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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대학원 선후배들을 만나면 왜 박사과정 안 하느냐? 언제 할거냐? 묻는 사람들이 있다. 40이 다 된 나이에 키보드 들고, 기타 메고, 악기 가방 옮기면서 일하는 게 버겁다고 느껴질 때는 '이 때 쯤 공부를 다시 해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아마도 내 사전에 박사과정 공부는 없을 것 같다. 자신이 없다. 박사과정에 가서 글을 제대로 쓸 자신이 없다.

남편이 대학원 공부를 하는 걸 옆에서 지켜보면 나는 놀라고, 또 심히 부끄러웠다. 남편의 공부와 글씨기는 치열했다. 명문대학이라고 하는 곳에서 것두 석사과정에서 다들 배껴 쓰고, 인용한 것도 자기가 쓴 것처럼  레포트며 소논문이며 쓰는 것이 다반산데 남편은 그러질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 말, 자기 생각이 아니면 쓰지 아니하얐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남의 말을 썼을 때는 반드시 출처를 밝히고 말이다.
나는 그러질 못했다. 박사과정에 들어가기 가장 두려운 이유 중 하나는 석사논문을 다시 들춰볼 일이 있게 되지 않을까 싶어서이기도 하다. 고백컨데 나는 논문을 쓸 때 이론적 배경 이런 부분은 몇 개의 논문을 베껴서 짜집기를 했다. 그리고 실험해서 통계좀 돌리고, 통계결과에 대해서 아주 기계적인 설명을 하고 마무리 했다. 그런 논문이 심사에 통과를 했다.

사실 그 때는 이미 내가 글쓰기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하고, 이오덕선생님이나 조한혜정 교수 등의 글로 적잖이 인간세탁도 된 다음이었다. 헌데, 논문 같은 글은 으례 그렇게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들 그러니까...학위나 받으면 되니까.

남편은 교육철학을 공부하던 그 때나, 다시 신학을 공부하는 지금이나 한결같이 글쓰기에 대해서 정직하다. 서평 하나를 쓰더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 말이다.
그러나 그건 얼마나 피를 말리는 일인가 말이다. 한 두 페이지 블로그 글도 아니고 수십 페이지의 소논문들을 다 자기 말로 쓴다는 것은....

그렇다. 그런데 그런 치열한 글쓴이의 몸부림이 없이는 감동은 없다. 분명하다. 드러내기 싫은 자기 삶을 드러내고, 삶과 유리된 현학적인 표현들로 자기를 포장하지 않는 몸부림이 없이 어떻게 감동을 주고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글을 쓸 수 있단 말인가? 남의 글을 베끼면서, 남의 설교를 갖다 베끼면서 어떻게 읽는 이로 하여금 듣는 이로 하여금 감동 받기를 바랄 수 있겠나. 희한하게도 사람들은 글만 보지 않는 것 같다.

오래 전에 읽은 이오덕 선생님의 글쓰기에 관한 글들을 보면 아이들 조차도 이미 표현의 차용에 있어서 도사들이다. 자신들의 말과는 동떨어진 어디서 줏어 들은 글전용 표현들 말이다. 채윤이 글쓰기를 봐주면서 내 글을 많이 생각하게 된다.
'채윤아! 가장 좋은 글은 니 말을 닮은 글이야. 다른 사람의 생각이 아니라 니 말과 니 생각을 닮아 있어야 해' 라고 말하면서 내 동시에 나 자신에게 말한다. 정직한 글을 써야 한다고. 정직하지 않은 글을 써 버릇 하면 인격도 함께 오염될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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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을 나섰는데 담임 선생님을 앞에 가고 계시더란다. 선생님과 아는 척하고 함께 걷고 싶어서 발을 쾅쾅 걸었단다. 그런데 선생님은 뒤를 안 돌아 보시고 옆으로 꺾어지셨단다.
일기에 쓰지 못한 말이 있다. 일기를 다 써놓고 채윤이가 그랬다. "엄마! 내가 선생님 뒤에 걸어가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는 줄 알아? 황호근 선생님이 화를 너무 많이 내고, 나한테 혼내지 않아도 되는 일을 너무 많이 혼내기는 했지만 그래도 방학 때 못 만날 걸 생각하니까 쫌 아쉬웠어. 그래서 내가 황호근 선생님을 조금 좋아한다는 걸 알았어" 한다.
그걸 일기에 쓰라고 했더니 선생님이 일기장을 보시기 때문에 그 말은 쓸 수 없다는 것. 채윤이 조차도 100% 정직한 글을 쓰기는 어렵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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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가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음악을 하든 뭘하든 꼭 잘했으면 하는 게 있다.
부부가 함께 공감하고 바라는 부분인데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글쓰기' 즉 '인문학적 사고'를 잘 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건 학교에서 절대 가르쳐주지 않는다는 것.

그렇다고 이것을 위해서 논술학원이나 독서교실을 보내고 싶지는 않다. 책하고 친해지는 삶을 살아야 하는데 그것도 엄마빠 맘대로 되는 일은 아니다. 지가 좋아서 책을 읽어야지 억지로 시킨다고 되는 게 아니니. 부모가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들 하는데 그렇게 따지면 그거는 자신 있는 대목. 집 안에 쌓인 게 책이고  밟히는 게 책이고 엄마빠, 특히 아빠는 책을 끼고 사는 사람이니까. 나중에 아이들이 '엄마빠 때문에 책이 싫어요. 엄마가 책좀 읽게 가만좀 놔두라고 신경질 부리고 그랬어요' 이럴지도 모를 일.

