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님, 커피 한 잔 주세요_에니어그램과 함께하는 내적여정 10



구민 : 모님!

모님
: 구민이 어서와. 얼굴이 왜 이리 부숭부숭해? 어디 몸이 안 좋니?

구민
: 아… 그게요. 늦잠을 자서요. 일어나자마자 세수만 하고 온 거예요. 흐흐흐….

모님
: 아하! 구민이가 잠자는 숲 속의 왕자님이지. 호호호. 그럼, 아무것도 안 먹었겠네. 커피랑 토스트 하나 해줄까? 아니면 반찬은 별로 없지만 밥 먹을래?

구민
: 괘… 괜찮아요. 저는 아무래도 괜찮은데 괜히 모님 귀찮게 해드리네요. 뭐 그냥 더 편하신 걸로 아무거나 주세요.

모님
: 에이그, 됐네요. 뭐 이런 게 귀찮어. 빨리 선택해주는 게 안 귀찮게 하는 거야.

구민
: 아, 네. 그럼 뭐… 토스트….

모님
: 그래 그래. 후다닥 해줄게. 잠깐 앉아 있어. 어디 보자. 커피는… 음… 우리 구민이 브라질 커피 한 잔 맛있게 내려줘야지. 잠시만….






구민 : 커피랑 이렇게 먹으니까 맛있네요. 브라질 커피라고 하셨어요?

모님
: 응, 언젠가 내가 얘기했던 것 같은데, 브라질 커피는 중성적인 맛을 갖고 있어서 블렌딩을 할 때 베이스로 많이 써. 희한하게 브라질 커피만으로는 딱히 개성이 없는데 블렌딩을 하면 다른 커피의 개성을 한층 더 살려준다고 하더라. 자체로는 살짝 맛이 밋밋하지. 

구민
: 마음에 드는데요. 브라질 커피!

모님
: 누구하고도 원만하게 잘 지내고, 겸손하고 관대한 구민이랑 비슷하네. 맘에 들게 생겼다. 호호호….

구민
: 제가 그… 그런가요?

모님
: 그럼~ 평화의 사람(자아 이미지) 구민이잖아! 남의 얘기 잘 들어주고 불화도 잘 조정하고 편견 없이 사람들을 대해서인지 내가 구민이 싫다는 애를 못 봤어.

구민
: 에이, 모님. 무슨요….

모님
: 니가 평화의 사람이란 거 인정 안 한다구? 싫다구?

구민
: 아… 아니 그게 아니라요. 좋죠. 평화의 사람이 되고 싶어요. 늘 평화롭고 싶구요.

모님
: 네 미니홈피 제목이 뭐였더라? '어제와 같은 오늘' 맞지?

구민
: 어, 알고 계시네요. 그냥 써 본 거예요. 그런데 사실 저는 오늘 뭔가 어제와 다른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싶어요. 그… 그냥 별 일 없이 하루가 지나갔으면 싶달까, 그래요.
모님 : 구민이가 말하는 평화가 그런 의미니?

구민
: 아마도 그런 것 같아요. 아닌가요? 평화가 뭐죠?

모님
: 9유형의 자아 이미지가 '나는 평화롭다'인 것은 결국 9유형이 집착하는 것이 안정과 평화라는 거야. 때문에 안락하고 편안한 것을 좋아하고 있는 상황 그대로를 유지하려고 하지.

구민
: 안락하고 편안한 걸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까요?

모님
: 물론, 평화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겠어? 평화, 안락함, 안정감…. 다 좋은데 여기에 집.착.한다는 거야. 각 유형이 집착하는 것들이 그 자체로 나쁜 게 아니라 거기에 매여 있다는 게 문제지. 대체로 9유형들이 침착하고 느긋해 보이는데 어때? 구민이 내면도 그러니? 밖에서 보는 것처럼 그런가?

구민
: 복잡하죠. 딱히 뭐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솔직히 복잡해요. 아닌가? 모… 모르겠네요.

모님
: 그러니까 있는 그대로를 유지하기 위해서 실은 더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다는 거야. 어느 9유형이 그렇게 말하더라. 꼭 전화해야 할 데가 있는데 하루 종일 '전화해야지… 해야지….' 하다가 결국 안 하고, 전화 한 통 하는 것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썼다고.

