가 많아졌다.
다 좋다. 커피는 서로 마시자고 있는 거고 집에 오는 청년들과 손님들 함께 커피를 나누는 게 중요하다. 헌데 문제는 신선한 원두는 비싸다는 것이다. 원두를 준비해 두기 위해 장보는 것을 줄이는 거? 쫌 미친 짓일까? ㅋㅋ 암튼, 이 비싼 원두를 어찌 조달할 것인가? 좋은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혼자 있을 땐 맥심 모카골드 한 봉지로 입맛을 달래기도 한다.

그러다가!
아예 커피 볶는 로스팅 머신을 사는 방법을 없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가정용으로 작은 로스팅 머신이 있을 법도 한데... 볶기 전의 커피인 그린빈과 볶은 커피의 가격이 너무 많이 차이가 많이 나는 관계로 로스팅을 집에서 할 수 있다면 거 괜찮다 싶었다. 아닌게 아니라 있네! 난 꿈이 생겼다. 저 로스팅 머신을 손에 넣는 것. 저걸 갖게 되면 새로 이사가는 집 현관에 아예 '카페 나우웬' 간판을 붙일까 생각 중이다.(굥화야, 디자인좀 해주면 안되겠니?) 지금 우리집이 무늬만 가정집이지 까페라고 해도 될 듯 한데 말이다.^^
그렇게 까페의 꿈★에 한 발 다가가는 거야!

나한테 이거 사주고 신선한 원두커피 무한제공 받을 사람?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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