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브♥갓♥메일-마지막회   <QTzine> 12월호




은혜에게.
너희 커플과 함께한 저녁 시간 정말 즐겁고 행복했다. 그렇게 나란히 앉혀 놓고 보니 '하나님이 짝지어 주신'이라는 말이 이렇게 딱 맞아떨어질 수가 있나 싶더라. 너희들을 보내 놓고 우리 부부는 오랜만에 신혼 시절을 떠올리며 추억에 잠겼어. 짧다고 할 수 없는 싱글의 시간들을 목적에 이끌림 받기 위해 애썼던 너희들. 그래서 쉬운 길 놔두고 더 외롭고 먼 길 오롯이 걸어왔던 만큼 더 고운 사랑의 열매를 거두리라 믿어. 이제 둘이 하나 되어 이 시대 최고의 염장부부, 닭살부부로 우뚝 서길….^^ 은혜의 행복한 결혼과 더불어 우리의 목적이 이끄는 연애 메일도 끝을 맺겠지만 은혜의 진정한 사랑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너의 주문대로(이 녀석 끝까지 선생님을 가만 놔두질 않는구나!^^) 주례문(?)을 써봤다. 주례사는 알겠는데 주례문만 따로 써내는 건 듣도 보도 못한 일이지만….ㅋㅋ 시작하는 부부에게 결혼 10년 차 선배가 들려주는 잔소리 수준에서 써달라고 하니 편안한 마음으로 잔소리 한바탕 늘어놔 보자∼


나는 속여도 남편은 못 속이는 사랑법
선생님이 이제껏 은혜한테 제법 고상한 이미지 잘 지키며 왔는데 스타일 무너지는 고백으로 얘기를 시작해야 할까보다. 선생님이 결혼하고 한참 동안 남편과 함께 풀타임 일을 하지 않았었니. 아이를 맡기고 출근해야 하는 그 바쁜 아침에도 참으로 극진하게 남편의 아침 식사 준비를 했어. 둘째를 임신하고 만삭이 되어서도 아침이면 6시에 일어나 국을 끓여 식사를 하고 출근을 했단다. 그뿐만 아니라 밤에도 '좀 출출하다'는 얘기가 떨어지기 무섭게 집에 있는 재료를 긁어모아 뭔가를 만들어 바치는 것은 기본!(대단하지 않니?) 그러면서 내심 '이런 엄청난 섬김을 받다니 당신은 행운인 줄 아셔∼' 하는 마음으로 끝없는 자뻑의 나래를 펴는 거지. '내 남편은 나의 이런 헌신적인 사랑으로 인해서 감동의 도가니탕이 되었을 거야. 이제 돌아올 것은 지극한 칭찬과 사랑과 존경밖에는 없어.' 이러면서…. 하지만 그 때마다 돌아오는 반응은 한껏 높아진 내 기대에는 가 닿지도 못할 수준이었어. 감동은커녕 다소 시큰둥하기까지 한 남편의 반응이 반복되던 어느 날, 작정하고 섭섭한 속내를 드러냈지. 그 순간, 남편의 한마디에 뒤통수 맞고 쓰러졌단다. '나 위해서 한 거였어? 당신이 좋아서 하는 거잖아! 요리는 당신이 좋아서 하는 건 줄 알았지.' 당.신.이.좋.아.서.하.는.일!

