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사랑 땅의 사랑 듬뿍 받는 여자의 표정 한 번 보실랍니까?  ㅎㅎㅎ

넉넉한 사랑받다 보니 없던 볼살도 올라온 듯 해요.
세상에서 끓일 줄 아는 건 라면 밖에 없는 남편을 뫼시고 살아서 결혼 후 생일에 미역국 얻어먹어 본 기억은 시부모님과 함께 살던 몇 년이지만요.
게다가 일회성 이벤트하고는 거리가 먼 성품이시라 서프라이즈 선물, 장미 백 송이, 이런 거 한 번 못 받았봤지만요.(불쌍한 남편 너무 깨진다.ㅎㅎㅎㅎ)
생일이 수요일에 겹쳐서 결국 저녁식사도 제대로 생일다운 떡벌어진 상을 대하지도 못하고 근사한 외식도 아직까지 미뤄둔 건지, 아예 지나간건지 모르겠습니다. 이 포스팅 보면서 살아남을 생각이 있다면 후속조치가 있겠죠. 뭐.








엄마 생일축하하는 자리에서 아빠가 '엄마가 좋은 이유 열 가지만 얘기하자' 하니깐,
'음.... 사실 엄마가 싫을 때도 있고 항상 좋은 건 아니지만  있지만 좋은 점은...' 이라는 정직한 단서를 붙이면서 조목조목 어른처럼 재잘거려준 딸이 있지요.
이제는 진짜 막 대하면 안되겠다며 하루에도 여러 번 놀라게 만드는 성인이라고 불려도 좋을 열한 살 딸 김채윤.  이런 속도라면 키도 마음도 금방 엄마를 따라잡을 듯한 딸이랍지요.




 


조만간 정식으로 결투를 해야할 것 같은 이선균을 닮은 아저씨과 이선균을 닮은 초딩 1학년이 될 두 남자. 이 남자들의 공공연한 질투로 '여자라서 행복해요' 라며 존재감을 확인해 봅니다. ㅋㅋㅋㅋ
침대에 누워있으면 이불 덮어주고 뽀뽀해주고 '내 곰돌이야. 내꺼야. 아빠 만지지 마' 하며 단속하는 이선균 닮은 초딩의 사랑은 의심을 좀 해봐야겠습니다. '제물이 있는 곳에 마음이 있다'는데.... 누나가 자기가 가진 돈 칠 만원을 엄마 생일선물로 다 쓰고 싶다는 선언을 하자 바로 거실에 엎드려서 '나는 돈 모아서 필요한 데가 있다고오~~ 엄마 생일 선물 만 원 한 개만 쓸거라고. 아니, 천 원 짜리 네 개 있는데 그것만 쓰면 안 돼? 하다가 결국 '치사한 놈' 소리를 듣고야 말았지요.






사랑하는 마음보다 더 좋은 건 없을걸
사랑받는 그 순간보다 흐뭇한 건 없을걸
사랑의 눈길보다 정다운 건 없을걸
스쳐닿는 그 손길보다 짜릿한 건 없을걸
혼자선 알 수 없는 야릇한 기쁨 천 만 번 더 들어도 기분 좋은 말  사랑해
사랑하는 마음보다 신나는 건 없을걸
밀려오는 그 마음보다 포근한 건 없을걸




어쩌다 오래된 저 노래를 흥얼거리다 보니 이선균 아저씨가 기타를 잡고 있고,
애들이야 어쩌든 말든 둘이 앉아서 동물원, 조덕배, 이문세, 해바라기....등의 흘러가 옛노래를 불러제끼니 앞에 모닥불만 있으면 딱이겠구만요.
(팬서비스 차원에서 이 날 부른 노래 촬영한 게 있어서 올리려 했으나 용량초과로 좌절)



어느 해 보다 더 잔잔하게 보낸 생일의 여운이 오래오래 마음에 남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마음 깊이 간직하고 싶은 속깊은 생일축하들이 있어서인 듯 합니다.
너무 귀하고 아름다워서 공개적인 자랑조차 하고 싶지 않은 진심어린 축하들이 내내 마음을 울리고 있습니다. 오늘 새벽엔 그 분 앞에 앉아 '사랑받는 나'로 인해서 감사와 감동의 눈물을 오래 흘렸습니다.
가족, 내가 지금 여기서 만나고 있는 사람들, 무엇보다 우리 티앤티어들.... 이들에게 내가 무엇을 준다는( 그 흔한 말로 '섬긴다'는) 자의식으로 충만할 때는 경험할 수 없는 이 어린아이 같은 마음이 되어봅니다.
나를 아내라고, 엄마라고, 사모님이라고, 선생님이라고, 신실이라고, lari님이라고, 채윤이 에미라고, 언니라고 부르며 사랑해주는 지금 여기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 속에 날 사랑하시는 그 분의 모습을 봅니다.
























사랑하는 마음보다
더 좋은 건 없는 것 같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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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은 놀토를 좋아한다지만
나는 놀월을 기다려요.

놀토의 즐거움을 모르는 것 아니지만
그저 나는 놀월만 기다리고 싶어요.

놀월에 온 가족이 뒹굴며 노는 것은

놀토의 여유보다 아름답습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한용운님 공감 못하실 우리집의  '행복'-






애들이 노는 토요일에는 아빠가 출근하고,
아빠가 노는 월요일에는 애들이 학교가는 집.
그 사이에 이 쪽 저 쪽 다 노는 날인 엄마는 진정으로 노는 게 아니라 두 날 다 근무하는 날이 된다.


눈이 이따시 만큼 쌓이고 특새 첫 날을 다녀온 월요일.
모처럼 아주 모처럼 네 식구가 모두 여유로운.... 수 년 전의 그 날.
놀토의 추억이 되살아난다.

012345678


밖에 나가지 못해 안달을 하던 강아지 새끼 한 마리가

이젠 그딴 것엔 별로 관심이 없다는 듯한 남의 물 좀 먹고 온 아가씨와
하루 종일 검은 츄리닝의 귀차니즘 아빠를 끌고 나갔다.
저번 살던 동네 같았으면 동네 애들 모아놓고 하루종일 아쉽지 않게 놀았을 날인데....
친구도 없고 마땅한 놀이공간도 없는 애들이 낯설게 눈에 비비적대다 들어왔다.