채윤이에게 맞는 글쓰기 교육이 시작되었다. 채윤이가 학교 들어가기 전에 '용감한 엄마' 라는 말을 들으면서도 글자교육을 시키지 않은 건 채윤이가 스스로 배우고 싶어할 때까지 기다리리라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스스로 배우고 싶어하는 날은 오지 않았고 까막눈을 면하지 못한 채 초딩이 되고 말았다.
가장 우려했던 일이 일어난 것이다. 글자에 주눅이 들어서 글자로 하는 모든 일에 주눅이 들어버리는.....사실 그래서 글자교육을 안시킨건데 '나는 글씨를 잘 몰라서 쪽팔리다'라는 것을 제대로 체득하게 한 것이다. 오 마이 갓! 무엇보다 채윤이가 이렇게 글자에 대한 감각이 늦게 발달할 줄을 몰랐다. 확실히 채윤이는 시각적인 자극을 받아들이는 것이 약하다.

처음 학교에서 그림일기 숙제를 내주어서 하다보니 속이 터지는 일이었다. 그림 그리는 것은 좋아하니까 무엇을 그릴까 생각하고 예쁘게 그리는 것 까지는 좋고, 무엇을 쓸까? 엄마랑 같이 얘기하는 것 까지는 좋은데.....이제 써 봐. 하면 두 문장 정도의 상투적인 글이 나오는 것이다.
말로 할 때는 그 좋은 표현들이 글로는 하나도 나오질 않는다. 왜 그럴까? 글자에 대한 위축 때문이었다. 글자로 자신을 표현하려면 신경 쓸 것이 너무 많으니 자유로운 표현이 되질 않는 것이엇다.

그래서 방법을 바꿨다. 일단 무엇에 대해서 쓸 지 얘기를 하게 해놓고 내가 받아 적었다. 그리고 그것을 쓰게 하였다. 받아 적는 게 힘들어서 요즘은 엄마 자신이 녹음기가 되어 기억을 했다가 한 문장 한 문장씩 녹취를 풀어낸다. 희한하다. 연필만 잡으면 지가 한 얘기도 생각이 안 떠오르고 머리가 하얘지나보다.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도와줘야 할까? 이렇게 돕는 것이 옳은 방법일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학 2학년 쯤 되어서 글자가 완전히 숙달이 되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한다. 일기 쓰면서 늘 강조하는 것이 '글은 말과 같애. 말하는 것처럼, 엄마한테 재밌게 얘기해주는 것처럼 쓰면 최고의 글이야'이렇게 반복해서 가르친다.

채윤이 글쓰기를 가르치면서 예전에 아버지가 내 글짓기 숙제를 도와주셨었다는 생각이 났다. '반공 선언문 쓰기' 숙제였는데 '유비무환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렇게 불러주셨고 그걸 받아 적었었다. '아~ 아버지가 내 글짓기를 봐 주신 적이 있구나. 이렇게 채윤이 같은 나를 앉혀 놓고 시키셨겠구나' 하는 생각이 눈시울이 잠깐 뜨거웠었다. 그 이후로 나는 반공 선언문 쓰기에서 늘 상을 받았고 글짓기에 관해서는 자신이 있는 편이었다.

언제까지 채윤이를 옆에 앉혀 놓고 이렇게 글쓰기를 가르칠 수 있을 지 모르겠으나, 기도한다. 구체적으로 기도한다. 채윤이 현승이가 무엇을 하든 어떤 사람이 되든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책을 통해 공부하고, 자신의 말과 삶에 겉도는 글이 아니라 살아있는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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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은 좋은데 다른 엄마들이랑 다른 엄마를 만나서 고생하는 채윤이.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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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채윤이가 "엄마! 나 선생님한테 칭찬 받았다. 그것두 애들이 다 있는 데서 칭찬을 받은 거야.  일기는 채윤이가 잘 쓴대"

채윤이 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학기 초에 나름 심각한 고민을 했다.
학교에서 제대로 '공부'를 배우게 될 것 같지 않고, 시험치는 기술만 배우게 될 것 같고,
채윤이 같은 성격의 아이들에게 공교육은 잘 맞지 않는 것 같고,
무엇보다 채윤이가 계속 학교를 다니게 되면 자신이 가진 장점은 계발하지 못하고 규격화된 교육의 틀에 맞추다 자존감이 낮아지지는 않을까?
하는 고민들이었다.
그래서 대안학교도 생각해보고, 학교 보내지 말고 집에서 가르칠까 생각도 하면서 홈스쿨에 대한 공부도 해봤지만 나같이 모질지 못한 성격에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서 홈스쿨 한다는 마음으로 집에서 열심히 같이 공부하자고 마음 먹었다.
제도권의 교육을 이용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보자. 하고...
일기쓰기는 하다보니 글쓰기 교육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매 주 선생님이 검사를 하니 안 할 수 없고(나같은 P성향의 엄마들은 반드시 검사 해주는 사람이 있어야 꾸준히 할 수가 있다) 글쓰기는 현재 나나 남편이나 여전히 관심을 갖고 있는 화두니 말이다.