구민
: 와, 완전 제 얘긴데요. 실은 아까 여기 오면서 버스를 탔는데요. 커브 돌자마자 햇빛이 쫙 들어오는 거예요. 거기서부터 계속 직진이었는데 속으로 '자리 옮겨야지. 옮겨야지.' 하다가 내릴 때까지 그냥 있었어요. 이런 건가요?

모님
: 그래, 그래서 9유형들은 비폭력적인 힘을 쓰는 사람들이야. 중재하고 화평케 하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꾸물대고 그저 가만히 있으면서 고집을 부려 수동적인 공격을 한다는 거지.

구민
: 가만히 있는데 그게 어떻게 공격이 되나요? 저 자신이 별로 행동하는 게 없는데 공격이라구요?

모님
: 그래서 수동적인 공격이라는 거야. '나는 한 게 없다'고 하지만 하기 싫은 일에 대해서 딱히 표현은 하지 않으면서도 끝까지 하지 않을 수 있잖아. 9유형들의 수동적 태도가 오래갈 때 다른 사람을 화나게 만들고, 가만히 앉아서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주로 공격적인 유형들이겠지) 폭발하게 만든다고 해. 결국 9유형들이 그렇게도 지키고 싶은 평화는 가만히 문제만 안 일으키는 상태를 유지한다고 해서 지켜지는 게 아니라는 반증이지.

구민
: 조금 어려운데요. 약간 알 듯도 하고…. 음… 그런데 좀 쉽게 설명해 주시면…. 제가 아까 제 속이 복잡하다곤 했지만 그건 그냥 뭐랄까? 가끔 저를 어떻게 잘 설명할 수 없을 때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구요. 실은 제가 단순한 사람이에요. 모님.

모님
: 구민이 마음이 좀 상했나? 유형의 어두운 부분을 듣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것이 구민이를 향한 비난이 아니라는 걸 계속 생각하면서 들어줘. 알았지? 늘 언제나 무균질의 평화를 일구고 싶은 9유형이 회피하는 건 갈등과 대결이야. 9유형들이 저항이 가장 적은 방향을 선호하고, 누군가 나서서 선택한 일에 묻어가곤 하는 게 아마 갈등과 대결을 회피하려는 마음이 구체적으로 표현된 예일 거야. 갈등이 저절로 해결되거나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며 끝까지 견딜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

구민
: 아, 모님! 진짜 저는 싸움이나 그런 복잡한 일이 닥치면요 그냥 스위치가 나가는 것 같아요. 저번에 도서관에서 나란히 앉은 두 사람이 싸움을 하더라구요. 신기한 건, 싸움이 일어나니까 거의 자동적으로 제 귀가 막히는 느낌인 거예요. 제 몸에는 갈등을 감지하는 장치가 있나 봐요. 감지되는 순간 모든 스위치가 나가요.

모님
: 와, 그 표현 기가 막히다. 하하하. 그래서 이해관계가 얽힌 복잡한 일이 벌어지면 9유형들이 잠으로 많이 도피한다고 해. 회의하다 의견이 안 맞아서 언성이 높아지면 바로 팔짱 끼고 눈 감는 사람들? 눈 감으면 바로 코 고는 사람들? 흐흐흐….

구민
: 으아, 진짜요? 부끄럽다. 제가 잠의 왕자잖아요. 복잡할 땐 자는 게 딱인데….

모님
: 복잡할 때는 잠으로 도피하는 게 딱이고, 더 근원적인 내면의 갈등을 보고 싶지 않아서 쓰는 9유형의 방어기제는 잠보다 깊은 혼수상태, 최면상태라고 하지.

구민
: 풉! 혼수상태요? 이거 원래 9유형 설명에 있는 건가요, 절 놀리시는 건가요? 제가 대체로 정신줄을 놓고 있긴 하지만 혼수상태는 너무 심한 표현이신데요…. 그러잖아도 실은 어젯밤에 아버지께 또 한마디 들었어요.

모님
: 저런…. 취업 문제 때문에?

구민
: 네. 열정과 자신감이 넘치는 아버지는 제가 너무 답답하신가 봐요. 딱히 잘하는 것도 없고…. 일단 아버지 원하시는 대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데 열심히 안 한다고 속상해 하세요.

모님
: 구민이가 정말 하고 싶은 건 뭐야?

구민
: 글쎄요…. 그걸 잘 모르겠어요. 사실 웹디자인 쪽이 좀 끌리긴 해요.

