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늘 하던 강의지만 대상이 '새터민'이라 익숙하지 않은 탓에 에너지 소모가 몇 배였지요. 기진맥진하여 집에 왔는데 "엄마, 저녁으로 컵라면 먹으면 안돼? 제발... 제발 딱 한 번만..." 이래요. 속으로 쾌재를 불렀지만 엄마의 위엄을 잃지 않고 정색한 다음 "이 놈들! 딱 한 번이야." 했죠. 으하하하하.
이 녀석들, 뭘 먹고싶은 타이밍이 아주 그냥 끝내줬어요.
라고 위의 사진과 함께 올렸습니다.
그리고 댓글에 이런 말을 덧붙였죠.
페북은 상당히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편이지요. 가볍게 올리는 듯 하지만 이런 저런 페친들의 눈을 많이 의식하지요. 그래서몸글에선 안 쓴 얘기. 실은 저는 이럴 때 일상 속에 일하시는 하나님을 느껴요. 지하철에서 정말 앉고 싶었는데 아픈 다리로 서서 오면서 '하나님, 몸이 많이 지쳐요.'했는데 여전히 몸은 파김치랍죠. 아이들의 전격적 저녁 메뉴 선택에서 저는 그 분의 위트와 저를 향한 미소를 보죠. 그래서 하나님이 좋고.... 일상은 신비예요.
정말 실망시키지 않는 하나님이세요.
뻔한 방식으로 고난을 주거나 뻔한 방식으로 위로를 주질 않으세요. 도통.
지하철에서 힘든 그 순간에는 '하나님, 제발 자리 좀 하나 내주세요' 이런 심정이었지만 자리래봐야 당산역에서 났으니 한 정거장으론 너무 쪼잔하잖아요. 집 근처 미용실에서 두 녀석 만나서 머리 깎이고 집으로 오는 길에 컵라면 얘기를 꺼내는 거예요. 이 놈들이...생전 컵라면을 찾지도 않는 놈들이 자발적으로 선택하여 사오는 거죠. 사실 파김치 된 몸으로 저녁 해서 멕일 걱정이 태산이었죠.
아, 진짜 하나님. 컵라면이라뇨! ㅎㅎㅎㅎ
이런 위트 넘치는, 상상 그 이상의 방식으로 일하시는 그 분이 좋아요.
이해가 안돼 신경질이 날 때가 훨씬 더 많지만.......
그래도
이런 반전 있는 하나님! 굿~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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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씨 2012.11.11 11:09
컵라면은 주님의 숨이 불어 넣어진 최고의 발명품이 아닐까 감히 그런 비약도 해봅니다. 매울신 컵라면은 몇십번을 먹어도 새로우면서 또 동시에 익숙친근해서 그 창조의 신비에 감탄하게 되죠 =_= 이건 그냥 전지적 부엌 없는 유학생 시점으로 읽힐 수도 있겠지만, 어디서든 집에서든 역시ㅋ 말씀하신대로 시기적절하게 훌륭한 대체물이 될 수 있다는 점에도 묻어가겠습ㄴ....
여기 총장님이 바뀌는 동시에 매점에 짜파게티가 최초로 입고 되었는데요
룸메가 "그거 스멜 굿이다"했는데 굿을 진짜 굿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는거에요. "냄새 죽이네. 그래서 죽을 것 같거든?"일 수도있으니까요 -_-) 암튼 그녀는 친절한 룸메였습니다. 요즘 룸메가 친구 문제로 통화를 하루에 세시간씩 방에서 하는 탓에 조금은 짜증이 난다는 결론. 은 뭐냐면요. 아아 그녀는 좋은 룸메였습니다... -
forest 2012.11.12 12:00
오늘처럼 흐리고 비오는 날은 아주 딱이지요...
그나저나 저 꼬맹이들은 어찌 엄마 맴을 잘 알아주는지,
이럴때 저절로 힘이 솟지요.
여튼 요 보물들은 선물임에 틀림없다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