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원고>


우리 엄마는 원고를 쓴다.

책에 서평도 쓰고 에니어그램에 관한 글도 쓰고 MBTI에 관한 글도 쓴다. 그리고 음악치료에 관한 글도 쓴다.
그런 엄마가 자랑스럽긴 하지만 원고를 쓸 때는 싫다.
왜냐하면 엄마 성격도 훨씬 까칠해지고
내가 좀 무엇을 도와주고 싶지만 그냥 가만히 내 할 일이나 하라고 한다. 내가 이 일기를 왜 쓰냐면 바로 지금 옆에서 원고를 쓰고 있다.
엄마가 성격이 까칠해진다는 것은
조금만 말해도 대답도 안 하고 짜증만 낸다.

그래서 원고를 쓸 때는 엄마를 좀 배려해야 한다.

 

엄마에겐 공포의 배려이긴 하다.
가만히 두는 게 도와주는 건데 몰입을 할라치면
'엄마, 잘 써져?'
'엄마 그런데~에, 나 이번 토요일에......'
사실 고문에 가깝다.
그럼에도 아들의 마음은 정말 알겠다.
어제는 거실을 다 차지하고 시험공부 하는 채윤이와 배려남을 피해 방으로 숨었다.
현승이 책상에 앉아서 원고를 쓰고 있는데
똑똑! 하더니 배려남님이 들어오는데...  저렇게 접시에 홍시를 담아 가지고 설라무니.
"엄마, 이거 먹으면서 써. 내가 감 깨끗이 씻었어."란다.
키워서 며느리 주기엔 아까운 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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