모님
: 아, 그래서 작년인가 언제 학원 다니겠다고 하지 않았니?

구민
: 그러려고 했는데요. 제가 그걸 배운다고 뭐가 달라질까 싶기도 하구요. 그래서 아직….

모님
: 9유형의 근원적인 죄가 뭔지 아니?

구민
: 아까 읽어봤는데 게으름이 더라구요. 그런데 모님, 저 그렇게 게으르진 않아요. 정리도 잘 하고…. 제 방에 한번 와 보세요. 남자방치고 깨끗하다고 하는데….

모님
: 하하하. 그런 의미의 게으름이 아니야. 뭐랄까? 삶 전반에 대한 게으름이지. 누울 수 있는데 왜 앉아? 앉을 수 있는데 왜 서 있지? 하면서 쉽게 살려고만 하는 것? 말하자면 자기 계발에 태만한 자세 같은 것들. '그걸 배운다고 뭐가 달라질까'라고 너 스스로 말하잖아. 자신이 원하는 바를 알려고 하지도 않고, 남이 이끌어주길 바라고, 밖으로부터 자극이 주어지길 바라지 않니?

구민
: 아버지가 제게 답답해 하시는 그런 얘기들이네요. 저도 이런 제가 싫어요. 모님.

모님
: 결국 9유형들의 게으름은 자신을 하찮게 여기고 시시한 존재로 여기는 '자기 비하'라는 함정에서 오는 걸 거야. 예수님의 달란트 비유에서 한 달란트 받은 사람과 같지.

구민
: 그런데 모님, 궁금한 게 있는데요. 아까 저 때문에 힘들어 하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말씀하셨잖아요. 저는 '자기 비하'라는 표현이 사용될 정도로 낮게 생각하는데, 누구를 힘들게 할 수 있다는 거죠? 저희 아버지처럼 답답해 하시는 거요?

모님
: 에니어그램 여정을 하면서 그런 생각이 들어. 자신의 유형에 붙들려 있는 사람은 주변 사람은 물론 결국 자기 자신을 힘들게 해. 나는 구민이가 모든 사람과 잘 지내고 화합하는 게 참 부러워. 부럽다 못해 질투가 난다. 헌데, 그 빛에만 만족하고 있으면 그 빛이 어느 새 어두움이 되기도 해. 평화에 매인 동기가 '갈등'을 회피하는 것임을 알고 인정하고 순간순간 멈출 때 구민이의 빛이 진실로 아름답게 빛나는 거지. 갈등 속으로 걸어 들어가서 온몸으로 받아내고, 때로 나를 깨뜨리고 변화시켜서 얻는 게 진정한 평화일 거야.

구민
: 제가 그런 걸 할 수 있을까요? 저를 깨뜨리고 변화시키는 걸요. 제겐 너무 어려운 일이죠.

모님
: 못하지!^^ 우리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9유형이 맛보는 성숙의 열매는 행동인데, 네가 단지 '이제부터 행동하겠다'고 결심하고 노력하는 것만으로는 안 돼. 9유형 아니라 어느 누구라도 마찬가지지. 말하자면 네 평화유지 자동시스템이 지나치게 작동된다고 느낄 때마다 멈추고, 멈추는 그 순간 너를 지으시고, 네 이름을 아시는 그 분의 손을 잡는 거야. 그거면 되는 거야. 참 쉽죠잉?^^ 쉽고도 어려운 길, 그 길을 우리 함께 걸어가자.


모님, 커피 한 잔 주세요_에니어그램과 함께하는 내적여정4




삼진, 육미, 구민 : 모님, 모님, 안녕하세요?


모님
: 삼진, 육미, 구민! 삼육구 세트가 왔네. 하하하. 어서 와. 앉아라.


삼진
: 벌써 커피 준비해 놓으셨네요. 으아, 모님의 커피가 그리웠어요.
 

모님 : 그래. 바로 내려줄게. 오늘의 커피를 소개합니다. 브라질 산토스야. 맛이 중성적이라 블렌딩을
 할 때 베이스로 많이 쓰여.
 

육미 : 모님, 커피 드립하시는게 무슨 의식을 거행하시는 것 같아요.

모님 : 의식이지! 커피에 모님의 마음을 드립해내는 의식. 하하하. 나는 핸드드립 커피가 이래서 좋아.
 커피에 내 마음과 사랑을 담을 수 있는 것 같아서 말이다. 천천히 물을 붓고 잠시 기다리고 또 정성껏
 물줄기를 따르고 기다리면서 커피 마실 사람을 향한 기도와 사랑을 담아
.

