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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후 교실 설문조사 용지가 왔습니다. 학부모용과 학생용으로 각각 하게 되어 있습니다.
휘리릭 학부모용을 했는데 바삐 아침을 먹던 현승이가
"엄마, 내 것도 엄마가 표시해주면 안 돼?"
하길래 그러마 했습니다.
그 얘긴 그냥 엄마가 알아서 하라는 건 줄 알고 디립다 체크를 하는데...
현승이 이 녀석  뷁! 하면서
"아
니야. 만족 아니고 보통이라고~오. 시간 잘 안지키신다고. 50분에 끝내야 하는데 55분에 끝내준다고. 고쳐. 빨리 고쳐. 보통이야. 아이, 왜~애. 내가 보통이라며 보통이지."
아~나, 이 자식. 그러더니 어느 항목도 그냥 지나치질 않습니다.
밥 먹으면서 "보통! 매우 만족! 만족!" 끝까지 자기 만의 평가를 내놓습니다.
엄마는 부르는대로 볼펜질만 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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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욕구에 대해서 엄마나 아빠의 기분에 맞춰서 빨리 접는 건 채윤이보다 현승이 쪽입니다. 헌데, 이런 경우처럼 결코 물러서지 않는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고집불통 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합니다. 융의 이론에서 '외향 /내향'의 차이라고 느껴집니다.


MBTI 강의를 하면서 '외향은 마음의 시선이 밖으로 가 있고, 내향은 그 시선이 자기 내부로 간다.'라고 표현을 하는 게 적절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에너지를 밖으로부터 얻는다/자기 내부에서 얻는다.'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지만요.






그런 의미에서 정혜신박사의 설명이 매우 와닿습니다. 어제 아침 현승이를 이해하는데 참으로 적실한 설명이네요.



우린 보통 수줍거나 말이 없으면 내향적이고, 사교적이거나 적극적이고 활달하면 외향적이라고 얘기하지만 본래의 정신분석적 의미는 좀더 정교하다. 내향성/외향성의 분류는 정신분석가 융의 이론에 의한 것이다. 융은 심리학적 유형의 하나로 인간을 '외향형'과 '내향형'으로 구별하였는데, 그들은
주체(subject)와 객체(object)를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어떤 사람의 행동과 판단을 결정하는 기준이 주로 객체에 의한 것일 때 그의 태도는 외향적이며, 반대로 객체보다도 주체에 의해 결정되면 내향적이라고 한다.

가령 어떤 사람이 미술전람회에 가서 작품을 감상하면서 신문의 호평이나 화가의 지명도에 근거해 특정한 그림을 좋다고 평가를 내린다면 그의 태도는 외향적이다. 객관적 규준에 따라서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평이 좋고 그 화가의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다고 해도 자신이 보기에 좋지 않다고 판단한다면 그의 태도는 내향적이다. 그의 판단기준은 주관적 측면이 객관적인 사실보다 앞서 있기 때문이다.

두 유형이 가지는 차이점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우연히 모차르트를 좋아하는 외향형과 내향형이 만났다고 가정해보자. 외향형의 사람은 모차르트의 내력과 세계적인 명성, 음악평론가들의 평가 등에 관해 이야기하는 데 반해 내향형의 사람은 주로 모차르트 음악에 대한 자기의 느낌에 대해 이야기 한다. 같은 음악가를 좋아한다는 기쁨도 잠시, 외향형인 사람은 내향형인 상대방이 의외로 모차르트에 대한 지식이 너무 빈곤하다고 실망하고, 내향형은 외향형인 상대방이 공연히 지식만 늘어놓고 아는 체하지만 실상은 모차르트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똑같은 내향령이라고 그 안에서 다시 수십 가지의 심리유형을 보일 수 있지만, 정신의학적으로 내향형의 가장 큰 특질은 '내면에의 깊은' 통찰이다.

                                                                                    정혜신 <사람 vs 사람 > 중에서




전혀 다른 기질의 남편을 만나 사는 맛,

전혀 다른 기질을 가진 두 아이를 키우는 맛,
짭짤하고, 고소하고, 씁쓸하고, 달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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