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브♥갓♥메일-20    <QTzine> 11월호

많이 긴장됐었지? 휴우∼, 내가 다 안도의 한숨이 나오네. 미래의 시부모님께 처음 인사드리는 자리, 그 자리를 향해 가는 떨리는 발걸음이라니…. 어디 채용면접에 비하겠니? 일주일 사이에 양쪽 집 부모님께 인사드리는 걸 잘 치러냈구나. 네 메일 읽으면서 맨 처음 남편 부모님께 인사 갔던 날이 떠올라서 나 혼자 또 실실거리고 있어. 내향적이신 시부모님과 완전 쫄아 있는 며느리 후보생, 그 사이에 처세에 약한 아들이 한자리에 앉아 있던 그 손발 오그라드는 민망한 자리…. '아가씨, 고향이 어디예요?' 하며 조심스레 질문하시던 시아버님의 목소리를 떠올려보니 요즘에 '에미야!' 하시며 살갑게 전화하시는 그 아버님과 같은 분인가 싶다. 이제 부모님들이 함께 만나시는 상견례만 남았네. 헌데, 어떡하냐? 그 자리는 더 어려울 텐데….ㅋㅋ 결혼이 쉬운 게 아닌 것이니라∼^^ 그래. 날 잡히는 대로 선생님한테 연락주고…. 결혼이 급물살을 타고 있어서 이젠 은혜 메일보단 청첩장을 기다려야겠구나.


선배 언니를 넘어라?!

막상 결혼이 현실이 되니 염려되는 것들이 많지? 준비를 하다보면 실제로 J나 J부모님과 친밀함이 생기기도 전에 갈등을 먼저 겪게 될 수도 있을 거야. 혹여 오해나 갈등이 생기더라도 이제껏 그래왔던 것처럼 지혜롭고 순결하게 잘 해결해가리라 믿는다. 은혜야! 너 혹시 우리나라 교육문제에서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이 뭔 줄 아니? 뜬금없는 교육문제냐고? 우리나라 교육문제는 옆집 아줌마만 넘어서면 된다더라. 무슨 얘긴지 feel이 팍 오지? 옆집 아줌마와 비교하며 받는 스트레스, 옆집 아줌마 아들을 보며 밀려오는 불안감…. 뭐 이런 거겠지? 난 이건 정말 위대한 발견이라고 생각해. '아, 내가 지금 내 아이를 닦달하는 것이 다름 아닌 아까 옆집 아줌마 아들이 올백 맞았다는 그 얘기 때문이구나. 괜한 불안함이 내 아이를 잡는구나. 그만 해야지.'하는 엄마가 늘어날수록 우리나라 교육문제는 나아질 거다. 이 정도로 너스레를 떨어놓고 다시 퀴즈 하나! 결혼을 준비하는, 또는 결혼생활을 하는 여자들에게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은 무얼까? 우리의 건강한 결혼생활을 위협하는 가장 큰 적은 누굴까? 가장 가까이서 가장 그럴 듯한 말로 내 안에 있는 세속적 욕망과 두려움을 자극해주는 사람들. 빙고! 선배 언니 되겠습니다.
지금 은혜의 마음에 끼었다는 먹구름도 가만히 살펴보면 선배 언니들과 나눴다는 대화에서 비롯된 게 아니냐. '가난하게 산다는 것,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홀로 계신 어머님의 외아들, 것두 보통 일이 아니다….' 이런 걱정들 말이다. 쉽지 않은 과정을 거치며 결혼을 결정한 은혜에게 이제 와서 무슨 도움이 안 되는 걱정이란 말이냐. 수년 전 처음 J를 만날 때 이미 충분히 고민했던 부분 아니었니. 그리고 은혜 스스로 확신을 가지고 선택한 것이었고…. 이해는 된다. 결혼이라는 가보지 않은 길을 바라보면서 느낄 두려움, 앞서 그 길을 갔다는 사람들의 말을 하나하나 새겨듣게 되는 전에 없던 민감함도 말이다. 하지만 불안할수록 더 차분히 분별하려고 하는 지혜가 필요한 것 같아.

'너희들만의 검소한 결혼식을 한다는 것도 다 좋은데 아무리 그래도 결혼 예물은 다른 여자들이 받는 것만큼 받아야지, 안 그럼 나중에 두고두고 후회한다.'는 말도 마찬가지야. 이 언니들은 은혜가 결혼하고 난 후에는 분명 이런 식의 코치를 할 거다. '무조건 결혼 초에 남편을 길들여야 한다. 남편은 처음에 기선제압을 해야 하고, 시댁에는 잘하면 안 된다. 잘하면 잘할수록 더 기대하기 때문에 너만 힘들어진다. 그러니 시댁에는 처음부터 적당히 해라. 경제권이 누구에게 있든 남편 몰래 비상금은 따로 마련해야 한다….' 이 얼마나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영양가 있는 조언이란 말이냐. 정말 경험에서 진하게 우려낸 실용적인 안내문 아니냐?^^ 지금 은혜의 마음속에 있는 두려움과 슬픈 헤아림을 이렇게도 잘 끄집어내어 정리해주는 언니들의 목소리라니! 정말 널 위해서 해주는 말
인 것 같고, 본인이 살아봐서 몸으로 체득한 노하우인 듯해서 더욱 귀에 쏙쏙 들어오지? 이 지점에서 '목적이 이끄는 결혼생활에 있어 최고의 적은 회사 언니'라는 위대한 발견^^을 떠올려야 한다. 우리의 마음 한켠에 숨은 세속적 욕망과 두려움, 그걸 자극해 증폭시켜주는 수많은 선배 언니들. 지금 은혜를 감싸는 불안은 바로 그 언니들의 작품이다.