 
삼진 : 와, 감동 감동! 그래서 모님 커피가 자꾸 그리워지는 거군요. 거봐. 얘들아 오길 잘했지.
자, 오늘 온 이유에 대해서 구민! 니가 말씀 드려.

 



구민
: 내가? 어, 그래. 저기…….저희가 같이 만나서 얘기를 하다보니까요…….모님. 셋이 똑같은 궁금
증을 갖고 있더라고요. 그러니까 지난번에 들려주신 에니어그램의 3중심 얘기 있잖아요. 그게 저희랑은
 쫌 안 맞는 거 같아서요.


육미
: 아니, 안 맞는다기 보다는요. 제가 머리형 같기는 하고, 또 구민이도 장형 같기는 한데 삼진이도
 가슴형 인정을 하는데요. 헌데 모님께서 3중심 설명하신 걸 들으면 저희 셋 다 뭔가 그 중심이 아닌 것
 같다는데 합의를 봤어요. 흐흐흐, 죄송!


구민
: 예. 그러니까 저는 장중심 같기는 한데 팔수처럼 세상을 정글로 본다든지, 저의 욕구를 채우는
 것이 삶의 관건이라든지 그렇질 않은 것 같거든요.


육미
: 저도요 모님. 제가 머리형인 건 같지만 제가 그렇게 객관적인 이치를 잘 따져서 판단하는 합리적
인 사람이 못 된다는 게 오히려 콤플렉스예요.


삼진
: 저는 대체로 가슴형의 설명에 대해 말씀하신 것에 동의가 돼요. 그런데 제 친구들이나 동료들은
 저한테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오는 사람이라고 하거든요. 가슴형인 제가 그런 말을 들을 수 있는 건가
요? 모님. 아우, 나 따뜻한 가슴을 가진 여잔데 사람들이 왜 그러죠? 호호호.


모님
: 이쁜 것들! 내가 할 말을 각자 자기 입으로 술술 부네. 하하하.


삼진, 육미, 구민
: 네? 네?



모님
: 지난 시간에 설명한 3중심에서 너희 셋은 각 중심의 핵심유형이라고 불러. 3중심은 결핍이 소산
이라고 한 표현을 기억하고 있니? 말하자면 머리형이 머리를 잘 쓴다는 의미라기보다는 생애 초기에
 ‘머리를 써야만 살아남는구나. 상황파악 제대로 못하면 못 살아남는 무서운 세상이구나!’를 내면화 했
다고 했어. 그래서 어떤 일에도(가슴이나 본능의 힘을 써야하는 일에도) 일단 머리의 에너지를 클릭하
고 본다고 설명했지.



육미 : 네, 제가 머리를 잘 쓴다기보다 무슨 일이 닥치든 일단 머리로 시뮬레이션을 쫘악 하는 건 맞는
것 같아요. 헌데 머리형이라고 하기엔 제가 너무 귀가 얇아요. 제 생각보다는 다른 사람의 판단에 의존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모님
: 너희 세 명이 각 중심의 설명을 들으면서 공감한 것들이 맞아. 3,6,9유형들은 각 중심의 핵심유형
이라고 했잖니. 핵심유형들은 각 중심의 에너지를 안팎으로 써. 에너지를 안팎으로 쓰다 보니 자신의 중
심의 힘을 안 쓰는 것처럼 보이지.


 

< 장 중심 >

8 : 외면화된 유형

9 : 핵심유형

1 : 내면화된 유형

무게중심 : 하복부와 소화계

주요관심 : 자신의 의지와 욕구, 힘과 정의

지배적 정서 : 분노

< 가슴 중심 >

2 : 외면화된 유형

3 : 핵심유형

4 : 내면화된 유형

무게중심 : 심장과 순환계

주요관심 : 타인 눈에 비친 자기 이미지

지배적 정서 : 불안

< 머리 중심 >

5 : 내면화된 유형

6 : 핵심유형

7 : 외면화된 유형

무게중심 : 대뇌와 신경계

주요관심 : 객관적 이치, 논리

지배적 정서 : 두려움




구민
: 그러니까요. 지난 번 ‘팔수’ 얘기를 하시면서 장형 설명을 하시는 것에 저는 거의 공감이 안됐거
든요. 삶을
전쟁터로 본다든가 내 힘이 먹히는지 일단 들이대고 본다든가 하는 것들이요.



