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눈이 펑펑 내리던 주일 밤.
그들과 함께 있었네.

청년들 목자 모임을 마치고 나와서 교육관 앞에 섰습니다.
잠깐 서서 눈장난을 하고, 내리는 눈을 바라보고 있다가 떠나는 그들입니다.
요란스럽지도 않은 저들의 뒷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한참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가끔 '아~ 디카 들고 나올껄' 할 때가 있는데 주머니 속에 늘  폰카가 24시간 대기라는 걸 잊곤 합니다. 이 순간 손에 잡히는 것이 있어 만져보니 폰카 입니다.
되는대로 찍어댔습니다.

그리고 코너를 돌아 거의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았습니다.

남편이 그럽니다. 자기 평생에 이렇게 행복한 적이 있었는지 모르겠다고요.
주일날 3부 예배에 찬양시간이면 눈물이 쏟아서 주체할 수가 없다고요.
남편이 나를 무척 사랑하는 건 잘 알고 있는 바지만 나 때문에 너무 행복해서 견디지 못하는 모습은.... 글쎄요.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그리고 남편의 눈물을 본 적도.... 한 번 정도 얼핏 젖은 눈을 봤을까요?
쳇!
2주간의 강도사 고시를 앞두고도 주말 내내 평소 그답지 않게 시험에 초연한 모습입니다.
바보같아 보입니다.
저 나이에 저렇게 좋을까?
사역자의 길이 저렇게 좋을까?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 지 모르는 이 안개속 같은 길을 눈 앞에 두고도 저리 좋을까?

눈 내리던 주일 밤.
목자들 모임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 내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풍덩하고 뜨거운 것이 하나 들어와 앉았습니다.
<지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라는 책으로 공동체에 대해서 스터디를 하고 있는 목자들을 지켜보면서 이 얼마나 사랑스러운 새벽이슬 같은 주의 청년들인가? 하는 생각과 두근두근 하는 마음...
사랑에 빠진 것 같습니다.
자신의 진로, 자신의 연애, 그리고 정체성....
이런 일들로 제 한 몸 추스르기도 어려운 세상에
사람들을 마음에 담고 사랑하고 섬기겠노라하고,
그러면서 필연적으로 당할 상처입기를 감수하는 청년들입니다.
어찌 저렇게 젊은 나이에 상처입은 치유자의 깊은 길을 꿈꾸며 선택한단 말인가.
그러면서 때로 흔들리는 저들의 좌절과 방황조차 사랑스럽습니다.
그러고보니 저도 눈물이 납니다.

펑펑 내리는 눈처럼 저들의 어깨에 위로와 사랑으로 덮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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