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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엄마의 생일 즈음에.
원고를 쓰다가 지병이 도져서 인터넷 쇼핑몰을 전전하고 있었다.
썩 맘에 드는 반코트가 70% 세일을 해서 나와서 넋을 놓고 보고 있는 중.
날개만 없었지 천사라 불리는 현승이가

"엄마, 뭐해? 그 옷 이뻐? 입고 싶어?"하며 달겨든다.

"어, 엄청 싸게 나왔어."

"그래? 그럼 엄마, 내가 엄마 생일 선물로 사 줄게. 맘에 들며 사."

"뭐? 이거 싸다는 게 많이 깎아준다는 뜻이야. 10만원 넘어."

"알아. 내가 사 줄게. 나 정말 엄마가 갖고 싶은 걸 사 주고 싶었어. 이거 사줄 거야."

"아니야. 안 돼. 다른 선물을 줘. 이건 어린이가 줄 수 있는 선물이 아니야."

"싫어! 나 이거 아니면 선물 안 줄 거야. 이거 사. 내가 세뱃돈 안 받았다고 생각하면 돼."
하면서 꽁꽁 숨겨둔 만 원짜리를 세어 가지고 나왔다.

(이 놈 참! 무심한 남편에게 상처받고 아들에게 치유 받는군.)
거기다 또 이런 세심함까지....

"엄마, 그런데 너무 두껍지 않아? 이거 겨울에 입는 거잖아."

"맞어. 그래서 이렇게 싼 거야. 한
두 번 입고 내년에 입으려고 사는 거야."

"아, 그렇구나. 엄마 그러면 한 치수 큰 거로 사. 내년에도 입게."


(현승아, 엄마는..... 엄마는 말이지..... ㅠㅠㅠㅠㅠㅠ 내년이 된다고 키가.... ㅠㅠㅠ)

그렇게 정말 감동적인 선물을 하고야 말았다. 날개 없는 천사 현승이는.



며칠 전, 그러니까 생일이 지나고 20여일이 지났다.
근처에 홈플러스가 새로 들어왔고, 거기 가서 무선 자동차 하나를 사고 싶어 안달이 난 천사.

"엄마, 그런데 엄마는 왜 내 돈을 맘대로 못 쓰게 해?"


"뭘 못 쓰게 해. 니가 필요한 건 엄마가 다 사주잖아."


"아니이, 내 돈을 가지고 엄마 선물 살 때는 사라고 하고 장난감은 못 사게 하고."


(완전 어이 없어) "얌마, 니가 사준다고 졸랐지 엄마가 사달라고 했어?"


"사실 엄마가 말로는 사지 말라고 하면서 속으로는 좋았잖아. 그래서 몇 번 안 된다고 하다가
못 이기는 척 하고 받았잖아."

으아....... 이거 참!
우아..... 얘는 날개 없는 천사야?
아니면, 천사를 가장한...... 음........ 뭐냐? 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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