여러 시행착오를 거침면서 일기쓰기를 통한 채윤이 글쓰기 공부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글쓰기는 단지 '쓰기'가 아니라 '사고하기' 또 '삶을 나누기'의 연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일기쓰기를 함께 하면서 생각하기와 자신의 삶과 생각을 나누는 좋은 훈련이 될거라 믿는다.

어제 일기가 재미있다. 제목이 '홍남훈'인데 홍남훈은 자기 반 친구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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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최종적인 문장은 채윤이 혼자 정리한 것이 아니다. 문장을 다듬는 것은  물론 글을 어떻게 쓸 것인지 생각하고 말하는 것도 엄마랑 함께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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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로보트 놀이를 한다는 '홍남훈'이라는 친구다.ㅎㅎㅎ
하루종일 같이 있다보면 말야...........
엄마인 내가 심심할때 자식인 영빈이도 심심해 하거던
이리저리 몸을 배배 꼬꼬...

왠지 훌륭하게 양육을 할 시간에(영빈이는 양육을 당하겠지만^^)
할일안하고 노는게 아닌가(여기선 할일은 아이와 즐겁게 창의적으로 놀아주기 겠지)
하는 괜스런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럴때 스티커 북/한글떼기 뭐 이런거 생각이 절로 난다니까
빈둥거리면 뭐하냐
애도 심심하니 자꾸 물건던지고 뒤지고, 땡깡쏘고 .........

둘이 같이 공부나 하면서 시간을 때우자 하는 생각 ㅋㅋ

어쨋든 스티커북/첫한글 이런것도 갖고 놀아.
할머니를 위해선 영어스트커북 보다 한글스티커 북이 조오치

아, 그리고 오늘은 '파스넷'이라는 것도 샀어
크레파스인데 물 묻은 붓으로 스윽 칠하면 물감되는거 말여.

앉아서 놀기가 이루어지지...
잼있어하고 즐거워하고.
이것저것 상상놀이도 되고.........
좋아.

하면서 물감이 옷에 묻었다고 옷 세벌이나 갈아입긴 했지만........
그러다 말겠지 한다.^^

채윤이 처럼 글씨공부시작하면 영빈이와 시간은 정말 후딱 이겠어.


2004.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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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일주일 전부터 유치원만 갔다오면.
엄마! 나 이렇게 실에다 엄마 목걸이 만들어 줄거예요.
다들 쟤가 뭔 얘긴가 하는 표정들이지만....
난 알지.
유치원에서 어버이날 선물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선생님은 분명히 엄마한테 가서 얘기하지 말라고 했을 것이다.

암튼, 빨대로 꿰어 만든 엄마 목걸이와 아빠 가슴에 달아줄 카네이숀을 고사리 같은 손으로 만들어 왔다. 아기 채윤이가 자라서 저렇게 어버이날을 챙기는 때가 되었다.

엄마 다리 주물러 드릴께요.
설겆이도 내가 다~하고 일도 내가 다~할께요.
선생님이 그러라구 했어.

더 이상 아가가 아니야....김채윤은.
2004/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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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4

생각해보니 나는 채윤이에게 성경 이야기를 잘 들려주지 않는 편이다. '잘'이 아니라 거의 들려주지 않는 것 같다. 아마도 이런 생각 때문이었던 것 같다.

유치부 설교를 몇 년 하면서 아이들이 성경이야기를 너무 꿰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벌써 '요셉'이러면...'나 저거 알아. 우리집에 책 있어. 우리 엄마가 얘기해 줬어. 요셉이 인제 꿈꾼다....'이러면서 말이지.

주로 똑똑한 애들이 그러기는 하지만 사실 이런 아이한테 설교하는 건 재미가 별로다. 새로운 얘기를 듣는 호기심 어린 눈빛이 설교자로서 더 좋았다는 것이다. 설교자 입장 뿐 아니라 아이 입장에서도 이런 경우 손해를 볼 가능성이 더 많은 것 같다. 내가 아는 얘기를 선생님이 하고 있으니까 호기심이 일단 떨어지고, 또 아이들 특성상 자신이 알고 있다는 걸 알려야(?) 하기 때문에 귀 기울일 여유가 없다. 그러다보면 정작 설교를 통해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조차 듣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내 경험인데 . 너무 반복적으로 들은 성경이야기는 스스로의 말씀 묵상에 방해가 되는 경우도 많을 것 같다. 철이 많이 들기 까지는 어렸을 때 들은 그 얘기의 맥락 그 이상으로 생각(묵상)을 발전시키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나는 어렸을 때 많이 부른 찬송, 많이 들은 성경은 커서도 쉽사리 은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겹기만 했지.(아마도 억지로 저녁마다 가정예배 시키고 성경 읽히고 그러셨던 부모님 때문인 것 같다.ㅜㅜ)

그런 생각 때문에 나는 채윤이이게 성경 이야기가 있는 그림책을 거의 사 주지 않고 읽어주지 않았던 것 같다. 오히려 하나님의 인격, 기독교 세계관의 기본적인 메세지를 얘기하는 것에 더 많이 시간을 할애하였다.

