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쉰의 마지막 전날에 돋보기를 했다.

드디어 돋보기를 끼게 되었다.

이제야 어른이 된 느낌이다.


돋보기를 맞추는데 안경사께서는 '노안이 벌써 왔을 텐데 꽤 오래 버티셨네요'했다.

그리고 '가까이 있는 게 안 보이는 건 보지 말라는 뜻이지요.' 라고 했다.

몸이 보내는 신호가 진실이라는 것을 안다.

그렇구나, 가까이 있는 것은 그만 보라는 뜻으로 노안이 왔구나.

멀리 보라는 뜻이구나.

고개 들어 눈을 가늘게 뜨고 생의 종점을 보고,

생의 종점 너머 또 다른 세계를 응시하라는 뜻이구나. 

인정!


하지만 가슴이 턱 막히기도 한다.

마음 먹고 돋보기 하러 간 이유는 책을 보기 위함인데,

책 없는 삶, 책 읽을 수 없는 노년은 상상할 수 없는데.


아무튼 깨끗하게 커진 글자들로 독서의 기쁨이 두 배가 되는 날이다.

2018년 마지막 날은 종일 집에 박혀 책을 보다 차를 마시다,

눈이 피로하면 잠시 누워 졸며 보냈다.


2019년 가방 안의 머스트 해브 아이템은 

지갑, 휴대폰, 차키와 함께 돋보기도!

쉰 하나.

돋보기를 끼고, 백발을 허용해도 좋을 나이가 되어간다.

책을 가까이 두는 일을 포기할 수는 없지만 

멀리 보라는 뜻으로 온 노안, 원시임을 잊지는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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