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책이 나온다면 사시겠어요?


일단 저자는 이래요.


유아교육을 전공하고 비장애 아이들을, 음악치료를 전공하고 장애 아이들을 교육하고 치료하며 젊은 날을 보냈다. 아이들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유난한 성격으로 중학생 때부터 교회 주일학교 교사를 했고, 어린이 성가대 지휘자였던 시절을 생의 가장 행복했던 순간으로 간직하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엄마가 되리라 다짐하고 자신했으나 두 아이를 낳고 키우며 코가 납작해졌다. 아이의 행복은 부모와 교사의 심리적, 영적 건강에 달렸다고 믿어 마음과 영성에 관해 다양하게 배우고 연구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심리학과 기독교 영성 사이 다리 놓는 자가 되고자 공부하며 강의하고, 강의하며 배우는 중이다.

 

'신의 피리'라 불리는 김종필의 아내 됨을 최고의 기쁨으로 여긴다. 두 아이 채윤이와 현승이에겐 웃기고도 무서운 엄마이다. 말에서 마음을 듣는 귀, 일상에서 영원을 발견하는 눈을 선망하며 커피 마시고, 사랑하고, 기도하고, 공부하며 글 쓰는 오늘을 산다.

  

서문은 이렇구요.


[부모와]

 

하다못해 자동차 운전을 위해서도 자격시험을 쳐야하는데, 너무 쉽게 부모가 되는 것 같습니다. 한 인간의 인생행로를 좌지우지할 엄마, 아빠라는 이름을 얻으면서 말입니다. 그러나 낳아보면 알고, 키워보면 깨달아집니다. 이것은 생명을 다루는 일이구나! 어마어마하구나! 자격증이나 인증된 매뉴얼은 없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부모 노릇하게 됩니다. 밤잠을 설치고, 우아한 일상 따위 내려놓고 전에 해보지 않은 자기포기의 삶을 삽니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썩 잘하고 있다는 느낌은 없습니다. 아이가 다치거나 병에 걸려 아픈 것도, 어린이집 친구와 부딪히는 모난 성격도 부모노릇 제대로 하지 못한 내 책임 같습니다. , 역시 운전면허증 보다 더 냉혹한 기준의 부모 면허증자격시험이 필요한 모양입니다.

 

[아이가]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랑받을 것을 기대하고 세상에 온 아이 입장도 있습니다. 세상을 대표하는 엄마 아빠가 나를 온전히 받아주는 것 같지 않습니다. 지금은 아이를 가질 때가 아니라고, 아들이 아니라고, 딸이 아니라고, 기대하던 얼굴이나 성격이 아니라고, 하필 누구누구를 닮았다고, 직장 스트레스 때문에 여유가 없다고, 산후 우울증이라고...... 내가 기대하던 사랑을 주지 않습니다. 엄마 아빠가 좋은데, 엄마 아빠도 분명 나를 좋아할 것 같은데 어른의 삶이란 사랑에만 집중할 수 없는 무엇이 있는가 보죠. 이것이 세상이려니, 적응하며 자라갑니다.

 

[여무는 시간]

 

손톱만 한 도토리 알이 커다란 참나무가 된다니 두 존재의 연관성이 믿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한 사람이 자기 자신이 되어 꽃피운다는 것은 그렇듯 신비로운 일입니다. 부모는 도토리 한 알 같은 아이가 참나무가 되도록 자라는 과정을 함께 합니다. 실은 부모 또한 여전히 자라고 있는 여린 참나무인지도 모릅니다. 아이도 부모도 자기다운 모습으로 꽃피우기 위해 여전히 여물어가는 존재입니다. 존재의 발아기를 지내는 아이는 아이대로, 지켜보며 보듬고 먹이고 입히는 부모 역시 자기 몫의 여무는 시간을 걷고 있는 것입니다. 부모는 어린 자녀의 버팀목이 될 만큼 품 넓은 나무로 단단해지기 위해 육아전쟁의 비바람을 맞습니다.