모님
: 그랬을 거야. 장중심에는 세 유형이 있다고 했어. 8.9.1유형들이지. 그 중 8유형은 장의 힘을 밖으
로 쓰는 사람들이라고 했어. 그 결과 8유형의 힘은 세상을 향해 나가. ‘자, 내가 여기 있어. 누구든 힘 있
는 놈 나를 좀 다뤄보시지. 이게 내 뜻이야. 이대로 해!’ 이게 8유형들의 삶에 대한 접근이야. 힘이 있어
야만 살아남는다는 잘못된 지도가 어린 시절에 입력되어 있거든. 장중심의 핵심감정인 ‘분노’가 8번에게
서는 외부를 향해 폭발적으로 나오지. 그래서 8유형들은 모든 허약한 것들을 회피하며 힘에 붙들린 사
람들이야.

그런가하면 1유형들은 분노를 비롯한 욕구들을 억압하면서 부모의 욕구에 맞춰 ‘착한 아이, 올바른 아
이’가 되기로 한 사람들이야. 올바르고 완벽하게 실수 없는 삶을 위해 자신의 핵심감정인 분노와 욕구들
을 통제하려고 내면으로 본능의 힘을 쓰고 있지.

그렇다면 구민이, 9유형. 장의 에너지를 안팎으로 쓰면서 본능적 욕구가 없는 것처럼 보여. ‘주면 먹고,
때리면 맞고, 욕구를 주장하지 않고 벽에 걸린 액자 같은 존재로 있어야 살아남는구나!’ 하는 생존방식
을 선택하게 된 거야. 그러다보니 자신에게 어떤 욕구들이 있는지 조차 모르는 상태가 되고, 욕구나 갈
등이 없는 환경을 갈구하는 ‘평화의 사람’으로 살게 되는 거야.


구민
: 아……. 욕구가 있는 지도 모른다구요.


모님
: 응, 9유형들은 장중심의 핵심유형이며 거부지점이라서 오히려 장중심처럼 보이질 않지. 그러나
결국 9유형도 바닥에 붙들려 있는 것은 본능의 힘이야.


육미
: 아하! 그러고보니 구민이 말도 없고 자기주장도 거의 안하지만 결코 얘가 제 맘대로 되는 애는 아
닌 것 같아요. 힘을 쓰는 것 같지는 않지만 뭔가 흔들리지 않는 자기만의 힘이 있다고나 할까. 안 그러
니? 삼진아. 그렇다면 저도 그러나저러나 결국 머리는 머리겠네요.




모님
: 그래, 5,6,7유형이 머리형인데 이들의 핵심감정은 ‘두려움’이라고 했다. 쉽게 말하면 7유형은 자
신의 내면이 두려워서 밖으로 도망가는 사람들이고, 5유형은 외부가 두려워서 삶으로부터 움츠러들어
유일하게 안전한 장소인 자신의 내부로 물러나 있지. 6유형은 안이 두려워 밖으로
도망갔다 외부의 두
려움에
기겁하여 다시 안으로 도망하는 탁구공 같아.

그래서 7유형은 자기 밖의 환경에서 즐거움, 재미를 찾아 헤매며 ‘나는 행복하고 즐거운 사람’이라는 자

기 이미지를 가져. 5유형은 머리의 에너지를 안으로 써서 끊임없이 지식과 정보를 축척하려고 하지.
충분히 알게 되면 안전해질 것으로 여기는 거야. 그래서 ‘지식이 있는 사람, 현명한 사람’이라는 자아
이미지를 가져.

6유형은 주어진 규범과 규칙을 잘 지키고 충실하면 두려움에서 벗어나 안전해질 수 있을 거라는 동기로

 ‘충실하고 책임감 있는 사람’이 되려고 해. 결코 안전할 수 없는 것이 인간세상 아니니? ‘안전’에 붙들려
 있는 6유형은 자신의 노력으로 안전함을 빚어내려하니 내면이 늘 포수에 놀란 토끼처럼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는 거지. 이런 6유형의 두려움과 공포는 비합리적으로 보여. 그래서 머리형임에도 머리형
 같아 보이지 않는다는 거야. 결국 ‘두려움’이라는 뿌리는 같은 거고.



