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생일축하 식사를 했던 날 얘기다.

유혹의 거리 롯데월드에 있는 큰 맘 먹고 씨즐러에서 식사를 하는데....

2인분 돈 내고 쫌 과장해서 4인분에 가까운 양을 먹지 않았을까?

점심이 부실했던 탓에 두 녀석이 먹는 게 장난이 아니었다.

워낙 가리는 것도 없는데다가, 기분이 좋으니 어찌나 먹어대는지...

그리고는 놀이방에서 신나게 놀고.

채윤이 현승이 둘 다 기분이 하늘을 날은다.


식사를 하고 롯데마트에 장을 보러갔다. 언제부턴지 채윤이가 심사가 꼬인듯 짜증을 내기 시작하더니 주차장 가는 길, 차 안에서도 여전하다. 장을 보는 동안 목이 말랐는데 아빠가 아이스크림을 안 사줬다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아빠가 퍼즐을 사주기로 했는데 나오는 길에 보니까 퍼즐 파는 가게가 문을 닫았다.


차 안에서 김채윤의 투덜거림과 짜증은 극에 달했다. 앞 좌석에 앉아서 '너는 이미 아이스크림까지 충분히 먹은 상태였다. 엄마빠는 오늘 너를 최고로 기분 좋게 해줬는데 너는 감사하는 마음이 없는 것 같다' 하는 논리로 설명을 하건만, 따박따박 지 나름대로의 논리로 좀처럼 물러서지 않는 기세다. 어쨌든 자기는 많이 걸으면서 목이 말랐다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 조용히 침을 흘리며 창 밖을 바라보고 있는 현승이에게 '현승아! 너는 오늘 엄마빠가 맛있는 것도 사 주고, 재밌게 해줘서 어떤 마음이 들어' 했더니 '고마운 마음' 했다. 김채윤에게 하고 싶은 말을 현승이에게 오버하면서....'어구~~~그래? 우리 현승이는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구나'했더니....


불쌍한 김채윤. 서럽게 울기 시작.

'저거 봐. 나한테는 친절하게 하지 않고 현승이한테만 친절하고....애를 그렇게 하면 어떡해? 내 말은 받아주지도 않고...그러면 애가 너무 불쌍하잖아....엉엉엉....내가 엄마빠 사이에서 태어나질 말걸 그랬어. 엄마 뱃속에 있을 때 엄마가 저런 엄만거를 몰랐어.엉엉엉.....저렇게 애를 불쌍하게 하는 엄마가 어딨어...엉엉엉'


갑자기 남편이 했던 말이 뇌리를 때린다. '당신은 채윤이한테 대할 때보면 당신 같지 않아. 너무 논리적으로만 따지고 드는 것 같아. 사람이 그런 걸로 변하나?'


한결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그럼, 채윤이도 오늘 엄마빠한테 감사한 마음이 있어?' 했더니 '그럼. 내가 감사한 걸 왜 모르겠어' 한다. '그러면 채윤아! 표현을 해줘야지. 엄마는 채윤이가 짜증만 내니까 감사한 마음은 없는줄 알았잖아' 하면서 결국에 채윤이가 '엄마 아빠! 오늘 감사해요' 하는 표현을 하도록 했다.


여기까지 하고는 나는 '이야~ 드디어 김채윤하고 싸우지 않고 대화로 문제해결 하기 성공했다'하고 쾌재를 부르고 있는데...


뒤에서 채윤이 '아빠! 아빠, 제가 아까 있잖아요. 롯데월드 거기 걸어가면서 아이스크림 때문에 아빠한테 짜증낸 거 죄송해요' 한다.

 

앞좌석에 앉았던 엄마빠 서로 엄청 당황스러운 눈빛을 주고 받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글을 쓰면서 생각해보니, 스스로 생각해서 자신을 성찰하고 사과하는 채윤이의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이 대견스럽고 감사하다.

20006/08/17

며칠 늦은 생일축하를 했다.

초등부 성경학교를 마치고 겨우 마음에 여유가 생긴 남편과 아이들 함께 롯데월드에 있는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주차를 하고 밥 먹으로 가는 길.

아~ 그 길은 뭐라고 표현하면 좋을까?

아이들에게는 끊임없는 유혹의 길이다.

여자애들 남자애들 할 것 없이 애들이 좋아할 장난감, 인형, 악세사리는 다 있는 곳이니까.


그 길을 네 식구가 걷는데....

채윤이가 현승이 손을 잡고는 엄마빠 뒤를 쭐레쭐레 따라온다.

두 녀석은 장난감 구경에 약간 넋이 나가있는 듯도 하고.


남편과 걸으면서 '우리 애들은 이런 면에서 참 착해. 뭐 사달라고 떼쓰고, 바닥에 눕고 이러는 적 한 번 없었잖아.' 하는 얘기를 했다. 아닌게 아니라 신기한 장난감을 보면 '아~ 강아지가 움직인다' 하면서 쳐다보고는 입 헤~ 벌리고 보다가 이내 엄마빠 뒤를 쭐레쭐레 따라 걷는다.


그 유혹의 길을 걸으면서 '엄마! 나 저거 사 줘!' 한 마디를 하지 않았다. 두 녀석 다.


채윤이가 돌이 되기 전부터 장을 보러 마트에 가서는 이것 저것 쇼핑카트에 담으려고 할 때 마다

'채윤아! 우린 이게 필요하지 않아. 우리가 필요한 건 이거야'

'채윤아! 이건 집에 있어. 그리고 이건 있으면 좋지만 너무 비싸'하고 알아듣든 못 알아듣든 설명을 했다. 말이 빨랐던 채윤이가 돌이 좀 넘어서 아장아장 할 때 LG 마트에 장 보러 가서는 커다란 과자 한 봉지를 들고 와서는 '엄마! 이거 우리 피요해?' 하고 묻는 바람에 옆에 있던 마트 직원이 눈이 휘둥그래지며 놀랐던 기억이 있다.


생각해보면,

아주 어릴 적부터 알아듣든 못 알아듣든 차분히 설명했던 것이 쌓여서 좋은 습관이 되어준 것 같다. 지 누나를 보면서 배우는 현승이 역시 뭘 사달라고 하다가도 사지 않아야 할 적절한 이유를 설명하면 잘 타협을 하곤 한다.


'채윤아! 우린 이게 필요하지 않아'

'이건 채윤이가 가지고 싶은 걸 알지만 우리가 사기에는 너무 비싸.

 살 수도 있지만 가지고 싶은 걸 다 가진다고 행복해지는 건 아니야'

'정말 채윤이가 갖고 싶으면 사 줄 수는 있지만, 엄마 생각에 그건 채윤이를 위해서 좋은 일이 아닌 것 같아'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는 것이 젤 행복한 거야'


이렇게 알아듣든 못 알아듣든 끊임없이 가르치기!

갖고 싶어하는 채윤이의 마음을 묵살해버리지 않고 진실하게 엄마 마음을 전하기!