 

[토닥토닥]

 

육아지침과 조언이 난무합니다. 웃는 엄마가 아이의 발달을 어떻게 자극하고 돕는지 코끝이 찡하도록 감동을 주는 영상을 봅니다. 그래, 바로 이거야. 더 열심히 웃어주자. 잠시 잠깐 힘이 되지만 금세 자기비난의 손가락질로 다가옵니다. ‘나는 우리 아이를 향해 하루에 몇 분이나 웃어주는가? 우리 아이 성격이 까칠한 이유는 바로 나야.’ 자기계발식의 육아 지침이 주는 도전과 자책감, 득과 실을 계산하면 어떻게 될까요?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 항상 웃는 엄마는 세상에 없습니다. 모든 엄마에겐 하염없이 퍼주는 사랑이 장착되어 있다는 모성신화에 의문을 품어야 합니다. 애를 쓴다고 쓰지만 부족한 엄마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줄 사람은 나 자신 뿐입니다. 나 스스로를 인정해주고 토닥토닥 위로할 힘이 있는 엄마가 건강한 엄마입니다.

 

[성장일기]

 

밀과 보리가 자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압니다. 아기의 몸이 여물어가며 목을 가누고, 뒤집고, 기고, 걷습니다. 누구나 다 압니다. 4개월 된 내 아이가 끙끙거리다 결국 뒤집기에 성공하는 것을 지켜본 엄마의 앎은 다릅니다. 경이로움 가득한 진정한 앎입니다. 엄마가 쓰는 육아일기는 유일한 한 생명에 대한 경이로움의 기록입니다. 이 책은 10여 년 세월이 담긴 성장일기입니다. 밀과 보리가 자라는 흔한 이야기를 마치 제 아이들만 자라는 것처럼 호들갑스럽게 떠들어댄 흔적입니다. 이 사적인 이야기를 만천하에 공개하는 목적은 호들갑 엄마 동지들을 모으기 위함입니다. 누구나 다 아는 아이의 일상에서 생명의 신비를 건져 올리고 기록하자고, 내일로 미루지 말자고 옆구리 찌르는 선동입니다.

 

부모와 아이가 여무는 시간, 토닥토닥 성장일기

 

10여 년, 두 아이 키우는 이야기를 개인 블로그에 남긴 글 조각이 족히 700개는 되었습니다. 인내심과 정성으로 글을 골라내고 다듬어주신 이성민 편집장님이 아니면 이 책은 없습니다. 한 자루에 담긴 밀과 보리를 일일이 골라내 분류하신 노고로 성장일기가 모습을 갖추었습니다. 이제 두 돌이 되는 딸을 키우며 부모로 여물어가는 시간에 하신 작업이라 더욱 감사하고 의미가 있습니다. 제가 키웠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저를 키운 두 아이 채윤이와 현승이, 엄마의 빈 구멍을 묵묵히 채워주는 채윤이 아빠의 공도 말할 수 없습니다. 함께 여물어 가는 시간이 고마울 뿐입니다.




아이들 발달과 육아, 부모 자녀 관계에 대해서 전문가 연(然) 하자면 할 말은 많다고 해요.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일, 아니 사람과 관련된 일에 있어서 전문가는 없다고 믿고 있어요. 주옥 같은 육아 십계명, 아이와의 대화 십계명...... 은 SNS 검색하면 널렸으니까요. 두 아이를 키우며 아이와 함께 엄마 마음이 어떻게 자라야 했는지 육아 일기와 에세이를 모은 책이라면요. 둘째 아이가 태어난 시점부터 큰 아이가 중학교 1학년 사춘기 아이가 된 10여 년의 이야기를 종단적 스토리 텔링으로 책 한 권에 담겼다면요. 이래라 저래라 하는 육아 책이 아니라 '나는 뻘짓하며 고군분투했다' 이런 얘기라면요. 아, SNS에서 '좋아요' 많이 받는 포스팅 하는 법, 같은 팁도 있어요.  


한 권 사보실 마음이 드세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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