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빡쎄게 '바리스타 교육과정'을 다녔지요.
거금을 투자하고 한 달 일상이 마구 흔들릴 정도의 시간을 들여서 벼르고 벼르던 한 과정을 끝냈습니다.
중간에 아버님 일로 포기하고 싶은 마음과 함께 처음에 충천했던 에너지가 사그러들기도 했지만.
암튼, 마치고 뽀대나는 수료장 받아 들었습니다.






올 1월부터 우연히 커피와 에니어그램을 함께 엮어서 기고를 하기 시작했는데,
이번에 커피를 배우다 보니 에니어그램과 커피는 커다란 공통점이 있었더랬습니다.
알면 알수록 그 세계가 무궁무진 하다는 거요.
커피, 나름대로 책을 통해서 원산지, 역사, 성분.... 기타 등등 이론적인 것도 많이 안다고 자부했으며,
핸드드립도 좀 한다고 교만, 자만, 자뻑 드립이었지요.






이 과정을 수료하고 나면 카페의 꿈에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갈 것이라며 큰 댓가를 지불했는데....
했는데...
했는데...
했는데...
야, 카페 못하겠구나.
난 아직 커피에 대해서 너무 모르는구나.
커피의 맛과 향이 얼마나 다양한지,
같은 커피라도 내리는 사람에 따라, 찰나와 같은 시간에 의해서 어떻게 다른 커피가 되는지,
로스팅은 어떻고, 생두 자체의 품질은 또 어떤지요.
에스프레소는 1초의 시간, 영쩜 몇 그램의 원두 차이가 좌우하는 맛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과정을 마치고 나니 카페의 꿈과는 수십 걸음 멀어진 느낌이네요.
분명하게 배운 것 한 가지가 있다면 '나는 커피에 대해서 너무 모른다' ㅠㅠㅠㅠㅠ
라며 좌절스럽지만요.


내가 모른다는 걸 배운 것 만큼 큰 배움이 있을까 생각하면 귀한 일이지요.
커피,
아.... 그 끝 없이 빠져드는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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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 보나 저로 보나 지난 집보다 한참 못하지만 왠지 이 집은 정겹습니다.
안 되는 구조에 집에 있던 모든 것들을 동원해서 으아, 저의 주방은 카페를 겸하게 되었습니다.(그건 내 생각이고...ㅋㅋㅋ) 그리고 팬들의 성원에 야메로 볶은 나웬 카페의 원두를 출시합니다!


1인 고객이신 피리님은 아침 저녁으로 아주 거만하게 '커피 한 잔!' 하며 주문을 하시고, 야매 바리스타인 저 자신도 하루에 몇 잔씩 마시게 되니 하루 종일 하는 일이라곤 커피 드립만 하는 것 같습니다. 이러느니 진짜 카페를 하겠습니다.


집에 놀러 오시는 분들께 '이게 볶기 전 생두다. 몰랐지' 하면서 보여드리면서 대부분 '와~ ' 하면서 놀라십니다. 그걸 보면서 전 살짝 일종의 지적인 우월의식에 취해보기도 합니다.
ㅋㅋㅋ


우리 커피 볶는 로봇 알투디투!
기능은 단순한 놈이 알고보면 까칠해서 같은 원산지, 같은 양의 커피를 갖고도 태웠다 덜 익혔다 하면서 제 속을 다시 태우고 있습죠. 그래도 볼 때 마다 감사하고 감사한 알투디투 입니다.


알투디투가 사라락 사라락 돌려가며 원두를 볶아내면 급속냉각을 시켜야하는데...
우리집 급속냉각 기계는 그 성능 죽입니다.
일단 꺼내서 막 부채질을 해서 껍질을 날려준 후에 베란다 밖으로 내놓으면 완전 급속냉각!


요즘엔 그 어떤 조리기구보다 많이 사용하고 있는 핸드드립 친구들.
벌쎠 드립서버의 윗부분이 금이 가는 사태가 발생하는 등 열심히 연습하는 티를 내고 있습죠.

여기서 잠깐 카페 둘러보기!


거실의 책꽂이에서 홀로 빠져나와 한 때는 옷을 담는 것으로, 한 때는 아이들 장난감 수납장으로 쓰이던 것이 이제 지 자리를 찾은 것 같습니다. 허접하다면 허접하지만 나름 고민과 여러 시행착오 끝이 저렇게 자리잡은 커피장... 보기만 해도 므흣! 입니다.


모 저 깜짝 놀라는 포인트 벽지 위에 딱히 어울리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모 도배를 할 수는 없으니 말이죠. 커피장 옆에 배경과 전혀 조화를 못 이뤄내는 스티커, 것두 뭔가 아귀가 딱 맞아 떨어지지 않는 주인의 삶을 닮은 듯하여 좋은데요..


이번 이사후 우리의 뜨거운 감자였던 그릇장!
이렇게 놔 보고 저렇게 놔보다가 결국 현관에 사람 들어오는 곳에 등을 대고 돌아섰습니다.
그래서 그 등판을 어떻게 좀 해보려고 많은 생각 끝에 가장 저렴한 방식으로 어설프게 등판이 아닌 척, 그렇다고 정면도 아닌 모양새가 되었답니다.

모, 카페 나우웬의 컨셉이라고 한다면 음.... 부조화? 어설픔? 내지는 어설픈 부조화?ㅋ


명성교회 십자가 두 개가 떡 하고 자리잡은 베란다 밖을 바라보면서 커피 한 잔과 함께 거룩한 독서, 거룩한 글쓰기, 침묵의 기도.... 예수원이나 은성수도원 갈 필요가 없네요.


미혼의 청년들에게 '모든 게 다 준비됐는데 남자만 없네. 이제 남자만 있으면 시집 가면 되겠네' 하고 농담을 할 때가 있습니다. 가만 생각해보면 남자만 있고 그 외에 준비된 것이 없으면 그것처럼 안타까운 일이 없습니다. 아무 준비없이 그저 남자만 있어서 결혼하는 것처럼 위험한 일도 없구요. 그러니 다른 준비 다 되고 남자만 없는 것이 앞날을 위해서 큰 축복일지도 모르지요.

제가 카페를 하네 마네 농담반 진담반 떠들고 있습니다. 사실 카페는 돈만 있으면 하게 되는 것이데.... 생각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저는 다른 준비는 다 됐는데 돈만 없는 상태가 오랠수록 진짜 제대로 카페를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어서 행복합니다.
어설픈 카페를 집안에 들여놓고 1인 고객을 정성으로 모시는 날이 오래고, 우리 거실과 내 마음에 심겨진 씨앗 하나가 싹이 나고 자라는 날이 올 수도 있을거란 생각을 하죠. 설령 이게 끝이라 해도 오늘 행복하면 되는 것 이니까요.

제가 볶은 원두 팝니다.
저 기계를 거저 받았으니 볶은 원두도 거저 나눠야 맞지만 저렴하게 생두값을 같이 감당하며 나누는 것에 좋을 것 같아요.
갓 볶은 원두 맛은 알아버리신 분들, 그렇다고 100g에 7000원하는 갓 볶은 원두를 누리시기에는 죄책감이 드시는 분들(^^)께 150g을 5000원에 볶아드리겠습다. 원두를 가져가 시음해보신 고개들께서 스타벅스보다 낫다...모 이러십디다. 


카페 나우웬 이야기.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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