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과학 단원평가 30점을 맞고 나서 뻔뻔하게 '엄마 나 공부좀 시켜' 이렇게 대들길래 이번 기말고사에 공부를 좀 시켰습니다. 국어, 수학, 사회, 과학 네 과목을 같이 외우고 문제집 풀고요.

아~ 시험공부 하는 것도 전쟁입니다.
엎드려서 문제집 풀다가 눈물이 그렁그렁 해가지구

'엄마, 현승이 나가서 못 놀게 해줘. 내가 이렇게 힘들게 공부하고 있는데 쟤는 학교도 안 다니면서 공부도 안하고 나가서 놀면 내가 얼마나 부럽겠어?' 라는 말이 되는 지 안되는 지 모르겠는 타박을 일삼고...

'엄마, 내가 대단한 거 발견했어. 내가 시험을 국어, 수학, 과학, 사회를 보잖아. 이걸 첫 글자만 따서 이어서 부르면 국수과사가 된다. 으하하하...웃기지?'



시험공부를 시키면서 제일 난감한 과목. 사회 과목! 1,2학년 때 바른생활이라 불리던...
위의 문제를 보면 도대체 정답이 뭘까 싶습니다.
제가 다 답이 있습니다. 교과서에 세 가지 서술형 답이 주어져 있지요.

1. 견학가기 전에 견학지에 미리 연락을 한다.

2. 견학을 할 때는 큰 소리로 떠들지 않고 조용히 한다.
3. 꼭 필요한 질문을 준비하여 질문하다.

이 세 가지를 외우면 저 문제는 맞게 되어 있습니다. 그거야 정말 외우게 하면 되지만 조금만 생각해봐도, 견학하기 전에 연락해서 예약하는 거 필요하지만... 모든 견학지가 다 조용해야 하는 것 아니고, 질문을 몰라서 하는 거지 꼭 필요한 질문을 재다보면 어떻게 질문를 하겠냐고요?

이런 식의 퐝당한 문제가 사회 과목에서는 정말 많고, 시험에 안 틀리려면 그걸 그대로 외우면 되고... 이런 식으로 6년 3년 또 3년을 공부하다보면 생각할 줄 아는 애들 획일화된 정답에 가두기가 딱이겠드라구요.

물론 저는 대충 외우도록 하고, 이건 시험문제에 그렇게 쓰기 위한 거라고, 이런 경우 대부분 니 생각이 맞다고 설명은 했지만 삶과 유리된 교육.... 아, 어렵습니다.


이 문제도 사실 처음에 풀이과정이 틀렸다고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니까 이 문제는 8단을 외우면서 푸는 문제더라구요. ㅋㅋㅋ


문제의 의도야 '의식주'를 골라라는 '엄마, 오늘 아빠가 차 갖구 갔어? 주차장에 차 있어?'를 매일 확인할 정도로 걷는 걸 싫어하는 채윤이로서는 'ㄴ'의 자동차는 생활에 꼭 필요한 것이지요. 그걸 가지고 '넌 틀렸어' 라고 말해야 하는 현실.ㅜㅜ

암튼, 오늘 채윤이는 학기말 평가를 봅니다. 아침에 집을 나서면서 '엄마, 나 시험볼 때 기도해도 돼?' 합니다. '그럼, 잘 집중해서 풀게해 주세요. 공부한 내용이 잘 생각나게 해주세요. 기도하고 시험 봐' 했습니다.

아효, 우리 채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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