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을 쉬임없이 초인적인 힘으로 공부하며 사역하며 달려온 김종필씨입니다.
그 어느 것 하나 대충 하지 않고 몸과 마음의 한계를 여러 번 뛰어넘으며 지나온 시간이었음을  저는 누구보다
 잘 압니다.
지난 몇 달은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안개 속 같은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한 발을 내디디면 길인지, 낭떠러지인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딱 한 걸음씩만 내디뎌야 했습니다.
한 달의 휴가가 주어지자마자 첫날부터 몸이 고장나기 시작하더니
점점 더 극한으로 치닫는 일주일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회복하는데 다시 일주일...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저는 이 사람에게 두 개의 형용사를 기꺼이 붙여줍니다.
온유하다.  객관적이다.
많은 경우 장점이지만 온유하고 객관적인 이 사람은 많은 경우 침묵으로  감정을 정리해 버립니다.
공룡의 날카로운 이빨 앞에서도 호들갑 떨지 않고 상황의 객관성을 따지는 사람이죠.




억울한 이유로 인생의 고문을 당한다해도 자신의 위해서 구구절절한 항변을 늘어놓지 않을 사람입니다.
그저 지가 지 주리를 들고 틀어버릴 지언정요.
고통을 느끼는 감각이 보통 사람보다 몇 배 예민하고, 엄살도 심한 저는 '당신 아파. 당신 힘든거야' 하며
말로 설레발을 쳐봐도 그저 이 사람 먼 곳을 바라봅니다. 먼 곳을 응시하며 뭔가를 침묵 속에 기다리기만
하는 사람입니다.




이제 아파도 된다는 결재를 비로소 머리가 내렸나봅니다.
결재가 떨어지기 무섭게 몸이 무너져내렸고 하염없이 무너지는 몸에
'여보, 하나님이 내게 진노하셨나봐' 하면서 또 다른 죄책감까지 짊어지고는 2주를 끙끙 앓았지요.




이 사람은 목회자이기 전에 철학자입니다.
일상의 철학자이지요.
철학 없이 사유 없이 의미 없이 살아가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그런 그가 의미를 크게 묻지 않고 주어진 일상을 몸으로 뛰는 삶을 잘도 살아냈습니다.
더욱 의미를 묻고 물은 후에 답이 나올 때까지 기다림을 배우는 것이 어떤 이에게 성장이고 성숙이라면,
이 사람에게는 주어진 것에 몸이 달려나가 반응하는 것이 성장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느라 너무 애를 쓰기도 했습니다.




결혼할 때부터 진지남이라고 불렸던 남자.
이번 여행 끝에 사진을 정리하다보니 자망(스스로 망가지기) 사진이 제일 많은 겁니다.
거의 익살녀 수준의 열연을 한 것입니다. 것두 스스로(즐기면서 했는지 까지는 모르겠습니다) 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제 이 본태적 '진지남'에게서 '진지남' 딱지를 떼버릴까 생각중입니다.
가족이 함께 긴 시간 지내면서 사춘기에 돌입한 딸과 성질 더러운 엄마가 충돌할 때마다 자신의 망가짐으로
양쪽에 웃음을 선사하며 윤활류 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을 어찌 진지남이라 하겠습니까.




처음 만났을 때 독립적이고, 뻗뻗하고, 진지하고, 늘 자신 안으로 안으로 도망치기 좋아했던 이 남자.
십여 년 세월을 지내고 보니 그 안에 감추었던 말랑말랑함이 드러납니다.
희한한 건 말랑함이 드러나니 진짜 힘이 느껴지는 겁니다.
이제 이 남자 세상과도 공룡과도 맞짱 뜰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에게 세상과의 맞짱이란 그런 걸 겁니다.
그가 좋아하는 헨리나우웬님 처럼, 예수님처럼 약하고 말랑한 자신을 정직하게 드러낼 줄 아는 것.
끝까지 대화를 포기하지 않는 것.
그런 것으로 이 공룡같은 세상을 마주하고 끝내 잘 이겨낼 겁니다.



담양의 죽녹원에서 반가운 얼굴을 만났습니다.
우리의 노무현대통령님 걸었던 길이라며 사진이 남아 있습니다.
참 반갑습니다. 생각지 못한 만남이 앞으로의 인생 길에 또 보석처럼 숨겨져 있을 것입니다.
이제껏 그래왔듯 나의 말랑한 남자 김종필씨는 자신의 주어진 길을 정직하게 뚜벅뚜벅 걸어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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