소신을 가지고 가르친 보람일까?


둘이 손을 꼭 잡고 롯데월드 쇼핑몰을 당당히 걸어가는 채윤이와 현승이가 자랑스럽고 뿌듯했다.

2006/02/27

새로 디카를 산 지가 한 달도 안됐는데 갑자기 전원이 나가고,

조정 키들이 하나도 먹지 않는 상황이 발생했다.

채윤이 노래를 녹음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열이 받아가지구...'산 지 얼마나 됐다구...싼 게 비지떡이야. 으이구....'하고 있는데,

채윤이가 뻘쭘하니 작은 소리로 한 마디를 한다.

'엄마! 그거 사실은 내가 아까 떨어뜨렸어'


이렇게 말하는데 뭐라 야단칠 수도 없고, '엄마가 함부로 만지지 말라구랬잖아'하고는 이리 눌러보고 저리 눌리보다가는 번쩍 정신이 들어서 채윤이를 봤다.


아직도 뻘쭘하고 미안하고 민망스런 표정.


'채윤아! 엄마는 디카 고장나서 속상하지만 그래도 기분 좋은 게 한 가지 있어. 채윤이가 엄마한테 얘기하면 혼날텐데도 정직하게 말해줘서 그건 기분이 좋아'


라고 억.지.로. 말했다.


진심은 그렇지 않다. 채윤이 정직이고 뭐고간에 디카 고장난 것이 더 속상하고 AS 받을 생각에 귀찮아 죽겠다.


시간이 지날수록 '정말 그래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망가진 디카보다 채윤이의 정직한 고백 한 번의 가치가 비교할 수도 없이 크다는 것을 엄마 스스로 깊이 인식해야 하지 않을까? 억지로 어쩔 수 없이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그렇게 느껴야 채윤이가 '정직함'에 대해서 '좋은 것'인 줄 알고 배우지 않을까?


며칠이 지난 일인데도 계속 마음에 남는 것이 이런 일로 채윤이보다 엄마가 더 먼저 배워야 할 일인가 보다. 며칠 지났지만 오늘 다시 한 번 더, 찐하게 진심으로 칭찬을 해줘야 쓰겄다.

2006/02/21

결혼 전, 남편과 교제를 처음 시작할락 말락하던 때 받은 편지가 있었다.

그 편지에 '주 안에서 사랑하는 신실이 누나'라는 대목이 있었다.

나는 그 표현이 참으로 비겁한 표현이라고 했다.

이게 사랑을 한다는 거냐? 안 한다는 거냐?

'주 안에서'라는 말이 뒤에 나오는 '사랑'이라는 말을 매우 애매하게 만든다고 생각했다. 그런 말을 당시 김종필에게 했더니 자신에게 있어 '모든 사랑은 하나님의 사랑'이라고 대답했다.


결혼을 하고나서 생각해보면 참으로 그 말을 맞는 말이다.

남편을 사랑함에 있어서 '하나님의 사랑'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내 사랑으로 남편을 온전히 사랑할 수 없다. 뼈에 사무치게 느끼고, 하나님의 사랑으로 사랑하고자 나를 비워내는 연습을 부단히 해왔다. 그런 대전제가 남편과 내가 여전히 처음처럼, 아니 처음보다 더 서로에게 애틋한 이유일거라 생각한다.


남편에게만 그런 줄 알았다.

오늘 문득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 채윤이가 부쩍 자라면서 또 내가 정서적으로 많이 힘들면서 이제껏 양육하며 별로 내보지 않았던 불같은 화를 많이 냈다. 매를 때릴 때도 참으로 침착하게 때리노라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다 무너져버렸다. 내 분을 풀려고 때리는 매가 더 많았다.


엄마로서 자기 아이는 본능적으로 사랑하게 되니까, 보기만해도 이쁘니까 사랑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본능에 충실하면 되겠지....오.산.이었다. 하나님의 사랑으로 사랑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 같다. 본능적인 사랑은 오래지 않아 그 바닥의 이기심과 자기애를 드러내고 만다. 한계에 다다랐는데도 돌이키지 않으면 많은 부모들이 자녀에게 원치 않는 상처를 남긴 것처럼 나도 그 길로 갈 거라는 생각이 들면서 정신이 번쩍났다.


채윤이와 현승이를 사랑하면서 이제 다시 이 찬양으로 기도할 때가 됐다.


'주의 사랑으로 사랑합니다. 주의 사랑으로 사랑합니다. 형제 안에서 주의 영광을 보네. 주의 사랑으로 사랑합니다. 우리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그대로 주가 우리 사랑하듯 서로 사랑해야죠. 약한 우리 힘으로는 사랑할 수 없으니 주의 힘을 의지하여 서로 사랑합시다'


이렇게 은혜로 깨달음을 주셔도 또 잊고, 또 잊는 엄마.


성령님! 잊어버리지 않게 도우소서!

2006/06/10

요즘 남편이 초등부 설교를 하기 시작하면서 우리 부부 대화의 큰 화두는 이것이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말씀의 본질적인 메세지를 가장 잘 전달할 수 있을까?' 성경 이야기가 아닌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것 말이다.

게다가 요즘 큐티 내용이 자녀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치고 전하는 것이 주제라서 더 많이 생각해 보게 된다. 이런 저런 생각을 정리하다 예전에 썼던 글을 발견했다.

 

==========================================

 

생각해보니 나는 채윤이에게 성경 이야기를 잘 들려주지 않는 편이다.

'잘'이 아니라 거의 들려주지 않는 것 같다.

아마도 이런 생각 때문이었던 것 같다.

 

유치부 설교를 몇 년 하면서 아이들이 성경이야기를 너무 꿰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벌써 '요셉'이러면...'나 저거 알아. 우리집에 책 있어. 우리 엄마가 얘기해 줬어. 요셉이 인제 꿈꾼다....'이러면서 말이지. 주로 똑똑한 애들이 그러기는 하지만 사실 이런 아이한테 설교하는 건 재미가 별로다. 새로운 얘기를 듣는 호기심 어린 눈빛이 설교자로서 더 좋았다는 것이다.

 

설교자 입장 뿐 아니라 아이 입장에서도 이런 경우 손해를 볼 가능성이 더 많은 것 같다. 내가 아는 얘기를 선생님이 하고 있으니까 호기심이 일단 떨어지고, 또 아이들 특성상 자신이 알고 있다는 걸 알려야(?) 하기 때문에 귀 기울일 여유가 없다. 그러다보면 정작 설교를 통해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조차 듣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내 경험인데 . 너무 반복적으로 들은 성경이야기는 스스로의 말씀 묵상에 방해가 되는 경우도 많을 것 같다. 철이 많이 들기 까지는 어렸을 때 들은 그 얘기의 맥락 그 이상으로 생각(묵상)을 발전시키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나는 어렸을 때 많이 부른 찬송, 많이 들은 성경은 커서도 쉽사리 은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겹기만 했지.(아마도 억지로 저녁마다 가정예배 시키고 성경 읽히고 그러셨던 부모님 때문인 것 같다.ㅜㅜ)

 

그런 생각 때문에 나는 채윤이이게 성경 이야기가 있는 그림책을 거의 사 주지 않고 읽어주지 않았던 것 같다. 오히려 하나님의 인격, 기독교 세계관의 기본적인 메세지를 얘기하는 것에 더 많이 시간을 할애하였다.

