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rinari
2012. 2. 6. 22:33
강에 나갔다. 볼을 스치는 공기가 날카롭지 않다.
양지 쪽을 걷다보면 오히려 따사롭기까지 하다.
엊그제 칼바람을 머금었던 그 강변 길이 아니다.
강물은 진도가 늦고 있다. 아직 엊그제의 차거움을 그대로 안고 얼어 있었다.
강과 내가 느끼는 온도차와 시간 차가 있다. 강은 엊그제의 혹한을 이제야 살고 있다.
나는 어쩌면 강보다 훨씬 더 먼 과거를 살고 있는 지도 모른다.
과거의 일과 관계와 감정을 곱씹으며 다시 새롭게 분노하고 한 번 더 좌절하면서 말이다.
그 뿐인가?
오지 않은 미래까지 살아버리려 한다.
내일을 오늘로 끌어들여 미리 앞당겨 희망하고, 실패하고, 두려워한다.
포근한 날씨와 어울리지 않게 얼어붙어 있는 강물이 묻는다.
너는 지금 여기를 체.감. 하며 살고 있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