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 어렸을 때는 집에 같이 있어도 내 시간이라는게 도통 없었기에 뭘해도 불안한 5분 대기조 느낌이었었다.
현승이가 한 20개월이 넘어서부터는 둘이 제법 노는 게 가끔 '나 이렇게 한가해도 돼?' 하는 생각에 혼자 화들짝
놀랄 정도로 적응이 안되곤 한 적도 있었다.
어느 새 애들이 많이 자라서 숙제를 봐주거나 할 때가 아니면 얼마든 내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다만, 좀 집중이 필요한 책을 읽는다든가, 글을 쓰는 건 어렵지만....

누나랑 함께 있을 때면 모르겠는데 누나가 어디가고 없는 날에는 '엄마 심심해'가 5분에 한 번 씩 나오는 말.
그러면 예전 생각이 나곤한다.
컴터 앞에 앉아 있어도 언제 현승이 녀석 코맹맹이 소리로 '엄마, 나 심심해. 누나 언제와?'를 하며 들이댈 지 모르니 말이다. 누나가 친구 생일파티 간 토요일 오후에 언제 이 녀석 같이 놀자고 할 지 모른다 싶어 조마조마 하면서 인터넷 하고 있는데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안 온디. 거실에서는 쏠티 노래가 요란스럽게 흐르고 있고 그 외에는 아무 소리가 안나는게 한 30분이 된 것 같았다. 슬쩍 나가보니 저러구 누우셔서 흥얼흥얼 노래를 따라하시는데 이젠 글씨가 눈에 들어온다는 말이지. 그 동안 귀로만 듣고 불렀던 노래들의 글자를 확인하는 재미가 쏠쏠한가보다.

참, 저러구 노는 거 보면 세월 좋다~ 팔자 조~옿다. 하는 말이 절로 나오고 덕분에 내 팔자도 잠시 늘어지고.

'기쁨이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버지가 사다주신 마징가  (10) 2008.12.18
통하는 게 있어요  (16) 2008.12.09
처벌불가, 투  (18) 2008.11.08
처벌 불가  (10) 2008.11.07
숨은 김현승 찾기  (15) 2008.10.31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