예를들면, '채윤아! 하늘 좀 봐! 어때? 그래~ 너무 파랗지? 예뻐? 저거~ 선물이래. 하나님이 채윤이가 보고 좋아하라고 채윤이 위해서 만들어 주신 선물이래. 진짜야. 저 민들레 너무 예쁘지 그것도 선물이야. 하나님이 예~전에 채윤이 보여주실라고 만드신 거야. 채윤아 사랑해. 너 가져. 그리고 니가 잘 지켜줘~ 그렇게 말씀하시면서 저 민들레가 피게 하신거야~' '채윤이가 친구랑 사이좋게 안 놀구 고집부리구 소리 질러서 친구를 슬프게 하면 누가 슬픈 줄 알어? 하나님이 슬퍼서 함께 우셔. 그건 하나님한테 소리 지르는 거 하고 똑같애'

얘기가 길어졌는데.....암튼, 그래서 채윤이가 예수님의 이 십자가 사건을 잘 몰라도 굳이 알려주고 싶지가 않다. 다음 부활절 쯤에는 유치부에서 설교듣는 수준이 또 업글 될테니 이렇게 맹구 같이 짜집기 하진 않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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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동안 채윤이가 징그럽게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말 끝마다 '싫어' 이러면서 짜증을 엄청 내고...
그러면 돌아가는 것은 혼나고 협박 당하고(너 한 번만 더 그러면...이런식으로) 심하면 엉덩이 맞는 것.

어제 퇴근하는 길에 엄마 아빠가 반성을 했습니다. 부모님과 집을 합치면서 우리가 채윤이를 위해서 가지고 있는 양육의 원칙들을 너무 많이 포기했다는 것.
없던 텔레비젼이 생기고, 또 부모님 계시니 예전처럼 난리를 치면서 놀지도 못했고....

예전에는 배가 남산만 해가지고도 채윤이랑 뛰어 놀고, 춤추고, 책을 읽어주고....정말 혼신의 힘을 다해서 놀아주었죠. 채윤이랑 놀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 저녁은 밖에서 해결하고 들어가고.

그랬던 엄마 아빠가 서서히 빠지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엄마 책 읽어줘' 이러면 '응? 이거 백만송이 장미 다 보구...'이러질 않나? 그러고 나서는 현승이 씻겨서 재운다고 또 채윤이 방치하고...
그러니 채윤이가 황당할 밖에요.
엄마 아빠 깊이 반성하고 다시 한 번 초심으로 돌아가서 '처음사랑'을 회복하기로 했습니다(지난 주일 설교 내용이었는데..ㅎㅎ) 어제는 혼신을 다해서 채윤이랑 놀았습니다. 김현승은 나름대로 누나 노는 주변에서 쓰레기통 뒤지고 종이 찢어서 먹고.. 뭐 이렇게 소일을 하고요.

열심히 놀았더니 김채윤 자발적으로 하는 말. '엄마. 이제 우리 치카치카 하고 자자!!' 엄마가 먼저 말했으면 분명히 '싫어' 이랬을 일을 말이죠....

다시 한 번 초심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김종필 : 훌륭한 정신실... (03.19 15:20)


20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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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히 누나랑 비교하면서 무시당하고 조롱을 받아 온 현승이.
나름대로 '말'이란 걸 곧잘 합니다.

차에 태우기 전 짐을 싣느라고 잠깐 세워 놓으면 '엄마~'하고 웁니다.
'왜 울어? 엄마가 금방 안아서 빠방 태워줄건데'(엄마는 기대도 안 하고 혼잣말 처럼 물었음)
'무떠워~'
(생각지도 못한 대답에 놀란 엄마, 다시 별 기대 안하고 혼잣말처럼) '무섭기 뭐가 무서워?'
'다똥차!'
'아~ 서 있으면 자동차가 올까봐 무서운 거였구나....짜쉭!'

쵸코렛 먹던 손을 들어서 손가락을 보이며 '끙끈해 끙끈해...쉐수'하며 목욕탕으로 들어가기.

등을 들이 대면서 '간찔러워' (즉 등이 가려우니 긁으라는 얘기)

전화기 들고 와서 '애함머니. 띡따' (외할머니한테 전화해줘. 식사하셨는지 여쭤보게)

이런식으로 말로 상호작용하는 것이 조금씩 수월해져 갑니다.

2005/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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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는 학교 가면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 하면서 목을 끌어안고 뽀뽀하며 유난스러웠던 아침.

엄마도 유난히 채윤이가 이뻐 보여서 하루종일 많이 생각 나겠다 싶었어요.

"엄마! 베란다에서 나 안 보일 때까지 손 흔들어줘"하고는 등교길에 나선 채윤이.

베란다에 서서 채윤이가 안 보일 때까지 몇 번이고 손을 흔들다가 들어와서 정리를 하는데 채윤이 필통이 거실 구석에 있네요.


학기 초에 한 번 필통을 놓고 갔길래 얼를 들고 뛰어 갔는데 결국 채윤이를 못 만나고 교실까지 갖다 준 적이 있었어요.


저 필통을 본 순간.

'이걸 갖고 뛰어? 교실로 갖다줄까?'하는 갈등을 잠시 했습니다.


채윤이 말마따나 채윤이 선생님은

'정말 많이 화내야 할 것에 별로 화를 안 내시고, 화를 쪼금만 낼 일에 많이 화를 내시는 분'

이기 때문에 혹시 오늘 아침 기분이 안 좋아서 필통 안 가져온 채윤이한테 많.이.화.를.내.시.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좀 불안했습니다.


