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께서 살아계셨으면 초복이나 중복에 한 번은 먹었을 '아버님표 닭죽'을
내 손으로 만들다.

우리 아버님표 닭죽이라 함은, 삼계탕과 닭백숙을 절묘하게 조합하여 간편조리 하는 방식으로서, 영계가 아닌 중닭과 함께 인삼, 감초, 대추, 옻나무..... 등 올 카인즈 오브 한방 잡동사니를 넣어서 압력솥에 익히는 것이다.

 


 

그리곤 닭만 건져서 살을 죄 뜯어 먹게 하는 것이다.
아버님께선 식구들에게 소금 후추에 찍어 먹도록 하신 후에
당신께선 특이하게 고추장에 저 고기들을 찍어서 드시기도 하셨다.
(고추 엄청 사랑하셨던 우리 아버님) 

나는 평소 닭 한 마리 칼국수를 할 때 쓰는 소스를 만들어 부추와 함께 먹도록 준비했다.
소스는 사과와 양파, 등등 올 카인즈 오브 냉장고 잡동사니가 들어가기 때문에 맛있다.


 

굳이 부추인 이유는 우리 챈이 부추를 엄청 좋아하기 때문이다.
부추에 아무 소스나 발라줘도 정말 맛있게 야금야그 토끼처럼 먹는 것이 이쁘다.
하물며 압력솥에 잘 삶아진 보들보들한 닭고기와 새콤달콤 소스랴.




식구들이 고기를 뜯고 있는 사이에 압력솥은 췩췩췩 다시 돌아간다.

고기를 삶아 낸 한방 국물에 찹쌀을 넣고 죽을 끓이는 것이다.
아버님의 방식은 양파와 당근 등의 야채를 잘게 썰어 야채죽으로 승화시키시는 것인데,
개인적으로 야채죽을 싫어한다.
하얗게 찹쌀만 넣고 끓였다.
대신 끓여서 그릇에 담은 후에 잘게 썬 부추를 올렸다. 

 

 

흰죽 위에 부추는 우리 엄마 방식이다.
어렸을 적에 아플 때마다 엄마는 흰죽에 딱 부추만 넣어서 먹여주곤 했었다.
살짝 느끼할 수 있는 닭죽에 사롸있네 사롸있는 생 부추를 넣으니 오, 괜찮았다.

 


 

수박으로 마무리.


시아버님, 친정엄마, 그리고 주부 9단 나 자신. ㅎㅎㅎ
총출동해서 만든 세대를 뛰어넘은 닭죽 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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