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 어느 날, 가로수가 붉게 물든 날이었습니다.
단풍 든 가로수의 유혹에 넘어가 퇴근길 핸들을 틀어 들어 간 카페에서 찍은 것입니다.
헌데 어쩌자고 그 곱던 색을 찍지 않고 모노톤의 그림자만 카메라에 담았을까요?


이 사진을 자주 들여다 봅니다.
자주 들여다보다 한 겨울에 이 가을 사진을 여기 저기에 걸어 둡니다.


나를 설명하고 치장하는 깨알 같은 디테일을 지우고,
모노톤의 투박한 그림자 하나로 남을 때,
그 때 그 고요함 속에 티끌 만큼이라도 선하고 아름다운 것이 담긴 삶이었으면 싶습니
.



내게 덧씌워지는 현란한 색깔들에 취해서 존재의 축이 흔들리지 않으며,
흩날리지 않으며,
그림자처럼 소리나지 않게 살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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