삼진
: 이제 좀 알겠어요. 모님. 구민이가 장형임에도 ‘힘’이라는 것이 별로 안 느껴지는 것도, 육미언니
가 머리형임에도 가슴 형처럼 보이는 것도요. 제 얘기도 빨리 해주세요.

 

모님 : 가슴형들의 주요관심은 ‘타인의 눈에 비친 자기 이미지’야. 과연 내가 타인에게 받아들여질지, 사
람들이 날 좋아할지에 매여 있기 때문에 핵심감정이 ‘불안’이야. 2유형의 에너지는 외부로 향해 있어서
온통 타인의 감정에 꽂혀 있지. 타인의 필요와 욕구를 감지하는 안테나를 들고 다니면서 그 필요를 채워
주고 돕고 봉사하는 것으로 사랑받으려는 사람들이야.

반면 4유형들은 가슴의 에너지가 내면으로 향하
고 있어서 온통 자신의 감정에 휩싸여 있어. 특히 내면
의 슬픔, 우울함 같은 감정에 사로잡혀서 ‘특별한
사람’이라는 이미지로 자신을 인식해. 이 역시 특별함
과 독특함을 통해 주목받고 사랑받겠다는 것이지.


3유형들은 뭐든 잘하고 성공해서 인정받고 칭찬받으려는 사람들이야. ‘감정’이라는 것이 비효율적인 것

이기 때문에 일을 잘하고 성공하는데 도움이 안 되는 거잖아. 3유형들은 가슴의 에너지를 안팎으로 쓰
면서 마치 감정이 없는 것처럼 살아가. 그래서 3유형들이 핵심유형이면서도 가슴형 같아 보이지 않는데
‘성공’이라는 것을 통해서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그것으로 인정받고 칭찬받으면 사랑받는다고 착각
한다는 점에서는 결국 또 같은 거지.





삼진 : 아효, 도대체가 아홉 유형이 다 쓸 만한 인간이 없네요. 다 환자예요. 에고고…….


육미
: 아……. 모님, 갑갑하고 절망적 이예요.


구민
: 굳이 그렇게까지 파헤쳐야 할까요? 그냥 다들 장점이 있는 거니까 그걸 보면서 살면 될 것 같기
도 한데요.

 


모님
: 너희들 ‘나는 걸작품 하나님 최고의 작품…….♬’ ‘이 세상 그 무엇보다 귀하게 나의 손으로 창조
하였노라…….♬’ 이런 찬양들이 어떻게 들리니? 가사를 찬찬히 보면 이걸 부를 때마다 가슴이 벅차오르
고 뜨거워져야 할 것 같은데 어때?
새신자에게
축복송으로 불러주기에는 적합할지 몰라도 내게는 참 맹숭맹숭하단말야. 우리가 얼마나 하
나님의 얼굴을 피하려 하는 존재인지, 도리어 나 자신과 이웃에게 하
나님 노릇하고, 행동의 동기들은 얼
마나 철저하게 이기적인, 뼈 속까지 죄로 물든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
지 않는 한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
받기 충분한 나’는 알맹이 없는 허울 좋은 고백일 뿐이야.
죄의 문제는
‘구원받는 그 순간 나는 의인! 하고 나의 모든 죄는 십자가에서 퉁!’ 하는 식으로 접근해서
는 안 된다
고.


육미
: 아, 지난번에 거짓자아에 대해서 말씀하실 때 벗기 위해서 페르조나의 실체를 잘 아야 한다는 말
씀이 이거군요.


모님
: 그래 맞아.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해처럼 빛나는 형상을 가리고 있는 먹구름 같은 거짓자아
가 에니어그램의 얼굴이야. 결국 우리가 에니어그램을 통해 자아를 발견하자는 게 아니라 이것으로부
터 벗어나기 위해 잘 알아야지.


삼진
: 기대가 되면서도 두렵기도 해요.


모님
: 자, 그런 기대도 되고 두렵기도 한 이 여정에 누가 먼저 단독 초대장을 받을까?


육미
: 모님, 저부터 해주세요. 저 요즘 회사에서 ‘이러면 저게 걱정, 저러면 이게 걱정’ 하며 달달거리는
저 자신 때문에 죽겠어요.


모님
: 그래. 육미 당첨! 그러면 다음번에는 육미랑 같이 데이트 하면서 6유형에 대해 얘기한다. 육미를
비롯한 육수, 육만이, 육진이, 육희……. 기대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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