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 우리 집에 들른 귀한 손님들이 참 많았는데,
2008년 마지막 손님이자 새집에서의 첫 손님이 멀리서 오셨다.
남편 대학원 시절에 교환학생으로 왔던 일본 친구 야노와 그의 아내 시스카.
하루 함께 시간을 보내기로 했는데 고민고민 끝에 결정한 곳이 '남이섬'이었고,
'남이섬 어떠냐?'는 말에 '굿또 아이디어'라고 했다.
와사비의 매운맛 보다 고추장 고추가루의 매운맛을 더 좋아하는 친구들이라
점심으로 함께한  춘천 닭갈비를 좋아 좋아 하였다.



야노와 남편이 함께 공부하던 시절에 우리 집에 놀러왔을 때,
 야노는 조금은 외로워 보이는 싱글이었고 현승이는 내 뱃속에서 '기쁨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었다.
수 년이 지나고 현승이는 저렇게 까불이 일곱 살 아이가 되었고,
야노는 자신만큼이나 맑은 영혼을 가지 아가씨 시스카와 결혼하였고,
그 때의 현승이처럼 저 두 사람도 새 생명의 선물을 가지고 나타났다.



이 사진은 거의 남이섬 초입의 사진.
신혼부부 맞나 싶을 정도로 사진 찍는 포즈가 점잖았다.일본사람들의 성향인지, 아니면 두 사람의 성격인지.
부끄럼이 너무 많았다. 두 사람 사진을 많이 찍어줬는데
처음에는 둘 사이에 현승이가 들어가 서도 될만큼의 공간이 비었다.
찍으면서 '팔짱껴라. 어깨를 감싸라' 잔소리를 한 탓에 나중에는 좀 친한 척을 볼 수도 있었다.
이렇게 말하면 꼭 우리가 일본어로 잔소리를 한 것처럼 보이지만
두 사람이 우리말을 잘 알아듣고 잘해서
의사소통은 히라가나 한 자 몰라도 거저 먹기였다.ㅎㅎㅎ




그나마 남이섬을 좀 돌고 난 다음이라 둘 사이가 거리감이 많이 줄었다.ㅎㅎㅎ




야~악깐, 삼쩜오춘기가 오시는지....
채윤양은 요즘 불필요한 일에 컴플레인이 많아졌다.
남이섬에 들어서자 왜 장갑을 안 챙겨줬냐부터 시작해서 불만이 많으시더니 영 즐기지를 못하셨다.



그러다 따뜻한 코코아 한 잔에 조금 마음이 풀리고,
어느 전시관에 들어갔는데 거기서 박지윤 사진을 발견하고는 채윤이스러움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뮤지컬 클레오파트라를 보고 난 이후에 거의 우상으로 모시고 있는 카수 박지윤이다.




일본사람이라는데 우리말을 잘하는 야노삼츈이 만에 든 현승이는 하루 종일 약간 약 먹은 상태였다.
남이섬 가는 차 안에서 야노삼춘이라 끝말잇기를 하는 게 너무 재밌었나보다.
대단한 야노삼츈 아닌가?  외국어로 끝말잇기 게임을 하다니....
암튼 현승이는 소리 지르면서 얼음 위를 뛰어다니고, 걸으면서 춤추면서 하루종일 오버모드였다.




남이섬 사진에서 숱하게 보아왔던 그 길.
드디어 우리도 그 길에 섰고 사진을 한 장 남겼다.
야노 시스카 부부에게 '사진은 이렇게 찍는거'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사진마다 필요이상으로 밀착한 것 같다.^^



으흐흐흐..... 뽀대나는 사진 하나.
어느 젊은 커플이 한 장 찍어달라는 부탁에 낼름 카메라 받아들고 바로 저 포즈.
카메라에 눈을 바짝 갖다대고 '찰칵!' 하면서 찍는 저거.... 드디어 나도 해봤다.ㅎㅎ
그걸 또 찍어서 남기는 의외의 센스를 발휘하신 진지남님.



일본으로 돌아간 야노에게서 온 메일에서
'남이섬에 갔다온 일본인은 많지만 저희처럼 한국인 가족과 함께 다녀온 사람은 거의 없을 거예요'
라고 했는데 아닌게 아니라 일본이나 중국 관광객이 참 많았는데
정말 모두 단체손님ㅋ이었다.



두 사람 다 한국음식을 유난히 좋아해서 이번 여행의 목적은 그리운 사람들 만나고 한국음식 먹는 것이라고 했다.
이삿짐 정리도 다 안됐고 하루종일 같이 있다가 집에 와서 저녁식사 하는 게 바쁘게는 했지만
너무 너무 맛있게 먹고 좋아하는 덕에 식사준비한 보람이 두 배였다.



라디오에서 들은 재밌는 얘기 하나.
일본으로 여행가는 딸에게 디카를 사주시던 엄마가 딸에게 이랬단다.
'야! 그런데 한국 디카가 일본가서 터지냐?'
이번에 보니까 일본 디카가 한국에 와서 분명히 터졌다.ㅎㅎㅎ
마지막에 보니 모두 함께 찍은 사진이 하나도 없다면서
시스카가 무거운 몸을 하고는 타이머를 해놓고 달려와서 찍은 사진이다.

먼 곳에서 온 친구를 환대하면서 누리는 기쁨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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