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끝날 것 같다고 여겨지는 순간, 이제 남은 길 조차 더 걸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왔다.
바로 앞이 막다른 길임을 알면서 계속 걸어나가는 것은, 특히나 무엇인가를 감수하면 걷는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 아닌가?


아, 물론 그 길이 산의 정상을 향한다면 문제는 다르다. 몇 발짝만 더 떼면 정상이라면 아무리 힘들어도 그 발걸은음 내디딜만 하다.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말이다.


고통의 자리에 서면 고통을 벗어나 도망칠 궁리만 하며 뒷문 붙들고 사는 내게 십자가의 도를 일깨워 주신다.

끝.까.지.

고통의 끝자락까지 정신줄 놓지 않고 고통에 직면하신 그 분을 나 역시 눈 똑바로 뜨고 끝까지 바라보라고.


두물머리 강가에 마른 막대기로 서 있던 십자가에, 죽은 나무인 줄 알았던 십자가에 싹이 났다는 소식과 사진을 함께 전해들었다. 오늘 새벽 싹이 난 십자가가 내 마음에도 싹을 틔웠다. 그 싹은 고통의 끝까지 두 눈 똑바로 뜨고 감내하며 길의 끝까지 꾀부리지 않고 걸을 때만 감히 넘볼 수 있는 기적임을 일깨우며며....


길이 끝나는 곳에 길이 있다고,
길이 끝나는 곳에서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며,
그런 길을 열고 그런 사람이 되겠노라 하던 시인이 길을 잃고 시같지 않은 소리를 해대며 실망을 한껏 안겨주는 요즘이다.
소망의 길을 내야할 사람들이 길을 막고 서서는 자신의 그 버팅김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안기고 있음을 외면한다.


길이 끝난 곳이 십자가 아래이고,
다시 길을 찾을 곳도 십자가 아래이다.
마지막 몇 걸음 까지도 처음같은 자세로 흔들리지 않고 걸으라고 하시는 그 분의 음성에 나를 내어드린다.








오늘의 사진도 누구보다 맑은 눈을 가지신 숲과 나무 부부님의 작품.
위는 숲님, 아래는 나무님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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