DVD도 하나 빌려다 보고,

고구마도 구워먹고,
챙이한테 배운 스파게뤼,
직화구이 짜장면,
게다가 현승이는 에이스에 엑설런트 얹어먹기,
그 사이사이 쵸코렛 까먹기....
하루 왼종일 먹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물론 엄마 아빠는 그 사이사이에 커피를 마셔주는 것 빼놓지 않는다.






이즈음에는 현승이를 제외한 세 식구가 검은 츄리닝으로 주로 살고 있는데....

가끔 외식을 하러 나갈 때 히야 우리 모두 다 완전 블랙 츄리닝으로 나가자.
하면서 의기투합하면...

저 쬐고만 얼룩말 놈은 청바지 입고 끝까지 게긴다.
올블랙으로 다니는 식구들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쳐다보면 어쩌냐? 주목받는 건 싫다!
이게 절 얼룩말 놈의 신조다.
그래서 저렇게 놀월 기념사진 올블랙으로 맞춰 입고 남기는 것도 사정사정해서 간신히!






우리 종필이가 말 젤 잘 들어. ㅋㅋㅋ
웃으라면 웃고, 심각한 표정 하라면 심각한 표정하고....
사진 여러 컷 찍었는데 저 얼룩말놈 때문에 다 망쳤다.


41년 만의 폭설에 약속도 다 취소된 월요일,
간만에 온 식구 하루종이 한 덩이 되어 뒹군 날에.


2009년,
난 그들과 함께 있었네.

목자모임.
이라는 이 식상한 네이밍.
회가 거듭될수록 뚜껑을 열고보면 모임의 이름이 주는 식상함과는 거리가 먼...

나, 이들과 함께 있었네.
이들의 눈물과 이들의 웃음에 내 마음을 실어 울고 웃었네.

이들과 함께한 대봑 2009 송년 모임.
12 인분의 바베큐립을 비롯한 마음을 모은 화려한 음식,
앵벌이와 동분서주 날뛰면 준비한 텀블러 열 두 개,
솔방울 모양의 초가 제 살을 녹이면 타오르던 그 감동의 밤.
2주간의 마니또에 얽힌 눈물과 감동과 뒤집어지는 웃음의 이야기들.
3000원 제한에 걸려 돈 대신 사랑을 쏟아부을 수 밖에 없었던 마니또 선물.

무엇보다 1년을 돌아보면 눈물없이 고백할 수 없었던 성숙의 시간들.
그 눈물보다 더 진한 웃음으로 배꼽을 찾으러 다녀야 했던 시간들.
그리고 진한 허깅의 순간들.

이 모든 소중한 시간을 담은 사진을 컴에 옮기는 과정에어 모두 날.려.버.렸.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내 2009년, 목자라는 말도 식상한 이 싱그럽고도 깊고,
깊고도 유쾌한 이 젊은이들과의 마지막 모임을 순간에 날려버렸네.

덜렁 남길 수 있는 두 장의 사진은 내 마니또가 손수 만들어 건네준 쵸콜렛을 임신한 눈사람.
그리고 남편의 마니또가 묵을 갈아서 거기에 마음을 함께 갈아서 그리고 쓴 수묵화 한 점.


주님 말씀하시네.
닥.쳐.라.

그 화려한 사진들로 그 모든 것이 너의 공로인줄로 티스토리를 통해 만방에 알리고자 하는 동기라면 닥쳐라. 그 사진 내가 다 가져간다.
너는 한 해 동안 그 젊은이들에게 분에 넘치는 사랑과 존경을 받았고,
젊은피를 수혈받았을 뿐이니... 감사한 줄 알라.
너의 알량한 공로를 떠벌이려거든 닥쳐라.

그래서 난 이만 닥치련다.

나의 2009년,
이 몸과 세상 간 곳 없고,
열 세 명의 목자만 보이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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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는 것은 결국 약해진다는 것이다.....











마음을 절대 다치지 않으려거든 아무에게도 마음을 주지 않으면 된다.

동물한테도 마음을 주면 안된다.
취미와 소소한 사치로 마음을 꼭꼭 동여매라.
모든 연줄을 피하라.
이기심이라는 관 속에 마음을 완전히 가둬 두라.












그러나 안전하고 어둡고 공기가 통하지 않는 그 부동의 관 속에서 마음은 변질될 것이다.

상처를 모를 것이다.
깨질 수도 없고,
뚫고 들어갈 수도 없고,
구원받을 수도 없는 마음이 되고 말 것이다....





천국을 제외하고
사랑의 위험에서 완전히 안전하게 피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은
지옥이다.


C.S. 루이스 <네 가지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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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이 블로그의 정체성에 대해서 의문을 던져보게 됩니다.
딱히 양육과 요리를 메인으로 하는 주부 9단을 꿈꾸는 신세대 아줌마의 정체성인가?
에니어그램과 영성, 헨리나우웬을 운운할 때는 수도의 여정을 걷는 여느 수도자의 고백록인가?
티앤티어들 보다 더 들떠서 댓글놀이 할 때는 철들다 만 20대인가?
JP와의 은근한 닭살행각 서슴치 않을 때는 이제 막 결혼한 신혼부부 컨셉인가?
아, 이렇듯 촛점없는 포스팅을 해대는 나는 누구인가?

라고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를 해가며 오늘은 또 새로운 분야의 포스팅으로 다시 한 번 정체성의 촛점을 흐려놓습니다.


