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엄밀하게 말하면 '[펌] 커피잔 속의 사랑'이라고 제목을 달아야 맞습니다.그야말로 펌글이기 때문입니다.
털보님의 글터에서 가져왔습니다.저는 개인적으로 '펌글'을 매우 꺼려합니다.
퍼다가 펼쳐놓고 읽을만한 좋은 글들이 정말 많지만 일단 제 자신 제목 앞에 [펌] 이라는 말이 있는 글은 정성들여 읽지를 않거든요. 작정을 하는 건 아닌게 안 읽게 되더라구요.
그런 선호성의 문제로 펌글 임에도 마치 제가 쓴 글처럼 털보님께서 블로그에 다신 제목 그대로를 붙였습니다.


저는 이 글이 무지 맘에 듭니다.

모든 걸 말줄임에 넣어서 표현한다면 완전.........대봑...........^^b
이 정도?

먼저 사랑에 대해서 건져올리신 통찰이 너무 맘에 듭니다.

사랑은 그렇게 일렁거리며 들어와서 결국 마음자리 깊은 곳에 깔리듯 내려앉고, 비로소 그 때 진짜 사랑이 된다는 것.

수상소감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 상은 앞으로 잘하라고 주신 것으로 알고 더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라는 식상한 표현을 자주 듣게 되는데요.... 저는 모 수상소감은 아니지만 그런 결심을 다시 되새기게 됩니다.

앞으로 언제나 사랑으로 밥 차리고 사랑으로 커피를 내려 먹이우고 마시우라는 메세지로 주신 글로 받으려고 합니다. 밥상을 차려 식구들과 사랑하는 이들을 먹이는 일, 커피를 내려 커피와 함께 마음을 나누는 일에 항상 사랑은 기본으로 깐다. 사랑 빼고 상을 차린다든지 사랑빼고 커피를 내리는 불행한 엄마나 아내는 되지 말자. 이렇게요.
아름다운 글 감사합니다. 꾸벅!





Photo by Kim Dong Won
2009년 11월 21일 명일동에서

처음에 커피잔 속에선
분명 커피밖에 보이질 않았다.
때문에 나는 커피의 맛에 탐닉했다.
하지만 난 커피 전문가도 아니고
커피를 즐겨 마시는 사람도 아니다.
그러니 난 이 커피는 어떻고,
또 저 커피는 어떻고를
분명한 선으로 갈라
커피의 맛을 품평해줄 입장이 못된다.
그렇긴 해도 또 나는
내가 마셔본 몇몇 커피집들의 커피맛을
기억 속에서 일깨우고
그 맛들을 내 마음대로 줄 세운 뒤
지금 마시고 있는 커피의 맛을
그 줄의 맨앞으로 세우고는
그 맛에 대한 마음의 느낌을
“음, 맛있는데요”라는 말에 얹어 건네는 재주는 있다.
그렇게 커피는 맛이 있었다.
커피의 맛과 함께
커피잔도 좀 독특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대부분의 커피잔은 반듯하게 원을 그리며 무릎을 포개고
얌전하게 앉아있게 마련인데
이 번의 커피잔은 마치 파도처럼 일렁이고 있었다.
한 모금 마신 뒤, 나는 “커피가 입속으로 물결치며 들어오는 느낌이예요”라고 했다.

그리고 나서 나는 천천히 커피를 마셨다.
커피는 천천히 줄어들며
우리들이 나누는 얘기와 함께
내 몸 속으로 흘러들었다.
커피잔이 거의 바닥을 드러냈을 때쯤
나는 커피잔을 입으로 가져가다
그 바닥에 어른거리는 무엇인가를 보고 말았다.
그건 사랑이었다.
분명 처음에 커피잔 속에서 본 것은
커피밖에 없었는데
그 커피의 아래쪽에
아주 엷게 사랑이 깔려있었다.
그 사랑, 옆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던
나의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그 집의 그 커피잔 속에서 커피는
처음에는 커피잔의 굴곡을 따라 일렁이며
마치 파도처럼 우리의 입 속으로 밀려들다
나중에는 작은 원으로 축소되어
바닥에 얌전하게 앉은 자세로 홀로 고여있었다.
그러다 내가 잔을 기울여 입으로 가져가자
분명한 사랑의 문양을 그렸다.
하긴 사랑이란게 그렇긴 하다.
누군가를 향한 마음의 동요로 시작되어 파도처럼 밀려가다
나홀로 내 속에 쌓아두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가져다주기도 하고
그러다 다시 마음을 기울여 누구에겐가로 흘러가게 되는 것이긴 하니까.
그리고 그 때쯤 사랑이 마음의 동요가 아니라 드디어 사랑이 되는 법이니까.
사실 그 집 여자가 남편과 함께,
또 아이들과 함께 엮어가는 삶이 참 아름다워 보였다.
다 이유가 있었다.
그 집은 커피 한잔의 밑에도 사랑이 엷게 깔린 집이다.
그 집 커피, 맛있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09년 11월 21일 명일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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