결혼하고 한 동안 '전화' 문제는 우리 부부의 끊이지 않는 갈등의 원인이었단다. 너희 커플의 문자 씹는 얘기에 선생님이 무척 공감했던 일이 있었지? 소소한 일상을 전화나 문자로 자주 자주 나누는 나와 달리, 왜 전화했냐는 둥, 그냥 했다고 하면 한심하다는 침묵과 함께 짧은 몇 마디로 답하는 남편의 태도 때문에 많이 속상했었다는…. 하지만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할 수 있는 나와, 한 가지 일을 하다 맥이 끊기면 다시 일에 몰입하기까지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남편의 차이점을 발견하면서 전화하고 싶은 마음을 여러 번 참았지. 남편 역시 '사랑은 오래 친절하다'를 되뇌이며 친절하게 전화 받으려고 노력했고. 그러다 나는 남편에게 이런 문자를 받기에 이르렀단다. '여보! 요즘 왜 이리 전화를 안 해? 당신 전화가 없으니 허전하잖아∼' 그럼, 나는 손가락 놀림도 당당하게 답신을 찍어 보낸단다. '요새도 용건 없이 전화하는 사람들 있나? 그런 사람들 도대체 이해가 안 돼 ㅋㅋㅋ'
나는 내 사랑에 속을 수 있어도 남편은 얄팍한 사랑에 속아주지 않는 것 같아.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는지, 아니면 그 이상의 노력으로 나를 변화시켜서 사랑하는 진정한 사랑을 하고 있는지 나보다 상대방이 더 잘 알더라고. 내가 좋아해서 잘 할 수 있는 것을 가지고 내 방식대로(남편이 어떻게 느끼는지와 관계없이) 하는 것을 '사랑'이라고 착각했던 것 같아. 이 착각이 깨지면서 비로소 나는 '사랑이란 내 중심이 아닌 상대방 중심'이라는 단순한 원리를 체험적으로 배웠어. 부부가 피차 철저하게 상대방을 중심으로 한 사랑을 줄 때 비로소 그 작은 사랑으로 천국의 사랑과 기쁨을 맛보게 된다고 확신한다. 내가 남편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방식은 새벽같이 일어나 아침 준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전화 한 통을 참는 일이었다는 것. 얼마나 소중한 깨달음이었는지….


1년의 선택이 50년을 좌우한다.
본격 잔소리 2탄! 이제 결혼식이 일주일 남은 거지? 결혼식 마치고 부부가 된 직후부터 1년은 비상시국(?)으로 선포하기 바란다. 엥?! 이게 무신 핑크빛 신혼 방에 잿빛 커튼 다는 소리란 말이냐? 비상시국이라니. 결론부터 말하자면 신혼 1년은 평생의 부부관계를 결정짓는 시기이니 만큼 각별하게 보내야 한다는 얘기야. 그 성스러운 결혼식에서 주례자께서 '성혼선포'를 하고 '하나님이 짝지우신 것을 사람이 나누지 못할지니라' 하고 선언하시면…, 으아, 이제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느낌이 들 거야. '부부'라는 이름으로 묶이는 순간이니까. 그 순간 이후로는 평생 그렇게 묶여서 살 거니까….
결혼 전에 우리가 속해 있던 그 첫 번째 가정에 대해선 우리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봐. 그 가정이 행복한 가정이 되느냐, 구성원들에게 서로 고통을 주는 불행한 가정이 되느냐는 것들에 대해서도 우리가 기여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았지. 하지만 우리가 결혼해서 만든 가정의 행복이나 모양새는 우리 손에 그 가능성과 책임이 있어. 선생님은 이것이 우리의 결혼에 두신 큰 소망 중 하나라고 믿는다. 이제 우리는 둘이 마음을 합하기만 하면 서로가 꿈에 그리던 가정을 조금씩 세워갈 수 있는 거야. 헌데 우리 몸과 마음에 밴 결혼 전 가정에서의 습관들이 결혼식을 올렸다고 바로 내던져지는 게 아니라는 게 문제지. 처음에야 그리도 함께하고픈 사람과 한집에서 살 수 있게 되었다는 기쁨에 들떠 '조금 다른 나'로 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게 오래 못가거든. 얼마 가지 않아 수십 년간 보아온(그러나 나는 결코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던) 우리 부모님들의 해결방식을 따르고 있더라니까. 결국 남편과 내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이는 처음 얼마간 '비상'이라는 의식으로 그 첫 단추를 끼우지 않으면 안되겠더라는 거야. 그것은 과거 내 가족과의 관계 맺는 방식을 훨씬 더 뛰어 넘는, 더 친밀하고 더 진실한 기준을 세우고 가야 한다는 의미야.
많은 부부가 정말 사소한 문제로 오래도록 싸운다는 생각이 들어. 예를 들면 우리 부부의 전화 문제 같은 것들 말이다. 한 쪽에서 그렇게도 전화하는 거 좋아하면 웬만하면 친절하게 받아주든가, 또 그렇게 남편이 낮에 전화하는 걸 부담스러워 하면 한 쪽에서 포기하든가 하면 되는데 그 간격을 좁히지 못하는 경우가 참 많아. 결혼 1년 동안(물론 그 이후에도 마찬가지지만) 사소한 문제라고 쉽게 지나치지 말고 간격이나, 온도차를 좁히는 데 마음을 쏟으면 좋겠다. 결혼 10년이 돼서도 신혼 때와 다르지 않은 문제로 여전히 갈등하고 싸우는 부부를 많이 봐. 아직 깨가 쏟아지고 서로에 대한 환상(?)과 감사하는 마음이 충만했던 (쉽게 말해서 콩깍지가 아직 덜 벗겨졌을) 신혼 때 해결하고 넘어갔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단다.