오래 전부터 서랍장이 하나 필요한 걸 어떻게 어떻게 살아보다가 이번에 큰 맘 먹고 서랍장 하나를 줏어왔습니다. ㅋㅋㅋ
살려고 봤더니 맘에 드는 건 진짜 가격이 만만치 않고(이런 멘트는 리폼을 한 아줌마들이 포스팅 할 때 필수사항 입디다 ㅋ) 가격이 만만하면 영 허접하고...
그러던 차에 아파트 어느 집에서 장롱, 소파, 서랍장을 무더기로 내놓은 걸 봤습니다. 혹시나 해서 살펴봤더니 아주 오래된 화장대가 나왔는데 자꾸 눈길이 가더라구요. 그리 알뜰한 주부가 못돼서 생전 리폼 같은 건 안해본지라 엄두는 나지 않았지만 일단 들여 왔습니다. 올케 선영이가 리폼의 여왕이니까... 비빌 언덕이 있으니까... 하고요.


인터넷을 돌아다니며 손가락품을 판 덕에 시트지랑 문고리 저렴하게 구입해서 부부가 함께 힘을 합쳐 리폼을 했습니다.




아, 진짜 기가 막히게 기포 하나 없이 깔끔하게 완성. 이걸 누가 처녀작이라고 하겠습니까.
(이러면 주부9단이 아니라 자뻑 9단으로 가야는 건가?ㅋㅋ)
사진을 클릭해서 크게 보셔야 감동이 두 뱁니다.

물론 비포 사진도 보여 들려야 예읩죠.




거울은 고심 끝에 다시 갖다 내놓고 하단 서랍장만 살렸습니다.

나, 오늘은 알뜰살뜰 주부 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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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데 우리 집에서는 늦게 일어나도 먹을 걸 얻어 먹는다. 일찍 일어난 모녀가 식사를 마친 자리에 잠탱이 남자 둘이 앉았다. 그리고는 소통이 안되는 대화 시작.

현승 : 엄마, 나 김이랑 먹고싶어. 근데 김에 밥을 말면 김이 뿌셔져.
엄마 : 엄마가 말아줄께.
아빠 : 여보, 김에다 밥 말다 말아버렷(혼자 키득키득)
엄마 : 알았어. 현승아 엄마가 김에다 밥을 말다 말아버리면 국에 밥 말아 먹어. 알찌?
         (엄마 아빠만 완전 좋아 키득키득)

잠시 후...

현승 : 아빠, 밖이 이상해 잘 안보여.
아빠 : 그건 안개야. 그건 안.개. 그러니까 개가 아니라는 거지. 안개야. 안개!
         큭큭큭큭.....

이런 모든 대화가 오고가는 시종일관 현승이는 묵묵부답. 밥만 먹기.

==========================

이사 잘 하고 썰렁하게 컴백합니다.
사진으로 살짝 보이는 벽의 왕따시만한 포인트. 과연 포인트 벽지의 진수를 보여주는 포인트가 아닐 수 없습니다. 처음 집 보러 왔을 때 저걸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ㅋㅋㅋ
앞으로 사진에 매우 자주 등장할 듯한 예감이죠.

이런 저런 자리를 잡아가고, 동네도 조금씩 접수해가고 있습죠.
여러분들의 진심어린 염려 덕분이지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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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간의 김치찜과는 달리 오늘의 김치찜은 약간 스타일리시 합니다.
간지 김치찜? 이라기보단 엣지 김치찜? ㅎㅎㅎㅎ 그 정도로 해두죠.


묵은지의 걸쭉한 맛을 보완하기 위한 컨셉의 런닝 메이트는 새싹 두부 샐러드.


엣지 김치찜을 가까이서 보도록 하겠습니다.
들기름, 설탕, 마늘으로 다시 양념이 된 잘 익다못해 잘 삭은 묵은지가 속에 무언가를 품었습니다.


묵은지가 내면에 품은 것들을 자세히 보자면 스팸, 떡볶이 떡, 애타리 버섯입니다.
돌돌 말아서 육수를 붓고 푹 익힌 다음에 먹으면 제대로 밥도둑이 되더군요.
제가 아침에 먹어보니 두 덩이로 밥 한 공기 먹을 수 있었습니다. 짜기도 짜다는 얘기지요. 그렇기 때문에 물론 저걸 통째로 입에 넣으면 안됩니다.  일단 풀어헤쳐서 김치는 젓가락으로 찢어서 내용물과 함께 조금씩 싸서 드셔야 합니다.

기껏 저렇게 해드렸더니 도사님께서 하시는 말씀. '이렇게 풀어서 먹을거면 뭐하러 힘들게 말어?' 하며 매를 버십니다.


생일인데다가 J군과 교제한 지 700일이 되는 우리 민갱목자. 700일 기념으로 여기 저기서 700원 씩 돈도 받고, 케잌도 두 개 씩이나 받고... 아고.. 행복하고 부끄러워라.
난 알아. 민갱이가 왜 그리 사랑을 많이 받는지. 정답은 너의 눈물이야. 자기연민의 눈물이 아니라 후배들을 향한 끊임없는 눈물. 그 눈물을 보지는 못하는 사람이라도 민갱일 만나면 마음으로 느낄 수 있었던 거지. 축하해. 민갱이!


언제 어디서나 준비된 도우미. 항석군의 재빠른 설거지 도움.
떡만두국 20인분을 끓여서 애들 먹이고 달려온 이 청년을 우리는 무어라 불러야 할까요?
있는 거 없는 거 다 털어서 후배들 밥 멕이는데 커피 사주는데 써버리는 이 청년을 말입니다.


그 사이 바리스타는 김치냄새 나는 손으로 드립포터를 잡았습니다. 요즘 로스팅에 상당히 고전하고 있기는 하지만... 실패는 있어도 좌절은 없습니다! 오늘도 나는 커피를 내립니다.


'선생님, 저두 한 번 해볼께요' 하고 들이댔다가 '그만! 천천히! 한 방향으로!' 하는 날카로운 선생님의 지적질에 쫄기도 하련만 고개 빳빳히 들고 '선생님, 무서워요' 하면서 더 무섭게구는 챙이.

