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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월요일 친정에 갔을 때 엄마랑 산책을 했다. "너 나허구 한 번 나가볼텨? 좋은 거 보여 줄 것이 있는디....." 새로 이사한 아파트 단지 내 산책로였다. "여기여. 여기 한 번 서 봐. 솔나무 냄새가 폴폴 나. 얼매나 좋은 지 모른다. 우리 하나님 얼매나 좋은 분인지...."

나는 엄마가 혼자 걸어 화장실에 다니실 수 있다는 게 매일 매일 얼.매.나. 좋았는지 모른다. 얼매나 감사혔는지..... 심한 골다공증과 협착증으로 엄마의 뼈가 유리같이 느껴졌다. 오래 살던 주택을 떠나 아파트로 이사하셔서 산책을 즐기실 수도 있으니.

이틀 전 비 오는 날 집 앞에서 넘어지셨다는 전화를 받았다. 통증이 있으셨지만 외상도 없고 붓는 곳도 없어서 타박상이려니 했다. 하루 이틀 지냈는데 상황 악화되어 거동을 못하시기에 이르렀다.

오늘 아침 눈을 떴는데 꿈자리는 뒤숭숭하고 마음은 무거웠다. 동생과 통화하니 아무래도 고관절 골절 같다고... 노인네들이 고관절 골절이 이후엔 오래 못버티신다 들었단다. 게다가 업어 모시고 화장실 가다 동생마져 허리를 다쳤다고 했다.

갑자기 밀려드는 절망감과 두려움으로 눈물이 쏟아졌다. 이번 휴가에 그런 결심을 했는데.... '단풍이 절정일 때 설악산의 호텔로 엄마랑 단둘이 여행을 가야겠다. 전망 좋은 방에서 주무시게 하고 조식뷔페도 함께 먹고 단풍길을 산책도 해야지. 바닷가에 모시고 가고 황태구이도 사드려야지. 온천도 하고.... 엄마 생전 못누려본 걸 꼭 하시게 해야지.' 이런 계획을 했다는 게 더 슬퍼 견딜 수가 없었다.

그렇게도 어려운 '김서방' 등에 업혀 두 군데 병원를 돌아 세 번째 병원에서 수술하시기로 하고 입원을 했다. 자세 하나 바꾸는데도 고통스러워 하셨다. 어렵사리 MRI 촬영까지 했다. 한 쪽 고관절이 틀어져 있었다. 실은 오랫동안 아팠었다고 하신다.

긴, 아주 긴 하루를 보내고 엄마는 옆에서 푸푸 주무신다. '비오는데 나간 내가 미쳤지.'하며 자책하시다 '김서방 힘들어서 어떤댜. 병원비 어쩐댜. 나 수술 안혀. 늙어서 다 산 사람이 무슨 수술여.' 하시더니 점점 편안해지셨다. 더불어 나도 머릿속에서 온갖 최악의 시나리오 쓰기를 멈췄다.

엄마의 몸이 어떻게 쇠잔해 가는지를 보며 인생과 죽음과 거기 맞닿은 저 하늘을 다시 생각한다. 사진에서 처럼 엄마랑 다시 그 솔밭 아래 나란히 설 수 있을까? 단풍이 들 때 함께 붉게 물든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사실 이런 날이 와 멈춰 생각하면 하늘 소망은 너무 멀고 엄마에 대한 유아기적 애착과 원초적 그리움만 크다.

그나저나 엄마가 코를 점점 심하게 곤다. 옆에 계신 환자분 신경이 많이 쓰이시나본데.....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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