 

예를들면, '채윤아! 하늘 좀 봐! 어때? 그래~ 너무 파랗지? 예뻐? 저거~ 선물이래. 하나님이 채윤이가 보고 좋아하라고 채윤이 위해서 만들어 주신 선물이래. 진짜야. 저 민들레 너무 예쁘지 그것도 선물이야. 하나님이 예~전에 채윤이 보여주실라고 만드신 거야. 채윤아 사랑해. 너 가져. 그리고 니가 잘 지켜줘~ 그렇게 말씀하시면서 저 민들레가 피게 하신거야~'

'채윤이가 친구랑 사이좋게 안 놀구 고집부리구 소리 질러서 친구를 슬프게 하면 누가 슬픈 줄 알어? 하나님이 슬퍼서 함께 우셔. 그건 하나님한테 소리 지르는 거 하고 똑같애'

 

얘기가 길어졌는데.....암튼, 그래서 채윤이가 예수님의 이 십자가 사건을 잘 몰라도 굳이 알려주고 싶지가 않다. 다음 부활절 쯤에는 유치부에서 설교듣는 수준이 또 업글 될테니 이렇게 맹구 같이 짜집기 하진 않을테니까......^^
2006/03/30

저는 채윤이 입니다.

우리 엄마가 월요일 마다 미쳐요.

일곱 시가 넘어서 깜깜할 때 집에 돌아오는데요...이미 들어올 때부터 얼굴이 장난이 아녜요.

우리 보고 웃지도 않구요. 얼굴이 딱딱하구요, 마음도 딱딱한 것 같아요.

피곤하대요. 하루 종일 쉬지도 않고 음악치료 했대요.

그러면서 우리 말에 대답도 안 해주고요,

대답 안하는 엄마에게 자꾸 말시키다가는 죽어요.

바로 그 순간에 엄마가 미치거든요.

막 소리지르구요. 나를 때릴려구 매를 찾으러 돌아다니구요.

내가 쪼금 말 안 들었는데도 많이 말을 안 들은 것처럼 막 화내구요....


그러면 저는 현승이랑 대충 놀다가 자요.

미쳤던 엄마는 우리가 잠이 들면 광기가 가라앉아요.

잠든 내 얼굴, 현승이 얼굴 만지고 부비고 뽀뽀하고 그런다니까요.


일단 우리가 잠을 자주면 엄마가 서서히 정신을 차리나봐요.

아빠랑 통화도 하고, 문자도 주고 받으면서 기도를 시작하는 것 같아요.


아마 주일을 지내고 아빠랑 떨어지는 월요일이 엄마는 힘든가봐요.

주말에 아빠랑 얘기도 많이 못하고, 또 월요일에 치료도 많대요.

걸핏하면 낮에 우리집 열쇠 열고 들어와서 냉장고 뒤지시는 할머니도 한 몫을 하시는 것 같아요.


다행인 건....

화요일 아침에 일어나면 엄마가 천사가 되어 있는거예요.

아침에 일어나면 엄마가 꼭 거실에 앉아서 기도를 하고 있더라구요.

내가 엄마 옆에 가면 엄마가 날 꼬옥 안고 기도를 해줘요.

어떤 때는 나한테 너무 많이 화낸 거 용서해 달라고 기도할 때도 있어요.


채윤이의 바램은요...

울 엄마가 월요일 아침부터 기도하는 거예요. 기도하면 다 좋아질 걸...굳이 안 하고 버티면서 미칠게 뭐예요? 울엄마가 다음 주 부터는 월요일 하루 종일 기도하면서 지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아빠랑 떨어지는 것도, 치료가 많은 것도, 할머니의 가택침입 이런 것도 다 잘 극복하고 평안할 수 있을 것 같애요.


울엄마는 언제쯤 철이 들지 모르겠어요.


아이들이 어렸을 적에 엄마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이 무엇일까?

정서적인 유대를 형성하는 것, 흔히 애착형성을 잘 하는 것.

사실 중요한 일이다. 많은 아이들이 이 애착형성이 잘 되지 않아서 자라면서, 아님 나중에 성인이 되어서도 힘들어 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대부분의 엄마들은 이런 애착형성에 낙제점을 받지는 않는다.

보통의 엄마들은 보통 정도로 애착형성을 한다.


어릴 적에, 아기일 때 할 수 있는 교육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좋겠다.

아기 적에 할 수 있는 교육.

나는 좋은 의식주 습관이라고 생각한다. 잘 먹고, 잘 자고, 건강하게 사는 습관을 길러주는 것.

그래서 적절한 시기의 대소변 훈련도 참 중요한 일 중에 하나다.


나는 애들을 잘 거둬 먹이는 엄마는 못되는 것 같다. 애들이 나랑 있으면 그리 많이 얻어 먹질 못한다. 할머니가 진짜 잘 거둬 먹이신다. 고루고루...

이유식이라고 따로 해먹인 기억도 몇 번 되지 않고 모유도 못 먹였다.ㅜㅜ

아이들이 먹을 걸 먹기 시작하면서 그저 어른이 먹는대로 먹게 하는 것이 목표라면 목표였다.

아이라고 따로 소파에 앉아서 먹거나 밥 안 먹고 딴 걸로 끼니를 때우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

우리는 한 식구니까 같이 앉아서 같이 먹는 게 중요하다고 가르쳤다. 어쩔 수 없이 못 먹는 것인 있긴 하지만(나도 여전히 파를 못 먹으니까.ㅡ.,ㅡ) 가리지 않고 먹는 것을 최대한 칭찬해 주었다.


이런 습관은 평생을 간다고 믿기 때문이다.

글씨를 배우고 영어를 배우고 피아노를 배우는 것은 필요하지만 때를 놓친다고 죽고 사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식습관이 잘못 됐다고 죽지는 않는다. 하지만 먹는 일은 사람이 사는데 아주 중요한 일이다.


요즘 읽는 폴스티븐스의 <내 이름은 야곱입니다>에서 '먹는 걸 보면 '우리의 먹는 모습이 모든 걸 말해준다'라고 했다. 에서의 예를 보면 알 수 있다. 장자권을 먹을 것에 파는 에서, 그리고 먹는 걸 가지고 속임수를 부리는 야곱.


나중에 아이들이 사춘기가 되어서 어쩔 수 없이 아이들과 갈등을 하고 감정을 상하는 일이 있더라도 식탁에서 만큼은 아이들을 훈계하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다. 우리 아이들이 언제 어디서든 가정을 생각하면 행복한, 따뜻한 식탁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도록 말이다.

