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브갓메일_목적이 이끄는 연애 19


<QTzine> 7월호


드디어 떠나기로 했구나. 여기 있어도 자주 보는 것 아닌데 멀리 간다니 마음 한 자리가 벌써 허전하네. 직접 얼굴을 맞대는 것보다 메일로 나누던 대화가 많았으니 앞으로도 마음을 나누는 소통, 이어가자꾸나. 2년 후에 돌아오는 거니? 지난 몇 개월 힘들어하는 은혜를 보며 마음이 아팠는데 차분하면서도 생기발랄한 은혜 특유의 어투가 살아난 메일을 받으니 마음이 한결 놓인다.

멀리 떠나려는 지금 오히려 싱글이라서 홀가분하다니 한편 다행이고. 어학연수를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간다면 J와의 교제를 어떻게 하고 가야 하나를 고민했던 적이 있었지. 그 때 은혜에게 받았던 메일에 '이중 삼중으로 꼬인 선택의 상황'이라고 했던 표현이 기억나. 어학연수를 준비하다 이런저런 이유로 포기하고 마음을 정하고 취업을 한 상태였지. J와의 관계도 무르익어 결혼을 현실적으로 생각하게 되면서 공부에 대한 꿈을 접었던 것 같이 보였었어. 헌데 딱 그 때 해외 나가서 공부할 좋은 기회가 주어졌고 '하나님이 저를 시험하고 놀리시는 것 같아요' 했었지. 연애냐 진로냐, 결혼이냐 일이냐를 놓고 고민했었잖니. 어려운 시간들을 보냈지만 결국 이렇게 공부를 위해 떠나게 되는구나. 당시 하나님의 인도를 위해 기도하고 기다렸지만 당장 뚜렷하게 보이는 길이 없어서 답답해 하기도 했었지? 결국 돌아보면 기도하면서 기다리던 때가 되었고, 이제 은혜 앞에 새로운 문이 열리고 있구나. 2년의 시간이 모쪼록 20대 후반, 또 30대를 준비하는 은혜에게 더 넓고 깊은 그릇으로 준비되는 여정이길 기도한다.


부모님의 대표 걱정거리
부모님이 걱정이 많으시구나. 갔다 오면 나이가 서른에 가까운데 결혼은 어떻게 하냐고 하시는 말씀, 못 들은 척 하려해도 신경이 안 쓰이는 건 아니라구? 그럴 거야. 흔히 말하는 결혼 적령기, 혼기를 놓치면 어떻게 하냐는 어른들의 걱정은 부모님 노릇의 거의 마지막 통과의례 같아.^^ 내 주변에도 과년한 자녀들의 결혼을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아. 늦다면 늦은 결혼을 한 선생님 역시 그런 부모님과 주변 어른들께서 작정하고 하시는 '노처녀 갈구기'를 당할 만큼 당해 봤다. 주변 친구들이 하나씩 둘씩 시집을 가는데 다니던 직장 그만두고 대학원에 진학하겠다고 했을 때, '결혼이 먼저지 이 나이에 공부가 웬 말이냐' 하면서 눈물로 말리시던 엄마와 싸웠던 기억도 새롭다. 문제는 부모님들의 과한(?) 걱정이 시대에 맞지도 않고 말도 안 된다고, 심지어 믿음이 없는 행태를 보이시는 것이라고 열나게 싸웠어도, 돌아서면 그 걱정이 내 맘에 남는다는 것이지. 은혜도 지금 살짝 그런 염려를 마음에 담은 건 아니니? 그래서 그런 질문을 한 거지? '결혼 적령기가 과연 있는 것이냐?'고 말이다.