쓰기 시간에 옆 친구에게 빌려서 쓸 정도의 문제해결력은 있겠지?

지난 번 처럼 엄마가 갖다주길 기대하고 하루 종일 엄마를 기다리면 어쩌지?

무엇보다 정말 아침에 별로 기분이 안 좋으신 선생님이 '필통도 안 갖고 다니냐' 면박을 심하게 주거나,

앞에 나와 서 있게 하거나 하면 어쩌지?


잠시 동안 온갖 생각에 불안했지만....

바로 스케쥴대로 말씀 묵상하고 기도했습니다.

기도할 때 채윤이 필통을 앞에 놓고 매만지면 한참 생각했습니다.


'괜찮아. 가끔 좀 부당하게 면박을 듣고 혼나기도 해도 괜찮아. 좀 가엾기는 하지만 채윤이가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세상 모든 사람에게 부당한 대접을 받아도 하나님이 자기를 어떤 존재로 대접하시는지 깨달을 날이 올거야.

그리고 오늘을 계기로 가방 챙길 때 더 세심해질 수 있을거야.

채윤이보다 내 자신이 더 문제야. 가끔 그 누구보다 더 부당하게 채윤이를 혼내면서 이런 일에는 괜히 민감해져가지구 말야'


기도했습니다.


채윤이의 하루와 나의 하루.

이번 주일 샬롬 찬양대 찬양처럼,

'나 염려하잖아도 내 쓸 것 아시니 나 오직 주의 얼굴 구하게 하소서'

그저 오늘 하루 모든 쓸데없는 크고 작은 염려들 내려놓고 '주의 얼굴만 구하는' 하루가 되게 해달라고요.


채윤아!

화이팅이야!!!

2007/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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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유치원 교사할 때 교육에 관련된 책들을 마구마구 읽던 때다.

이오덕 선생님의 책을 소개받아 읽고는 그 분의 책을 두루 찾아 읽노라니 '아이들의 글쓰기 지도'에 관한 책들을 많이 접하게 되었다.

'글쓰기'는 굳이 '지도'하겠다는 생각보단 나 스스로 관심이 있는 부분이었기 때문에 열심히 찾아 읽었다.

지금도 남아 있는 분명한 생각은 '정직한 글 쓰기, 살아있는 글 쓰기' 이것이다.



 


샬롯 메이슨의 홈스쿨에 관한 책을 읽에서 교과서를 향해서 '죽은 책'이라 한다.

아이들은 '살아있는 책'을 가지고 교육해야하며 그래야만 자기주도적 학습이 된단다.

살아있는 책이란 교과서처럼 지식의 조각들을 이어 붙여놓은 책이 아니라 저자가 쓴 한 권의 책을 말한다.

살아있는 책을 읽으면서 저자와의 인격적인 만남을 갖고, 읽은 후에 책을 읽으며 떠오른 생각들을 말로 표현하는 것.

그것이 샬롯메이슨 홈스쿨의 주된 교육방식이다.

요즘 빨간펜을 들고 열심히 밑줄 그으면서 공부하고 있는 책이다.



 



학교를 왜 꼭 가야 하냐고?

왜 화장실은 쉬는 시간에만 가야 하냐고?

왜 꼼짝도 안하고 앞에만 보고 앉아 있어야 하냐고?

왜 선생님은 어떤 때는 더 큰 잘못을 했을 때도 혼내지 않고, 어떤 때는 작은 잘못을 한 아이한테는 화를 많이내냐고?

벌써부터 학교에서 '하라면 해'라고 강요하는 것들이 이해할 수 없는 채윤이가 학교 가는 걸 싫어한다.

충분히 예상된 일이며 채윤이가 느끼기 전에 엄마아빠가 먼저 학교 보내길 싫어했던 이유이다.

채윤이가 문제 없이 학교에 잘 적응하는 것보다 저런 의문을 품고 싫은 걸 싫어할 수 있는 것이 더 좋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마음은 늘 무겁다.


암튼, 그럼에도 별다른 대안 없이 일단 채윤이는 학교에 다녀야한다.

그리고 학교에서 하는 공부들을 어느 정도 성취하면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부를 잘하는 것이 중요하기도 하지만 그보다 공부를 너무 못하면 아이이 자존감이 많이 낮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집에서 채윤이 글씨공부를 시키다가 이오덕선생님, 샬롯메이슨 같은 분들의 도움을 받아서 요즘 나름대로 글짓기 교육을 시작했다.

단지 글씨를 가르치는 것보다 생각하고,

자신의 정직한 생각을 글로 쓰는 훈련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아직 글은 써보지도 않은 채윤이가 말과 글은 다르다는 것을 안다.

말과 생각을 그렇게 분명한 녀석이 '컴퓨터'를 보고 생각나는 말을 문장을 만들어라.하면,

'컴퓨터를 해요'해버린다.

그래. 생각하고 글로 옮기는 것도 정말 훈련이라는 생각이 든다.



 

언제나 그렇듯 아이와 함께 엄마는 고민하고 고민하고 함께 자라가는 것이라 믿는다.

