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원고>


우리 엄마는 원고를 쓴다.

책에 서평도 쓰고 에니어그램에 관한 글도 쓰고 MBTI에 관한 글도 쓴다. 그리고 음악치료에 관한 글도 쓴다.
그런 엄마가 자랑스럽긴 하지만 원고를 쓸 때는 싫다.
왜냐하면 엄마 성격도 훨씬 까칠해지고
내가 좀 무엇을 도와주고 싶지만 그냥 가만히 내 할 일이나 하라고 한다. 내가 이 일기를 왜 쓰냐면 바로 지금 옆에서 원고를 쓰고 있다.
엄마가 성격이 까칠해진다는 것은
조금만 말해도 대답도 안 하고 짜증만 낸다.

그래서 원고를 쓸 때는 엄마를 좀 배려해야 한다.

 

엄마에겐 공포의 배려이긴 하다.
가만히 두는 게 도와주는 건데 몰입을 할라치면
'엄마, 잘 써져?'
'엄마 그런데~에, 나 이번 토요일에......'
사실 고문에 가깝다.
그럼에도 아들의 마음은 정말 알겠다.
어제는 거실을 다 차지하고 시험공부 하는 채윤이와 배려남을 피해 방으로 숨었다.
현승이 책상에 앉아서 원고를 쓰고 있는데
똑똑! 하더니 배려남님이 들어오는데...  저렇게 접시에 홍시를 담아 가지고 설라무니.
"엄마, 이거 먹으면서 써. 내가 감 깨끗이 씻었어."란다.
키워서 며느리 주기엔 아까운 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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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rest 2013.10.24 09:27

    그르게.. 키워 며느리 주긴 아깝네~ㅋ
    더구나 감 꼭지까지 따서 주는 건, 쉽지 않은 일이야.^^

    • BlogIcon larinari 2013.10.24 09:37 신고

      잘 키워서 며느리한테 쿨하게 넘겨 주고 손 탁탁 털 생각이었는데... 이거 이거 갈수록 아까워지는데 어쩌죠?ㅋㅋㅋ

    • mary 2013.10.24 11:11

      음마나.. 나두 감꼭지에서 털썩.
      난 발마사지 서비스밖에 못받아 봤는데.
      아무래도 현승이는 보고 배우는 능력이 탁월하네. 섬세함이 장난 아니야.
      배려라는 단어를 저 나이의 아이들이 쓸까??
      이담에 며느리 질투나는 일은 없어야 할텐데.

    • BlogIcon larinari 2013.10.29 15:16 신고

      이담에 질투도 나게 생겼어요.
      있지도 않은 색시 걱정을 벌써 한다니까요.
      이놈 참!

  2. 2013.10.24 10:10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larinari 2013.10.29 15:18 신고

      심오한 눈빛은 몰라도 큰 가방, 이건 느낌 아니까~^^
      현승이가 어깨가 좁아서 어떤 가방을 매도 꼭 흘러내려요.
      흘러내려 커 보이는 가방은 트레이드 마크죠.ㅎㅎㅎ
      보시면 뒤통수에 살짝 '안녕' 해주세요.^^

  3. 2013.10.24 14:36

    비밀댓글입니다

  4. 신의피리 2013.10.24 15:24

    질~투~나~

  5. BlogIcon 털보 2013.10.25 11:25

    얼마나 좋으십니까 그래.
    저는 원고 마감이라 아무데도 못간다고 하면 그거 내가 편집해봐서 아는데 며칠 연기해달라고 하면 돼. 여행갔다 와서 써줘도 된다니까 하면서 마구 원고 일정까지 조정해주는 엄청 고마운 분과 살고 있는데 원고 쓰는 건 더 힘듭니다. ㅋㅋ

    • BlogIcon larinari 2013.10.29 15:19 신고

      편집해봐서 아는 분 덕분에 저도 원고고 뭐고 하루 저녁 잘 놀았잖아요.ㅎㅎㅎㅎ

  6. 맑음 2013.10.25 23:13

    아ㅡ진짜 얼른 예쁜딸을 낳아 사둔맺자고 하고픈 심정이네요. 티슈남 마음은 정말 백만불짜리 마음같아요.^^

    • BlogIcon larinari 2013.10.29 15:20 신고

      무브 무브~
      가능성 없는 것도 아니니 서두르세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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