이렇게 그리스도의 마음인 우리 거실에서 또 한 번의 목자모임이 끝났습니다. 모임을 마치면 대부분 가슴 벅찬 사랑에 마음이 들끓습니다. 뒷정리 하는 손놀림이 한 없이 가볍고 마음은 뜨겁지요. 어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이 메말라갔습니다. 메마른 마음에서 메마른 가지들이 서로 부딪혀 울어댑니다. 조금만 호흡을 가다듬고 마음을 들여다봐도 알 수 있습니다. 메마름의 원인이 두려움이고 두려움의 원인은 사람을 목적이 아니라 수단으로 삼고 싶어하는  마음이라는 것을요.
청년사역을 하면서 '강도사님 가셔서 청년부가 부흥이 많이 됐어요. 너무 보기 좋아요' 이런 칭찬이 부담되면서도 슬슬 중독되어가는 자신을 보게 되지요. 그리고 그걸 당연한 것으로 여기기 시작. 남편이 설교를  죽쒔다고(?) 하거나 내 맘에 차지 않게 기도회나 찬양 인도를 하는 날에는 마음이 안좋습니다. 그런 날에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남편을 통해서 내가 높아지기 위함인 경우가 많습니다.
남편도, 목자들도, 청년들도 어떤 경우에도 내 삶을 더 그럴듯 하게 하기 위한 수단이 될 수 없습니다. 그저 사람은 언제든 사랑의 대상이고 목적입니다. 맛있고 스타일 나는 김치찜을 정성껏 준비하는 행동도 그 동기가 '나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면 그런 선한 행동은 악한 행동 못지않게 나를 파괴하는 일임을 압니다. 

어스름한 새벽 교회당에 앉아 내 맘에 그렇게 말씀하시는 그 분의 소리를 듣습니다. '나는 한 번도 너를 내 이름을 위해서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았다. 너는 언제나 나의 목적이었고 사랑이었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너도 그렇게 살길 바란다. 그게 다른 사람을 위한 길이 아니라 바로 너 자신이 살 길이란다'

저 목자들, 80여명의 TNTer들이 언제든 나의 목적이길... 내 맘의 동기가 그 분 앞에서 날마다 씻겨지고 또 씻겨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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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를 생각하고 나는 나는
나의 가난함도 슬프지 않고 슬프지 않고
남의 부요함도 부럽지 않나니
예수를 생각하고 나는 나는
오직 감사한 마음이 넘칠 따름이라

예수를 생각하고 나는 나는
몸의 환란도 괴롭지 않고 괴롭지 않고
그 행복도 사모하지 않나니
예수를 생각하고 나는 나는
오직 평강과 만족만 있을 따름이라

예수를 생각하고 나는 나는
일의 실패에 실망치 않고 실망치 않고
그 성공에 뛰며 기뻐하지 않나니
예수를 생각하고 나는 나는
오직 영원한 승리자이기 때문이라

목자모임에 대한 얘기를 하다가 남편이 그랬습니다. '여보, 생각해보면 우리 목자들 몇 개월 사이에 많이 단단해지지 않았어? 처음을 생각해보면 다들 그 때 보다 자란 것 같애' 말을 듣고 한 사람 한 사람 생각해보니 정말 그랬습니다. 헌데 계속 얘기를 나누다 보니 정작 가장 많이 마음이 단단해지고 자란 것은 우리 부부였습니다. 흔들리며 피는 꽃처럼 마음이 이랬다 저랬다 하지만, 자주 자주 믿음의 눈이 어두워져서 어두운 밤을 헤매기도 하지만 우린 자랐습니다.

목자모임이 끝나고 피고해서 상을 치우지 않고 저 상태로 잤다가 아침에 주방에 서서 거실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저기 앉았던 우리 목자들을 생각해 봅니다. 무엇이 부족해서 자신의 시간과 돈을 들여서, 정성을 들여서 목자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을 섬기는 것일까요? 섬긴다는 것도 적절한 표현이 아닙니다. 왜 목자의 자리에 앉아 있는 걸까요? 무엇이 부족해서 나이 어린 후배들에게 때로 거절 당하고 무시당하는 느낌을 받으면서도 끊임없이 손 내미는 선택을 해야하는 걸까요? 아무 댓가없는 이 일에 왜 이렇게 많은 에너지를 쏟고 상처 받기를 자처하는 것일까요?

남편이 어느 목자와 주고 받은 문자 얘길 하면서 실패한 듯 보이는 자리, 배신 당한 듯 보이는 자리가 바로 예수님의 자리라 했다 합니다. 생각해보면 가장 가난하고, 가장 피곤한 삶을 사셨던 분이고, 끝끝내 모든 제자들에게 철저하게 배신 당하는 삶을 사셨던 분이 예수님입니다. 그 분의 자리가 바로 항상 힘이 있어도 안 쓰는 자리, 낚이는 줄 알면서 낚이는 자리, 뺏길 걸 알면서 뺏기는 자리, 실패인줄 알면서도 자처하는 자리임을 생각해 봅니다. 우찌무라 간조 作 이라는 위의 시가 마음을 많이 울립니다.  우리 목자들이 앉아서 눈물을 떨어뜨리는 저 자리, 낮은 자리, 그 자리가 예수님의 자리입니다. 자주 잊어버리지만 철저한 실패로 영원한 승리자 되셨던 그 분의 길을 걷는 사람들 입니다. 모두 서로 흔들리지만 함께 붙잡아주고, 내가 흔들릴 때 네가 잡아주고, 네가 흔들릴 때 내가 힘이 되어주는 자리입니다.


원고 마감이라서 스트레스가 만땅이었고, 시간도 없어서 모임 시작하기 한 시간 반 전에 장을 보러 갔습니다. 장 보고 나서 무거운 장바구니 들고 오는 것이 큰 부담인데 일찍 와서 이런 저런 많은 무게를 덜어주었습니다. 오랫만에 묵은지 고등어 조림과 두부요리 하나. 오랜 시간 고민해서 준비한다고 꼭 성공하지는 않는다는 진리를 다시 깨달은 저녁식사. ^.^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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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추위는 완전히 물러가고(집이 하도 추워서 최근 까지도 집 안에 있으면 춥다는 생각을 많이 했음) 널따란 베란다에 테이블을 하나 내놓고 혼자 있을 때 노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주부라면 누구나 아는 그 맛! 모두 내보내고, 가사일을 마치고 차 한 잔과 함께 앉을 수 있는 곳. 저기 앉으면 앞으로도 초록 뒤로도 초록이라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요.

