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나의 독서취향에 대해서 딱히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대체로 맞다고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있습니다. 남편은 다소 철학적이어야 재미를 느끼고, 저는 다소 심리적이어야 재미를 느끼지요. 딱 맞는 말은 아닙니다만 흔히 하는 표현으로 하자면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이 열광을 하는 것은 '전인적' '통합적인' 안목을 가진 저자들 입니다.

헨리나우웬이나 제럴드 싯처, 이현주, 조기숙, 한 때는 강준만 이런 정도의 저자들은 달리 설명을 하지 않고도 자발적으로 집어드는 책입니다만. 저는 김영민, 고종석, 강연안 교수님, 이런 분들의 책이 책꽂이 한 켠을 차지하고 있는 지 오래고 남편이 사랑하고 아끼는 책이기도 하며, 저도 이 분들을 개인적으로 좋아하지만 도무지 제게는 읽히지 않는 책입니다. 반면에 남편 역시 래리크랩, 데이비드 베너, 스캇펙 같은 분들에 호감은 있지만 쉬 이 분들의 책을 집어들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이 지점에서 책과 시간 사이에서 늘 갈증에 허덕이는 그는 이렇게 말하겠지요. '읽고 싶은데 시간이 없어서 그래. 학교 공부 때문에 읽을 책이 너무 많아서...')

암튼, 결혼 10년을 이렇게 때로 같은 저자에 때로는 각자의 취향대로 다른 저자와의 공개 데이트를 하면서 지내왔는데요. 지난 주에는 완전 '채인징 파트너'로 흥미로운 한 주 였답니다. 공동체에 대한 졸업논문을 쓰고 있는 남편은 제가 그렇게도 사랑하는 래리님의 <지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을 드디어 읽고 무릎을 쳤고요. 제가 그 간에 그렇게도 좋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설파했건만, 그리고 어느 방학에는 같이 읽고 스터디 하자고 적극적인 제안도 했건만 차일피일 하더니요. 뒤늦게 읽고는 너무 좋아하십니다. 하두 좋아하길래 '내가 오죽하면 블로그 이름을 그걸루 했겠어' 했더니 '아! 그렇구나. 당신 블로그가 이 책 제목이구나' 하십니다.

저는 에니어그램을 공부하는 동안 약간 그런 마음이 있었거든요. 영적여정이나 영적성숙에 대한 책을 찾다보니 카톨릭 출판사에 좋은 책들이 너무 많은 거예요. 한 동안 카톨릭 서점에만 들락거리면서 그 쪽 책에 빠져있으면서 살짝 열등감 비슷한 것이 생겼죠. '개신교는 왜 이리 깊은 영성으로 나아가지 못할까?' 이러면서요. 얼마나 빠져 있었는지
같이 사시는 개신교 전도사님께서 여러 번 우려를 표명하실 정도였지요. 
암튼 에니어그램을 마치고  개신교 영성가들의 책을 좀 읽어야겠다 싶어서 달라스 윌라드의 <마음의 혁신>을 손에 들었습니다. 두껍기도 두껍고 예전에도 좀 시도해봤지만 이 분이 철학적 배경을 갖고 있어서 저한테는 좀 버거운 책들이었죠. 헌데 이번에는 이 책이 그리 잘 읽혀지는 것입니다. 제가 이 책을 시작했다고 했더니 남편이 '당신한텐 좀 재미가 없을걸' 합니다. 헌데 책을 잡은 첫 날 집에서 꼼짝도 안 하고 100 페이지를 읽은 거예요. 밤에 남편이 놀라워했습니다.

주말에 만나 생각해보니 남편은 제 취향의 책을 저는 남편 취향의 책을 붙들고 한 주간 찐한 데이트를 했더구만요. 결혼 10년 차가 되니 독서취향까지 서로에게 자연스레 스며드나 봅니다. 대학 때 사르트르의 <구토> 읽다가 도통 이해가 안돼서 구토 나와서 죽는 줄 알았었는데.... 이렇게 가다가는 언젠가는 저도 가다머, 이런 책들을 읽을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토 나오는 상상이....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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