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식구 아침식사 하는 식탁.
식사 전 거실에서 보던 신문 그대로 가져와서 계속 신문 보는 모드로 아빠는 딴 세상에 계신 것 같습니다. 사람 앉혀 놓고 혼자 신문 보고 딴 짓하는 거 이런 거에 진짜 예민한 엄마가 한 마디 합니다.
'에~ 밥 먹는 식탁에서 신문 보지 맙시다'
'엇! 알았어. 미안' 하고 신문을 내려 놓으려는 아빠.
그 때 챈이 '왜애? 좋잖아. 아빠가 신문보니까 '얘기할 것도 더 많고...

그러네.
아빠는 신문을 봐도 혼자 보는 게 아니라 읽는 걸 가지고 같이 얘기를 걸어 주는구나.
그러면 괜찮네. 엄마는 같이 식사하려고 앉아 신문을 펼쳐 드는 건 마주앉은 사람에게
'넌 나에게 중요하지 않아. 아니, 넌 나에게 없는 존재야. 알아서 밥이나 먹어'
라고 무언으로 무시하는 거라는 꼬인 마음이 있거든. 아빠는 그런 사람 아닌데..... 헤~

네 식구 식탁에 앉으면 '나 좀 봐바. 내 얘기 좀 들어 봐' 아빠를 향해서 두 딸과 한 아들이 줄창 보내는 메세지 입니다. 아닌게 아니라 사진의 현승이는 엄마 아빠가 얘기하느라고 자기가 말하는데 자기 얼굴을 안 봐줬다고 불어 있는 거랍니다.
아빠가 힘듭니다. 집에 들어오면 얘기 들어줄 세 자녀가 번갈아 따라다니며 못살게 구니까요.

식탁에 둘러 앉은 식구란 그저 밥을 같이 먹는 것이 아니라,
얼굴을 바라봐 주고, 때로 눈을 바라봐 주고, 하고싶은 많은 얘기들을 하고 들어주는 것이죠.
식탁은 그런 곳입니다. 그러다 설령 입에서 밥알이 튀어나와도 그게 한 식구죠.

그저 아무 상관 없는 사람들이 앉아서 단지 배를 채우기 위해 먹는 곳은 식당이고,
(사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식당에 가면 더 이상 식당이 아니라 사랑이 넘치는 식탁이 되는 것 아닐까요)
밥을 먹으면서 얘기하고 듣고, 눈빛을 교환하고 사랑을 나누고, 그러다 가끔 싸우기도 하는 곳이
'식탁' 이고 '식탁 공동체' 입니다. 우리는 식탁공동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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