도통 여유있는 시간을 못 가지고 계시는 남편이 엊저녁인가 베란다에 나가 보더니 '에이씨, 여기서 완전히 신선놀음을 하는구만' 하시는데 부러워서 돌아가시겠나 봅니다.


우리집 초록이들도 요즘 살 맛이 났습니다. 그간 쨍하고 드는 해라고는 못 보고 자라던 녀석들입니다. 이 집에 이사오고 날이 풀리면서 베란다에 자리를 마련한 이 녀석들 정말 잘 자라주고 있습니다. 잘 자라서 분갈이도 해주었고요.


제가 주부가 된 이후에 작은 화분들 정말 많이 돌아가시게 했는데요.... 어느 때 부턴지 '화분 참 잘 기른다'는 소리를 듣게 되었어요. 아닌게 아니라 죽어 나가는 놈들이 요 몇 년 동안에는 잘 없습니다. 가만 생각해보니 음악 탓인 것 같습니다. 잘 때나 아이들 악기연습할 때 외에는 거의 쉬지 않고 돌아가는 것이 CD플레이어 내지는 튜너니까요.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고 키우는 화분이 더 잘 자란다는 연구가 있을 정도로 입증된 것이니, 이 녀석들 음악 쫌 아는 화분임에 틀림없습니다. 지금도 잘 보시라구요. 살짝 이파리리들이 거실 안의 스피커를 향하고 있다니까요.


자~ 매일 매일 신선놀음 하게 해주는 이쁜 초록이들과 셀카 한 장!
고맙다. 얘들아, 니들이 수고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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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생각해도 요리는 엄청난 예술이렷다.
오후 네 시 반 쯤.
식탁 위에는 떡볶이떡, 오뎅, 양파, 파프리카.... 등등이 검은 비닐봉지 담겨 널부러져 있었는데 말이다.( 진정한 블로거라면 그걸 찍었어야 했어. ㅡ.,ㅡ)
여섯 시가 조금 넘은 시간엔 그 널부러져 있는 것들이 저런 모양이 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나는 예술가야. ㅋㅋ


여름을 방불케하는 주말을 지낸 주일 오후, 우리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목자들에게 뭘 해줄까?  날이 더워지니까 탕이니 찜이니 하는 전공요리들이 부적절한 느낌이 팍팍 든다. 떡볶이? 뭐 새로운 떡볶이?  한 종류의 떡볶이론 내 사랑을 다 담을 수 없어. 최소한 세 종류는 되어야해.  그리고... 두부 검은깨 드레싱의 샐러드? 오케! 콜!


일따안~ 신김치를 이용한 김치 떡볶이. 먹다보면 김치찌겐지 뭔지 헷갈리기도 하는...
이건 우리 목자들을 향한 깊은 맛으로 잘익은 배추김치 같은 내 속깊은 사랑. ♡
느끼해? 그래서 김치를 팍팍 넣어줬잖아. ㅎㅎㅎ


그리고 이건, 특별한 날에만 먹는다는 짜장면에서 유래한 짜장 떡볶이.
열 두 명의 목자들은 언제나 내게 스페셜한 존재들이니까.


이게 바로 신제품!
어버이 날에 부모님 식사 대접을 했던 퓨전 한정식집에서 먹어 본 퓨전 떡볶이 내지는 뭐 궁중 떡볶이.매 주 만나도 만날 때 마다 새로운 이들이 먹을거니까.
아~ 성공! 세 종류의 떡볶이 중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거 같아. 비법은? 고추기름에 굴소스, 그 정도? ㅎㅎ


음식은 한 방에 성공해야 뒷탈이 없다는 '삶은 요리'의 생각.
이 두부 검음깨 소스는 지난 번에 식구끼리 먹을 때 했는데 실패했었드만....
실패를 거울 삼은 신중하게 재료배합을 했건만 2% 부족. ㅜㅜ


다행인 건 모두들 배고팠다는 것. 식기도에 은혜받기는 처음. 짧고 굵은 식기도로 식탁에 은혜를 더했다. 식사 막 시작하는데 상 위에 카메라 들이대자 순간적으로 몸을 날려 배경이 되어준 윰! 난 너의 그 정신을 높이 산다. 윰아!ㅎㅎㅎ 진정한 개그는 굴욕을 자처하는 그 정신에서 비롯된단다.(도사님은 이 사진을 맘대로 올리는 걸 걱정하시는데, 난 윰은 원래가 이쁘게 생겨서 괜찮다는 주장인데 어떠니?ㅋ)

이들이 왔다 가는 밤에는 빨리 잠을 이루지 못한다.
이들의 눈물과 아픔이, 기쁨조차도 내 마음 깊은 곳에 기도의 목소리로 들어와 끊임없이 나를 깨운다.내가 가진 모든 것으로 축복해주고픈 아름다운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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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넷이 모두 여유로운 휴일.

사실 '어린이 날'이라고 더 많이 불리지만 우리집은 항상 '어린이 날'이니까 굳이 '어린이 날'을 따로 정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하니 얼마나 마음이 가벼워지는지. 헤~

오월을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푸르른 오월에는 숲으로 가자!



숲으로 가기 전 상황.
늦게 늦게, 충분히 늦잠 자고 난 어린이들은 잠도 깨지 않은 상태에서 바로 부루마블 게임을 시작하시고. 옆모습 살짝 봐도 얼굴이 부숭부숭.



역시 충분히 주무시고 얼굴이 통통해지도록 부으신 어린이들의 아버지도 눈 뜨자마자 여유롭게 독서를 하시는데....  정말 여유가 있으셨나보다. 설교준비도 아니고, 큐티도 아니고, 그에 관련된 독서도 아니고, 평소 시덥잖게 여기시던 에니어그램에 관한 책을 뒤적이고 계시다니...