신혼 1년 비상시국 프로젝트!
이번에 우리 집에 와서 봤다시피 신혼 1년 비상시국의 잔재가 아직 남아 있다. 둘이 새로 시작하는 삶에 최고의 방해꾼이 될 수 있는 TV를 아예 처음부터 장만하지 않았던 거지. TV에서 흘러나오는 일방적인 소음 대신 두 사람의 사랑 깊은 대화, 한껏 풀어지게 하는 농담, 함께 듣는 좋은 음악들, 함께 부르는 찬양… 으로 거실을 가득 채우기로 한 거야. 아기를 갖는 것도 이 행복한 기초 놓기가 끝나는 시점까지 여유를 두기로 했었단다. 이런 환경 속에서 충분히 대화하고 충분히 싸우고 충분히 자신을 노출할 수 있었던 것 같아. 돌아보면 그렇게 보낸 1년 덕분에 아이를 양육하며 심신이 지칠 대로 지친 나날을 보낼 때도, 심지어 잠시 부모님과 한집에 살면서 하루 종일 눈 한 번 제대로 못 맞추며 보내던 암흑기(?)에도 부부 간의 신뢰와 애정이 평균 이상의 점수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같아.
좀 오버해서 이렇게 얘기해도 될 것 같구나. 부부가 1년 안에 해결하지 못한 숙제는 평생 지고 가야 할지도 모른다고. 1년 안에 해결했으면 쉬웠을 일을 시간이 지난 다음 하려면 어려움이 더 많을 것이라고 말이다. 1년 동안 두 사람이 합의하는 많은 원칙을 세우길 바래. 싸우면서도 지켜야 할 최소한의 법칙에 대해서 정해 보기, 그 원칙을 가지고 싸우며 더 좋은 원칙들을 세워 보기, 각자의 삶을 존중하는 뜻에서 시간을 따로 떼어 혼자 있게 해 주기, 너무 일상에 파묻혀 있다고 느껴질 때는 둘만의 데이트나 여행 가기, 두 사람 성격의 가장 연약한 부분을 찾아내어 서로 기도해 주고 극복할 수 있도록 격려해 주기 등등…. 헌데 은혜야! 이 '신혼 1년 비상시국 프로젝트'는 선생님 부부만의 노하우가 아니었더라고. 하나님이 이미 주신 기가 막힌 명령이 있더라니까.


아내를 맞은 새신랑을 군대에 내보내서는 안 되고, 어떤 의무도 그에게 지워서는 안 된다. 그는 한 해 동안 자유롭게 집에 있으면서, 결혼한 아내를 기쁘게 해주어야 한다.
신명기 24:5, 표준새번역


얼마나 중요한 일이면 병역면제를 해 주겠니. 비상시국 1년! 동의할 수 있겠지?^^ 눈처럼 순결하고 아름다운 12월의 신부 은혜를 그려 본다. 연애박사님은 이제 물러간다. 은혜는 누구보다 아름다운 결혼의 열매를 한 아름 거두며 천국의 가정을 맛보게 될 거야. 너의 결혼, 마음 다해 축하하고 축복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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