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재워놓고 시간을 쪼개 쓰는 엄마처럼 살금살금 아침 시간을 보냈습니다.
녀석들 늦잠을 만끽하는 사이 행여 깰세라 소리 없이 커피 내려 마시면서 꿀독서 시간 누려~
12시간 잤다면서 머리에 새집 짓고 앉아서 늦은 아침으로 떡국을 맛있게나 먹었습니다.


렛잇고, 렛잇고~
요즘 틈만 나면 거실을 꽉꽉 채우는 겨울 왕국 OST에 길을 걷다가도 환정이 들릴 지경.
식사를 하면서도 영화 남매가 영화 토크로 시간 가는 줄 모르더니.
둘이 방에 가서 누나는 피아노 치고 동생은 바이올린 들고
연주 삼매경이었습니다.
듣기만 하면 거의 똑같이 쳐내는 누나가 반주해주고 어설픈 음악가 현승이는 가끔 삑사리 내가면서 멜로디를 이어갑니다.
두유 원나 빌...삑~   스노우맨......


오래 전, 두 녀석이 거실에 온갖 베개, 우산, 쟁반, 모자.... 다 꺼내놓고 상상놀이 하던 그 화기애애하던 느낌이 살아왔습니다. (오랜만에 귀엽군요.)  
설거지 하며 창 밖을 보니 눈이 간지럽게 내리고 있었습니다.
둘이 저렇게 잘 놀고 있으니 나는 혼자 동네 카페에 나가서 독서 누릴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엄마 나갔다 올게. 하면 분위기 다 깨지는 것을 압니다.
희한하게도 놀고 쉬는데 엄마라는 존재가 한 개도 필요없음에도 엄마가 없으면 놀이가 안 되는 느낌, 그거 나도 어릴 적이 있어봐서 압니다.
일을 하든지 혼자 커피를 마시며 책을 보든지, 그러다 가끔씩 듣기 싫은 잔소리를 해대도
엄마가 있어야 휴일의 느긋함과 풍성함이 만땅으로 채워지는 느낌입니다.
생각이 여기에 미쳐 카페가서 된장질 누리는 것 포기하고
렛잇고~ 렛잇고~ 깨갱 깨갱..........
이 시끄러운 평화를 지켜주기로 했습니다.


여름 뜨거운 해변을 누리는 귀여운 눈사람 울라프처럼,
기분 좋은 모순이 우리 집에도 충만합니다.
따뜻한 겨울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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