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부턴가 에니어그램 강의요청이 오면 어떻게 해서든 피하고 있었습니다. 대상이 청년인 경우는 더더욱 그랬습니다. 강의에서 기대하는 것을 들어보면 MBTI로 접근해도 충분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제일 좋아하고 아끼는 강의는 에니어그램인데 너무 아끼는 바람에 갈수록 기회가 적어지게 되는, 너무 사랑하는 나머지 꽁꽁 마음 속에 숨겨두고야 마는 순진한 총각의 첫사랑 같이 말입니다.



가벼운 귀를 가진 청중 앞에서는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이 에니어그램 입니다. 정말 듣고자 하는 갈망이 있는 사람들에게 눈을 맞추고 전하고 싶다는 생각에 강의 기회를 일부러 놓쳐버린 것입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거실 세미나였습니다. 정말 듣고 싶은 사람인지를 분별해내는 것은 비용을 치루게 하는 것이라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토요일 아침부터, 생판 모르는 남의 집 거실에 침투하고자 하는 용기는 엄청난 마음의 비용을 치루는 것이지요. 기대대로 거실 세미나는 참 좋았었습니다.



그런 식으로 날이 갈수록 뒤로 빠지고 숨는 에니어그램 강사가 되고 있었는데 책을 내서 저자거리에 눕혀 놓았으니 이미 베린 몸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에는 팟캐스트에 올릴 강의를 녹음하기도 했으니 '물러나고 숨는 강사' 코스프레는 틀렸습니다. 죠이출판사 기획으로 '저자와 함께 하는 에니어그램 특강'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을 알려드리려는 게 목적인데 서설이 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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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에니어그램이 궁금하신 분들이 오셔도 좋겠지만 이런 분들께 권해드립니다. 만성 소화불량이나 만성 두통, 오래된 불면증 등의 증상을 가진 분..........은 아니고요. 육아, 일, 관계, 신앙 같은 삶의 영역에서 막다른 골목을 느끼는 분들께 어떤 다른 길이 있음을 안내해드리고 싶습니다. 그 길은 밖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으로 가는 길이라는 것 정도의 언질을 드리겠습니다.



거실 세미나를 수강료 없이 해왔었습니다. 오만원의 수강료를 정해놓고 있는데 공짜로도 들을 수 있는 걸 괜한 돈을 낸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까 하는 기우가 있습니다. 하루 종일 강의와 점심값 포함인데 아마 시중에서 가장 저렴한 에니어그램 강의일 것입니다. 물론 강사는 저렴하지 않습니다. 강의 내용과 더불어 강사의 부풀려진 자존심까지 정직하게 계산하면 가장 고가의 강의가 될 지도 모른다고 믿어 의심하지 않지 않는 것이 아닌 것이 아닙니다.



에니어그램은 사실 중년 이후를 사는 분들이라야 제대로 알아들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보통은 생의 전반을 자신이 가진 빛을 가지고 열심히 살게 되죠. 중년이 되면 '빛' 만을 가지고 살 수 없다는 안팎의 소리가 들리는데 많은 경우 '공허감'이라는 것으로 귀결됩니다. 인생의 내리막길을 살면서는 자신의 '빛'이 아니라 '어두움'을 끌어 안으며 살아야 합니다. 이걸 느끼는 분들은 에니어그램이 찰떡같이 알아들어지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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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와 페북 외에 달리 홍보할 방법이 없는데 어디서 어떻게 오시든 목마른 분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게 되면 좋겠습니다. 상반기 여섯 번의 강의를 해보고 더 심화된 강의를 준비하거나 강의 들으신 분들과의 지속적인 만남을 위한 장도 마련해볼까 합니다. 혼자서는 엄두를 못낼 텐데 사실 제 배후에 비밀결사대가 있습니다. ㅎㅎㅎ 이 지하조직을 짜잔 드러낼 날이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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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자세한 안내가 있는 출판사 블로그 주소와 포스터를 아래에 걸어둡니다.
필요하신 분들께 알려지기를 소망하며.


http://joypress.tistory.com/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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