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 때 즈음이면 쪄서 손으로 깐 밤이 우리집에 옵니다.
부모님의 작품입니다. 어머님 밤을 사다 삶으시고, 아버님 그 밤을 까시고...
오늘도 그 밤이 부모님의 사랑과 유머를 싣고 우리집으로 왔습니다.
그저께 '밤 쪄서 까놨으니깐 갖다 우리 아들만 줘라. 니네 아들 절대로 주지 말고....'
'네, 어머니 갖다가 저희 아들만 먹일께요'
'니 아들 주지말고 내 아들만 줘'
'네, 일단 주기만 하세요. 제 아들 먹일께요'
매년 같은 농담.....ㅎㅎㅎ


어제 밤을 가지러 시댁에 갔었는데 홍삼, 물김치, 참기름, 아들 매라고 사놓으신 넥타이, 애들 과자..... 챙길 게 하도 많다보니 가장 심혈을 기울이신 밤을 빼뜨리고 왔네요.
집에 왔더니 어머니 전화하셔서 '니네 아버지가 아들 며느리 손주 멕인다고 얼마나 정성스럽게 깠는지 모른다. 이거 또 언제 가져가냐?' 하십니다.  하루 이틀 더 묵혀두기가 싫으셨는지 급기야 오늘 아버님께서 손수 교회 교육관으로 가져오셨습니다. 어머님께서 '교육관으로 가져가면 거기서 다 풀어서 먹으면 어떡하냐? 애비한테 그냥 집으로 가져오라고 일러라' 시며 걱정하셨습니다. 저녁에 가지고 들어온 쇼핑백을 보니 이건 뭐 사무실에서 뜯어서 먹게 되어있지가 않더라는 거지요. ㅋㅋㅋ 어찌나 단단하게 포장을 하셨는데 절대 뜯지를 못하도록 하셨고.... 테잎을 여러 번 붙여서 새로 만들어 다신 저 귀여운 손잡이!ㅎㅎㅎ


쇼핑백을 뜯었는데 다시 얼기설기 포장된 상자. 그리고 그 위에 우리 아버님의 메모. '현승이 밤 많이 먹여라'  그리고 그 상자를 여니 비로소 비닐에 든 밤이 들어있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아.... 눈물없이 먹을 수 없는 우리 사랑의 밤 이야기.

아, 내 맘이 쪼금만 감상적이었어도 눈물 나올 뻔 했는데....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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