요즘 아빠가 없어도 꼭 아침식사를 제대로 차려서 아이들과 먹는다. 먹으면서 함께 기도를 한다. 두 녀석 중에 자원하면 대표기도를 시키고 둘 다 원하지 않으면 내가 한다. 같은 내용으로 늘 기도한다.

'주신 식탁이 너무 감사합니다. 잘 먹고, 하루도 잘 살게 해주세요. 오늘도 먹을 것이 없어서 먹지 못하는 아이들을 기억해 주세요. 저들에게 먹을 것을 주시고 언제든지 우리가 나눌 수 있게 해주세요'


이 기도의 내용으로 아이들에게 식탁영성을 가르치고 싶고 보여주고 싶다. 내일부터는 한 가지를 더 넣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 가정의 식탁 가운데 늘 한 자리를 차지하고 계시는 성령님. 우리 식구가 먹을 때마다 성령님을 사이에 두고 먹고 사랑을 나누는 것을 잊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잘 먹고, 제대로 먹고, 감사히 먹고, 먹을 것에 욕심내지 않고, 즐겁게 먹을 것을 나누는 아이로 자라기를 기도한다.

2006/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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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는 이미 왔다 가버린 성탄절, 그러니까 25일 저녁에 채윤이가 때늦은 짓을 했다.

산타 양말을 문고리에 걸으면서 '오늘이 크리스마스잖아'했다.

그러고 보니....채윤이에게 산타 얘기를 해준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한 번쯤 곰돌이 인형을 사서 산타할아버지가 준 것 처럼 한 적이 있었고...

작년 재작년 부모님께는 거하게 크리스마스 선물 드렸지만 애들 선물을 아예 생각도 하지 않았었다.


산타!


나도 어릴 적 산타를 믿고, 산타의 선물을 기대했었지만 엄마된 입장으로 채윤이에게 산타를 소개하고 싶은 마음도, 산타를 핑계 삼아 착한 일을 시키고 싶은 마음도 없다. 너무 낭만적이지 못한 엄마인가? 동심을 너무 몰라주는 각박한 엄마인가?


채윤이에게 산타 얘기를 신나게 해줄 수 없는 이유가 몇 가지 있다.



1.

먼저는 산타 자체가 그리 나쁘지 않다해도 채윤이에게 성탄절의 주인공이 산타가 아니라 예수님 이라는 것을 먼저 가르쳐 주고 싶기 때문이다. 교회에서 조차 성탄절은 예수님이 주인공이 되지 못하는 것 같다. 성탄절의 메인은 예수님이 아니라 성탄절 칸타타, 내지는 성탄절 행사인 경우가 많다.

채윤이가 성탄절을 통해서 예수님의 낮아지심을 먼저 배웠으면 좋겠다. 성탄 본연의 의미를 먼저 알았으면 좋겠다.


2.

그것보다 산타를 가르치지 않는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산타 할아버니는 알고 계신대. 누가 착한 앤지, 나쁜앤지...'이런 캐롤이 있다.

정말 누가 착한 아이일까? 진실로 착한 아이가 있을까? 착한 아이는 어떤 아이일까?

엄마가 보는 채윤이는 착한 아이가 아니다. 훨씬 더 많은 시간 동안 채윤이는 더 이기적이고, 고집스럽다. 그건 채윤이뿐 아니다. 착한 아이의 기준도 없을 뿐더러 객관적으로 '착하다'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아이는 많지 않다.

아이들도 너무 잘 알 것이다. 자기가 착한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그럼에도 산타의 선물을 기대한다. 산타는 착한 아이에게만 선물을 준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완전히 착한 아이는 아니지만 자기는 그래도 누구보다는 착하다고 생각할는지도 모르고, 아니면 그것 자체도 생각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진심으로 착한 아이도 아닌데, 그 사실은 아이 자신도 너무 잘 아는데 결국에는 선물을 받아 버리면 아이에게 어렸을 적부터 자신을 속이는 방법을 가르치는 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조금 심한 생각을 나는 한다. 이것이 반복되는 것은 진정한 자기성찰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때문에 산타의 선물은 매우 매우 비교육적이라고 생각한다.


3.

채윤이가 산타로부터 받고 싶어하는 선물은 '신데렐라 집'이다. 산타할아버지가 신델렐라 집을 줬으면 좋겠다는데....산타는 그 선물을 주기 어렵다. 왜냐면 신데렐라집은 너무 비싸다.ㅜㅜ

성탄절 다 지나고 산타 양말을 거는 채윤이를 보면서 마음이 짠하고 가슴이 아파서 눈시울이 뜨거워졌던 것도 사실이다. 엄마의 고.상.한 교육철학으로 어린 가슴에 못 박는 것은 아닌가? 하고 말이다...

그렇지만 그 부분에서도 조금은 자신이 있다. 주변에서 보는 정말 멋지게 성장한 사람들 중에는 어렸을 적에 그런 장난감을 풍족히 누린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아니, 오히려 그런 것들을 풍족하게 누린 듯 보이는 사람들은 정작 그것을 제공할 부모로부터 떨어져 있을 때 독립적으로 느껴지지도 않고 그리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4.

채윤이가 걸어놓은 산타 양말에 산타할아버지가 보낸 것 처럼 편지를 한 장 써서 넣어 놓았다. 채윤이가 신데렐라 집을 선물로 갖고 싶어한다는 것을 몰라서 미안하다는 것과, 사람들이 항상 착한 사람일 수는 없지만 늘 착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들을 적었다. 그리고 선물의 부분에 관해서는 애매하게 얼버무렸다.

다음 날 퇴근을 하고  마트에 데리고 가서 예전부터 갖고 싶어했던 쿠션을 하나 사줬다. 그리고 신데렐라집은 채윤이가 여기 저기서 받는 용돈을 모아서 사기로 했다. 돈 개념이 아직 없으니 '파란 돈 다섯 개'를 모으면 살 수 있다고 설명해 주고 벌써 파란 돈 한 개를 모았다.


5.

신데렐라집 오만원 짜리. 다른 데 안 쓰고 사 줄 수 있다. 산타할아버지가 보냈다고 슬쩍 사다 놓을 수도 있다. 동심을 인정하고 순간 기쁘게 해준다는 명목으로 치뤄야할 교육적인 리스크가 너무 큰 것 같아 우리 부부는 그럴 수 없었다. 1년에 한 번 산타가 주는 선물로 기쁜 것보다 1년 내내 엄마빠가 주는 따뜻한 사랑으로 기쁘게 해주는 것이 더 좋다는 생각이다. 아니 그것보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하나님의 사랑을 알아서 행복한 것이 진짜로 행복한 동심이 되는 것임을 확신하기에 엄마빠로서도 하기 힘든 선택을 하며 성탄절을 보낸다. 가슴 저리도록 사랑하는 채윤이를 올바르게 사랑하는 방법이라 믿으며....

