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와 공동체 세우기> QTzine 11월호

S 와 N ; 코드가 안 맞는데어떻게 같이 가냐고요?

그룹성경공부 시간에 어떤 사람들을 보면서 답답함을 느낀다. 속 시원하게
이렇게 한 번 해대고 싶다. “주제가 있으면 주제에 맞게 얘기해야지 도대체 뭔 뜬금없는 소리야? 늘 저렇게 뜬구름 잡는 얘기만 하니, 도대체 앞 뒤 말의 맥락이 있어야지 말야,
참내! 그리고 갑자기 웬 비약? 정확한 근거라고는 하나도 대지 않구 말이야.
맨날 말끝마다 우리 청년회의 비전이 어쩌구 저쩌구 하는데 '플랜'이라곤 없어요.
머리를 구름에 쳐 박고 사냔 말이야! 아으~ 저렇게 현학적인 인간들, 딱 질색이야!”

당신이 그러고 있는 사이 그 현학적인 인간은 속으로 이렇게 해대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찌 저렇게 맨날 영양가(의미)도 없는 정보쪼가리만 나열하고 있을까? 세상의 모든 이치를 다 아귀를 맞춰보겠다는 거냐? 세상에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데 말이야. 어떻게 늘 현실성, 실용성만 따지냔 말이다. 말끝마다 매뉴얼 매뉴얼 하는데 도대체 인간이 '철학'이라곤 없어요, 참내! 그리고 어떤 주제가 나와도 다 끼는구먼. 어디서 주워들은 건 많아 가지구. 크게 멀리 좀 보고 살으셔, 좀∼”

MBTI의 두 번째 지표인 감각(S: Sensing)과 직관(N: iNtuition)은 환경을 지각하는데 사용하는 렌즈라 할 수 있다. 즉 '환경이 어떻다면 우리는 무엇에 주의를 기울일 것인가'하는 문제로서, 감각 혹은 직관으로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의 차이를 말한다. 융(Jung)은 이러한 감각/직관에 의한 지각의 기능을 '비합리적'이라고 설명했는데, 그것들이 우리의 의식적 통제 아래 있지 않다는 뜻이다. 어떤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감각을 활용해 지각하고 또 다른 부류의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직관을 활용해 지각을 한다는 것이다.
오감으로 정보를 받아들이는 S(감각형)들은 자연스레 사실적 정보들을 많이 가지게 될 것이다. 또 자신이 가진 실제적 정보들을 삶에 활용하려고 할 것이고, 그러는 만큼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감각이 탁월할 것이다.
반면, 직관 내지는 육감으로 정보를 모으는 N(직관형)들은 여러 사실들로부터 '통찰'을 얻어내기를 좋아한다. 상상력이 풍부하고 사실적 표현보다는 암시적, 비유적 표현을 많이 사용한다. 붉은색 장미를 보고 감각형들이 장미의 색깔, 향기, 부드러운 꽃잎을 먼저 지각한다면, 직관형들은 그 붉은 장미로부터 연상되는 그 무엇을 떠올리고 있을 것이다.
이렇게 설명을 하다보면 (나머지 세 지표들도 마찬가지이겠지만) 도대체 감각형과 직관형 사이에 교집합이라곤 없다. 일의 '실용성'만을 따지는 감각형 회장과 어떤 것의 '의미'에만 몰두하는 직관형 총무가 마주 앉아서 청년부 수련회 프로그램을 짜고 있다고 치자. 수련회의 주제나 목적을 토의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픈 직관형과 개개 프로그램을 쌈박하게 짜 보고 싶은 감각형 사이에 언뜻 보아 교집합이 있느냐 말이다. (흔히 감각형은 '땅의 언어'를 말하고 직관형은 '하늘의 언어'를 말한다고 한다). 그러나 다행히 우리는 나이를 먹으면서 적당히 타협하는 방식을 체득했기 때문에 내 보기에 옳아 보여도 끝까지 주장하지는 않는(못한)다. 그리고는 돌아서서 서두에 있는 독백을 삼키고 있을 지도 모른다. '아으∼ 정말 이 인간하고는 코드가 안 맞아!!'
잘 대화하겠다는 선한 의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람과의 대화가 자꾸 미끄덩거리면서 교차점이 찾아지지 않는다면 의심해 보라. 혹 '지각하는 방법이 다른가?' 즉, 감각으로 지각하는 코드와 직관으로 지각하는 코드가 충돌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렇다면 코드가 안 맞는 감각형을(직관형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서두의 독백을 다시 한 번 힘차게 내뱉으며 돌아설 것인가? 열쇠는 이것이라 생각된다. 무.의.식.적.지.각! 상대방이 지각하는 방식은 내가 지각하는 방식과 마찬가지로 자신에게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정답이 너무 추상적이라고 감각형 독자들이 들고 일어서려나?∧∧) 해서 '코드가 맞지 않음이 당연한, 창조의 원리'를 인정하고 들어갈 때, 두 유형 간에도 상생의 가능성은 열리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서로에게 다음과 같은 점을 조금만 배려해 준다면 우리는 '숲도 보고 나무도 보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공동체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감각형은 직관형과 의사소통할 때 '일의 의미, 가능성'에 대해서 설명해 줄 것!
직관형은 감각형에게 더 많이 '구체적인 예'를 들어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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