하나님이 가라사대 VS 언니가 가라사대
비단 결혼뿐 아니라 삶의 모든 영역에서 그런 것 같아. 세속적 가치관은 가깝고 하나님 나라 방식은 멀리 있다. 말씀은 멀고 직장 선배는 늘 가까이에 있다. 선생님도 예전에 직장생활하면서 경험했던 것이다마는, 점심시간마다 모여 앉아서 일상을 나누는 여직원들의 수다에는 삶의 모든 지혜가 다 들어 있는 듯 보여. 언니들과 나누는 수다의 백미는 바로 이것이지. 조금 먼저 연애를 한 언니가, 조금 먼저 결혼하고 아이를 양육한 언니들이 자신만의 노하우를 앞다퉈 전수하기. 그런데 언니들이 전수하는 노하우들이란 하나 같이 은혜가 최근에 들었다는 바로 그런 내용들이라는 거야. 결혼을 앞두거나 결혼한 많은 그리스도의 여제자(?)들에게 머리로 아는 하나님 말씀 따로, 일상에서 손쉽게 꺼내 쓰는 선배 언니 말씀 따로인 걸 많이 봤어. 은혜가 이렇게 결혼을 앞두기까지 선생님과 많은 메일을 주고받으며 나눈 것이 결국 가까운 곳에 있는 세속의 가치관에 맞서고 멀리 있는 듯 보이는 하나님 나라 방식을 찾겠다는 몸부림 아니었니? 갑작스레 결혼 진행에 가속도가 붙고 그러면서 생기는 두려움과 적절히 혼합되어 불안을 가중시키는 것들의 실체를 명확하게 보길 바란다. 막연한 두려움의 창을 걷어내고 평안의 옷을 입기 바란다.
검소한 결혼식을 위한 너희들의 생각에 박수를 보낸다. 커플링 하나씩 하는 것으로 예물을 대신하고, 예단 문제에 있어서도 어떻게든 부모님들을 설득해 보겠다는 결심 또한 용기 있는 선택이다. 막상 부모님들과 이 문제를 협상할라치면 생각보다 어려운 일들이 많겠지만 남들이 한다고 다하는 길로 가지 않겠다는 뜻이 얼마나 귀한지…. 자신들이 걸어온 길을 따르지 않는 너희에게 세속의 많은 선배들과 언니들은 '나중에 후회한다. 결혼은 일생에 한 번 있는 일인데….'하며 같은 길을 가자고 속삭일 거야. 그렇지만 흔들리지 말고 두려움 없이 그 길을 거슬러 너희들의 길을 가거라. 많은 사람이 가는 길이 아니기에 외롭겠지만 너희는 분명 좀 더 좋은 편을 택해서 가고 있는 거야. 은혜가 옳아! 그 언니들이 틀린 거야. 왜냐면 경제력 보고 결혼하고, 때는 이때다 하고 받을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예물을 챙기고, 신혼 초부터 남편을 기선제압 하고, 남편 몰래 어째 비상금을 두둑이 쟁여놓고, 시댁과 적당한 거리를 두고 계산기 튕기고 사는 언니들이 진정으로 행복해 보이든? 누가 뭐라던 은혜는 슬픈 헤아림 없는 천국의 길을 가고 있다. 마음의 먹구름이 좀 가셔가니?


서로에게 힘이 되어
이제 본격적으로 결혼 준비를 하게 되면 싸워야 할 관습이 훨씬 더 많다는 걸 알게 될 거야. 그 싸움의 대상은 사랑하는 부모님일 가능성이 많고, 그러다보면 너희 둘 사이에도 원하지 않는 갈등이 생길 수 있어. 부모님과의 피치 못할 갈등의 순간에도 그 분들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지 않길 바래. 많은 커플이 결혼을 준비하면서 연애시절 최악의 갈등을 겪거나 결국 파경을 맞기도 하잖아. 이제 너희 두 사람이 가진 원칙들을 다시 확인하고, 공조(^^)를 공고히 할 때다. 둘이 마음을 모아서 세속의 목소리와 그 분의 목소리를 함께 분별해내는 것 자체가 아름다운 하나 됨의 시작이 될 거야. 은혜 안에서 세속의 목소리가 크게 울리면서 불안해지면, 다른 누구에게보다 J에게 정직하게 얘기하고 도움을 구해. J 역시 마찬가지고. 이렇게 하는 것은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뿐 아니라 결혼생활에서도 반드시 훈련해가야 할 부분이란다. 이제껏 너희들은 각각 세속사회에서 그 분의 길을 찾느라 열심히 배우며 잘 달려왔지. 이제부턴 둘이 서로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을 거야. 작은 일에서부터 함께 머리를 맞대고, 때로 함께 손을 모으고 기도하면서 영원한 것을 바라보며 분별하고 선택하기를 기도한다.


결국 수많은 세속의 언니들이 안내하는 길로 가지 않을 은혜와 J의 결혼식과 결혼생활을 미리 축하하고 축복한다. 너희들의 아름다운 결혼준비를 위해서 기도할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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