주부의 삶이란....
휴일 아침 다들 일어나 아무 걱정없이 지 하고 싶은 것들을 하는데 나만 먹을 걱정이다.
그래도 식구들이 각자 여유로운 아침을 보내는 동안 췩췩췩췩 하고 돌아가는 전기밥솥 소리는 내 사랑이 익어가는 소리다. ㅎㅎㅎ 그리고 쫀독쫀독 하게 잘 지어진 콩밥.


식사 후 숲으로 가기 전 자유시간.
볕이 들어오는 베란다에 앉아서 나도 독서 쫌.  캬아, 좋다.


12시 30분. 이제 출발하자구.
커피, 물, 방울토마토, 쿠크다스... 들어있는 간식가방을 우리 집에서 제일 힘이 약한 현승이가 메고....ㅋㅋㅋ


이제부터 촬영은 모두 김채윤 어린이.
고덕산에 오르기 전 집 뒤쪽에 미나리깡을 지나쳐야 하는데 여기서 한 장 박아 놓으시고..


우리 현승어린이는 오늘의 MVP.
집에서 고덕산, 고덕산에서 주양까지 두 시간이 넘는 산행 내지는 산책을 즐겁게 신나게 완주하심. 산을 좋아하는 어린이로 임명.
고덕산 정상까지 갈 수나 있을까 싶었는데 끝까지 저 간식가방을 내려놓지 않고, '나는 산이 좋아. 산이 좋아' 하면서 펄펄 날아다니신 현승 어린이. 대단했습니다.


출발한 지 한15분 쯤부터 힘들다고 징징거리셨는데 두 시간을 넘는 행군을 하셨으니 '다시는 산에 안 가!'를 연발할 수 밖에 없으셨던 김채윤 어린이. 그런 채윤 어린이를 보면서 엄마는 속이 부글거리고, '저렇게 인내심이 없어서 어디다 쓰나?' 하며 내심 걱정하고 있.는.데.
아빠의 장점이 튀어나와서 빛을 발한다. '우리 현승이는 산을 정말 좋아하는 것 같애. 현승이는 물보다 산이 좋구나. 우리 채윤이는 산보다 불이 더 좋지?' 하면서 모두에게 최선의 해석을 해주신다.



우리 둘이 나란히 섰다면 엽기사진 한 장 정도는 남겨줘야 하는 것이고.


우리 둘이 나란히 섰다면 10년 째 같은 포즈,
'나란히 서서 어깨동무' 한 장 정도 남겨줘야 하는 것이고.


고덕산 정상에 올라 바라 본 구리쪽.
이 사진 역시 채윤 어린이가 덥다 힘들다 투덜거리며 남겨 놓으신 한 장.

정상에서 고덕동 쪽으로 내려가서는 다시 산(사실은 언덕)을 하나 넘어 배재학교로, 거기서 다시 산(역시 언덕)을 넘어서 신동아 아파트 옆으로 해서 주양까지 걸어가 늦은 점심식사. 우리집 어린이들 어린이날에 극기훈련한 이야기.

그렇게 봄하루는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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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초대에서 메뉴를 정하는 일에 도사님이 하시는 일이라고는....

'여보, 이거 할까?'
'응. 그래 그거 좋겠네'
'아니다.... 이건 좀 그렇고 조거 할까?'
'응, 그래 그럼. 그것도 좋겠네'
이 정도?

헌데 청년목자들 모임에서는 갈수록 취향을 드러내기 시작하시는데...
'여보, 이번 주에 목자전체 모임이지? 김치찜 할까?'
'아냐 아냐, 날이 더우니까 뭐 시원하고 그런 거 있지.... 그런 걸로 좀 해'
거봐, 사랑하면 적극적이 되지 않을 수 없다니깐. 췟.


일명 마끼라고 부르는....
김 위에 초밥양념을 한 밥, 무순을 비롯한 싱싱한 야채, 날치알을 올려서 싸 먹는 뭔가 정식 이름이 있을 것 같지만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는 그런 요리를 준비하얐다.
일찍 오신 도사님은 옆에서 설겆이도 도우시고, 촬영도 해주시고, 상도 깔아주시고...



이게 여자들이 좋아하는 음식인데 어찌 식사를 시작하는데 형제들이 모두 늦거나 빠지고 자매들 끼리의 저녁식사가 되얐다. 아하 참, 싱그러운 요리에 싱그러운 젊음에, 톡톡 튀는 이쁜 처자들에....
거실 가득 싱그러움이 풍성하다.


뒤늦게 도착한 형제들이 첨엔 좀 김에 싸 먹는 척 하다가 결국 야채 몽땅 털어놓고 비벼 먹는 것으로 끝장을 보는 동안 옆에서는 게임 제목은 모르겠고 엄지손가락 올리면서 숫자 세는 거, 그 게임에 한창.

이 날 모임의 압권은 질문쪽지 뽑기였다. 의미가 없으면 견디질 못하는 남편과 재미가 없으면 참지를 못하는 여자가 머리를 맞대고 짜낸 뽑기... ㅎㅎㅎ 목장을 하면서 어려운 점, 까리까리한 문제들, 그리고 모 이상형, 첫사랑, 꿈꾸는 가정.... 이런 다양한 것들을 묻는 질문지를 만들어서 뽑기를 하였다.
나름 진지하다가, 또 나름 흥미진진하다가.... '내가 꿈꾸는 가장 행복한 결혼생활의 한 장면'의 다양한 장면에서 모두 여러 번 쓰러지는 사태 발생. 여기 개그꾼들이 몇 명 포진하고 있어서 앞 다투어 넣는 추임새에 다들 고꾸라지고 쓰러지고 턱관절 분리되기 직전까지...
그러다 갑자기 경비실에서 인터폰이 왔다. '아뿔싸! 밑에 층에서 너무 시끄럽다고 컴플레인이 왔나보다' 하고 후덜덜 하면서 받았는데 생각해보니 우리집은 1층 같은 3층이라 밑에 층이 없잖하!  목자들 가고 챈이한테 한 마디 들었다. '엄마! 엄마는 청년도 아니면서 왜 그렇게 크게 웃어? 좀 짝게 좀 웃어'