2005/12/30

'응답하신 기도 감사, 거절하신 것 감사'


채윤이 병설유치원 추첨에서 떨어지고는  잠시 이런 불신의 생각들을 했었다.

두 분 할머니 그렇게 열심히 기도하시고, 특히 외할머니는 철야에 금식기도 까지 하시고,

목장에서 목원들이 그렇게 마음을 모아서 기도해줬는데....

그 기도들 때문에라도 됐어야 하는 일 아닐까? '에잇~ 하나님 목자 체면좀 세워주시지. 목자 가정을 위해서 목원들이 함께 기도했는데 그런 건 딱딱 들어주셔야 각본이 맞는 것 아닌가?'


도곡초등학교 병설 유치원 떨어지고 우연히 '월문초등학교 병설유치원' 얘기를 듣게 되었다.

덕소에서 마석으로 가려면 산을 하나 넘는데 그 산 어딘가에 있는 아주 조그만 학교였다.

집에서 차로 10분. 한 학년에 한 반씩 있는 완전 시골학교.

여기에 있는 병설유치원은 매년 미달이 된다고 했다. 워낙 애들이 없으니 그렇단다.

어차피 어디를 다녀도 병설은 버스운행을 하지 않으니 아침에는 데려다줘야 하니까 한 번 알아나보자고 찾아갔다. 가서는 접수를 했고, 오늘 최종적으로 예비소집에 다녀왔다.


접수를 하러 가서 나는 심장이 뛰어 죽는줄 알았다. 이건 완전히 내가 예전부터 그리던 꿈의 유치원이다. 할 수만 있다면 꼭 그런 유치원에 채윤이를 보내고 싶었었다. 일단 유치원이 산에 있다. 유치원 교실 문을 열면 바로 흙마당이다. 운동장은 초등학교 운동장처럼 넓다. 보통 병설유치원은 초등학교 교실을 빌어 쓰는데 이기는 특이하게 따로 건물이 되어 있다.운동장은 온통 흙마당, 바로 옆은 나무 울창한 숲. 운동장 한 켠에는 실외 수영장을 방불케하는 사이즈의 전용 수영장도 있다.

무엇보다 유치원이 그대로 자연 안에 있다는 것. 그런 유치원을 그려본 적이 있었으나 그런 유치원이 있을거란 생각도 하지 못했거니와 있어도 아마 너무 비싸서 보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문제는 등하교 길이 문제였다. 접수하러 간 날 혹시 덕소 우리집 근처에서 오는 아이가 있는 지 물어봤다. 우리가 이사할 현대 아파트에 한 아이가 있단다. 슬쩍 입학원서를 보니 이름이 '이정현'이다. 그걸 보고 와서는 기도했다. 그 엄마랑 얘기가 잘 돼서 아침 저녁으로 카풀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내가 아침에는 데려다 줄 수 있으니 저녁에 그 엄마가 데려다 주면 좋겠다 싶었다.


오늘 예비소집일이라서 갔다. 한 반에 15명이란다. 모임을 마치고 정현이 엄마를 찾았다. 바로 내 앞에 앉아 있던 나이가 드신 인상 좋은 아주머니셨다. 우리 이사할 아파트 같은 동이다. 얘기를 했더니 '물론 좋다'고 한다. 이 유치원이 얼마나 좋은 지에 대해서 얘기하는데 침이 마른다. 애들이 그네 타면 그 밑으로 다람쥐가 뛰어 다닌단다. 봄이 되면 벚꽃잎이 눈처럼 흩날린단다. 날씨가 좋으면 애들이 다 산으로 올라간단다. 그래도 작년 한 해 여기 보내면서 아침 저녁으로 태우고 다니는 일이 힘이 들어 도곡초등학교에 넣었다가 우리처럼 떨어졌단다.


교회를 다닌다기에 '제가 접수하러 와서 정현이 이름 보고 계속 기도했어요' 했더니....'하나님이 우리 기도 안 들어주고 그 집 기도 들어줬구만...'했다. 늦둥이를 본 나이 지긋하신 아주머니가 슬쩍 내비치는 하나님 사랑도 만만치 않았다. 차가 고장 나서 버스타고 왔다는 그 아주머니 집에 태워 드리고 오면서 '좋으신 하나님'을 찬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채윤이가 아기였을 때 채윤이 유치원을 생각하며 기도드린 적이 있다. '정말 좋은 유치원 보내고 싶어요. 하나님!'했었는데...하나님은 그 기도도 잊지 않으시고 허락하셨다.


채윤이가 그네 타는 밑으로 다람쥐가 뛰어 노는 곳,

계절의 변화를 나무와 풀을 가까이서 보면서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곳,

교사와 어린이의 비율이 1:15라는 환상적인 교실,

온통 산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맘껏 뛰어 놀 채윤이!

생각만해도 감사하고 감동이다.


원더플 플랜!

바로 이런 하나님의 플랜이 있으셨다.

2005/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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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윤이에게


예쁜 이름을 가진 채윤아!

이 글을 읽게 된 채윤이는 몇 살 쯤 될까? 7살? 10살? 15살?... 궁금하네. ^^


아빠가 갑자기 채윤이에게 편지를 쓰고 싶어졌단다. 그런 생각은 그동안 여러번 가졌었는데, 실천은 오늘 처음 하는 것 같다. 엄마는 벌써 몇번이나 네게 편지를 썼었지.


채윤이가 지금 얼마만큼 '인식'하고 있는지 잘은 모르겠지만, 아빠는 아빠 인생의 최고의 전환기를 요즘 보내고 있단다. 아주 오래전, 아빠가 고등학생 때부터 꿈꾸던 일을 이제서야 하게 되었지. 그리고 이제 일주일 후면 시험을 치르게 되고, 그 결과에 따라 아빠 인생은 지금까지와는 달라지게 돼. 그러면 아빠의 심정이 요즘 어떨지 이해할 수 있겠지?


아빠는 내년부터 3년정도 일주일에 4-5일 씩 먼 곳에 가 있어야 할거야. 공부하기 위해서란다. 이렇게 굳이 가족과 떨어질 필요가 있는 걸까 생각해보면 아빠의 결정이 잘 한건지 확신이 안 서. 채윤이가 혹시 아는지 모르겠지만, 아빠는 결혼한 후 지금껏 거의 외박을 해 본적이 없단다. 그럴 일이 있어도 가급적 집으로 와서 엄마와 너네들과 함께 했지. 아빠는 바깥일보단 가족과 함께 "있는" 걸 무척이나 소중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란다. 그러기에, 내년부터 가족과 떨어져 있어야 할 걸 생각하니 이만저만 걱정이 아니로구나.