결혼 적령기, 있다! 없다!
'결혼 적령기'가 있는가? 보편적으로 사람들이 집중적으로 결혼하는 시기가 있긴 하지. 친구들이 하나씩 둘씩 결혼하는 것을 보면 은혜도 결혼 적령기에 들어섰다고 볼 수도 있고. 우리 은혜가 결혼 적령기라…. 아∼ 이거 좀처럼 입에 붙지 않는 표현인데.^^ 암튼, 통계적으로 사람들이 가장 많이 결혼하는 연령대인 '결혼 적령기'가 우리 젊은이들, 특히 자매들에게 멍에가 되는 건 아닌가 싶어. 결혼할 상대도 없고, 아직 그런 마음도 없는데 단지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무작정 결혼이 강요되는 것은 아닌가 말이다. 그런 외부의 강요가 없는 경우에도 스스로 초조해 하는 것은 마찬가지인 것 같아. 어느 문화인류 학자는 그렇게 말하더구나. 여자에 대해서는 '싱싱한' 젊음과 미모를 무엇보다도 중요한 교환가치로 여기는 자본주의 상업문화가 만들어서 지우는 멍에라고 말이다. 그야말로 조금이라도 상품가치가 있을 때 팔려가야 한다는 얘기지. 맞는 말인 것 같아. 결혼 적령이라는 기차가 서서히 나를 지나쳐 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이 들 때마다 이것은 사람이 만들어낸 잣대라는 생각을 분명히 하는 게 필요할 것 같아. 결혼해서 너무 아까운 연예인을 보고 '품절남 품절녀'라고 부르더라. 어쩌면 그렇게 말 한마디로 싱글들의 안타까운 심정을 잘 담아냈는지. 주변의 좋은 남자들이 하나 둘 결혼을 해서 더 이상 내 남자가 될 수 없는 '품절남'이 된다하더라도 초조해 할 필요 없어. 결국 너만의 그 남자는 네가 만나주는 그 날까지는 결코 품절남이 될 수 없을 테니까. 그러니 안심하고 다녀오렴.ㅎㅎㅎ

하나님은 우리를 하나하나 고유한 방식으로 사랑하시기에 그 분의 계산법으론 아마 '결혼 적령기'가 사람마다 다 다를 거야. 은혜의 결혼 적령이 다르고, 윤미의 결혼 적령이 다르고, 채영이의 결혼 적령이 다르고 말이야. 사랑하는 자녀들을 싸잡아서 도매금으로 넘겨버리는 분이 아니라는 말이다. 하나님은 자녀들에게 각각 최적의 시기에 최적의 배우자를 주시는 분이야. 그걸 믿고 기다리는 사람은 준비된 선물을 받게 될 거다.
선생님 친구 중에 나이 서른이 넘도록 이성교제 한 번 해 보지 않고, 남자에게 손목 한 번 안 잡혀 본 친구가 있었어. 주변에서 은근히 걱정도 했고, 잘 드러내지 않았지만 본인은 더 많이 초조했겠지. 헌데 그렇게 연애 한 번 못 해 보고 품절남의 바다에서 외로이 떠돌던 친구가 정말 괜찮은 분과 만나 결혼을 했단다. 염려와 불안을 넘어 오래 기다린 친구에게 안겨주신 선물 같았어. 은혜를 향한 유일무이한 시간표가 있음을 이미 경험했지? 학교를 졸업하면 그렇게 가고 싶었던 어학연수가 무산됐을 때 실망했지만 갑작스레 연애를 하게 되었고, 또 한참 연애가 뜨거울 때 공부의 길이 열려서 헷갈렸지만 결국 이 때 나가게 되었잖니. 부모님께도 무조건 반발하지 말고 차분히 은혜의 믿음을 말씀 드리렴. 같은 마음으로 기도하며 기다려주실 거야.


하나님께로 말미암은 배우자
이 편지 쓰면서 잠언 말씀이 떠올랐다. “집과 재물은 조상에게서 상속하거니와 슬기로운 아내는 여호와께로서 말미암느니라”(잠 19:14) 슬기로운 아내는, 즉 '좋은 배우자는 여호와께로서 말미암는다'라고 해석할 수 있겠지? 굳이 구별해 보자면 결국 배우자를 주시는 분은 하나님이시고, 배우자를 얻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매우 제한적이야.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기대하며 낙심하지 않고 잘 기.다.리.는.일. 이것이지 않을까? 기다림의 시간을 '남친이 없어서 2% 더 불행한 하루'가 아니라 '여호와로 말미암은 배우자를 기대하는 소망 있는 하루'로 사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일 것 같아. 온갖 불안함을 유발하려는 세상의 잣대들을 좀 더 정신 차리고 바라볼 필요가 있어. 공부하러 나가서도 외로움과 함께 찾아오는 이런 류의 불안에 대비해 마음을 무장할 필요가 있겠다 싶구나.
아무나 누릴 수 없는 좋은 기회야. 가서 열심히 공부하고 싱글만이 누릴 수 있는 자유를 충분히 누리렴. 그 자유의 시간들이 은혜를 더 준비된 사람이 되게 할 거야. 더 멋진 은혜가 되어서 품절남 걱정 대신 언젠가 은혜가 가장 아까운 품절녀가 되어 세상을 조롱해주렴. 건강 잘 챙겨. 그리고 여기 있을 때보다 더 자주 소식을 전해줘야 노파심쟁이 선생님이 걱정을 덜 할 것 같으니 알아서 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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