하루하루 그저 양육을 함에 있어서도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무엇보다 이런 구체적인 문제들에 대해서 성령님의 도우심을

구하는 기도를 놓지 않는 것이 오늘, 여기서의 '방법, 길. way'라고 믿는다.

2007/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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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윤이는 입학하고 첫 등교하던 날 이후로 혼자서 씩씩하게 학교 잘 다니고 있습니다.

엄마가 마음을 졸이고 기도하며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방과후에 착착 알아서 어린이집으로 발레학원으로,

그리고 다시 어린이집으로 씩씩하게 잘 걸어다녀요.

 

아침에 채윤이를 등교시키고나면 이렇게 마음이 짠할 수가 없습니다.

"엄마! 엄마는 아침에 집에 있는데 왜 날 안 데려다줘? 그리고 집에 있는 날도 있는데 왜 안데리러 와?

다른 친구들은 엄마가 신발 갈아신는데 까지 데려다 줘." 합니다.

며칠은 데려다줄까 생각도 했었지만 처음부터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또 꽤 걸어야하는 어린이집까지 이 녀석이 무사히 도착했을까 갑자기 마음이 불안한 적도 있지만 그저 '잘 할거야'

생각하며 일을 합니다.

 

채윤이 태어나서 처음 세상 밖으로 데리고 나가던 날을 기억합니다.

유아세례를 받는다고 생후 한 달이 되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교회에 갔습니다.

얼마나 떨렸는지 모릅니다.

나가서 먹을 우유와 기저귀를 챙기고 자동차 내부를 청소하고, 건조할까봐 물을 뿌려놓고...

그렇게 속싸개 겉싸개에 싸이고 엄마빠의 걱정과 불안에 싸여 채윤이가 처음 외출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채윤이가 한 한 5개월이 되던 4월에 처음 나들이를 나갔습니다.
나들이를 위해서 유모차를 사고, 예쁘게 입히고 모자도 씌워서 나들이 준비를 했죠.
4월 중에도 따뜻한 날을 골라서 처음으로 나들이 간 곳이 올림픽공원.
그 날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음료수를 사는데 유모차에 누워있는 채윤이를 보고 주인 아주머니가
'아기 이쁘다' 고 하시는 말씀에 얼마나 자랑스럽고 가슴이 벅찼는지...
 
 
 
 
이제 채윤이는 아침마다 혼자서 세상 속으로 갑니다.
엄마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교실에서 선생님을 만나고 친구들을 만납니다.
공교육의 그 황량한 곳으로 혼자 나갑니다.
누가 따뜻하게 대해주지도 않고, 공부 못하면 2류의 인간이 되는 곳으로 혼자 갑니다.
세상 속에서 채윤이가 더 당당하게 설 수 있기 위해서 엄마가 해줄 수 있는 일은 떠나보내는 일인 것 같습니다.
걱정스럽고 안스럽고 불안하지만 되도록 모든 일에 '혼자 맞서도록' 엄마도 훈련이 필요합니다.

2007/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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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늘 자라니까 '애들이 정말 빨리 큰다'는 생각은 늘 하게 되는 것 같다.

어쨌든 채윤이가 아주 빠르게 자란다.

채윤이 자라는 속도를 엄마의 정서가 따라가질 못하는 것 같다.

'채윤이' 라는 이름을 마음으로 불러보면 태어나서 처음 만났던 그 작은 입을 앙다물고 자던 모습 내지는

한 십 몇 개월 때 유난히 말하고 노래한 것이 빨라서 오동통한 볼에 노래를 흥얼거리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런데 채윤이는 여덟 살.

진정으로 하나의 사람이라는 생각이 요즘 강하게 든다.


# 1

어제 퇴근해서 몸도 마음도 너무 지쳐 있었다.

'여보! 나 도저히 밥을 못하겠어. 어떡하지? 나가서 사 먹을까?'했더니,

채윤이가 '내가 밥할께' 하는 말을 했던 것 같다. 사실 이 말을 듣지는 못했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했던 것 같다.

아무튼 채윤이 밥솥의 솥을 빼들고는 쌀독에 가서는 "엄마! 몇 스푼이야? 몇 스푼 넣는거야?"하고는 쌀을 푸더니

의자를 놓고 올라가서 잡곡까지 제대로 넣어서는 쌀을 씻겠단다.

밥을 하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이긴 했지만 일단 쌀 씻는 법도 가르치고,

물을 얼만큼 붓는 지 손을 넣어서 재보게 하고,

밥솥 사용법도 가르쳤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식사로 예약취사를 했다.


어렸을 때, 아마 초등학교 1학년 때 쯤이었던 것 같다.

엄마는 아주 조그만 양은 냄비에 매끼니 밥을 새로해서 아버지 상을 봐드렸는데...

엄마가 안 계셨던 어느 날 내가 처음으로 그 양은 냄비에 밥을 하던 날이 있었다.

밥을 잘 했는지 어땠는지는 생각이 안 나지만 그 때 나만큼 채윤이가 자란 것이다.


#2


두 아이 데리고 병원에 가는데 붕어빵을 보더니 채윤이가 먹고 싶단다.

정확하게 붕어빠이 아니라 '은어빵' 이라고 써 있었다.

병원 갔다 나오면서 사기로 했는데 나오는 길에 엄마는 전화통화를 하고 있었다.

붕어빵 앞에 서서 돈 천원을 주고는 알아서 사라는 몸짓을 했다.