그래서 아빠는 이런 결심을 했어. 도서관에서 공부하기보다는 집에서 너네들 얼굴 보면서 공부하기로 말이야. 도서관에 가면 방해받는 것도 없고 훨씬 공부가 더 잘 되겠지만, 사랑하는 채윤이, 현승이와 오랫동안 떨어져 있을 걸 생각하니, 하루라도 더 너네들과 같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지. 채윤이가 10살 될 때까지 떨어져 있는 건 아빠로서의 직무유기니까, 속죄하는 마음으로 집에 있기로 한 거야.


한 달 가까이 집에 있다보니 채윤이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단다. 채윤이는 매일 밤마다, 아침마다 아빠가 오늘 집에서 공부하는지 도서관에 공부하는지 확인을 했지. 그런 채윤이를 생각하자만 마음이 저려와. 아빠로서는 맨날맨날 채윤이, 현승이와 함께 했으면 더 없이 좋겠거든. 게다가 아빠가 시험공부 한다고, 요샌 통 놀아주지도 못하고, 새로 산 인라인스케이트도 못태워주고... 이렇게 된 것에 대해 아빠가 얼마나 미안해 하는지 채윤이가 이해할까?


어제 밤에도 채윤이가 확인을 했지? 오늘 집에 있을 거냐고.. 그러마 하고 약속해놓고선 오늘 약속을 못지켰구나. 아침에 채윤이가 우는 걸 보니, 평소 쥐어짜는 눈물이 아닌, 진짜 섭섭해서 우는 울음이란 걸 느낄 수 있었단다. "아빠는 왜 약속을 안 지켜요?" 채윤이가 이렇게 말했을 때, 처음으로 듣게 된 채윤이의 이 말이 아빠 마음을 두드렸단다. '아! 드디어 아빠가 그렇게 소중하게 생각하던 약속을 지키지 못했구나' 라는 생각을 하니, 참 부끄러웠어.


채윤아! 아빠도 채윤이처럼 항상 채윤이 곁에 있고 싶어. 하루라도 안보면 채윤이, 현승이 생각에 다른 일들을 잘 할수 없을 정도지. 마음이 허전한 게 너무 이상하거든. 그래서 채윤이 마음을 잘 알 수 있을 것 같아. 그렇지만 아빠도 아빠 일을 해야된단다. 하나님께서 아빠한테 준 꿈도 있고, 아빠로서는 그 꿈을 이루고 싶은 열정도 있어. 신나고 즐겁고 감사한 마음으로 아빠가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채윤이한테 보여주고 싶구나.


채윤이가 아빠를 너무너무 좋아하는 거 아빠가 잘 알아. 아빠 얼굴이 자꾸 떠올라서 없으면 보고 싶어하는 거 잘 알고 있단다. 아빠도 채윤이처럼 똑같이 같은 마음이란 거 채윤이가 이해했음 좋겠다.


예쁜 채윤아!

아빠가 아빠한테 주어진 사명에 충실해야, 아빠가 행복해질 수 있고, 아빠가 행복해져야 채윤이도 아빠의 행복을 나눠 가질 수 있단다. 지금은 아빠가 자주 늦게 들어오고, 그리고 내년부터는 일주일에 반 이상 아빠 얼굴 못보더라도, 이 모든 게 우리 가족의 행복을 가져다 줄거라 생각했으면 좋겠다.


채윤아! 하늘만큼, 땅만큼, 바다만큼, 우주만큼 사랑한다.

2005/12/07

이 일에 대해서 오늘 오후 정리한 생각들이야. 나 자신을 위해서 글로 정리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 답글로 남겨. 결국 당신 얘기와 내 얘기가 같은 얘기인것 같구. *^^*


나는 잠시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가슴이 먹먹했었는데...다행히 차분히 오후 치료를 할 수 있었어.목원들에게 문자를 보내야하나 말아야 하나 하다가,


'응답하신 기도 감사 거절하신 것 감사' 하나님께서 채윤이 유치원껀은 거절하시네요

 

라고 날렸지.


그리고 나서 '거절하신 기도'에 대한  생각을 해봤어. 거절하신 하나님의 뜻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아마도 그러기 어렵겠지. 채윤이랑 나의 관계를 생각해봤어. 채윤이가 뭔가를 요구할 때, '안 된다'고 말하면 억울해서 엉엉 우는 경우가 있어. '원래 자기가 하고 싶은대로 하는 건데 엄마는 왜 그래?' 즉, 자신의 일에 대해서는 자신이 원하는 선택을 해야하는데 왜 엄마가 이래라 저래라 하면서 막냐는 거지....

2005/11/28

컴퓨터를 하고 싶다거나, 밤 늦게 쵸코렛을 먹겠다고 하는 것 등에 대해서는 채윤이 자신도 알아. 그걸 하면 좋지 않은 이유들에 대해서. 그런데 그냥 괜히 한 번 더 게겨 보는 거지.


예를들면, 옷 선택에 관한 문제는 좀 다른 것 같아. 분홍만을, 그리고 항상 치마만을 고집하는 채윤이와 싸울 때가 있어. 가끔은 양보하지 않고 바지를 입히고 분홍이 아닌 옷을 입힐 때가 있지. 그러면 채윤이는 억울해서 죽어. 그런 사안은 아무리 설명해도 채윤이의 인지력으로 잘 이해를 못하는 것 같아. 니 눈에는 분홍색만 이쁘지만 사실 그건 그리 세련된 색이 아니다. 정말 멋진 것은 남들과 다르게 내 스타일을 찾아서, 내게 어울리는 나만의 스탈을 만드는 것이다. 라고 아무리 말해야 채윤이가 알아 듣지를 못하지.


채윤이의 색감과 채윤이의 이해력은 어쩔 수 없는 한계지. 그건 채윤이가 자라서 이해하기를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일이니까. 하나님의 마음과 우리의 마음은 그것과 비교도 할 수 없는 차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분명히 말씀하셨지. '너희 생각과 내 생각은 다르다'고....


우리의 이해력과 인지력으로는 뛰어 넘을 수 없는 '뜻'이 아닐까 싶어. 그래서 마음이 편안해졌어. 그렇게 여러 사람이 한 마음으로 기도했는데...우리에겐 유치원 교육비를 줄이는 것이 절실한 문제인데도 불구하고 추첨에 떨어진 그 이유. 언젠가는 알게 될 수도, 영원히 모를 수도 있겠지만....기도의 응답으로 온 탈락임이 분명할진대....우리에게 가장 좋은 결과일거야.


나도, 당신도, 채윤이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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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윤이 유치원비가 월 이십몇만원 한다. 거기에 이러저런 교육비까지 합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2년째 채윤이는 유치원에 다녔다. 유치원 교육이 최상은 아니더라도, 그나마 가장 나은 교육이라는 부모의 철학이 있었기 때문이다.


채윤이가 내년에 7살이 된다. 이사도 하게 되어, 자연스럽게 초등학교병설유치원에 지원하게 되었다. 좋은 시설, 좋은 교사, 국가 지원, 저렴한 교육비... 지난주에 접수하고 오늘 추첨하는 날이었다. 35명 뽑는데, 140여명이 신청을 했다. 근 4대1이다.


