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세 되신 우리 엄마의 주부 리즈시절, 죽어가는 벤자민 화분을 기도로 살리셨다.(라고 엄마가 자꾸 간증해서 그런 줄 알고 알고 있다.)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손수 화분에 고추를 키우곤 하셨는데 이젠 건강상 그것도 못하신다. 엄마를 모시고 있는 동생 부부가 기가 막힌 맞춤형 효도를 잘 한다. 줄줄이 세 아들을 키우면서 3+1으로 엄마까지 묶어서 잘 양육하는 느낌. 흐뭇하고 고맙다.

* 동생의 카스에서 일부분 발췌

집으로 돌아와 고추 다 심고 네 개의 화분에 각각 주인을 정해줬다. 크기 순으로 장남, 차남, 막내, 그리고 제일 작은 건 어머니 것. 그러곤 누구 고추가 제일 잘 자라서 열매를 많이 맺는지 보자며 시합을 제안했다. 물은 엄마 · 아빠가 줄 거니까, 주인이 할 일은 자기 고추를 위해 노래를 불러주고 기도도 하는 것이라고. 아빠의 제안에 3+1(세아들과 노모)의 눈빛이 반짝거린다. 수현이가 고추에 아름다울 미, 바를 정, ‘미정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곤 고추 앞에서 한참을 중얼거리다 들어온다. 그러곤 자랑한다. 자기 고추 축복해 주고 우현이 고추에 ‘바보야, 히히’하고 왔다고. 얼마 후. 89세 이옥금 권사님, 한참 화분 앞에 서 있다가 나오더니 투덜투덜대신다. "내 꼬추가 제일 시들시들허잖여~ 화분도 작은디 말이여~"

베란다에서 전쟁의 기운이 느껴진다. 3+1, 네 사람의 고추 배틀이 시작됐다.





'그리고 또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부  (6) 2013.07.04
깨진 일상  (2) 2013.05.07
자기소개 aGain  (8) 2013.02.22
전공을 맴돌던 여자, 이제 전공을 쓰자  (6) 2013.02.13
빚진 자의 대선 후유증1  (2) 2012.12.2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