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여덟 시가 조금 넘으면 특별한 알람이 울린다.
베란다 바로 밑에서 동네 꼬마들 모여서 '채윤이 언니, 채윤이 누나~아!' 하는 소리.
일찍 일어난 녀석들이 줄넘기 들고 밖으로 나와서 대장님을 깨우는 소리.
이 소리에 놀짱님 눈을 뜨시고 후다닥 일어나셔서 '엄마, 나 나가서 줄넘기 하고 올께' 하고 눈꼽도 안 떼고 뛰어나가시고...

그리고 들어와 아침 식사 하시고,
피아노 연습 쫌 하시노라면 베란다 앞이 또 시끌벅적이다.

'채윤이 언니! 언니, 피아노 언제 끝나?'
이러면 하논을 치는 채윤이 손은 메트로놈 200을 육박하면서 빨라지시고...

꼬봉 현승이는 베란다에 붙어서 중계방송 해주시고.
'이제, 소나티네 한 권만 치면 끝나. 이거만 끝나면 엄마가 나가도 된대'


다섯 살 부터 아홉 살 까지가 베란다 부대 멤버들이다. 하루에도 수 차례 목을 놓아 부르는 '채윤이 언니~' 이 언니는 다른 언니들처럼 학원도 안 다니고 하루 죙일 노느 것이 꼭 유치원생 같다. 저 자전거 부대를 이끌고 홈타운으로 롯데캐슬로 진두지휘하며 누비고 다니신다. 이들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고나 할까?ㅋ



베란다 밑으로 애들을 집합시켜서는 '엄마! 엄마!' 불러서 나갔더니 '얘들아. 저게 우리 엄마야. 어때? 무섭게 생겼어? 안 무섭게 생겼지. 사실은 원숭이야' (엄마는 원숭이가 크게 그려진 티를 입고 있었고 베란다 창살에 매달려 있었다. 그걸 가지고 바로 지 에미를 원숭이로 만들어 버렸다'
'야, 사람들아! 원숭이가 던져주는 과자 한 번 먹어볼래?' 하고 낱개포장된 과자를 하나 씩 날려줬더니 땅바닥에 떨어진 과자 주워먹느라 바쁜 사.람.들...ㅋㅋㅋ

동네에 채윤이 친구들을 찾아볼 수가 없다. 친구들은 모두 학원을 갔기 때문이다. 어떤 엄마가 내게 물었다. '언니는 애가 그렇게 놀고 있으면 속이 안 터져?' 하길래 '노는 걸 젤 좋아하는 애가 노는데 속이 왜 터져?' 했더니 영어 수학 학원도 보내고 공부시켜야 하지 않느냐며 정말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구구절절 다 설명하기 어려웠다. 나름 채윤이도 매일 피아노 연습도 하고, 윤선생 영어 듣기도 하는데... 그리고 일기는 꼬박꼬박 쓰는데... 여기서 뭘 더 공부를 해야할까?

아홉 시가 넘도록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아홉 살 이하 애들 끌고 다니면서 놀이에 몸을 던지는 김채윤에게 난 박수를 보낸다. 때론, 너무 심하게 노는 것 같아서 기가 막힐 때도 있지만 이게 맞다고, 열 살 아이는 밖에서 밤이 되도록, 배가 고프도록 뛰어 노는 게 맞다고 나를 다독인다. 우리나라 교육의 제일 큰 적은'옆 집 엄마'라는 말을 마음에 새겨본다.

과학 30점, 국어 68점, 수학 88점, 노는 거 100점 만점에 200점  김채윤 화이팅!ㅋㅋㅋ

'푸름이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코스모스  (14) 2009.09.17
부회장  (37) 2009.09.05
계란프라이형 우리 딸  (32) 2009.07.08
아~나, 자존심 상해  (6) 2009.06.13
친절한 채윤씨  (16) 2009.05.2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