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청년부를 맡은 후 처음으로 2박3일 수련회를 다녀왔습니다.
수련회를 떠날 때부터 마음은 그 곳에 가 있는 듯 내내 궁금하고 좌불안석이었습니다.
워낙에 어딜 가면 잘 연락을 하는 분이시고,
결혼 10년 만에 저도 나름 적응이 되었기에 그런가보다 하며 지낼 수 있지요.

그래도 둘째날 밤에는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저녁에 애들하고 함께 수련회를 위해서 기도하고,
(두 녀석 고사리 같은 손을 모으고 저녁집회를 위해서 기도하는 모습이라니...)
설겆이를 해도 책을 읽어도 마음은 이 곳에 있질 않았습니다.

늦게 애들을 재우고 전화를 기다렸습니다.
12시 이전에 전화가 올 것 같지는 않았기에 새벽 한 두 시를 훌쩍 넘기면서
잠이 들었다 깼다하면서, 잠이 깨면 중얼중얼 되도 않는 기도를 하면서
어슴프레 아침을 맞았나 봅니다.
결국 그렇게 기다리던 전화 한 통, 문자 한 통 없이 밤이 지나갔지요.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서 남편에게 띡 받은 문자 하나.
'뜨거운 밤이었어'
마누라는 전화 기다리느라고 잠을 자는둥 마는둥 지새웠는데...
그 마누라한테 보낸 문자가 '뜨거운 밤이었어' 라네요.
이 남자를 가만둬 말어. 하고 손톱을 갈까 했지만
수련회에서 돌아온 청년들의 온 몸과 마음에 새겨진 뜨거운 밤의 열기가
하도 뜨거워 바로 손톱 짧게 깎았습니다.

결혼 10년 만에 날 놔두고 완전히 사랑에 빠져버린 남편.
청년들에게 전화통화 하는 걸 들으면 어찌나 목소리가 나긋나긋한지
'내 남편 맞나? 내게 저렇게 나긋나긋한 말투로 통화를 해온 적이 있었던가?' 싶어
살짝 손톱이 날카로워지려 하지만.....

범접할 수 없는 그들의 뜨거움에 그저 감사의 기도를 올릴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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