채윤이가 돈을 내밀며 뭐라뭐라 했는데 아줌마가 붕어빵을 안 주고 옆에 있던 와플을 포장하고 있었다.

통화를 계속 하면서 손짓으로 붕어빵을 달라고 해서 포장된 걸 채윤이가 받았다.

계속 걸으면서 채윤이 표정이 울상이다. '이거 아닌데...옆에 있는 건데...'하면서 징징거린다.

전화를 끊고나서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이거 먹고 싶다며!!' 했더니,

채윤이 눈이 똥그래지면서 주위를 막 살핀다.

계속 같은 볼륨으로 채윤이를 다그치려 했더니 채윤이 아주 작은 소리로,

'알았어. 이제 샀으니까 어쩔 수 없잖아. 알았어. 알았어' 한다.

그리고 인적이 드문 아파트 사잇길에 와서는

'엄마! 사람들이 많은데 왜 그리 크게 그래. 챙피하게...'한다.


예전에.

엄마랑 같이 버스타면 얼른 올라가서 자리 잡아놓고 '신실아! 신실아!' 하고 큰 소리로 불렀던 엄마가 생각났다.

그 때 디~게 챙피했었는데...

오늘 채윤이한테 엄마가 그랬을까?


채윤이가 정말 많이 자랐다.

이젠 채윤이의 말과 행동을 보면서 내 어린시절과 견줄 수 있을 만큼,

아직 기억이 살아 있어서 떠올릴 수 있는 어린시절의 나만큼 자랐다.


채윤이와 나.

엄마와 나를 묶어서 견줘볼 만큼 자란 것이다.


엄마 생각에 코끝이 찡하기도,

이렇게 자란 채윤이 모습에 마음이 싸하기도,

엄마스러운 엄마가 된 내 모습에 낯설기도,

한....묘한 느낌이다.

2007/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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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은 피곤에 절어서 잠은 오는데 잠이 들지 않았다.

한참이나 몸을 뒤척이다 겨우 잠이 들었을까? 김현승 녀석. 자다 일어나서 물 달라, 베개가 없어졌다는 둥

울고 짜고 해서 잠이 또 확 달아나 버렸다.

오지 않는 잠을 청하여 겨우 잠이 들락말락 하는데 배가 뒤틀리기 시작한다. 그 때부터 화장실 왔다 갔다 하기를 수차례.

너무 배가 아파서 거실에 뒹굴기도 하고, 식은 땀에 온 몸이 흠뻑 젖었다.

그렇게 그렇게 고통스러운 밤이 지나고 아침 알람이 울렸다.


'몸도 안 좋은데 다 제껴버려? 그냥 자버릴까?' 했다가.

어젯밤 미리 앉혀 놓은 쌀과 미리 끓여 놓은 미역국이 억울해서 일어나 아침을 차렸다.

아침을 차려놓고 여러 번 깨워도 절대 일어나지 않는 나의 십자가 세 개.

슬슬 예민해지기 시작하는 내 신경줄.


월요일 아침에는 유난히 준비물이 많은 김채윤.

그리고 집에서 나갈 시간은 다가오는데 밥을 먹는 것도, 양치질하고 씻는 것도 느릿느릿.

결국 옷 까지 타박을 하고 나선다. 옷이 맘에 안 든다고 찡찡찡찡.

거기다가 어제 사주기로 했다가 문방구 문을 닫아서 못 산 '액채 괴물'을 아침에 유치원 가는 길에 사잔다.


이미 시간은 늦을대로 늦었다.

월요일마다 수영에 20분은 늦고 사람마다 '지각생' 이러면서 한 마디씩 하는 것도 너무 싫다.

'이따가 유치원 끝나고 사줄께. 아침에 살 시간 없어' 열리기 직전의 뚜껑을 부여잡고 설명을 하건만.

채윤이의 짜증을 끝날 줄 모른다.


결국!

같이 차를 타고 가는 친구까지 와 있는 상태에서 김채윤은 방으로 끌려 들어갔고,

둘이 방에 들어가서는 열린 뚜껑을 어찌할 수가 없었다.

두꺼운 외투까지 다 입고 있는 터라 엉덩이를 때리는 것도 별로 소용이 없고,

살이 드러나 있는 곳이라고 얼굴과 손 뿐이었다.

손등을 몇 번 때려줬다.

순간 채윤이의 따귀를 한 대 때리면 속이 시원할 것 같다는 충동이 밀려 올라왔다.

물론, 그렇게 까지 막 가지는 않았다.


채윤이를 유치원에 내려주고....

아니, 데리고 유치원까지 가면서 '한 번 웃어주면 어떨까?'  '채윤아! 너무 속상해 하지말고 즐겁게 지내.

이따 엄마가 액체괴물 꼭 사줄께' 하고 들여보내면 어떨까?

문제는 감정의 전이가 그렇게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얼마 전 Holy Moms 모임에서 이런 얘기를 했었다.

자녀들을 향해서, 자녀들이 우리에게 주는 상처에 대해서 순간순간 '용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그렇다. 단순히 엄마가 분노 조절을 하지 못한다고 자책만 할 일이 아니다.

어쨌든 오늘 아침 엄마로서 나는 최선을 다했다.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분노를 폭발시킬 수 밖에 없었다.