그리고 나서 어느 새 모드를 전환하고 마음을 모으는 기도로 마침.
서 너 시간의 모임 동안 낮이 밤이 되고, 폭소와 눈물이 공존하고, 이상과 현실이 공존하고 수다와 기도가 공존한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단어는 '싱그러움' 이다.  아, 그것은 불혹을 넘어선 아줌마 눈에는 얼마나 부러운 싱그러움인가? 그들은 알까? 자신들 안에 있는 그 싱그러움을...  싱글의 싱그러움을 후회없이 누리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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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월요일 저녁은 가정예배 드리는 날.
가정예배에 관해서 아픈 기억이 많은 나는 일종의 알레르기 반응 같은 것이 있음을 고백한다.
매일 저녁마다 티브이에서 가장 재밌는 걸 하는 순간에 '예배 드리자' 하고 성경책 꺼내 오시는 부모님.
즐겁게 가정예배를 드려본 기억이 없다. 즐겁게 위해서 엄마 아버지 기도하실 때 동생이랑 눈 뜨고 소리 내지 않고 장난치던 기억 정도?
돌아보면 그 지겨웠던 가정예배가 가르쳐준 것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어쨌든 그러면서 우리는 부모님의 한결같은 신앙을 봤고, 기도를 봤고 그걸로 인해서 오늘의 내가 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튼, 그런 기억들로 아이들과 가정예배를 드리는 것이 조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예배가 언제나 즐겁고 행복한 일이라는 것, 우리는 예배하는 존재로 지어졌다는 것, 예배는 곧 사랑이라는 것을 어떻게 가르칠 수 있을까?

우리 집 가정예배는 특별한 형식이 없다. 아빠가 기타를 잡으면 시작되는 것이고, 찬양을 하다가 기도제목을 나누고 돌아가며 기도를 하는 것으로 마칠 수도 있고 찬양만 하다가 마칠 수도 있다.

가정예배가 진화했다.

이 집에 이사오면서 두 망아지에게 이층침대를 사주면서 우리는 쾌재를 불렀다. 비록 이층침대 사느라 망거진 우리 침대를 개비하지 못하고 바닥에 자는 신세가 되었지만 '우리는 해방이닷' 을 외쳤단. 8년 전 챈이가 태어난 이후로 밤중 수유를 시작으로 우리들의 밤은 자다 깨다를 반복하고, 자다보면 한 놈 다리가 목을 조르고 있는 상황, 자다보면 자리가 평균 세 번은 바뀌는 혼란을 거듭하는 밤이었다.
이층침대는 우리를 구원해줄 것이다. 그러면서 부푼 꿈을 꾸었는데.... 상황은 더 악화. 집이 커서 무섭다는 놈들이 도대체 둘이 자주질 않아서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 사용하며 설득하다가 결국 아빠 혼자 널따란 안방을 차지하고 나는 이층침대 옆에 이불 깔고 혼자 불쌍하게 자는 모드가 되었다. 아~ 정말 끝이 안 보이는 부모됨의 고달픔이여!

헌데 일주일 전에 의진네서 안방 침대를 얻어온 이후로 갑자기 상황이 돌변했다. 은근슬쩍 그 푹신한 침대에서 엄마랑 함께 잘 꿈을 꾸는 현승이 녀석. 아빠가 단호하게 안된다고 못 박아버렸고, 게다가 그 날 엄마가 아팠는데 아빠가 사기를 좀 치면서... '너 김현승. 엄마 아파서 푹 자야돼. 너 때문에 자꾸 깨고 그러면 진짜 많이 아파서 엄마 죽는다~아. 이제 누나랑 니네 침대에서 자. 그래야 엄마가 건강하게 너희들 돌봐줄 수 있어' 그랬더니 그 날로부터 기적처럼 두 녀석이 나란히 침대에 누워서 도란도란 얘기하다 잠드는 것. 우리 부부의 해방을 그렇게 찾아온 것이다.

그게 신통하고 예뻐서 '자! 다음 주 부터는 가정예배 드리는 날 모두 다 같이 안방에서 잔다. 자리는 가위 바위 보로 정한다' 했더니 김현승이 너무너무 행복해 하면서 이 날을 고대하며 밤에 자다 엄마한테 오는 이런 망발이 아예 없어졌다. 일헌일헌....

어제는 드디어 가정예배 드리고 다함께 자는 패밀리 데이!
빛이 되라는 아빠의 말씀에 어떻게 빛이 될 지를 나누고, 기도제목 나누고, 중보기도해 줄 사람들도 생각해보고 함께 기도하고 안방에 다같이 모여서 자기. 가위 바위 보 해서 꼴지하는 사람이 먼저 자리 정하기. 가위 바위 보 꼴지를 해가지고 자기가 원하는 자리까지 얻게된 김현승은 영락없는 강아지. 다들 누워있는데 침대로 껑충 뛰어 올랐다가 뛰어 내렸다가 기었다가 그 기쁨을 주체치 못한다.


그러다, 마지막에는 아빠랑 농담하다 오버하고 한 소리 듣고, 거기다 누나가 놀리고, 엄마한테는 혼나서 삐져가지구 저러구 계심. ㅎㅎㅎ
패밀리 데이! 가족이 서로에게만 집중하는 시간. 가족이 함께 하나님 사랑을 나누고,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시간. 이런 저런 각자의 일과 염려 다 내려놓고 서로에게 집중하는 시간. 예배란 한 분을 향한  사랑, 헌신, 행복 이런 것이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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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식구 아침식사 하는 식탁.
식사 전 거실에서 보던 신문 그대로 가져와서 계속 신문 보는 모드로 아빠는 딴 세상에 계신 것 같습니다. 사람 앉혀 놓고 혼자 신문 보고 딴 짓하는 거 이런 거에 진짜 예민한 엄마가 한 마디 합니다.
'에~ 밥 먹는 식탁에서 신문 보지 맙시다'
'엇! 알았어. 미안' 하고 신문을 내려 놓으려는 아빠.
그 때 챈이 '왜애? 좋잖아. 아빠가 신문보니까 '얘기할 것도 더 많고...