여기저기 기도부탁 하고, 내심 하나님께서 '복' 주시리라 믿었다. 재정적으로 큰 부담을 덜 수 있도록 하나님께서 인도해 주시리라 믿었다. 주의 말씀을 순종하면 천대까지 그 은혜를 주시마 약속하신 말씀도 생각났다. 양 할머니 권사님들도 금식하며 기도하시고, 목원들도 기도하겠다고 했다. 우리 부모 편에선 완벽했다. 되야할 논리적, 환경적 근거들은 잘 구비된 듯 싶었고, 또 그리 되리라 굳게 믿었다.


나는 통속에 손을 넣고 종이 한 장을 꺼냈다.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 안 됐다 ...


집까지 걸어 들어오는 길에 무척 허무하고 속상했다. 이렇게 낙담이 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내가 하나님께 믿음의 테스트를 받는 거야 큰 문제 아니다. 다만, 부모 때문에 자녀가 손해를 보는 건, 도무지 마음을 쓸어내릴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깟 일로 하나님을 원망해서는 안된다 하며 다짐에 다짐을 더한다...


믿음이 부족한 것일까? 아니면 확율상 발생한 일일까? 아니면 하나님의 선한, 원더풀 플랜이 따로 있는 것일까?


내 감정이야 어쩔 수 없다. 생각하면 할수록 속상할 뿐이다. 허나 내 이성은 내가 통제할 수 있다. 논리적인 원인 추적은 무의미하다. 내가 갖춘 조건에 따라 하나님께서 복 주시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절대적으로 하나님의 선물이다. 다만 나는 이렇게 생각하기로 마음 먹겠다. 하나님께서 더 좋은 것을 주시기 위해 따로 준비해 놓은 것이 있을 것이다. 지금의 허망한 마음은 있는 상태 그대로 받아들이자. 이런 일로 하나님의 선대하심을 오해말자. 하나님의 주권을 침범하지 말자. 이런 일로 우리의 처지를 비관하지 말자. 7살 채윤이가 가야 할 유치원은 부모된 우리가 또 기도하며 최선이라 생각하는 것으로 나아갈 것이다.


집에 들어오니 할아버지와 채윤이가 TV를 보고 있다. "어떻게 됐냐", "안 됐어요. 4대1이었어요". 채윤 왈 "4대1이 뭐야?"...생고구마를 연신 아작거리며 먹고 있는 채윤이... 사랑스러운 내 딸... 하나님이 내게 맡겨주신 당신의 형상을 닮은 자녀... 잘 기르겠습니다. 주님, 하나님 마음에 합한 아이로 양육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2005.11.28.

목장에서 부모님들을 위한 기도제목을 나눌 때나,

우리 부모님들 황혼기의 모습을 뵈면서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나이 들어서 자녀들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의 선물은 부부가 둘이 잘 지내는 것'이라고.

젊은 시절부터 부부가 잘 대화하고 서로 잘 이해하고 사랑하는 연습이 잘 되어 있을 때,

나이가 들어서 가장 같이 있고 싶고 편안한 사람이 배우자가 될테고, 그것만큼 자녀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방법이 있겠는가?

부모님들이 두 분 끼리 행복하고 만족스럽다면 말이다.


부부관계가 건강하지 못한 부부일수록 자녀로부터 보상 받기 원하고, 자녀에게 인정받기 원하고, 주말에는 꼭 자녀들(결혼하여 가정을 만든 자녀라 할지라도)과 함께 놀기 원하고...결국 이런 것이 자녀들로 하여금 부모님을 기쁘게 섬기지 못하게 하는 이유가 될 수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노년기 뿐 아니다. 자녀에게 좋은 부모가 되는 일은 어쩌면 언제 어느 때든 같다. 부모가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행복하면 그 유익이 자녀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고, 부모의 일상이 힘들고 짜증스러우면 그 또한 자녀에게 고스란히 불편함으로 전해지기 마련이다.

그러니 사실 좋은 부모 되기 위해서 대화법을 연습한다든지, 아동의 발달을 공부하는 것보다 우선이 되는 것은 '매일 만족하며 행복하게 사는 길' 그것이 왕도인 것 같다.


김장을 도우러 채윤이 고모가 오셨다. 채윤이 현승이가 고모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른다. 김장 준비를 하는데 두 녀석 다 고모 옆에 붙어서 파 썰기, 새우젓 다지기 등을 흉내내고 조잘조잘 떠들어 댄다. 옆에서 일을 하면서 소외감도 느껴지고,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김장을 하거나 힘에 부치는 집안 일을 할 때는 으례 애들한테 더 퉁명스러워지기 일쑤고, 대답 한 번 따뜻하게 못 해주는 엄마다. 아이들이 크게 잘못한 것도 없는데 저리 가라고 구박하며 밀어내고 말이다.

고모랑 조잘조잘 거리면서 즐겁게 어른들의 일에 참여하는 것처럼 엄마가 매일 그래주면 아이들에게 얼마나 좋을까? 알짱거리다가 할머니한테 한 소리 들을까봐 지레 내가 먼저 '김채윤 저리 가!' 하고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일상이니.....


좋은 엄마가 되는 길을 그래서 어쩌면 내가 행복해지는 길이다. 행복해진다는 것은 '주 안의 기쁨'을 누리고 사는 것이다. 주 안에서 살아야 한다. 그래야 내가 행복하고 아이들이 행복해진다. 피곤에 절은 몸으로 소금에 절인 배추를 주물러 김장을 할 때라도 마음엔 기쁨이 넘칠 수 있는데......그 하늘로부터 오는 기쁨을 잃고 사는 날이 허다하다.


좋은 엄마가 되는 길은, 좋은 부모가 되는 길은 주님 말씀 안에서 기도의 끈을 놓지 않고 사는 일 뿐이다. 그럴 때 세상이 줄 수 없는 기쁨을 누리고, 그 기쁨을 자녀에게 전염시킬 수 있다.

2005/11/27

채윤아!

끝내 어정쩡하게 굳은 얼굴로 널 유치원 현관으로 밀어 넣고 들어왔다.

널 들여보내고 들어오는 길에 갑자기 엄마 자신의 표정을 생각해 보게 되었단다.

다른 사람의 얼굴을 보는 것처럼 엄마의 표정을 들여다 보았단다.

무뚝뚝해 보이고, 경직돼 있고,긴장돼 있고.... 이게 너를 대하는 엄마의 요즘 표정이더구나.


'엄마 다림질 하는 동안 스타킹 신고 있어'하는 말에 여전히 빈둥대면서,

'엄마! 어디가 앞이예여? 한 줄 있는데가 앞이예여? 두 줄 있는데여?' 하는 너한테 불같이 화가 치밀어 올랐어. 아침 내내 엄마는 경직돼서 농담을 받아줄 여유가 없었고 너는 언제나 처럼 까불고 능청 떨고, 깐죽거리고...


