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의 끝트머리에 여름 내내 기다리신 부모님 뫼시고 양평에 세미원을 다녀오다.
두 분이 어찌어찌 아시게 되어 이 곳을 한 번 다녀오신 후 '윤이 현승이 보여줘야 한다.
에미가 가면 아주 좋아할 곳이다'하시면서 여름 내내 애비 시간 날 날만 기다리시던 부모님.
이제는 의무도 아니고, 책임감도 아니고...
할 수만 있다면 부모님 좋은 데 모시고 가고 싶고 같이 시간을 보내드리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 내가 며느리로서 득도를 한 것일까?ㅋ
'야! 기가 막히다. 항아리에서 막 물이 나오고....'
어머님이 그렇게 설명하셨던 항아리 분수.
가까이 가서 보면....
헌데 아쉽게도 막 물이 나오는 사진은 건지질 못했네 그려.
여름방학 동안 급 애틋해진 부자간에 가위 바위 보 놀이도 해보고.
세미원은 미리 예약을 해야만 갈 수 있는 곳이라 예약은 잘 했건만.
뾰족한 신발은 신고 들어갈 수 없는 곳인줄을 모르고...
작은 키 콤플렉스 평생 극복하지 못해 굽이 없는 신발은 신지를 않는 나는.
입구에서 높은 굽 슬러퍼 뺏기고 고무신으로 갈아신는 안타까운 신세로.
세미원에서 내내 땅에 붙어다녔다는...
뒷모습을 보면 누가 며느린지 누가 시모님이신지를 모르겄구먼.
뒷모습 뿐 아니라 속모습도 며느리와 시엄니의 넘기 어려운 강을 건너 누구보다
친밀해진 둘 사이.
요즘은 하루에 한 번은 기본 두 번도 편안하게 통화하는 사이.
영혼의 친구가 되어가는 사이.
연꽃을 보살피고 있는 아저씨를 구경하는 남매.
아빠게 뒤에서 '조심해. 깊다. 빠지면 큰 일이다' 했다는데....
그 말에 일하던 아저씨 계속 빙글빙글 웃다가.
나중에 갑자기 키가 쑥~ 올라오는데 보니까 아주 낮은 곳이라 무릎을 굽히고 앉아
구부리고 일하시던 자세였더라.ㅋ
상감마마께서 깊은 시름이 있으신지,
요즘 정사를 돌봄에 어려움이 있으신 건 아닌지...
그게 아니었고나.
상감마마 졸리신 거였고나.
왕관 벗어제끼시고 잠드시다.
나 좀 찍어주슈.
나 좀 찍어주슈.
여러 번을 찍어도 자태를 바꿔가면 꼼짝없이 앉아있던 잠자리 여사.
사진 찍히는 맛을 좀 아시는 분.
양평가는 다리가 배경이 돼줘서
분홍색 이름을 알 듯 모를 듯 한 꽃을 지대로 멋지게 해 준.
해질녘에 들어간 별빛 미로공원.
인터넷으로 볼 때는 그럴듯 했지만
우리는 몇 달 전에 제주도 미로공원을 보고 온 터라.
영 허접땡이 미로공원이어서 실망을 금치 못했다.
세미원은 물을 보면 마음을 씻고,
꽃을 보면 마음을 아름답게 하라는(觀水洗心 觀花美心) 옛말에서 따 온 말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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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est 2008.09.03 11:27
무척 더운날의 나들이였나봐요.
사진에서 더운 기운이 느껴져요.
다리 밑에 앉았으면 바람이 아주 션하던데...
도사님은 여름날 단잠이 되었을 듯.
어머님과 친구가 되어간다는 건 미운정 고운정 다 들었다는 얘기지요?
아마도 이 부분이 가장 부러운 점이네요.
이상하게 친정엄마 생각하면 시어머니에게 더 잘해야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저두 영적인 친구까지 가야 하는데...-
larinari 2008.09.04 09:44
날씨 케(ㅎㅎㅎ) 더웠었어요.
고운정 뿐 아니라 미운정이 골고루 섞여줘서 마음 깊이 친밀해진 것 같아요. 어머니 병원을 오래 모시고 다니다 보니깐 병원에서 고칠 일이 아니라 제가 곁에서 깊은 속얘기 들어드리고 사랑해드리고 존경해 드리면 될 일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친정엄마가 저를 사랑해주는 방식과 시어머니 사랑방식이 다른 것이 처음엔 많이 힘들었던 것 같은데 완전히 다른 사랑법을 조금 이해하게 된 것 같아 감사해요.
이 방면에서 저보다 한 수 위시면서 무슨 부러움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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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yne 2008.09.03 16:28
제목이 거창했음^^
첫번째 사진에서 모네의 그림이 생각남.
여러장의 사진을 건지셨군요.
애들이 여기저기 다니며 체험을 많이 해서 좋을거 같아.
어머니 넘 날씬하시다. 날씬 며느리랑 별 차이가 없어보여~ -
hope 2008.09.03 17:15
작년 10월엔가 종하씨랑 다녀왔는데^^그날 바람이 참 많이 불었었어요. 그래도 참 조용한 것이 좋더라구요^^ 근데 높은 신발은 안되는 곳이었구나..그때 나는 무슨 신발을 신고 있었지?? 신발 바로 위까지는 기억이 나는데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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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 s 2008.09.03 21:03
시어머님과 며느리의 다정한 모습이 참 보기 좋습니다.
우리 애들도 그렇게 살아야 할텐데....
전도사님의 잠든 모습이 너무 멋있어 보이네? ^^
잠자리도 좋고....
forest님 사진 흉내도 내시고...?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