그러네.
아빠는 신문을 봐도 혼자 보는 게 아니라 읽는 걸 가지고 같이 얘기를 걸어 주는구나.
그러면 괜찮네. 엄마는 같이 식사하려고 앉아 신문을 펼쳐 드는 건 마주앉은 사람에게
'넌 나에게 중요하지 않아. 아니, 넌 나에게 없는 존재야. 알아서 밥이나 먹어'
라고 무언으로 무시하는 거라는 꼬인 마음이 있거든. 아빠는 그런 사람 아닌데..... 헤~

네 식구 식탁에 앉으면 '나 좀 봐바. 내 얘기 좀 들어 봐' 아빠를 향해서 두 딸과 한 아들이 줄창 보내는 메세지 입니다. 아닌게 아니라 사진의 현승이는 엄마 아빠가 얘기하느라고 자기가 말하는데 자기 얼굴을 안 봐줬다고 불어 있는 거랍니다.
아빠가 힘듭니다. 집에 들어오면 얘기 들어줄 세 자녀가 번갈아 따라다니며 못살게 구니까요.

식탁에 둘러 앉은 식구란 그저 밥을 같이 먹는 것이 아니라,
얼굴을 바라봐 주고, 때로 눈을 바라봐 주고, 하고싶은 많은 얘기들을 하고 들어주는 것이죠.
식탁은 그런 곳입니다. 그러다 설령 입에서 밥알이 튀어나와도 그게 한 식구죠.

그저 아무 상관 없는 사람들이 앉아서 단지 배를 채우기 위해 먹는 곳은 식당이고,
(사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식당에 가면 더 이상 식당이 아니라 사랑이 넘치는 식탁이 되는 것 아닐까요)
밥을 먹으면서 얘기하고 듣고, 눈빛을 교환하고 사랑을 나누고, 그러다 가끔 싸우기도 하는 곳이
'식탁' 이고 '식탁 공동체' 입니다. 우리는 식탁공동체 입니다.





이 집으로 이사와서 지은 지 4년 된 새 아파트가 갖추어 놓은 첨단 편의시설에 여러 번 놀라고 감탄하였다. 심한 부적응 현상으로 너무 뻔한 수납장 여는 걸 못하고 신경질을 냈는가 하면, 버젓이 잘 되는 가스레인지 안되는 줄 알고 이사 와서 하루내내 밥을 못해먹기도 했다.

살면서 남편은 '이 놈들 진짜 신경 많이 썼네' 하면서 집안 구석구석 숨은 편리한 것들에 새롭게 감탄한다. 그러나 그 중 우리 부부을 함께 감동시킨 것은 단연코 안방 화장실의 변기 옆에 있는 책꽂이다. 지난 10여 년간 화장실에 늘 두 세 권의 책을 놓고 '항문에 힘쓰며 동시에 학문에 힘쓰는ㅋㅋㅋ' 우리 부부로서는 이거 진짜 맘에 드는 물건이 아닐 수 없다. '이야,. 이것 좀 있었으면 하는 건 다 있구만' 싶다.

그 화장실에 계속 이사와서부터 계속 꽂혀있는 책이 윤구병 선생님의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이다. 참 아이러니 하다. 읽으면 읽을수록 저 책이 저기 꽂혀 있는 것이 아이러니다. 도시와 권력과 명예와 부를 버리고 가난을 선택한 분의 책이 가장 도시스러운 아파트의 샤워부스가 설치된 화장실에 꽂혀있다니 말이다.

"다 좋다 쳐도 가난은 지긋지긋하다고요?
강요된 가난은 그렇겠지요.
그러나 스스로 선택하는 가난한 삶은 그렇지 않습니다.
가난은 나눔을 가르쳐줍니다.
잘 사는 길은 더불어 사는 길이고,
서로 나누며 함께 사는 길만이
행복에 이르는 길입니다."

라고 선생은 말하지만 책을 통해 읽는 변산공동체는 가난해도 너무 가난하다.
더욱이 높은 곳, 성공, 더 많이 가지기를 지향하는 이 세속사회에서 그 분이 선택한 길은 가난할 뿐 아니라 외로운 길이라는 생각이 뼈에 사무친다. 그래도 그는 행복할까? 정말 행복할까?
행복할 것이다. 아마도 누구보다 자유로움으로 행복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그가 본 진리를 외면하지 않고 진리가 지시하는 삶을 살기 때문에,
진리로 인해서 자유로울 것이기 때문에.
 
정말 내게 정말 절절한 모순은 현대식 화장실에 꽂힌 윤구병 선생님의 책이 아니다.
책이 보여주는 그의 삶과 생각 고민, 그리고 행간에서 읽혀지는 그의 진짜 행복과 외로움은 내가 사랑하는 예수님과 너무 닮아 있다는 것이다. 그 어떤 설교보다 나를 더 사랑하도록 자극하고, 낮은 곳을 향해서 나눔과 섬김의 살도록 자극한다는 것이다.

내게 모순은 말이 아니라 삶 때문에 고개가 저절로 숙여지는 신앙의 선배를 자칭타칭 신앙 안에서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아니, 이제 철부지 같이 이런 말을 할 때가 지났는지 모른다. 나 스스로 그런 신앙의 선배가 되어야할진데.... 사랑, 섬김, 친절, 온유함, 나눔을 입에 달고 사는 소위 목회자 또는 목회자의 아내가 되어서 삶은 그것과 반대로 향하는 이 모순인 것이다.
교회 밖의 훌륭하신 분들이 내가 사랑하고 자랑하고픈 예수님의 삶과 더 닮아 있으니 이 아픈 모순을 어찌한단 말인가?

내 집은 그리스도의 마음인데....
내 집은 늘 모순으로 가득차 있다. 부끄러운 모순, 슬픈 모순....
그러나 나는 안다. 이 모순 속에서도 내가 사랑하는 예수님을 향해 끝없이 손을 뻗고 발돋움 하는 것이 내 집에 주어진 소명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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