생각해보면 니 말을 여유있게 농담으로 받아치면서 유치원 갈 준비를 하면 너도 엄마도 행복해질텐데...문제의 가장 근본적인 발단은 경직된 엄마의 태도라는 생각이 드는구나.

실은, 할머니 보시는 아침 드라마에 빠져서 밥을 못 먹는 널 보면서 이미 엄마는 마음이 단단해졌어. 너를 탓할 일이 아니지. 누구라도 싸우는 소리가 나는 텔레비젼에서 눈길을 주지 않을 수 없으니까.

하루의 시작을  어른들 싸우는 소리, 너로서는 이해도 할 수 없는 갈등관계를 가지고 울고 불고 소리 지르는 그런 장면들을 보면서 하게 하는 것이 너무 속상했단다.

그러면 여지 없이 엄마는 할머니의 라이프 스타일에 불평을 하게 되고, 또 이렇게 이질적인 문화를 가지고 함께 살아야 하는 현실에 한탄을 하게 된단다. 엄마로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는 것 같고 말이다.


오늘 아침 그 스트레스가 결국 여느 때처럼 채윤이 한테 터져버린 것이다. 정말 미안하구나. 엄마가 스스로 감정 조절을 못하고 게다가 그 감정을 채윤이한테 폭발해 버리다니...


유치원 가는 길에 마음을 풀고 따뜻하게 품어주고 싶었지만 잘 안됐단다. 그래서 여전히 무뚝뚝한 얼굴로 '즐겁게 지내' 한 마디 하고 돌아섰다. 텔레비젼을 틀지 않는 게 방법이지 틀어 놓고 보지 말라고 하는 게 방법이 아닌 것처럼, 이미 황폐해진 엄마 마음인데 사랑 어린 말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 우스운 일이지.


빨리 분가하도록 일이 잘 되었으면 좋겠구나. 그런데 언제 될 지 모르는 분가를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이렇게 보낼 수는 없는데...오늘 엄마의 숙제란다. 오늘 아침과 같은 상황을 잘 극복해낼 방법을 모르겠어. 예전에 잘 될 때도 있었던 것 같은데...방법을 잊어버렸어.


채윤이에게 편지라도 한 장 남기고 출근하고 싶은데....

(이럴 때는 채윤이가 빨리 글을 읽을 수 있게되면 좋겠다 싶구나)

암튼, 채윤이를 위해서도 엄마가 마음을 잘 다스려야 되겠구나 싶다. 이렇게 메마를 마음으로야 어찌 좋은 엄마가 될 수 있겠니. 하루 종일 기도하는 마음으로 일하고 살께. 메마른 마음에 풍성한 사랑이 은혜로 부어지기를...저녁 때 만날 때는 아주 여유있고 넉넉하고 밝은 표정으로 채윤이를 안아 주도록 할께.


미안한 마음과 사랑의 마음을 담아서 엄마가...

2005/10/19

채윤이가 지금 현승이 나이쯤 됐을 때(30개월) 처음으로 집을 떠나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했었습니다. 동생이 태어난 이후 독차지 하던 사랑을 빼앗긴 채윤이. 엄마로서도 그런 채윤이를 어디에 보내는 것이 새롭게 적응해야할 일이었습니다.

그 때쯤, 다른 클럽에 썼던 글이지요. 요즘도 채윤이와 현승이는 엄마를 놓고 서로 자기 엄마라고 싸우는데... 채윤이로서는 현승이의 등장은 참 당혹스러운 일이었던 것 같아요. 아직 자기중심적인 30여 개월 짜리 아기가 타의에 의해서 양보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으니까....

그 때는 그런 채윤이가 너무 가엾어서 안타까운 마음 말할 수 없었죠. 스트레스 받고 상처 받아 우는 채윤일 보면 더더욱 마음이 찢어지고요...그러나 어쩔 수 없는 일.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채윤이는 나름대로 독립된 한 인간으로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상처 주지 않겠다는 결벽증도 사실 엄마가 먼저 치유 받아야 할 병이죠.


=================================================================================


처음으로 채윤이를 집 밖으로 내보내면서 적잖이 마음의 동요가 있었습니다.울며 불며 안 간다는 아이를 봉고에 태우고 매정하게 문을 닫고는 '안녕!' 하고 아무렇지 않은 듯 돌아섰지만 정신이 없었습니다. 며칠을 그런 실랑이 끝에 마음이 정말 오락가락 했는데...이걸 계속 보내? 말어? 하지만 또 집에 놔두면 어쩔 것인가? 할아버지 한테 현승이 괴롭힌다고 구박 받는 건 뻔한 일인데...


이래 저래 어떤 선택이든 채윤이의 하루하루는 먹구름 뿐인 것 같았습니다.어린이집 뿐 아니라 할아버지와의 관계에서도 채윤이는 예전의 그 '완전한 사랑'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현승이가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채윤이는 좋든 싫든 채윤이는 영아기를 벗어나 유아가 되고 있구요. 채윤이가 서러워 우는 시간이 많고 원치 않는 곳에 있어야 하는 것 때문에 얼마나 마음이 쓰였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러다가 좋은 채윤이 성격 다 버리는 거 아닌가? 하면서요.그렇게 두어 달이 지났습니다.


결국 채윤이는 현실을 받아들입니다. 아침마다 가기 싫다고 하면서도 9시부터 어린이집 가방을 메고 한 시간 동안 '소화차(어린이집 차) 언제와요? 몇 시에 와요?' 하고 있죠.엄마 아빠가 현승이 목욕을 시키거나 옹알옹알 하는 현승이가 너무 이뻐 정신없이 빠져있는 동안에도 저기 한 구석탱이에 앉아서 혼자 블럭놀이를 하고 있기도 합니다.그런 모습을 발견하면 가슴이 싸~해 지면서 채윤이가 한없이 가엾죠. '에이그 자식, 현승이 없으면 아직도 할아버지 할머니 사랑 엄마 아빠 사랑 독점하고 있을텐에...'


채윤이에게 부모로서 더 이상 해 줄 수는 없습니다. 분명 채윤이가 원치 않는 상황에 자꾸만 던져지고 스트레스 받는 것을 알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어떤 면에서 채윤이의 몫이 분명히 있는 것이겠죠. 그래서 마음에 아주 작으나마 쓴뿌리가 생긴다 하여도 어쩔 수 없는 것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좋은 부모 되려 하여도 최선의 환경을 줄 뿐이지 천국 같은 환경을 줄 수는 없으니까요. 나머지 부분은 하나님의 은혜의 몫이겠죠.그렇게 생각하니 최선을 다하되 너무 결벽증을 가지진 말아야 겠다는 생각과 더불어 한결 마음이 편해져요. 좋은 부모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살지만 그 이상은 그 분의 손에 의탁하는 것. 이 진리를 다시 한 번 되뇌 봅니다.


2005/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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