단지 채윤이 때문만이 아니었는데 채윤이에게만 화살이 돌아갔다는 것에 대해서는 100% 내 과실을 인정해야겠다.

채윤이가 의도했든 어려서 엄마 마음까지 헤아릴 수 없든간에,

많이 노력하지만 채윤이로 인해서 상처받는 것도 사실이다.

그럴 때 다른 어떤 카드보다 '그러한 채윤이를 용서하기로 결심하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엄마들 모임에서 인아는 그랬다. '매일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로 이 놈들을 용서하게 해달라'고 기도한다고.


빨리, 온전히 용서해야 채윤이의 감정전이 속도를 따라갈 수가 있다.


몸과 마음이 탈진한 상태로 시작한 월요일이다.

부끄러운 내 모습에 좌절스럽고, 어린 채윤이에게 미안하고....

풀어놓기 시작하면 끝도 없을 오늘 아침의 원인과 과정과 결과지만.


채윤이를 용서하고,

더불어 나의 연약함을 고백하고 회개하고 도우심을 구하는 기도로 오늘을 마치려 한다.

2006/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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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정기적으로 할 수 있다면 참 좋은 시간인 것 같다.

아이들과 함께 진솔하고 기도제목을 나누는 시간은 얻을 유익이 너무 많다.


아이들 앞에 진솔하게 기도제목을 내놓고 기도의 도움을 구할 때,

모른긴 해도 아이들이 부모에게 존중받는다고 느낄 것이다.

또 가족을 사랑하고 돕는 아주 좋은 방법 중에 하나가 '기도'라는 걸 식구들 모두 알게 된다는 것.


무엇보다 '기도'에 대해서 말이 기도 그 자체로 가르칠 수 있다는 것이다.

말로 '기도해라. 기도하면 된다' 라고 가르치기 전에,

가족의 기도제목을 나누고,

기도하며 기다리는 중에 하나님께서 인도해 가시는 걸 느끼고,

다시 말로 아이들과 그것을 나누고 말이다.

꼭 우리가 기도한대로 다 되는 것이 응답이라고 하지 않을 것이다.

기도하는 중에 우리가 어떻게 마음이 바뀌었는지,

우리가 기도했던 것과는 다른 결과이지만 그것이 분명 하나님 편에서는 응답이라는 것도 나눌 수 있다.


요즘 우리 가족은 이사를 준비하고 있는데 전세대란을 방불케 하는 상황이란다.

전세 값이 턱도 없이 부족할 뿐 아니라 매물 자체가 없다고 한다.

채윤 현승에게 이런 얘기를 하고 함께 기도했다.

우리에게 가장 적절한 집으로 선히 인도하실 것을 확신한다.

때문에 이사와 관련된 모든 것이 아이들에게 '기도'를 가르치는 좋은 기회가 될 역시 확신한다.


한 가지 씩 기도제목 나누고,

채윤이는 아빠를 위해,

아빠는 채윤이를 위해,

엄마는 현승이를 위해,

현승이는 엄마를 위해서

짧게 기도한다.


물론 아이들은 말도 안되는 방식으로 기도를 하기도 한다.

채윤이는 '하나님! 아빠가 천안 가서 열심히 다른 전도사님들보다 더 많이 공부해서 또 1등을 뽑히게 해주세요'하고

했지만 아빠가 내놓은 기도제목은 그 반대였다.^^


현승이 역시 주제파악 못하고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기도를 하기도 하지만...^^



 


아빠의 기도제목을 경청하고 있는 채윤이와 딴 짓 하고 있는 현승이.



 

난닝구 바람으로 기도회를 인도하고 있는 아빠.

ㅋㅋ



 


기도를 마치고 '주의 자비가 내려와' 찬양을 시작하자 바로 일어나 율동하고 있는 채윤이와 덩달이.


2006/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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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권을 마치면서 '이 책을 통해서 뭘 얻었어?'하는 질문에 생각해 보았다.

<그리스도인 가족의 경건훈련>을 통해서 얻은 건,

나로서는 아이들과 함께 기도하기.

아이들과 기도제목을 나누고,

함께 메모하고,

응답되는 기도제목을 다시 나누는 걸 하게 됐다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이 모임을 통해서 얻는 유익이 생각이 났다.


매일 예배자로 살아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기에 일 주일에 한 번씩 교회 공동체 전체가 예배를 드리는 것처럼,

그래서 그 공동체가 드리는 예배를 지향하면서 예배의 일상을 살아가는 것처럼,


홀리맘스 모임을 지향하면서 기도하는 엄마가 되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 모임을 하면서 뭐 특별히 홀리해진 것이 있는 것 같지는 않지만...(내 성질이 어디 가겠냐고?)

그래도 생각하면서 혼을 내고,

모임에 가서 나눌 것이 있어야 하니까 조금 더 기도하고.

엄마로서의 내 삶이 이 모임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예배가 우리 일상에 주는 의미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하는 엄마 노릇이 아니라 함께 하는 엄마 노릇이라는 연대의식이 힘을 주기도 하고 말이다.


암튼, 어렵게 어렵게 만들어 가는 이 모임이 참으로 요란스럽지 않지만 핵심적인 유익을 내 삶에 끼치고 있다는 얘기다.


다음 주, 꼭 모이자!^^

2006/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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