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두 번은 썼었는데 겨우 한 달에 하나 나오네요.
<크로스로>에 연재하는 '정신실의 일상愛' 입니다.
까다로운 남편이 '정신실다운 글, 좋다'라고 해줘서 업됐습니다.
링크만 올리려니 블로그 대문에 허전하여 솎아낸 글 조각도 함께 올립니다.

 


꼭 싫다는 말은 아니다. '엄마'를 보면 다짜고짜 '저녁'이 생각나는 아이들의 요구가 버겁긴 하지만 싫지는 않다. 이에 부응하여 강사'에서 성육신 하여 아이들의 ''이 되어야 하는 나의 역할 또한 마찬가지다.


하이힐과 정장을 벗어 던지고 반바지에 티셔츠로 차림으로 싱크대 앞에 서니 손바닥만 한 다육이 화분이 나를 반긴다. 그리고는 존재 깊은 곳까지 닿을 듯한 알 수 없는 안도감이 나를 감싸는 것 같았다. 몸은 피곤한데 몸 너머의 또 다른 내가 새로운 에너지를 주입받는 느낌이었다. 이 편안한 자리에 서서 무슨 음식이라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은.


이 거룩한 자리를 누려보지 못하는 수많은 남성을 생각하며 잠시 연민의 묵념을 드린다. 그리고 이런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밥 먹고 사는 일이 성(gender)에 의해서 금 그어져 나눠지지 않았더라면, 결혼제도 안에서 남자와 여자가 너도 나도 함께 밥 하고 아이를 챙기고 빨래 돌리는 아름다운 공조가 애초부터 자연스러웠더라면.


새벽기도 마친 목사님이 아침 먹여 학교 보낼 아이들이 있다면 어디 당회실에 한가롭게 앉아서 안마 받을 생각을 할 수 있겠나.(내가 먹고, 사랑하는 내 아이가 먹어서 나온) 음식 쓰레기를 정리하고 버리는 냄새나는 손으로 천하보다 귀한 영혼'을 '몸'으로 치부하여 음탕하게 주물러대는 이런 미끈한 일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원문보기는 아래 링크로. 

http://www.crosslow.com/news/articleView.html?idxno=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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